사자록 (죄를 지운 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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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c
작품등록일 :
2024.05.26 13:32
최근연재일 :
2024.09.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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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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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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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필귀정 4

DUMMY

인과 부장 사자가 작성한 서류는 빠르게 처리되었습니다. 해가 지기 전 죄의 무덤 사자들이 김희자 망자를 데려가기 위해 좋은 곳으로 왔습니다. 부장 사자는 대사자와 함께 뱃나루에서 죄의 무덤 사자들을 맞았습니다. 죄의 무덤 사자들 맨 앞에는 탁이 있었습니다. 탁은 부장 사자와 대사자에게 인사했고, 다른 사자들도 인사를 건넸습니다.

“경위서를 봤습니다. 쉽지 않았을 텐데 죄 지은 망자도, 범인도 밝혀내셨더군요.”

탁이 진심으로 경의를 표했습니다.

“네. 부장 사자 사무실에서 애를 좀 먹었습니다.”

대사자가 덤덤하게 대답했습니다. 탁은 고개를 돌려 부장 사자에게 감사의 표시로 가볍게 목례를 했습니다. 부장 사자도 목례로 답했습니다. 탁은 함께 온 사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자네들은 여기 있게. 사자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게 망자들 눈에 띄어서 좋을 것 같지는 않아.”

부장 사자는 탁을 김희자 망자가 있는 집으로 안내했습니다. 김희자 망자의 집 앞에는 란 부장이 직접 지키고 서 있었습니다.

강한나 망자가 김희자 망자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강한나 망자는 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주변을 두리번 거렸습니다.

“여기 계실 줄 알았어요.”

한이 뒤에서 인사겸 말을 건넸습니다. 강한나 망자는 뒤를 돌아 보았습니다. 인도 같이 있었습니다. 강한나 망자가 조금 흥분한 듯 대답했습니다.

“사필귀정. 이런 건 봐줘야죠.”

부장 사자, 대사자, 탁, 란 부장이 집 앞에서 몇 마디 나누더니 란 부장이 문을 두드렸습니다. 문은 열리지 않았고 란 부장이 염력으로 문을 열어 버렸습니다. 란 부장이 안으로 들어가고 잠시 후 김희자 망자가 나왔습니다. 란 부장이 뒤 따라 나왔고 김희자 망자의 머리에 숄을 씌워주었습니다.

“뭐 하러 가려준대요? 저런 나쁜 인간은 얼굴을 확 공개해야 한다구요.”

강한나 망자는 조금 화가 난 것 같았습니다. 인은 얌전히 사자들을 따라가는 김희자 망자가 어딘지 이상해 보였습니다.

“생각보다 얌전히 따라가네요. 난동이라도 피울 줄 알았는데······”

“란 부장님이 조종하고 있을 거야. 란 부장님 능력이거든. 저 망자가 난동을 피우면 다른 망자들이 몰려들 거고, 이 일이 알려져서 좋을 게 없으니까······”

“아······ 그렇겠네요.”

인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뭐가 그래요. 이렇게 쉬쉬하는 게 더 나쁜 거라구요. 솔직해야지 말야!”

강한나 망자는 갑자기 버럭 화를 내더니 씩씩거리며 집으로 가 버렸습니다.

“소문 내지는 않겠지?”

한이 강한나 망자를 보며 인에게 물었습니다.

“말은 저렇게 해도 그러지 않을 거에요.”

인이 씩씩거리며 돌아가는 강한나 망자를 바라보며 대답했습니다.


탁은 김희자 망자를 나룻배에 태워 먼저 죄의 무덤으로 보냈습니다. 함께 왔던 사자들이 김희자 망자와 나룻배를 타고 돌아갔습니다.

“그림자의 기록을 지우고 좋은 곳에 온 망자는 셋이었고, 하나는 환생했다고 했으니 이제 하나 남은 셈이군요.”

탁 말에 부장 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경 사자가 가지고 있는 조롱박 병에 있는 것 같습니다. 뭐든 담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뭐든 담을 수 있는 조롱박 병이라······”

탁은 뭔가 생각하는 듯 잠시 말이 없었습니다.

“뭐, 마음에 걸리는 것이라도 있습니까?”

