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록 (죄를 지운 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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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c
작품등록일 :
2024.05.26 13:32
최근연재일 :
2024.09.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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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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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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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사자의 반격 3

DUMMY

부장 사자는 조심스럽게 시커먼 배 안으로 발을 들였습니다. 덩치가 큰 부장 사자가 배에 탔지만 배는 미동조차 없었습니다. 부장 사자는 인을 안아 올렸고 선이 뱃나루 위에서 인을 받았습니다.

“와! 살았어요! 살았어.”

멀찍이서 지켜보던 한은 갑자기 강한나 망자 손을 잡고 덩실덩실 뛰었습니다. 강한나 망자는 엉겁결에 같이 뛰었습니다.

“아니, 사자님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왜 춤을 추고 그래요?”

“인 사자요, 인사자. 인 사자가 살았어요.”

강한나 망자는 한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물었습니다.

“우린 다 죽었는데 뭘 살아요? 도대체 무슨 소리에요?”

“아······ 그렇네요. 아! 돌아왔어요. 인 사자가 돌아왔어요. 삼도천에 빠지지 않았어요.”

한은 다시 강한나 망자의 손을 잡고 신이 나서 덩실덩실 춤을 췄습니다.

“한 사자님, 알아듣게 이야기 해주면 안돼요?”

“아······ 아까 이상한 물괴가 인 사자를 삼도천으로 집어 던졌거든요. 꼼짝 없이 삼도천에 빠져서 소멸되나 했는데, 아니었어요. 저렇게 빠지지 않고 돌아왔어요.”

강한나 망자는 뱃나루 위에 누워있는 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왜 저렇게 누워만 있어요?”

팔을 휘저으며 신이 나 있던 한도 멈칫하더니 나루터를 바라보았습니다. 선과 부장 사자가 인을 깨우는 것 같았습니다.

“인 사자······ 인 사자 정신 좀 차려봐.”

선이 인을 흔들었습니다. 부장 사자도 인의 얼굴을 톡톡 쳤습니다.

“으으······ 어떻게 된 거에요?”

잠시 후 인이 신음하더니 눈을 떴습니다. 선은 인의 이곳저곳을 살핀 후에야 마음을 놓고 바닥에 주저 앉아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아······ 다행이다.”

“허허. 이렇게 놀란 적은 살아서도 없었던 것 같아······”

부장 사자도 털썩 주저 앉았습니다. 인이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선이 잠시만 더 누워있으라고 말렸습니다. 한도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신수들과 물괴들은 시끄럽게 서로를 물고 뜯었습니다. 문어 괴물을 반쯤 물어뜯고 있는 해태의 몸에도 상처가 꽤 많았습니다. 해태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신수들, 사자들 모두 상처 투성이였습니다.

마침내 문어 괴물이 힘없이 늘어졌고 해태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해태는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경이 피리를 불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해태가 눈을 부릅뜨자 눈에서 안광이 흘렀습니다. 해태는 경을 향해 거대한 몸집을 날렸습니다. 경은 피리를 불어 물괴 하나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해태를 막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거대한 몸집의 해태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경은 빠르게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지만 해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슥. 무언가 베이는 소리가 들렸고 물괴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습니다. 사람으로 변한 해태가 검을 휘두르자 커다란 검기와 작은 검기들이 경을 향해 소나기처럼 쏟아졌습니다. 경은 빠르기로는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경지였지만 많은 검기가 한 번에 쏟아지는 것을 모두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경은 두 팔을 엑스자로 교차하고 큰 검기를 막는데 집중했습니다. 해태의 검기가 경을 베지는 못했습니다. 경은 해태를 향해 차갑게 미소 지었습니다. 그런데 긴 검을 어깨에 걸치고 선 해태도 경을 보며 송곳니를 드러내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경은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감지했습니다. 경은 피리를 보았습니다. 피리가 검기에 베어졌습니다. 해태는 처음부터 작은 검기로 피리를 노렸던 것이었습니다.

피리가 망가져 피리의 힘이 사라지자 물괴들은 공격을 멈추었습니다. 경은 피리의 베어진 부분을 손가락을 감싸고 다시 불었지만 물괴들은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영감!”

해태가 신령님 망자를 불렀습니다. 신령님 망자 눈에도 망가진 피리가 보였습니다. 신령님 망자가 피리를 불자 물괴들과 신수들이 싸움을 멈추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덜 다친 물괴들은 움직이지 못하고 쓰러져버린 물괴들을 물고 끌며 삼도천으로 돌아갔습니다. 물괴들의 검은 피가 삼도천에 번지기 시작하자 삼도천이 일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쿠르르······ 크왕!”

