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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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명선생
작품등록일 :
2015.09.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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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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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0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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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DUMMY

"살아있는 놈들은 전부 죽여라!"

짐승조차 잠든 고요한 밤, 흉험하기 그지 없는 말을 하는 남자의 말에 움직이는 장한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삽시간의 칼날을 휘둘러댔다. 살아숨쉬던 사람들은 살려달라고 빌기전에 곤죽으로 만들어댄다. 피가 말라붙어 날이 무뎌질 정도로 선혈이 달라붙은 검에 뼈가 갈리고 살이 베여나가는 예리함을 자랑하고 있어 검기를 사용하는 무림인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크, 역시 어려움없이 하는 사냥이 제일 좋단 말이지."

"이게 모두 두목 덕분이지 뭐야."

몇 초만 하더라도 살아있었던 죄없는 사람들을 죽여놓고서 아무렇지 않게 말을 주고 받는 이 악당들에게서 두목이라 불리우는 이는 살적(殺賊) 구완엽, 살적이라는 명호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그는 사람 죽이기가 밥과 술처럼 자연스러운 악당이였다. 처음 산적으로 강도질을 시작하여 살인을 저질러도 눈깜짝 안할 지경이 된 그 밑에는 열명의 건장한 부하요. 그들 하나하나 삼류라고는 하지만 무공을 익히고 있었기에 대범하게 나오면 만만한 무림인을 터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오늘의 일은 손 안대고 코풀기보다 더 손쉬운 일이었다.

"어떻게해야 잘 죽일수 있는지 시험해 봤겠지. 이렇게 약해 빠지며 궁핍한 놈들은 시간을 들여 세를 받는것 보단 한꺼번에 털어버리는것을 말이다."

잔인하게도 이들은 산적질의 연습도 하며 쉽게 피맛을 보는것을 이유로 산속에 있는 작은 마을을 한밤에 습격해 몰살 시켜버린것이다. 그 안에는 젊었을적 벼슬의 길을 걷다 낙향해 마을서당의 훈장역할을 하던 공길형(孔吉炯)의 공가도 속해있었다.

"엄마! 아빠! 일어나!"

지금 울음소리를 내며 유일하게 살아남게된 공길형의 아들, 공일비(孔日飛)의 말에 불구하고 싸늘하게 식어버린 부모는 아이를 얼러주고 안아주지 못하고 있었고 하늘도 무심하게 그것을 들은것은 악당들이었다.

"헤헤, 요놈 보게. 아직 살아있잖아."

"야, 너희의 부모는 우리가 죽였다."

폐부를 찌르는듯한 악한들의 말에 공일비는 울음보라도 터진것처럼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너무나 믿기지 않는 상황이라서 꿈인척 모르는척 했는지도 몰랐지만 한번 터진 눈물이 쉽게 그칠리는 없었다.

"우아아앙!"

"고놈 시끄럽네. 금방 보내줄테니 기다려라. "

그러나 아이건 어른이건 울음소리, 저주섞인 말들을 언제나 들어와서 눈썹 하나 깜짝 않는 구완엽은 어떻게든 죽은 부모를 일으키려는 안타까운 광경에도 불구하고 공일비의 뒤통수를 조준해 살수를 펼치려 했고 그 부하들중 말리기는 커녕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아 이들이 얼마나 죄를 지어왔는지 잘 알수있었다.

"얘들아, 어르신의 칼솜씨를 잘 봐라!"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신을 차릴수는 없어도 호기롭게 외쳐대는 구완엽의 얼굴과 목소리에 두려움을 느낀 공일비는 저도 모르게 부모의 시체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엄마! 아빠!'

그렇게 어린 공일비의 목숨이 떨어지려는 순간.

-푸슝!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따뜻한 무언가를 뒤집어 쓰게 된 공일비는 방금의 왁자지껄한 소음들이 사라지고 나타난 갑작스러운 정적에 의문을 가지고 살며시 눈을 뜨고 말았다.

"히, 히익!"