란 부장이 물었습니다.

“아, 아닙니다.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경 사자는 저희도 찾고 있으니 뭔가 알게 되면 소식 드리죠. 부장님도 그래 주셨으면 합니다.”

부장 사자가 그러겠다고 대답했습니다. 탁은 나룻배에 올라 고개를 숙여 부장 사자, 대사자, 란 부장에게 인사했습니다.

탁이 탄 나룻배가 삼도천 안개 속으로 들어서자 탁 옆에 다른 사자의 형체가 나타났습니다. 휘였습니다.

“좋은 곳에 경 사자는 없었습니다.”

“아직 이승에 있다는 얘기군.”

“네······ 그런데 아까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던 거 같은데, 아닌가요?”

탁은 피식 웃었습니다.

“있었지······ 그 환생했다는 망자말야······ 환생하지 않았을 것 같아. 그 조롱박 병, 그 안에 두 망자가 있을 것 같단 말이지.”

“네?”

휘는 놀란 눈으로 탁을 바라보았습니다.

“지난 번 놓친 인범진 망자······ 경 사자는 왜 굳이, 번거롭게 그 망자를 데려갔을까? 나 같으면 삼도천에 던져버렸을 거야······ 그 정도만 해도 죄의 무덤에 갈 망자가 좋은 곳에 갔다는 소문을 만드는 데는 부족함이 없으니까······ 게다가 이런 식으로 다시 죄의 무덤으로 끌려갈 일도 안 만들고 말이야.”

“소문을 만들다니요? 그런 소문을 왜······?”

탁의 말을 듣고 있던 휘는 잠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한 말을 뱉는 것은 망설여졌습니다.

“고민할 것 없네. 다들 말은 안 하지만 그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경 사자가 죄의 무덤 망자들을 선동해서 저승을 엎으려고 한다는 것······ 어쩌면 저승이라는 것을 아예 없는 것으로 만드려는 것일 수도 있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니······ 그래서 이상하다는 거야. 왜 경 사자는 일을 번거롭게 끌고 가는 걸까?”

탁은 안개가 자욱한 삼도천을 바라보았습니다.


탁이 삼도천 안개속으로 사라지고 대사자가 피식 웃었습니다.

“모습을 감추는 사자를 데리고 왔었군.”

부장 사자와 란 부장이 대사자를 쳐다보았습니다.

“경 사자가 여기 있는지 대놓고 살필 수는 없으니 모습을 감추는 능력이 있는 사자를 데리고 온 것 같아. 탁 사자와 함께 나룻배를 탔어.”

“탁 사자, 음흉한 데가 있네요.”

“자네처럼 솔직하기는 쉽지 않아. 어쨌거나 저쪽도 일을 수습해야 할 책임이 있으니 최선을 다해야 겠지······”

부장 사자는 뭔가 계속 찜찜한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왜? 이번엔 자네가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어?”

란 부장이 물었습니다.

“아까 탁 사자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러게······ 분명 뭔가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란 부장이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그 생각은 천천히 하고······ 사무실로 가지. 전해 줄 말이 있어.”

부장 사자, 란 부장은 대사자와 함께 사무실로 갔습니다.


사무실에는 인과 한이 있었습니다. 김희자 망자를 죄의 무덤 사자들에 인계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대사자가 인과 한까지 회의실로 불러들였습니다.

“선 사자, 아직 공표된 건 아니지만 죄의 무덤으로 보내질 것 같아.”

“그건 예상했습니다······ 얼마나요?”

부장 사자가 물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1년으로 끝날 것 같아. 이 일을 밝히는 데 일조했고, 그간 선 사자가 원칙에 충실했고 성실했던 게 감안된 거지······”

모두 말 없이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란 부장이 부장 사자의 어깨를 다독였습니다.

“죄의 무덤에 보낸 망자 보고도 얼른 마무리하고 쉬게들······ 이 일이 다 끝난 건 아직 아니니까······”

대사자가 가고 란 부장도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습니다. 조용한 사무실에 선 없이 세 사자만 남았습니다. 한참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사자님 말대로 1년이면 그나마 다행인 것 같아. 그러니 좋게 생각하고 선 사자 돌아올 때 반갑게 맞아주자고······ 이 일도 잘 처리하고 말이야.”

