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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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명선생
작품등록일 :
2015.09.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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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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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28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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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장 (3)

DUMMY

그 날 밤은 달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데다가 하늘에는 구름마저 하늘을 덮고 있어 유독 어두운 밤이었다.

"일어나라."

자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의 깨움에 눈이 뜬 공일비는 오임식이 아닌 복면인이 있었다.

'그건 모두 꿈이었을까?'

잠시 자신이 산을 벗어난것을 헛꿈이라 착각했던 공일비였지만 자기가 지금 누워있는것은 틀림없는 취향루의 침대라는것에 다시금 이불보를 들썩이며 파고 들려고 했지만 복면인에게 다리를 잡힌채 침대에서 끌려나왔다.

"으응......졸려."

"어서 이걸로 갈아입어라."

잠이 덜깬 공일비의 얼굴에 찬물을 끼얹은 복면인은 지금 입고 있는것과 똑같은 검은 야행복과 얼굴에 두를 복면을 넘겨주자 의문에 휩싸인 공일비였지만 복면인에게서 심상치않음을 느껴 군소리없이 그것을 다 갈아입었다. 그러자 복면인은 그를 옆구리에 낀 채로 취향루의 창문을 이용해 밖으로 나왔다.

"왜 이러는거에요."

예상치못했던 복면인의 일에 바둥거리는 공일비에 팔에 힘을 줘 꼼짝하지도 못하게 한 복면인은 지붕을 타고서 움직였다. 평소 순찰을 돌고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이상에 눈치챘을지도 몰라도 지금은 달없는 밤, 거기에 모두 축제의 불빛에 한눈이 팔려 그 그림자속에 무엇이 움직이는지, 무엇이 일어나는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과연 복면인의 경공은 공일비의 것보다 월등히 빨라서 지금도 축제가 펼쳐지는 시장판을 빠져나와 한밤에 짖어대는 개소리마저 들리지 않게 될 정도였다. 순식간에 마을을 벗어나서 높은 지대에서 나타난 커다란 집이 보이는 장소에 안착한 복면인은 공일비를 내려놓았다.

"여긴 어딘가요?"

"노가장(盧家長). 여기 이 노가장의 장주인 노주소(盧周昭)는 몇년전만 하더라도 평범한 장사꾼이었지만 지금은 근방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어서 관가도 이 집에는 쩔쩔 매는 형편이다. 난 여기에 볼일이 있어서 온것이니 내가 부를때까지 꼼짝하지 말고 여기 구석에 숨어있어라."

그렇게 당부를 하고난 복면인은 사악하고 바람 가르는 소리를 내며 조용히 담벼락을 넘어 소리없이 착지하고서 집안 정원을 걷자 기다렸다는듯이 인영들이 나타났다.

'허락도 없이 무림인들을 고용하고 있었나? 이것으로 배신했다는것은 확정난것이군,'

인영의 숫자는 모두 셋으로 한명은 길어보이는 손톱에 두툼히 군살 박힌 손은 좌우로 슬슬 움직이며 복면인의 눈을 어지럽게 하였고, 또 한명은 각반을 차고서 이리저리 가벼운 보법을 보이고 있었고 마지막 사람은 검을 든채로 여차하면 내려칠것처럼 보였다. 그들 셋이 누군지는 몰라도 조가장에 고용된 무림인임을 알았다.

'조수(爪手), 각퇴(脚腿), 검.'

하는 모양새로 상대의 특기를 파악했지만 한명 한명이 복면인에게 상해를 입힐수 있는 실력을 지닌데다가 서로의 힘을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서 진을 짠것 같았다.

'고용했을거란건 예상했지만 설마 셋이나 고용하다니, 만약 이놈들중 한 놈이라도 마음을 바꿔먹어 노가장을 벗어난다면 혼자인 난 막을 방법이 없다.'

상대보다 우위를 취해도 도망친다면 아무 의미가 없기에 세명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 자체가 불리하게 적용되는 복면인은 상황을 유리하게 움직이기 위해 행동을 취했다. 세명에게서 빠르게 등을 돌린 복면인이 담벼락을 탄것이다.

"이 신형무(申炯務)에게서 도망치려는게구나!"

그렇게 말하며 자세를 풀며 달려드는 검사 신형무에게 발악하는것처럼 단검을 날린 복면인은 금방이라도 벽을 타고 도망을 칠것처럼 한차례 몸을 솟구쳤고 그 모습에 힘이 난 신형무는 검을 한껏 찌르기 위해 오른 팔을 끌어당기면서 도약하려고 발에 힘을 준 순간에 느릿하게 날아오르던 단검이 빠르게 다가와 드러나게된 왼쪽 가슴에 박혔다.