삼도천 깊은 곳에 있던 물괴들이 피냄새를 맡고 올라와 다친 물괴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에 사자들이 놀라 웅성거렸습니다.

“다치고 힘 없는 물괴는 다른 물괴의 밥이 될 뿐이야. 물괴는 신경 끄고 움직일 수 있는 사자들은 다친 사자들을 삼도천 가로 옮겨 눕히도록 해.”

대사자 말에 사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다친 사자들이 삼도천 가에 자리를 잡았고 대사자는 삼도천 안개를 끌어 사자들을 치료했습니다. 신수들도 다친 신수들을 삼도천 가로 데려갔고 대사자는 신수들도 치료해주었습니다.

신령님 망자는 해태에게 다가갔습니다. 해태의 얼굴과 팔에 상처들이 꽤 많았습니다. 옷도 여기저기 찢겨 있었습니다.

“너도 가야지······”

“됐어. 이정도 쯤이야······”

“쎈 척 하기는······”

“척이 아니라, 쎈 거야.”

신령님 망자는 피식 웃었습니다. 해태는 이를 드러내고 씨익 웃었습니다. 한은 강한나 망자와 인이 있는 나루터로 달려갔습니다. 인은 일어나 앉아있었습니다. 한은 인을 끌어안았습니다. 강한나 망자는 조금 어리둥절했지만 부장 사자 옆에 섰습니다.

“다, 잘 된 거죠?”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망자님, 다음부터는 이런 데 오시면 안 됩니다. 위험해요.”

“에이.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게 하실 거잖아요.”

강한나 망자가 웃어 보였습니다. 부장 사자도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한 사자님 이제 그만요. 답답해요.”

“아, 미안.”

인을 안고 있던 한이 감싸 안았던 팔을 풀었고 인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인이 일어나자 시커먼 배로 변했던 살아있던 그림자가 들썩였습니다. 부장 사자가 깜짝 놀라 돌아보았습니다. 살아있는 그림자는 물처럼 흘러 나루터 위로 올라오더니 인에게 향했습니다.

“아! 저거, 살아있는 그림자에요.”

선이 단박에 알아보았습니다. 부장 사자와 한이 그 말을 듣고 살아있는 그림자를 막아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살아있는 그림자는 가늘고 길게 변하더니 인을 향해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인은 발로 다가오는 그림자를 막아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살아있는 그림자는 순식간에 인의 몸을 타고 올라가더니 손가락에 반지처럼 감겼습니다. 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손에 반지처럼 감긴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지켜보고 있던 이들도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아!”

인은 정신을 차리고 반지를 빼려고 했지만 반지는 손가락에 딱 달라붙은 것처럼 빠지지 않았습니다.

“허허. 살아있는 그림자를 실제로 보는 건 처음입니다.”

신령님 망자가 해태도 인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대사자도 물끄러미 인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았습니다.

“자네를 해칠 거였으면 삼도천에 빠진 자네를 구하지도 않았을 거야.”

대사자 말을 들은 인은 반지를 빼려던 것을 멈추었습니다.

“지난 번에 삼도천 기록소에 갔을 때 살아있는 그림자가 한 사자를 집어 삼키려고 했었어요.”

선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인의 손에 있는 반지를 보았습니다.

“그런가?”

대사자가 다시 반지를 바라보았습니다.

“아! 그 때······ 그러고보니 한 사자 말고 다른 생각이 들렸었는데······”

선은 문득 살아있는 그림자가 한 사자를 집어삼킬 듯 감싸고 있을 때, 한 사자가 아닌 다른 무언가의 생각도 들렸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냄새가 나······ 아! 라인의 냄새! 분명 라인의 냄새라고 했어요. 그런데 라인이 뭔지······”

인은 선을 쳐다보았습니다.

“제 이름이에요······ 라인.”

선, 대사자, 부장 사자, 한이 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다들 말 없이 인을 쳐다만 보았습니다.

적막을 깬 건 탁이었습니다.

“인사 치고는 꽤 거하게 한 거 같군요······ 다행이 삼도천에 빠질 뻔한 그 사자님도 무사하네요. 경 사자도 잡았으니, 이제 선 사자도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경은 포승줄에 묶여 나루터에 섰습니다. 선은 말없이 경을 바라보았습니다.

