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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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명선생
작품등록일 :
2015.09.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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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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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1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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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장

DUMMY

스물 여섯의 아이들이 무공을 익히고나서 별탈없이 삼사년이 지나갔다.

처음이야 좋다고 무공을 익히기 시작한 아이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가 머릿수가 커지자 그것들이 별볼일없는것이라고 눈치채고 점차 불만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가장 앞장서는 아이는 다른 조의 아이들로부터도 대표가 되어있는 1호였다.

"어째서 우린 배운걸 또 배우기만 합니까? 듣기로는 무림에는 각종 신공절학(神功絶學)이 가득한데 이런 시시한것들만 하다간 결코 다른 이들을 따라잡지 못할겁니다."

건방지다고 할수있는 1호의 말에 문사는 겉으로 보기에 정이 많아 보이는 얼굴을 시전하며 아이들을 도닥였다.

" 확실히 너희들과 같은 또래인 명가의 아이들은 벌모세수(伐毛洗髓)를 받고 가전무공을 익힘과 동시에 영약을 복용해 실력을 늘려나간다. 그러나 너희들도 알다시피 우리에겐 그런 무공과 영약이 존재할리 없을뿐더러 조바심을 낸다고해서 무력의 차이가 메꿔질리가 없는 노릇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익힌 무공이 완벽하게 자기것으로 만드는것이 가장 중요한것이다. "

처음부터 용도가 정해져 있는 아이들에게 영약을 복용시키고 강한 무공들을 배우게 할 생각이 없는 조직의 방침에 문사는 그렇게 대답했다.

몇년간 아이들이 배워 온것들, 그것들은 간단한 삼재검법과 각종 무기를 다루게 하는것에 불과했고 나머지 것들은 몸을 숨기는 은신술, 추적술이었으며 가장 쓸만한것은 몸을 가볍게 하여 빠르게 움직이는 경신법정도였다. 그러나 이 경신법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세명과 겨룬다면 뱁새가 황새정도로 차이가 나있었다.

항의를 했지만 분이 풀리지 않는 아이들. 특히나 각 조의 빼어난 아이들이 모여 저들끼리 회의를 만들기 시작했다.

"저들은 우리를 대체 뭘로 보는걸까? 그들이 익힐수있는 무공만 있다면 난 충분히 그들을 뛰어넘을 자신이 있다."

"말 조심해라. 1호, 그들은 우리의 말을 엳듣고 있다."

영특하다는것을 넘어 영악하다는 평가를 받게된 4호는 눈알을 굴리며 씩씩 거리는 1호의 입을 조용히 막았다. 주위에 아무것도 느껴지질 않았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이 감시 받고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우리의 나이가 몇인데 이런 취급을 받아도 좋다는거냐. 19호? 뭐하는 거냐."

이야기를 듣다말고 어딘가를 빤히 쳐다보는 19호, 그런 19호는 다듬진 않았어도 제법 미색을 갖추고 있었기에 어염집 딸이었다면 어린 나이에도 청혼이 들어왔을것이다.

"저기 26호가 또 운기조식을 하고있어. 이대로 간다면 또 혼날것이 분명한데도 말야."

19호가 가르쳐준 방향, 거기에는 공일비가 바위에 앉아 가만히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1호와 4호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에겐 경멸의 눈초리가 서려 있었다. 몇년이 지났건만 공일비는 소극적인 태도 그대로 혼자있기를 좋아했던것이다.

"흥, 저 녀석은 실력도 배알도 없는 놈이야. 만약 조금의 자존심이 있었더라면 우리의 밑으로 들어와 합류했어야 했다."

"그래, 어차피 저놈은 우리와는 다르다. 그런것보다 어떻게해야 그들에게서 상승의 무공을 배울수있는지에 대해 의논하자."

'다들린다, 다들려.'

신랄한 비판을 받은 26호 공일비는 귓가에 생생히 들려오는 욕설에도 그러려니 무시하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운기조식을 취했다. 처음 미움을 샀던 탓인지는 몰라도 시간이 흘러간 지금도 공일비는 철저히 경멸을 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에 더해 그가 성장해 나갈수록 시키는 수련은 점점더 힘들어지고 고달펐기에 공일비는 매일 기립을 빠뜨리지 않음에도 며칠에 한번씩 운기조식을 하는것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일다경 정도가 지났을 무렵의 일이었다.

"오늘도 하지 말라던 운기조식을 했더군."

"죄송하지만 이걸 하지 않으면 피곤해서 어쩔수가 없는걸요."

시간이 지났지만 변함없이 날카로운 눈매와 차가운 말투로 대하는 복면인이 기척도 없이 나타났는데도 익숙해진 광경인 나머지 어기적거리는 공일비의 태도가 어지간히도 거슬린 복면인은 손가락 마디보다 작달만한 돌 한개를 날렸고 아슬아슬하지만 공일비는 그것을 삭 피했다.

"어째서 피하는거냐."

"아프잖아요."

"아프라고 날리는거다."

나름의 공격을 피했는데도 불구하고 울적해진 표정을 짓는 공일비에게 자극받은 복면인은 이번엔 여러개의 돌을 날렸다. 아까전보다 빠르고 힘이 실려서 인지 끝내 공일비의 얼굴엔 모기가 물려 부어오른것 같이 빨간 자국이 여기저기에 생겨났고 그 광경을 가장 높게 자라난 나무에 숨어있는 문사와 상인은 그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운기조식을 하지 않는다면 노동이 힘들어지지도 않을텐데 혼나면서도 반복하다니 미련한 놈입니다."