부장 사자 말에 인과 한은 기운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난 내일 선 사자 좀 보고 올게.”

“저희도 같이 가면 안 될까요? 1년이나 지나야 만날 텐데······”

부장 사자가 선을 보고 오겠다는 말에 한이 흥분했습니다. 인도 같은 마음으로 부장 사자를 바라보았습니다.

“흠······ 선 사자를 보겠다고 우리 셋 모두 이승에 가는 건 무리일 거야······”

“그럼······ 한 사자님이라도?”

인이 자신은 가지 않아도 되니 한 이라도 같이 가면 안 되냐고 물었습니다.

“정 안되면 그렇게 하더라도······ 일단 내가 방법을 찾아 볼게.”

인과 한은 간절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모두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부장 사자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탁 사자님, 부탁이 하나 있어 전화를 드렸습니다.”


선의 징계가 결정되자 빠르게 소식이 퍼졌습니다. 인, 부장 사자, 한은 여기 저기서 오는 연락을 받느라 한참이나 진땀을 뺐습니다. 한바탕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 하더니 사무실이 고요해 졌습니다.

“이제 다 연락이 온 걸까요?”

한이 책상에 엎어져 웅얼거리며 물었습니다. 부장 사자가 크게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습니다.

“그러게······ 갑자기 조용해졌네······”

“아! 선 사자님 언제 보러 가실 거에요? 오늘 밤에 이승에서 죄의 무덤으로 가는 거잖아요.”

한이 벌떡 일어나 물었습니다. 인도 부장 사자를 바라보았습니다.

“이승에는 안 가.”

“네? 왜요? 안 보실 거에요? 저희를 못 데려가서 마음에 걸리는 거면 부장님이라도 다녀오세요.”

한이 안절부절 했습니다. 인도 괜히 가겠다고 했나 싶어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리고 이따가 밤에 나와 같이 갈 데가 있으니 퇴근하지 말고 사무실에 있어.”

부장 사자는 업무 알림을 확인하고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인과 한도 업무 알림을 확인했습니다.

인은 환생할 망자를 둘 만나고 장희준 망자를 만나러 어린 망자의 집으로 갔습니다. 장희준 망자는 강한나 망자 말대로 표정이 많이 밝았습니다. 인을 보자 달려와 인을 안으며 반겼습니다.

“잘 있었어?”

인은 장희준 망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장희준 망자는 밝게 웃으며 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일이 잘 해결 되었나 보네요.”

어린 망자의 집 자사가 물었습니다. 인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희준아. 그 고양이 할머니 이제 여기 없어. 아주 멀리 멀리 갔어. 다시는 희준이를 볼 수 없는 곳으로 갔어. 그러니 이제 시장에, 공원에 마음껏 나가도 괜찮고 고양이 걱정도 안 해도 돼.”

“진짜요? 그럼 이제 우리 엄마, 아빠도 괜찮은 거에요?”

인은 마음에 큰 돌이 떨어진 것처럼 쿵 했습니다.

“희준이가 엄마, 아빠가 걱정이 되었던 거구나?”

장희준 망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걱정하지마. 엄마, 아빠도 이제 괜찮아.”

장희준 망자는 인을 다시 꼬옥 안았습니다. 인은 장희준 망자의 등을 토닥여 주었습니다.

인은 어린 망자의 집 사자에게 김희자 망자가 죄의 무덤에 끌려간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김희자 망자와 장희준 망자 사이에 얽힌 인연도 알려주었습니다.

“그 때 여기까지 희준이를 찾아왔던 그 망자가 어딘지 이상하긴 했는데 그런 일이 있었네요······ 덕분에 이제 희준이가 걱정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어요. 고맙습니다.”

어린 망자의 집 사자가 고맙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아, 아닙니다. 저 혼자 한 일도 아니고······ 무엇보다 씩씩하게 잘 버텨준 희준이에게 제가 고맙죠.”

인은 희준이에게 인사하고 강한나 망자를 찾아 갔습니다. 집에는 없었습니다. 인은 시장으로 갔습니다.

“아! 사자님. 어서 오세요. 끅!”

강한나 망자가 시장 가게 사장님들과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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