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일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탈명선생
작품등록일 :
2015.09.05 20:20
최근연재일 :
2016.03.13 10:38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52,710
추천수 :
1,033
글자수 :
146,712

작성
15.09.16 14:16
조회
2,392
추천
49
글자
9쪽

3장 (3)

DUMMY

마을을 벗어나 걷던 둘은 서둘렀지만 어느새 중천이던 해가 지어 주위가 어둑어둑해졌다. 오임식 한명이었다면 날을 새서 목적지까지 당도했을테지만 지금은 짐덩어리가 하나 있는 상태였기에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이 이상 걸었다가는 위협이 있으니 여기서 자고 가도록 하자. 불을 피울 나무를 모아와라."

"네."

여기저기서 주어온 나뭇가지와 잘라낸 땔감들을 부싯돌을 이용해 불을 피운 오임식은 가지고 있던 봇짐에서 말려져있는 천을 꺼내었다. 밖에서 자는것은 익숙한 공일비는 그것을 바닥에 깔고서 위에 앉았다.

"자기전에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고 있겠지."

"반드시 잠자리 주위를 확인하고 자도 깰수있도록 선잠을 자요."

"혹시라도 자다가 위협이 느껴진다면?"

"실력이 모자라니 도움을 요청해요."

이런저런 문답을 통해 공일비가 바깥에 나와 들뜨긴 했지만 중요한것들을 잊지않고서 숙지하고 있다는것을 확인한 오임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고있군. 그리고 한가지 더 추가하겠다. 내가 부재중일때에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라. 내가 반드시 따라갈테니."

또다시 처음 듣게된 말에 갸우뚱하는 공일비가 잠자리에 들려 누우려던 찰나 갑자기 등뼈가 쭈볏서는것을 느꼈다.

'어? 왜 이러지.'

영문도 모르는 현상에 놀란 공일비가 오임식에게 물으려 할때 그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뽑아들고 있었다.

"짐승인 줄 만 알았는데 사람이군. 이제부터 내가 말했던대로만 행동하고 입을 열어라."

"알았어요."

'이 녀석 설마 이 거리에서 위험을 알아차린것인가?'

놀라지도 않고서 자신의 말을 고분고분하게 따르는 공일비를 바라본것도 잠시 다시 한번 살기를 느낀 방향을 향한 오임식의 눈이 차갑게 젖어들어갔다. 그 눈매를 하고 있을땐 건드려선 안된다는것을 잘 아는 공일비는 꼼짝도 하지 않고서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렇게 십여분이 지났을까 오임식이 바라보는 방향에서 허겁지겁 커다란 봇짐을 짊어진 두 남자가 달려오는것이 보였다.

"살려주시오!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우리마저 죽이려 쫓아오고 있소이다."

눈물을 흘리는 그들의 몸은 여간 급히 달려온건지 여기저기가 상처투성이였고 죽을힘을 다해 뛰어왔는지 얼굴은 땀으로 흥건했고 입에선 단내를 풍기고 있었다. 그들이 적의를 가진것이 아니란것을 확인한 오임식은 한손으로는 검을 부여잡은채로 물었다.

"천천히 말해보시오. 그대들은 누구신가?"

그러자 울며불며 하던 사람들중 하나가 소매로 얼굴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우린 본디 가게를 차리고서 물건을 팔던 장사꾼이었지만 장사가 여의치 않게 되어 가게를 접고서 떠돌아다니는 상인이 되었소. 오늘 산을 넘어가다 갑작스레 시비를 걸어온 사람이 물건을 내놓으라며 쫓아오지 않겠소? 덕분에 다섯명이던 우리는 둘밖에 남지 않게 되었수다."

"사정은 잘 알았소. 그자가 혹시 자기가 어디어디의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더이까?"

"그저 칼만 휘둘렀소."

"그럼 내가 나서도 되겠군. 물러서시오. 그자가 가까이 다가왔소."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서 입에서 혀를 내민 남자가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아까전과는 다르게 힘이 남아있는건지 한손으로 칼을 휘둘러 대고 있었지만 검을 들고 자세를 취한 오임식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그 자리에 멈추어섰다.

"그대들은 누구시기에 나와 그들의 만남을 방해하시는가?"

"나는 청주문 문하의 오임식이고 이쪽은 내 사제인 가수익이요. 그대는 무림인인인것처럼 보이는데 어찌 힘없는 사람을 죽이려 하는거요."

그 말에 남자는 들고 있던 칼을 천천히 내려놓고선 굵은 목소리로 사근사근하게 말을 꺼내들었다.

"그대는 무언가 오해를 하는듯 싶소. 이 손아무개는 말이요. 저기 저 산에서 날이 좋아 낮잠을 자려고 했소이다. 헌데 자고 일어나보니 내가 가진 노잣돈이 사라져 있지 않겠소? 난 의문을 지니고서 우연히 길을 가던 다섯 사람에게 정중히 봇짐을 보여달라 요구했건만 저들끼리 겁에 질린채 도망치고서 보여주질 않았고 한사람 한사람 물어보었지만 셋은 아었으니 둘 중 하나가 훔쳐간것이 틀림없소."

그러나 이 손아무개는 자신이 했던 말과는 다르게 검에 피가 말라붙어 있는데다가 눈알을 희번뜩이고 있어 상인들과 손 아무개의 말 어느쪽이 믿음이 가는지는 확연해보였다.

"거짓말입니다! 저 인간은 봇짐을 내려놓질 않는다면 우릴 죽이고 가족마저 팔아넘기겠다며 협박까지 했습니다."

