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나 케이스:프로이트가 남긴 멸망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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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Afei
작품등록일 :
2024.06.0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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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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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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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0년

DUMMY

오래간만에 들린 모교의 앞거리는 자신이 대학을 때와 너무 달라져서 최호는 주위를 끝없이 두리번거리면서 걸어갔다. 대학교 1학년 때, 강의를 빠져나와서 친구들이랑 죽치고 앉아서 창밖에서 지나가는 여자들을 구경했던 카페는 유명 스포츠 웨어 플레그쉽 스토어로 바뀌어 있었고, 주머니 사정이 별로일 때도 점심 한 끼는 든든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우동집이 있었던 벽돌집 건물은 외관까지 싹 달라져서 지금은 전체가 클럽으로 되어 있었다.

그 건물들을 뒤로, 하고 학교 후문으로 이어지는 샛길로 꺾어지는 골목이 나왔다. 그 때는 이쪽에는 가게들이 없고, 다 주택가였는데 그 주택들이 모두 개조되어서 포차나 음식점, 또는 커피점으로 바뀌어버렸다. 다만 그 길이 맞나 다시 살펴보던 최호는 골목 끝에 필로티로 되어 있는 실내야구장을 보고는 안심하고 그 길 쪽으로 걸어갔다.

그 길을 계속 걸어가다 보니, 골목 중간 즈음에 찜닭 가게 나오자, 최호는 가게 밖에 서서 잠시 심호흡을 한다. 사실 최호는 오늘 대학동창회를 그렇게 나오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러나 동창회 나오라고 연락해 준 친구의 한마디가 그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것이었다.

찜닭 가게는 바깥쪽에서도 안쪽이 보이도록 창이 설치되어 있어서 가게 안의 손님들이 훤히 다 보였다. 살펴보니, 한쪽에 여러 테이블을 붙인 자리에 최호에게 익숙한 얼굴들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막상 가게 앞에 오니 들어가기 망설여지는 최호는 다리가 땅에 붙었는지 그냥 서 있다. 그러기를 몇 초, 몇 분이 흘렀나?

”야, 호야.“

최호는 옆에서 누군가가 자신에게 아는 척을 하는 바람에 화들짝 놀란다.

”이게 얼마 만이야? “

최호는 자신을 아는 척을 하는 동창의 얼굴을 보고 일단은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을 뒤져서 이 친구의 이름을 뒤지기 시작했다.

”여기 서서 뭐 해? 들어가자.“

그 친구는 거침없이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최호도 그를 따라서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어이, 잘들 지냈나?“


그 친구가 들어오자, 모두들 그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반가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를 따라온 최호는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 친구와 인사를 나누르라고 정신이 없어 보였다.

”너도 왔네.“

동창 중 한 명이 최호를 발견하고 아는 척을 했다. 하지만 몇몇 친구들은 최호를 보고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는다.

”야, 호야, 이 자식 드디어 얼굴을 보게 되었네. 내가 전화했지만, 네가 심드렁한 것 같아 안 나올 줄 알았어. 여기 자리 비웠다. 이리로 와.“

최호는 자신에게 동창회 소식을 알려준 승원에게 다가가 악수하고는 그의 옆에 앉았다.

”우리는 학교 졸업하고 처음 보는 건가?“

자리에 앉자, 최호는 자신의 옆에 한 여자 동창생에게 바로 질문을 받는다.

”그런 것 같은데,,,“


그녀는 누군가 인터넷 서핑에서 30대 여성 직장인의 옷차림을 검색하면 제일 처음 나올 것 같은 하얀 재킷에 감색 바지 차림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녀의 이름 역시 최호는 당장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도 호랑 졸업하고 처음이야. 이 녀석은 학교도 열심히 안 다녔잖아.“

”그래도 1학년 때는 같이 많이 다녔잖아? 우리.“

그랬었다. 그 여자 동창생과 1학년 때 같은 설계수업을 들어서, 같이 강의실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고, 밤에 배가 고파서 잠겨진 강의동을 몰래 빠져나와서 근처에서 야식을 먹으러 가기도 했다.


”야, 너도 그럴 때가 있었어? 그런데 왜 5학년 때는 설계수업을 그렇게 빼먹고 말이야. 맨날 교수님한테 내가 대신 혼났잖아. 자, 잔을 들어라. 맥주, 소주?“

”나, 술을 못하는데,,,“

”야, 이 자식아. 정말 오래간만에 만났는 데, 술 한잔 못하냐? 빼는 거야?“

”얘는 예전에도 술을 못한다고 했어.“

최호는 그제야 그녀의 이름이 기억났다. 윤아였다. 하지만 성까지는 기억해내지는 못했다.