"하지만 26호까지 저정도라면 다른 아이들은 모두 무공을 익히지 않은 하급 무사의 방패 막이는 할수있다고 봐야겠군. 좋아, 이제 세번째 단계로 들어가 볼까?"

"드디어 세번째 단계까지 진입했군요."

첫번째와 두번째단계 아이들을 데려오고 무공을 익히게 한것도 의뭉스러운데 세번째 단계란 과연 무엇인가? 아이들이 둥지를 벗어나지 않도록 묶어두고 사육한것이었다면 세번째 단계는 바로 목줄을 묶은채 실전을 겪어보게 하는것이었다. 이들 셋이 몇해를 걸쳐 기다려온 순간이기도 했다.


"너희 모두에게 전해줄 말이있다. 요근 들어 너희들에게서 우리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것을 잘 아는 바이다."

그렇게 말한 문사는 전에 없이 무서운 표정으로 나무로 만들어진 단검을 뽑아보이고 날려버렸고 아이들이 눈치채기도 전에 도달한 단검은 부딪힌 바위 깊숙히 박혀들어갔다.

"그러나 잊지말아라! 우린 너희를 거두어주었다. 우리 중 누구 하나 마음만 먹는다면 너희 전부를 실력이 있다는것을......"

오싹해진 아이들이 움츠러드는것을 확인한 문사는 다시 다정한 얼굴로 돌아가 용건을 전달했다.

"그런 너희들에겐 희소식이 있다. 지금 너희는 너희의 무공이 어떤 단계에 왔으며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수있는 곳으로 가게 될것이다."

"그말은 무림으로 가게 된다는겁니까?"

4호의 말에 상인이 앞으로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내가 1조, 3조, 5조 옆에 있는 그가 2조와 4조를 한번에 한조씩을 이끌고 산으로 내려가 강호에 발을 담갔다 뺄것이다. 그러려면 너희들도 갈아입힐 새옷이 있어야 할테니 수치부터 쟬것이다.."

그 말에 아이들사이에서 환성이 터져나왔다. 산에 틀어박혀 무공을 몇년간 익힌 그들로선 이런 기회가 언제 찾아올지 모르고 있었던 탓이었다. 다른 아이들과 공감거리가 부족한 공일비도 예외는 아닌지라 박수를 쳤지만 그는 다른 이유로 기뻐하고 있었다.

'그렇다는건 혼자인 나는 어찌 되었건 5조에 속할것이 분명해.'

"다른 아이들과 함께 갈수있으리란 생각은 버려라. 넌 나와 함께 둘이서 강호에 들어갈것이다."

입꼬리가 올라가기도 전에 등뒤에 서 있는 복면인의 말에 입을 경련하는 공일비. 그는 잠시라도 복면인의 눈을 벗어나 강호를 유람할수있으리라는 생각을 접고서 좌절하였다.

'난 망했다.'

그렇게 총합 두 조가 한 번씩 몇년을 수련해왔던 이 장소를 벗어났다가 돌아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부러움을 받으면서 이곳을 벗어났던 아이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던것이다. 1조를 비롯해 2조 다음은 3조, 4조까지 모두가 충격을 받아서 심술궃게 대해야 하는 공일비에 대한것도 잊은것처럼 보였다.

"무슨 일인데 그러는거야?"

아무도 경험담을 얘기해주질 않았기에 아직 내려가지 않은 여섯명의 아이들에겐 궁금증만 더해져가고 있었다.

"5조, 6조는 기상해 산으로 내려갈 준비를 한다."

새벽녘에 일어난 공일비는 상인의 말에 올게 왔다는 생각을 했다. 낡아빠져 닳을때까지 계속 입었던 옷대신에 새로이 지급된 남색의 옷을 입은 공일비는 가슴을 두근거리며 상인의 지시에 따라 있던곳을 벗어났다.

지형을 기억해낼지도 못할정도로 험한 산세를 거쳐 가파르지 않은 땅에 도달한 아이들중에서 5조에 속한 다섯명은 상인과 함께 갔고 혼자서 6조인 공일비는 옷을 바꿔 입은 상인이 5조를 이끌고 사라져가는것을 쳐다볼수밖에 없었다.

"설마 나를 여기 버리고 가버린것은 아니겠지. 그 나쁜놈이라면 나를 골칫거리라고 내버려 두는짓을 하고도 남지."

"누가 나쁜 놈이라는 것이냐?"

기다린지 오분이 지나도 복면인의 모습을 찾을수 없자 투덜거리는 공일비의 눈앞에 청포의 장삼을 입은 청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쳥년의 옷차림으로 보건대 꽤 잘사는 집안처럼 보이는데다가 오랜 만에 만나게 된 타인인지라 공일비는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다."

"저라니요, 전 당신을 알지 못하는데."

그러자 청포 장삼의 청년은 얼굴을 찡그렸고 공일비는 어디서 많이 본 눈매에 깜짝 놀랐다. 그 눈은 자신을 그렇게나 쳐다보았던 복면인의 것이기 때문이었다. 저도 모르게 공일비의 입이 헤하고 벌어졌다.

"복면 안쪽의 그 얼굴이었습니까?"

"멍청한 놈답게 멍청한 말을 하는구나. 이건 변용술이라 하여 본래의 용모에 화장이나 꾸밈을 추가하는 기술로 골격을 바꾸는 역용술에 비하면 떨어지지만 정체를 숨기기에 유용한 수법이다. 따라와라."

변장이라고는 하지만 익숙치 않은 느낌이라 공일비는 어색한 느낌을 감추지 못하고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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