공포심에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입을 열어보인 남자에게 오임식은 진정하라는듯이 한 손을 휘젓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럴수는 없어보이네. 만약 자네가 상인들을 죽이고서 봇짐을 빼앗는 강도이며 목격자인 우리를 죽이려 한다면 어찌하겠는가?"

"하하하! 거참 웃긴 말이구랴. 강도라니? 무공을 익힌 내가 강도처럼 보인단 말인가?"

그 말에 웃음보가 터진것처럼 미친듯이 웃어대는 손아무개가 갑자기 웃음을 멈춘채로 발을 움직여 칼을 올린뒤에 그것을 쥐자마자 오임식에게 달려들었다. 그야말로 순간의 일이엇다.

"내 봐주려고 했는데 하는수 없지. 그대와 사제도 쓰러뜨릴수밖에 없겠구려, 죽엇!"

예상치 못한 필살의 공격이라 생각했는지 본색을 드러내 악귀같은 얼굴을 한 손아무개가 살기가 잔뜩 담겨진 검이 바로 오임식의 머리를 내려치려고 할때였다.

"아!"

푸슉하고 무언가가 잘려나간 소리가 나더니 닿았어야 할 검은 허공을 갈랐고 목이 베여져 있었다. 그것은 몇년전 죽을 위기에 처한 공일비를 구하기 위해 복면인이 산적에게 시전했던 잊지못할 기술이었다.

"커억! 커어어......"

베여진 목을 부여잡으며 무너지는 손 아무개는 눈도 감지 못한채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지만 초점이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형형한 눈에 일그러진 얼굴 그대로 쓰러진지라 시체는 목불인견이 되어있었다.

"히이익, 무림인이 무림인끼리 사람을 죽였다! 살인자!"

그렇게 오임식이 손아무개를 단칼에 죽이자 봇짐을 들머진 상인들은 고맙다는 인사없이 저멀리 도망쳐버렸고 그 자리에 시체와 둘만이 황망히 남겨지게 되었다.

"기껏 도와줬더니 참 은혜도 모르는 사람들이네요. "

혹여나 상인들이 했던 말에 기분이 상하진 않았는지 살피는 공일비였지만 오임식은 짐승들이 불러모을까 시체를 남겨두고서 다른곳에 잠자리를 옮기는 정도였다.

"무림인을 상대해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만약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감사의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수가 틀려 죽여버리고 봇짐을 빼앗을수도 있었다."

"아니, 왜 그런짓을 한답니까?"

타오는 장작을 바라보는 오임식이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흉악한 말을 해대자 공일비는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마을에서의 왈패들과 도와준 상인들을 보았느냐? 난 검법다운 검법을 취하지 않았는데도 왈패들은 겁을 먹고서 우릴 놔주었고 아까전 상인들을 강도로부터 목숨을 지켜주었지만 저들은 지레 겁을 먹고서 도망쳐버렸다. 설령 나보다 몇배나 사람을 죽인 사람이라 하연들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면 겁부터 날것이다. 어떤 무공을 익혔으며 어느 경지에 도달했다는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무림인이 모두 같은 사람으로 보일것이다."

"어떤 사람으로 보인단 말입니까?"

"살인자! 도적놈! 머리를 쓰지 않고 칼만 휘두르는 그런 놈들말이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강렬해 마음을 자극받는 공일비는 혹여나 자신에게 퍼붓는것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리고 그 말이 맞다. 무림인이란 무공을 익히지 않은 자에게는 군림하기 쉽기에 얕보지만 익힌 자들은 저들끼리 군림하려 상승의 무공에 대한 끝이 없는 욕심을 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닫으며 상념에 잠기는 오임식에게 공일비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 그렇고 싶지 않아요. 그냥 저 하나 지킬수있었으면 좋을텐데."

"......너도 조금 철이 든다면 내가 한 말을 이해할수있을것이다."

왠일로 나약한 소리를 하지 말라는 구박도 받지 않은채 공일비는 잠을 잘수있었지만 오임식이 했던 그 말과 자신들을 보던 상인들의 눈초리가 그렇게 찜찜할수가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허공일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10장(2) 16.03.13 670 13 16쪽
28 10장 16.03.08 801 11 14쪽
27 9장(4) 16.02.26 745 12 18쪽
26 9장(3) 16.02.16 707 16 16쪽
25 9장 (2) 16.02.06 875 16 14쪽
24 9장 16.01.31 874 15 10쪽
23 8장(4) 16.01.26 957 13 16쪽
22 8장(3) 16.01.16 934 17 11쪽
21 8장(2) 16.01.07 1,269 20 8쪽
20 8장 15.12.31 1,126 20 9쪽
19 7장 (3) 15.12.17 1,151 19 14쪽
18 7장 (2) 15.12.01 1,684 21 13쪽
17 7장 15.11.17 1,577 25 9쪽
16 6장(2) 15.11.06 1,605 29 11쪽
15 6장 15.10.29 1,663 35 9쪽
14 5장 (3) +1 15.10.25 1,745 35 13쪽
13 5장 (2) 15.10.12 1,807 33 14쪽
12 5장 15.09.30 1,701 36 7쪽
11 4장 (3) 15.09.28 1,910 44 12쪽
10 4장 (2) 15.09.23 1,981 44 12쪽
9 4장 15.09.19 2,149 48 10쪽
» 3장 (3) 15.09.16 2,393 49 9쪽
7 3장 (2) 15.09.16 2,294 52 7쪽
6 3장 +1 15.09.14 2,508 58 10쪽
5 2장 (3) 15.09.13 2,463 60 8쪽
4 2장 (2) 15.09.12 2,712 63 8쪽
3 2장 15.09.11 2,986 60 8쪽
2 1장 15.09.10 3,855 71 12쪽
1 서장 +5 15.09.09 5,569 98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