그때 저쪽 자리에 큰 웃음이 터졌다. 최호와 같이 들어온 남자 동창생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그 친구와 주변 친구들의 웃음보가 빵 터졌다.

”어휴, 정말 효식이가 박사까지 공부할 줄 어떻게 알았어? 정말 대학 다닐 때는 머리에 글이 하나도 없어 보였는데.“

승원이 이야기를 꺼내자, 그때 서야 최호도 그의 이름이 떠올랐다. 최효식이었다. 윤아랑 달리 그의 성까지 기억해 낸 최호는 도리어 약간 당황했다. 윤아는 1학년 때 같은 수업을 들었고, 그때는 나름대로 학교를 열심히 다녔던 때라서 그래도 기억이 있는데, 사실 5년 동안 한 번도 같은 설계수업을 들은 적도 없었고, 같은 수업을 들을 때는 자신의 주변에서 효식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그의 성까지 기억하고 있는지 최호는 잘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러나저러나 오늘 수정이가 온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정말 교수가 된 거야?“

”오늘 교수들이랑 환영회가 있어서 못 온다고 하던걸“

윤아는 입에 소주 한 잔을 털어 넣고는 별일 아니라든지 한마디 내뱉는다.

”우리 동문 중에서 수정이가 첫 번째로 교수가 된 건가?“

승원도 맥주를 자기의 컵에 따라서 한 잔 마신다.

”그나저나 너는 어디에 다니고 있냐?“

윤아는 최호에게 소주잔을 내밀면서 한 마디를 덧붙인다.

”뭐냐, 안 따르고.“

최호는 옛날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도 윤아는 터프했다. 그런데도 그녀의 성격과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수정과 둘이 친한 것은 그 당시 최호에게는 잘 이해가 안 되었다.

”나, 취업 안 했어.“

최호의 대답에 윤아는 술을 마시다가 멈칫한다. 승원도 그 이야기를 듣고서, 약간 눈치를 보면서 맥주를 마신다.

”그럼 집에서 놀고 있는 거야?“

윤아는 여기서 더 묻지 않는 것이 어색할 것 같아 더 질문을 한다.

”놀지는 않고, 이것저것 알바는 해.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승원이는 윤아와 최호의 대화에 끼지 못하고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자리 쪽으로 술잔을 들고 간다.

”그래, 먹고살 만하면 되지. 사실 건축일도 별로 할만하지는 않아. 대학 때도 그렇게 밤을 새우면서 공부했는데, 지금도 한 달에 일주일 정도는 마감 때문에 낮 밤이 없다. 그렇다고 큰돈도 벌지 못하는데.“


그때 누군가가 승원의 빈자리에 턱하고 앉았다. 바로 효식이었다.

”너는 어떻게 하다가 박사까지 공부하게 되었냐?“

효식을 본 윤아가 역시 거침없이 질문을 던졌다. 효식은 머리를 끄적거리더니 콜라를 담아 온 자신의 잔을 들어서 마시고 대답한다.

”너도 술을 안 마시냐? 어떻게 내 주위에는 이런 인간들만 모이냐?“

윤아는 투덜거리면서 자신의 잔을 효식에게 내민다. 효식은 최호랑은 다르게 눈치있게 바로 그녀의 잔에 소주를 따른다.

”내가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박사 공부를 시작했다면 믿겠냐?“

윤아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효식에게 받은 잔을 입에 털어 넣는다.

”본인이 그렇다면 그렇지 뭐, 그런데 우리 학교 교수들 술고래들인데, 너는 술을 못해서 어떡하냐?“

”어, 너 어떻게 아냐?“

효식은 깜짝 놀라, 윤아가 술잔을 내밀지도 않았지만 빈 술잔에 다시 소주를 따른다.

”야, 밖에 나와보니, 우리 학교 교수들 유명하더라. 모두들 접대할 때 몸서리를 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대리기사를 맡았어, 그렇게 살고 있다. 야, 천천히 마셔.“


윤아는 눈살을 잠깐 찌푸리더니 효식의 말 대로 술을 한 모금만 마시고는 잔을 내려놓는다. 그때 동창 남자 한 명이 맥주병을 들고서 뒤쪽으로 다가왔다.

”어, 여기는 술을 안 먹는 사람들이 모인 곳인가? 아, 윤아는 마시는구나.“

하지만 윤아의 잔이 소주잔인 것을 보고는 맥주병을 옆에 놓고는 소주병을 찾는다. 그가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려고 하는 것을 안 윤아는 소주잔을 마저 비운다. 남자 동창은 서서 그녀의 잔에 소주를 따르면서 이야기한다.

