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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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명선생
작품등록일 :
2015.09.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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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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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31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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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DUMMY

대부분의 싸움판에서 마무리, 상대를 완전히 끝장내지 못하여 장개윤의 허가를 얻은 교수분에게 분이 풀릴때까지 얻어 맏고 전불기에겐 구박받는 나날을 보내길 몇달이 지난 어느날의 일이었다.

"손님 맞으시오."

"어서 오십시오. 나리들 자 어서, 지부장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사람을 밖으로 보내는것만 누군가를 안으로 들이는것을 좋아하지 않던 하오문 지부에 다른 세력의 무림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부쪽에서 길일(吉日)을 고르고 주위의 크고 작은 문파들을 불러모았다. 지부라고는 하지만 전국 곳곳에 지부가 있다는 대하오문의 위세(威勢)를 보여주며 사이를 돈독히하기 위함이었고 초대받은 이들또한 한 문파의 주인으로 자신의 세를 보여주기 위해 온것이었다. 그 중에서 직접 초대에 응답한것은 작은 세력을 지닌 문파들 셋으로 나머지는 하오문과 어울리는것이 버거워 거절, 큰 세력에서는 혼자서가 아닌 다른곳도 초대했다고 이것조차 무시해버렸다. 물론 하오문 지부에서도 예의상 보낸것에 불과했다.

이 초대받은 세 문파들은 하오문 지부에 있는 인물들의 비교적 정중한 안내를 받으며 건물로 들어갔다. 이야기의 내용들은 요즘 무림의 동향, 큰 세력을 지닌 문파에 대한 뒷담과 같은 극히 평범한것들이었다. 그렇게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것으로 흘러간것이 수 시진, 해가 저물고 저녁이 되자 하오문 지부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게 꾸며진 건물 안에 술상이 차려지고 기녀들이 나타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세 문파 분들께서 바쁜 가운데 참석해주셔 감사드립니다."

하오문 지부의 지부장 관조필(觀措弼)이 먼저 겸양의 말을 꺼내었다. 그는 잔치를 연 주역답게 가운데 자리에 앉아서 다른 세곳의 인물들을 바라볼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오른쪽 자리에 차려진 상에 떡하니 자리 잡은것은 지부 하오문도들에게 장나으리, 장대장과 같은 칭호들로 불리우는 말상의 장개윤이었다. 원래라면 지부장과 같은 위치에 앉아 상을 받는것도 그의 위치에선 과분한 일이나 장개윤은 자연스레 술상에 앉아 지부장이 해야할 술을 권하였다.

'으음, 과연 이곳 지부에서 대장이라 불리우는 장개윤이구나. 관 지부장도 감히 함부로 할수없다는것이 사실일 줄은.'

이런 무례함에도 관조필이 별말 없이 넘어가자 다른 문파의 주인들도 신경쓰지 않고서 오히려 관조필보다 장개윤에게 술을 더 많이 권유했다.

그렇게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여 반시진 정도가 지났을 무렵의 일이었다. 연회가 열린 건물밖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이놈! 감히 하오문의 이름이 무섭지도 않느냐! 어중이떠중이가 감히 어딜!"

소란 소리가 안쪽안에서 들릴 정도로 시끄럽자 관조필은 고개를 숙이며 다른 이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신경쓰지 마십시오. 가끔 겁없는 자들이 이리와 겁박을 합니다만 그리 신경쓸 일은 아닙니다. 저희 문도들이 알아서 할테니 마십시오."

"허허, 저희쪽에서도 무례한 자들이 시비를 걸어오는 비슷한 경험을 하기에 잘 알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오늘 같이 좋은날 인상찌푸려야 되겠습니까."

허례허식의 예의치례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곳엔 검게 탄 피부의 칠척 장한이 모습을 드러내어 중인들을 놀라케하였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하인들에게 맡겨두려던 무기를 찾으려 하였으나 그전에 걸걸한 목소리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오. 난 남쪽에서 온 금치맹(禽治猛)이란자이오만 강호를 유람하다 잠시 이 지방에 머물게 되어 이곳에 있는 분들과 친분을 쌓던와중에 여러 문파가 모이는 모임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안식(眼識)을 높이고자 이곳을 잠깐 들른것 뿐이오. 실례했소이다."

장한의 말이 끝나자마자 입을 닫고 있던 하오문도들이 웅웅거리는 벌처럼 시끄럽고 큰 이구동성을 냈다.

""지부장! 이 자들이 우리의 제재를 무시하고서 여기로 왔습니다.""

"네놈들이 여기에 들어오려면 돈을 내야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이 금치맹 또한 이 자리에 있는 분들과 견줄법한데 무명소졸이 어찌 방해하려는건가!"

관조필이 보기에도 스스로를 금치맹이라 말하는 인물은 범상한 인물은 아니었다. 대문을 맡긴 하오문도들은 실력이 좋은 자들로 뽑았는데 그들도 다루지 못해 쩔쩔매는 이 자를 내쫓았다간 흥겨울 연회가 깨질것이 분명했다.

"기다리시구려. 내 오늘 세곳의 문주가 오셨는데 한분께 술상을 더 차린다고 벌받는것은 아닐것것이니. 여봐라, 여기 이 호걸분께 술상 하나를 더 차려오거라."

"호! 과연 하오문의 지부를 맡고 계신 지부장 답구려. 대범하기 그지 없소이다. 여기 손님으로 오신 세분, 놀라지 않았을까 걱정인데."

"아니요, 정구문(整求門)주의 제재일(第裁溢)이라고 합니다."

"거현문(居顯門)주인 곽준이(廓遵利)요. 커험."

"고산파(固山派) 장문인 소비망(素備罔)입니다. 사내라면 그럴수도 있겠지요."