그곳엔 방금전까지 잔악한 눈초리로 노려보던 구완엽의 모가지가 구기를 하는 공처럼 데구르르 떨어져 내리고 머리 없이 피를 줄줄 흘리는 몸통만이 서 있었던 것이다.

"우엑! 우엑!"

아이의 몸임에도 방금 그것이 얼마나 잔인한것인지 이해해버린 공일비는 우는것도 멈추고 짚고있던 땅바닥에 토악질을 해버렸고 구완엽의 부하들은 몸이 굳어버리기라도 한것처럼 멈춰서 있었다. 그들은 두목이 죽었다는 사실도 믿기질 않았지만 눈치채기도 전에 구완엽의 바로 뒤에는 어둠에 몸을 감추기 위해서 야행복을 입은 복면인이 서 있었던것이다.

"두목이 하, 한칼에 죽었다. 고수다!"

흥분해 땀투성이가된 산적들과는 다르게 차갑고 냉정한 목소리와 눈매를 지닌 복면인은 산적들에게 들리건 말건 혼잣말처럼 말했다.

"고수? 훗, 이런 놈 하나를 죽였다고 고수라니 죽은 놈들이나 죽인 놈들이나 여긴 질이 정말 낮은 곳이군."

무림인을 상대하다보니 없던 안목도 생겨나는 법, 두목을 한칼에 죽인 고수에게 복수보다는 달아나는것을 택해 뒷걸음 치는 산적들을 향해 복면인은 복면으로 인해 보이지 않았지만 비틀어진 웃음을 보였다.

"크아악!"

어느샌가 한명이 머리에 칼이 꽂힌채로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놓칠순 없지. 너흰 모두 서로 싸우다 죽은걸로 될텐데."

그러면서 두목의 시체로 부터 칼을 빼앗아 둔 복면인은 솜씨를 맘껏 발휘해 나가며 산적들을 사냥해나갔다. 아까 전 빼어든 구완엽의 칼에서는 살기가 넘쳐났다면 복면인의 검에선 차가운 한광이 흐르고 있었다.

"엄마! 아......"

그렇게 10분도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에 산적들을 도륙을 내버린 복면인은 토악질을 멈추고 다시 부모를 부르짖는 공일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가까이 다가와서는 수혈을 짚어 잠들게 만들었다. 그리고선 그의 몸을 여기저기 살피기 시작했다.

"우선 혈도는 정상, 근골도 그럭저럭이군. 좋아, 쓸만하겠어."

무언가를 확인하고서 만족한 복면인은 그대로 공일비를 들쳐업고서 마을에 불을 놓은채 사라져 버렸다. 누군가 불을 확인하기엔 너무 이른 시각, 연기와 불을 보고서 다가온다 하여도 사람들이 난도질한 참상에 정신이 팔려 아이 한명이 사라진것도 모를것이다.


"이게 뭐냐?"

그로부터 한 시간후, 마을보다 더욱더 심산유곡에 도달한 복면인은 도착하자마자 들쳐입은 아이를 옆에 두고서 문사 복장을 한 채 서있는 중년인에게 한쪽 무릎을 끓은채로 보고했다.

"인원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서 어떻게든 하고자 하는 마음에 우연히 발견한것을 데려왔습니다."

문사와 복면인, 이들의 뒤에는 수십명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그 수는 모두 스물 다섯, 희한하게도 이들은 모두 한마음 한뜻인것처럼 잠들어 있었다.

"멍청한 놈이...... 아이가 없다는 점을 눈치채 관가가 추적한다면 어쩔 생각이냐."

문사를 돕고자하는 일임에도 노기를 내뿜는 문사의 말에 황급히 자초지종을 설명한 복면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뒷말까지 덧붙였다.

"아직 어린 아이입니다. 그런 시골 마을에 어린 아이 한놈이 없어졌다고 관가에서 찾을 수고를 할리가 없잖습니까. 어차비 필요한 아이의 숫자는 스물 다섯이지만 지금 있는 아이들은 스물 넷. 이대로 간다면 곤란한건 우리 모두가 아니겠습니까."