”야, 나 수정이한테 연락을 좀 하려고 하거든. 내가 연락해도 생까지는 않겠지?“

”동창이잖아, 그럴 리가 없지.“

”아니, 원래 학교 다닐 때도 수정이가 좀 까칠했었잖아. 그래서 학교 다닐 때도 서먹했었는데 내가 갑자기 연락하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그 남자동창은 최호에게 은근히 눈치를 준다. 최호는 하는 수 없이 자리를 일어나, 다른 빈자리를 찾아갔다. 그 자리에 앉았지만, 양쪽에 있는 동창들은 자신들의 옆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최호로 옆자리가 바뀌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아직도 그런 소문을 흘리고 다니냐!“


윤아가 버럭 화를 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모든 동창들이 이야기를 멈추고 윤아를 쳐다보았다.

”야, 그냥 물어본 거잖아. 그거 가지고 그렇게 화를 내냐?“

윤아는 자신의 짐을 챙기고 그대로 가게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녀가 나가자, 몇 명의 여자 동창들이 그녀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아이참, 제는 아직도 성질을 못 죽였네. 저래서 회사는 어떻게 다니냐?“

”너도 없는 사람 뒷담화하는 것은 그대로이네.“

효식은 콜라를 마시면서 담담하게 한마디 한다. 하지만 모두 이야기 나누지 않고, 입을 꾹 담고 있었기에, 그의 말을 정확하게 들었다.

”이 자식이!“


윤아에게 당한 화를 풀기라도 하듯이, 그 남자동창은 효식의 멱살을 잡고서 자리에서 일으켰다. 그러자 남자 동창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그를 말린다.

”수정이한테 심사에서 잘 봐달라고 부탁하러 가면서, 찌질하게 뒤에서 욕을 하냐?“

그 말에 남자 동창은 발끈하며, 효식을 치려고 주먹을 들었다. 여자 동창들은 비명을 지르고, 다른 남자 동창들은 호통을 친다. 그때 효식의 면상으로 날아가는 그의 주먹이 갑자기 멈춘다.

그의 주먹이 멈춘 것은 어느새 그 남자 동창의 뒤쪽으로 다가온 최호가 그의 팔을 뒤에서 붙잡았기 때문이다.

”이 자식은 뭐야!“

남자동창은 더 날뛰면서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하지만, 어찌 된 것인지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러자 효식을 때리려던 남자동창은 최호에게 잡히지 않은 다른 손으로 그를 치려고 한다.

”그만하자.“

최호의 이 말 한마디에 그 남자동창은 갑자기 기가 죽었는지, 주먹을 공중에서 멈춘다. 그 틈에 다른 동창들이 둘을 떼어놓더니, 우선 그 남자동창을 데리고 가게 밖으로 나간다.


최호는 그냥 서서 탁자에 놓여 있는 소주 한잔을 마시더니, 아직 자리에 남아 있는 친구들에게 자기는 이만 가겠다고 하고는 가게를 나섰다. 가게 앞에는 남자동창들이 아직도 행패를 부린 그 남자동창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최호가 나가는 것을 눈치채지는 못했다.

최호는 그들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그들이 없는 골목 방향으로 걸어갔다. 얼마만큼 걸어갔을까, 그때 누군가 뒤에서 최호를 불렀다.

”호야, 우리 밥 한 끼 먹고 가자“

최호가 뒤를 돌아보자, 효식이 뒤따라오고 있었다.


효식이 데리고 간 곳은 닭곰탕 집이었다. 최호도 대학 다닐 때 자주 먹으러 왔던 그 가게였다. 둘은 안으로 들어가 곧바로 닭곰탕이랑 닭칼국수를 하나씩 주문한다.

”이 가게는 아직 있네? 학교 앞이 너무 바뀌어서 이 가게도 없어진 줄 알았는데.“

”아, 옛날 위치는 아니야. 여기로 옮긴지도 한 4,5년 되었을걸.“

효식은 휴지를 반 접어서 테이블에 놓고, 수저통에서 수저와 젓가락을 올려놓는다. 그 모습을 보고는 최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진다.

”왜?“

”아니, 왠지 내가 대접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말에 효식은 머리를 끄적이더니 머쓱한 웃음을 짓는다.

”내가 이렇게 산다. 석사에다가 박사까지 하다 보니, 자동적으로 수저통만 보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고, 컵에 물을 따른다.“

사실 최호는 대학 다닐 때도 효식과 별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는 그와 같이 밥을 먹었던 것이 지금이 처음인 것 같았다.