'우선 한놈.'

"당했......"

- 스삭!

검사인 신형무가 놀란 표정을 무너뜨리기전에 자세를 반전, 다가와 목을 베어 한칼에 숨통을 끊어버린 복면인의 움직임은 그때부터 재빨리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뱀처럼 스르륵 기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노려진것은 각퇴의 조경수(趙經收)였다.

조경수도 자신을 노린다는것을 알았기에 자리에서 높이 뛰어올라서는 복면인을 압박할 용의로 풍회각(風回脚)을 시전했다. 풍회각은 무릎 관절만 움직이는것이 아닌 발목과 허벅지를 이용해 펼쳐지는 조경수 특기의 수법인지라 신형무를 눈깜짝하게 복면인도 당해낼수없었는지 배에 꽂혔다.

"이 풍회각을 정통으로 맞는다면 평범한 사람이면 골로가고 무림인이라면 사흘은 맞은 부위가 지끈거린다. 이제 진정한 각법을 보여......어억!"

자신의 각법이 상대에게 통한것을 기뻐하기도 전에 조경수는 찢어지는듯이 느껴지는 고통을 느꼈다. 일부러 각법을 받은것을 증명하듯이 풍회각을 받자마자 복면인은 내밀어진 조경수의 한쪽 다리에 달라붙어서는 단검으로 종아리 뒤쪽을 찢어버린것이다. 한순간에 자세를 무너뜨린 조경수는 몸을 겨누지도 못한채로 땅으로 떨어져내렸다.

"이놈!"

두 사람을 쓰러뜨린 복면인에게서 위협을 느낀 조수의 양절산(楊節傘)은 호통을 내질렀지만 감히 움직일 생각도 못한채 가만히 있었고 복면인도 그런 그를 바라본채 멈춰서있었다.

서로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두사람이 의지하던 횃불이 일순의 바람에 흔들린것은 잠깐이었다. 그러나 그 잠깐의 시간에 시야에 어둠이 깔리고 다시 불빛이 비춰졌을때 양절산의 시각내에는 이미 복면인이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눈이 커진 양절산이 기감을 높이자 자신에게 무언가 날아오는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놈, 또다시 단검에 내기를 실어 날리는 비열한 수를 쓸 모양이지만 어림도 없다. 이 양절산의 양철조수(楊鐵爪手)는 날아오는 화살조차 막아낸단 말이다.'

날아오는 물체의 거리와 방향을 확인하고 한순간에 외공을 구사해 두 손등을 내밀고서 돌진함으로 반격마저 염두에 둔 양절수였지만 손에 부딪힌 물건의 정체는 아까 전 복면인이 챙겨두었던 조경수의 각반이었다. 각반을 튕겨내는데 심력을 다했던 양절산의 두 손이 앞으로 나와있는 사이를 틈타 양절산의 머리 위에서 나타나자마자 목을 부여잡은 복면인은 그대로 목을 꺾어버려 우드득하며 소리가 낸 양절산을 그대로 즉사시켰다.

배에 내상을 입긴했지만 세명의 무인을 쓰러뜨린 복면인이 정원을 지나 노가장 본채에 도달하자 그곳에서는 복면인을 기다렸다는듯이 장정 스물이 저마다 몽둥이와 같은 무기를 들고 서있었고 그런 그들을 대동한채 비단옷을 입은 노주소가 있는것을 볼수있었다. 그는 오연히 장정들의 뒤에 서있어 모습만 본다면 병사들을 지휘하는 장군같았지만 복면인에겐 죽여야할 대상이 늘어난것 뿐이었다.

"감히 우리 노가에 침입해 노가장의 삼인을 죽이다니 겁도 없는 놈이구나."

"노주소, 소식을 들었을때는 설마했지만 정말로 다른 마음을 품고있었다니 죽음을 각오하고서 한일이겠지."

목소리에서 가차없는 차가움을 느낀 노주소는 복면인이 자신이 기다리고 있었던 인물임을 확신하고서 부들거리는 주먹을 꽉 쥔채 소리쳤다.

"모두들 쳐라!"

"우와아아!"

우르르 함성을 지니며 덤벼드는 장정들, 그들은 사방으로 공격해왔지만 이미 상정한 바, 복면인은 죽은 석가평의 검을 들고서 땅바닥에 날렸다.

그러자 푸욱하는 소리와 함께 들어간 흙과 모래가 날린것에 주춤한 사이에 맨 앞에 서있는 장정들의 발과 다리를 자르고 앞으로 밀쳤다.

"으윽!"