"그럴 필요 없다."

"뭐야?"

흠칫하는 복면인의 말에 대답을 하면서 모습을 드러낸것은 장삿꾼의 모습을 한 남자였다. 어딜봐도 눈에 띄지 않는 외모와는 틀리게 눈에선 차가운 빛을 띄어 그가 예삿 장사꾼이 아니라는것을 알수있었다. 그 또한 이 둘과 함께 행동을 하는 인물이었다.

"우리가 배정받은 인원수 말이다만 사라졌었다는 아이, 찾았더군. 정확히 스물 다섯이 맞아 떨어졌다."

그말에 사고가 멈춰버린 복면인,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이 자리에서 가장 침착해야 할 중년인은 윽박질렀다.

"이제 스물 여섯이다. 어쩔 생각인거냐, 인원이 남아버렸다!"

쩔쩔 매며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복면인과 그에 휘말려 함께 욕을 먹는 장사꾼은 자리에서 멈춰선채 중년인의 분노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렸다.

'어째서 나까지 혼나지 않으면 안되는거냐.'

억울한 마음이 드는 장사꾼이었지만 마음먹으면 둘을 한꺼번에 죽일 실력자에게 반항하는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

"데리고 가자! 이 일에 대해선 일단 보고를 올릴테니 그렇게 알도록."

이렇게 열불같이 화를 내긴 했지만 문사로서도 곤란하긴 마찬가지였다. 잘못한곳은 공급처라곤 해도 부하가 불의의 사태가 일으킨것에 대한 책임, 잘잘못을 따지자면 자신에게까지 오는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운 좋은 놈 같으니라고. 내가 담당자라서 망정이지 다른 곳이었다면 네놈 잘못으로 즉각 처단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일비를 납치해온 복면인은 사안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보고 있었다. 지금의 자리에 만족할수없기에 불의의 사태가 일어난차, 점수를 벌기위해 아이 한놈 납치하는데 모습을 드러내 더러운 놈들을 죽이려 무공을 쓰고 마을에 불까지 지르는 갖은 고행을 다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욕 뿐이었다.

'제기랄! 저 놈이 올라가면 다음 책임자론 내가 당상인데, 하필 인원부족이 아니었다니

자신들의 생업상, 정체가 밝혀지면 치명적이라는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모습을 드러낸것에도 불구하고 고생끝에서 욕만 진탕먹은것이다. 그러면서 복면인은 장사꾼을 슬쩍 바라보았다.

'마음에 안드는 놈. 저자식은 날 떨궈내기 위해서 아이를 숨긴게 틀림없다.'

멋대로 행동한것은 그쪽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사실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리 없는 복면인이 마지막으로 시선을 향한곳은 수혈이 짚인채 잠들어있는 공일비의 모습이었다. 아까전까지 난리를 피워 자신을 불러들였다는것도 모른채 평화롭게 쿨쿨 자고있는 모습을 보자니 괜시리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괜히 살려줘가지고. 그냥 죽여버릴까?'

이제는 음험한 생각마저 하게된 복면인을 말리는것처럼 다시 모습을 드러낸 문사의 말이 이어졌다.

"허가가 떨어졌다. 이제 스물 여섯명의 아이들은 모두 본 조직의 재산이 되었다. 이들의 특징을 기록해 놓은것을 보고할테니 모두 얼굴을 기억해두도록. 수련을 시작하기 전에 한명이라도 사고가 난다면 우린 모두 본부의 눈밖에 나버리는거다. 알겠나?"

""옙!""

명백히 긴장한 목소리를 한 두명. 그들이 속한 조직임과 동시에 거역할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죽이라고 한다면 죽이고 죽으라고 하면 꼼짝없이 죽을수밖에 없는 그곳에 명령이 떨어진 이상 거부는 용납할수없었다.

필요에 따르면 피를 나눈 부모형제에게 조차 칼을 겨누는 조직, 그런 무시무시한 조직에 어린 공일비는 납치당하고 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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