“조롱박 병 어디 있습니까?”

부장 사자가 경에게 물었습니다. 천 부장이 부장 사자를 바라보았습니다.

“사라진 인범진 망자, 경 사자가 데리고 있습니다.”

부장 사자가 말에 천 부장은 놀라는 듯 했지만 탁은 어딘가를 바라보더니 씨익 웃었습니다. 해태는 무언가 냄새라도 맡은 듯 킁킁 거리며 경계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사자도 심드렁한 표정으로 탁이 바라보는 방향을 바라보았습니다.

“뭔가 찾은 것 같네요.”

나루터에 휘가 모습을 드러냈고 다들 깜짝 놀랐습니다. 휘의 손에는 가방이 하나 들려 있었습니다. 경이 동굴에서 나올 때 가지고 있던 가방이었습니다. 휘는 가방을 탁에게 건넸습니다.

탁은 가방을 열어 조롱박 병과 종지로 만든 등잔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탁은 조롱박 병만 꺼내고 가방을 부장 사자에게 건넸습니다.

“이 안에 인범진 망자가 있다는 거죠?”

부장 사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안에 있는 망자를 어떻게 해야 꺼낼 수 있습니까?”

탁은 경을 바라보며 물었고 경은 체념한듯 대답했습니다.

“병을 반쯤 채울 물이 필요합니다.”

경은 망자를 꺼내는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한이 조롱박 병을 반쯤 채울 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조롱박 병은 진공청소기처럼 한이 만들어 낸 물을 빨아들였습니다. 물은 순식간에 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경은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만 보았습니다.

탁은 경이 설명한 대로 물이 든 병을 옆으로 뉘여 물이 다시 밖으로 흘러나오도록 했습니다. 병에서 물이 조금씩 흘러나왔고 깨알같은 무언가도 같이 흘러나왔습니다. 깨알 같던 무언가는 점점 커졌고 물에 젖은 두 망자가 부둥켜 안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인범진 망자만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망자가 나오자 모두들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탁과 휘만 놀라지 예상이라도 한 듯 놀라지 않았습니다.

“인범진 망자······”

탁이 이름을 부르자 인범진 망자가 고개를 들어 탁을 쳐다보았습니다.

“으아아! 살려주세요!”

인범진 망자는 탁을 보자 부둥켜 안고 있던 다른 망자를 떨쳐내고 탁의 옷자락을 잡았습니다. 다른 망자도 가장 가까이 있던 사자 옷자락을 붙잡고는 살려달라고 애걸했습니다.

“역시······ 환생하도록 놔두지 않았을 줄 알았어······”

탁은 경을 바라보았습니다. 경은 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죄 지은 망자 중 하나는 환생했다고 들었는데······ 설마······ 경 사자님, 피해자 망자를 찾아가 저 망자가 환생했다고 거짓말을 했나요, 그 피해자 망자가 안심할 수 있게······?”

부장 사자가 경에게 물었습니다. 경은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선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경을 보았습니다.

탁이 대강의 상황을 파악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망자에게 다가가 이름을 물어 확인했습니다.

“선 사자와 이 두 망자까지 모두 저희가 데려가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저희쪽에서 경위서를 비롯해 모두 처리하겠습니다.”

탁의 말에 대사자와 부장 사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럼 경 사자는 일단은 저희쪽에서 먼저 데려가겠습니다.”

천 부장이 말했고 대사자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탁 역시 이미 두 망자와 선만으로도 처리할 일이 산더미였기에 알겠다고 했습니다.

삼도천에 노자돈이 던져졌고 나룻배들이 왔습니다. 선과 두 망자는 죄의 무덤으로 가는 나룻배에 각각 태워졌습니다. 경은 천 부장과 이승 사자들이 타고갈 나룻배에 올랐습니다. 선은 좋은 곳 사자들과 강한나 망자에게 인사했습니다. 강한나 망자는 엉겁결에 인사를 받고는 인에게 무슨 일이냐고 귓속말로 물었습니다. 인은 조금 이따가 다 설명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선은 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경의 얼굴이 슬픔으로 일그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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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사필귀정 2 24.08.30 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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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경 사자 1 24.08.21 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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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확인 5 24.08.16 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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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확인 3 24.08.12 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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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사라진 사자 4 24.07.19 8 0 12쪽
23 사라진 사자 3 24.07.17 10 0 12쪽
22 사라진 사자 2 24.07.15 10 0 12쪽
21 사라진 사자 1 24.07.12 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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