”그래도 좋아 보인다. 뭔가를 하고 싶은 게 있는 거잖아. 그게 공부이면 더 좋을 것 같고.“

주문한 닭곰탕과 닭칼국수가 벌써 나와서 식당 아줌마가 두 사람의 테이블 위에 가져다주었다. 닭칼국수는 효식의 것이었고, 닭곰탕은 최호의 몫이었다. 닭칼국수에 후추를 뿌리면서 먹을 준비하던 효식은 갑자기 젓가락질을 멈춘다.

”글세,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네. 일단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기는 하네. 돈은 못 볼고, 교수들 뒤치다꺼리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닭칼국수를 먹기 시작한 효식이었다. 최호는 속으로 이 녀석이 원래 이런 녀석이었나 하는 생각에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에이, 정말 오래간만에 수정이 얼굴 좀 보려고 동창회 왔는데, 기분 완전히 잡쳤어.“

그 말에 최호의 과거 기억들이 다 떠올랐다. 직접 효식과는 이야기를 나눈 적도 별로 없었지만, 같이 어울린 적은 없었지만 수정한테 이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이었다.

”미국 유학 때도 가끔 연락했지만, 정작 한국 들어왔을 때는 그 녀석도 일자리 찾는라고 바빠서 전화 통화만 했지, 얼굴 한 번도 못 봤잖아.“

”어, 그래.“

최호는 갑자기 이 자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밥만을 먹었다. 하지만, 효식은 그런 최호의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이 계속 이야기를 이어간다.

”아참, 수정이가 너 어떻게 지내느냐고 유학 시절 때도 그랬고, 한국 들어와서도 가끔 물어봤었어. 그래서 나도 네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여기저기 물어봤는데, 너의 근황을 아는 녀석들이 한 명도 없더라.“


최호는 여기서 효식이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무슨 핑계라도 대고서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때 효식의 스마트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효식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그 자료요? 그때 누나에게 메일로 보냈잖아요.“

효식의 표정에서 당황한 기색이 뚜렷해 보였다. 효식에게 전화를 건 사람의 목소리가 최호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아니, 확인해봐요. 제가 보냈다니까요?“

전화가 아니라, 직접 들었더라면 귀가 베일 정도로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였다.

”알겠어요, 알겠다고요. 곧바로 연구실로 올라갈게요.“

전화를 끊은 효식은 곤란함이 철철 흐르는 표정으로 최호를 바라본다.

”야, 나 아무래도 올라가야 할 것 같아. 연구실 박사 선배 누나가 당장 뛰어 올라오라고 하네. 그래서 지금 바로 올라가야 할 것 같아. 미안하다.“

효식의 닭칼국수는 아직 반 이상이 더 남아 있었지만, 그는 그대로 남기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너 전화번호 좀 줘라. 네 전화번호, 수정이한테 전해주어도 되지?“


갑자기 치고 들어온 효식의 요구에 최호는 무슨 변명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잠시 주저한다.

”나, 지금 올라가야 한다니까. 제 여기에 전화번호를 찍어.“

닦달하는 효식의 이야기에 최호는 그의 스마트폰에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찍었다. 최호가 전화번호를 다 찍자, 효식은 바로 스마트폰을 챙기고는 가게를 나가려고 한다.

”오늘은 미안하고, 우리 다음 주 정도에 수정이랑 같이 밥 한 끼 먹자.“

”어, 미안, 나 다음 주에는 나 외국 나가.“

한국에 없다는 이야기에 효식은 나가려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최호를 바라본다.

”외국을 나간다고? 언제 돌아오는데.“

”모르겠어. 올라가야 한다며, 내가 한국에 돌아오면 연락할게.“

때마침 다시 효식의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효식은 스마트폰을 보더니, 최호를 보면서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 알겠어, 돌아오면 연락해줘. 그럼 나 간다, 그리고 밥 먹자고 해놓고, 혼자 두고 가서 미안하고.“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는지, 효식은 곧바로 가게를 나갔다. 그가 나가자, 혼자 남은 최호는 자신의 행동을 바로 후회한다. 오늘 동창회를 온 이유 중, 9할은 사실 수정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녀가 오지 않자, 내심 안심이 되기도 했다.

”지금 와서, 무얼 하겠다고.“

그런데, 또 수정이 유학 시절 때도 그렇고, 지금도 자신의 안부는 궁금해 왔다는 이야기까지 전해 듣게 되자, 최호는 지금 자기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졌다. 과거의 기억에 얽매여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가 보자, 교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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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24.06.05 14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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