"반갑소. 세 분들."

금치맹이 세 문파의 주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 빠르게 술상이 내려왔다.

"마침 시장하던차에 잘됐군."

금치맹의 자리는 맨 끝자리인데다가 다른 세곳의 문파들에 비하면 음식의 꾸밈도 부족하며 술을 따라주는 사람도 없어 대우가 박하다는것을 알수있으나 금치맹은 별 말없이 주저앉아 음식을 먹으며 술을 마셨다.

"금대협, 행색을 보아하니 남쪽이라는것은 남만에서 오셨다는 말이구려."

불청객이, 그것도 중원인이 아닌 남만인이 자신과 같은 위치에 있다는것에 마음에 들지않던 거현문주 곽준이는 슬며시 금치맹을 놀려주자는 마음이 들어 말을 걸어왔다.

"중원에서 보자면 그렇지요."

"허면, 남만에서는 어려서부터 금수의 고기를 뜨고 포를 만들며 가죽은 팔아넘긴다는것을 배워 익숙하다는것이 사실이요? 백정이라는 직업이 어엿이 있는 우리 중원에선 그런 짓을 어떻게 할수있는지 도통 모르겠소이다."

"그렇소. 헌데 그것들의 대부분은 중원에 있는 분들이 가져가고 있으니 내공은 물론 정력이 세진다고 뱀을 잡고 가죽이 필요하다 맹수를 사냥하지. 어디 그뿐이랴, 늙은것들은 약을 만들고 어린것의 고기는 야들거린다고 잡아가는 통에 우리로선 자손들이 사냥할 짐승이 남아있을지 모르겠소. 곽 대협은 어찌 생각하시오. "

"!"

이 말에 곽준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으나 별달리 반박할 말이 없어 술만 홀짝였는데 거현문은 각종 동물들을 재료로 만든 약들을 이용한 수련법으로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다른 두 명의 문주들이 이말저말을 해가며 금치맹을 압박시키려하였고 관조필 또한 두사람을 말리는척하며 금치맹의 신경을 건들여 정체를 캐내고자 했다. 데운 술이 식을 정도의 말이 오고가던차에 금치맹이 말했다.

"여러분들이 제가 있는곳에 관심을 가지니 고마울 따름이나 이번엔 금치맹이 지부장에게 물어볼것이 있소. 듣자하니 하오문이라는곳은 평소에도 투기를 즐겨 하루 멀다하고 문도끼리도 싸운다는 말을 들었소만 아니오?"

금치맹의 말에 정곡이 찔린 관조필이 괜시리 술상의 음식들을 뒤적거려 음식을 입에 담고서 술잔을 들이켰다.

"허험, 투기라니 말이 좀 그러시군. 그저 무림인으로서 무에 대한 열망이 깊어 견식하고자 하는것 뿐인것을."

"겸양같은건 떨지 않아도 좋을듯 싶은데. 내 여러분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재미난 것을 보여주려고 하니 어떻소?"

"금치맹이라고 하였소. 내가 보기엔 그대의 모습 자체만으로도 진귀한 구경거리인데 보여줄 기예가 있는지 한번 보지요."

그 말에 입을 열은것은 이제껏 끼어들지 않고서 사태를 관망하던 장개윤이었다. 연회의 자리에서 자신의 힘을 보여주고자 상석에 위치했던 그는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면서도 대범하게 술잔을 주고받는 금치맹이 마음에 들지않아 그를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말을 꺼내었다.

"누구이길래 관 지부장과의 말하는 도중에 끼어드는거요."

금치맹이 물었다.

"난 장개윤이라는 자로 이곳 하오문도들에게서 장대장이라 불리우고 있소만 그대의 태도가 우리 하오문이 보기에 오만불손하다 생각해 한 마디 해준거요."

그 말에 금치맹은 탄성을 올리며 손바닥을 한번 쳤다.

"아, 그대가 바로 그 장대장이군. 소문으론 잘 듣고 있소. 듣던대로 여기저기 발을 들여놓는걸 좋아하시는것 같은데 난 지금 관 지부장과의 이야기로 바쁘니 나중에 이야기를 나눕시다."

이 말에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깜짝 놀랐다. 하오문도들은 물론이고 연회의 불청객인 금치맹을 제외한 객들 모두 실세라는 장개윤의 눈치를 여태껏 보았는데 이 자는 그러건 말건 아랫사람을 다루듯이 말했던것이다.

'감히 하오문 지부를 비롯한 이 구역에 모르는 이가 없는 장개윤을 얕봤겠다. 보아하니 야만스러운 남만에서 힘을 떨친다고 안하무인하구나!'

부아가 치밀은 장개윤 때문에 그 손안에 있는 술잔이 우그러 질정도였으나 변하지 않는 안색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 장가는 금대인이 어떤 것을 선보일지 기대하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그렇지 않습니까?"

그 말에 다른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하는 기색을 보이자 금치맹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렇다면 잠깐 바깥에 대기하고 있는 내 수하들을 불러모아도 되겠소."

"수하들이라니. 대체 몇명이 밖에 있다는거요."

곤혹스러운 목소리로 관조필이 묻자 금치맹은 몸을 푸는 동작을 보여가며 당당히 대답했다.

"내 고향에서 단련을 거친 자들로 기껏해야 스무명이지만 그중 넷만있어도 구경을 보여주기에 충분할거요."

"그럼 다섯이 아니라 넷이 필요하잖소, 다른 한명은?"

이번엔 고산파의 소비망이 물었다.

"다른 한명은 내 옆에서 술잔을 따라줄 사람이지."

그 말에 그 자리에 있던 하오문도들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하게 변했고 세 객들은 입가를 소매로 가리고 큭큭 웃어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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