그러자 겹겹이 둘러싸 공격하려던 형태가 앞의 장정들로 인해 일시에 무너져 내렸고 그 틈에 복면인의 검술이 펼쳐졌다. 아까와는 달리 별다른 무공을 익히지 못한지라 숫적 열세를 뒤엎는것은 정말 쉽기짝이없었기에 아까전의 공방에 비해 순식간에 스물을 죽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한 복면인이 저벅저벅 발소리를 내며 노주소에게 다가갔다.

"이야압!"

자신이 생각한것보다 빠르게 노가장의 전력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몸을 떠는 노주소는 복면인을 향해 나달려가며 창을 내뻗었다. 그 창은 무기를 잘 다룬다는 홍가에서 만들어진 홍가별기창(紅家別紀槍), 휘두를때마다 나긋함과 동시에 강맹함이 섞여있는 훌륭한 물건이었지만 어찌나 돈을 얹고서 산건지 고용했던 삼인에게도 들려본적이 없는 귀하신 몸이셨다.

"이런걸로 날 막을수있다고 생각하다니, 바보같구나."

그렇게 처음으로 쓰게된 홍가별기창이었지만 복면인은 한손으로 노주소가 든 별가창을 가볍게 부러뜨려버리고 노주소의 멱살을 부여잡은채 내팽겨쳤다. 애초에 내공이 하나도 없는 사람과 겨루기에 무리가 있었던것이다.

"으으으."

아픔을 느끼며 뒹굴어대는 노주소를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복면인, 그에게 있어선 그런 노주소가 가증스럽게 그지 없었다.

"네놈이 감히 우리를 배반해? 그렇게 돈을 받아먹고서도 말이냐."

"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거요."

아까전과는 달리 명백하게 복면인이 누구인지 안다는 태도를 보이는 노주소는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이리저리를 살피는 태도를 보여 비단옷을 입고서 관리들앞에서도 거들먹거리고 다녔던 노가장주가 맞나 의심할 정도였다.

"닥쳐라. 너희 노가는 매년 우리에게정기적으로 돈을 받으면서 이 지방의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만 했다. 헌데 넌 그 돈을 이용해 장주가 된것도 부족하다고 느껴 더 많은 돈을 받고 싶은 욕심에 다른 조직에 우리의 정보를 팔아먹으려고 했지 않았더냐."

그렇게 말하고 나선 복면인은 노주소의 몸 여러군데의 혈을 찍었다. 이것만으로도 기를 다룰수없는 노주소는 꼼짝도 하지 못할것이다.

"이제 널 비롯한 노가의 식솔들을 모두 죽여 우리와 동조하는 놈들이 배반치 못하도록 본보기를 똑똑히 보여줄테니 그 두눈으로 지켜보도록해라."

'아, 안돼.'

그렇게 복면인이 집안으로 진입하면서 노가장의 학살이 시작되었다. 노주소의 눈은 충혈된채로 눈물이 주르르 흘려내렸지만 자신과 가족을 지킬 힘이 사라져 몸하나 겨눌수 없게된 노주소가 할수있는 일이란 없었다.


한편 밖에서 복면인을 기다리는 공일비는 무슨일인지도 모른채 노가장 앞에 가만히 앉아리다 안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벌떡 일어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안돼! 안돼애애!"

산을 울리는 커다란 비명을 마지막으로 들은 뒤에 생겨난 적막속에서 복면인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들어와라."

조심조심했지만 끼익하는 소리를 내며 열린 노가장의 대문을 열자마자 공일비의 눈에 곧바로 참상이 들어왔다. 어둠 탓인지 정확히 몇명의 사람이 있는지는 몰라도 복면인을 향해 걸어갈수록 죽어있는 사람들만 보이고 있었고 몇몇 시체들은 심하게 절단된 흔적마저 볼수있었다.

"우욱."

"시끄럽게 굴지말고 어서 이리로 와라."

그렇게 헛구역질을 하는 공일비를 억지로 불러들인 복면인의 바로 옆 바닥에 엎어져서는 입을 벌리고 눈을 부릅뜬채 울고있는 남자가 있었다.

"끄극, 끄으으으......"

남자의 충혈된 그 시선의 끝에는 핏물에 잠겨 죽은 여자와 노인, 아이들에게 고정되어있었다. 그들은 모두 노주소에게 있어서 그토록 애지중지되었던 그의 식구들이었는데 한날한시에 떼죽음을 맞이한것이다.

"어째서, 이런 일을."

자신보다 더 어린 아이들의 시체가 눈에 들어오자 눈을 감고있는 공일비의 눈가에 물기가 방울졌다. 그에겐 이 잔혹한 광경을 정면으로 볼 배짱이 없었다.

"우리의 조직을 배반했으니 죽인거다. 앞으로 잘라낼 꼬리라하연들 우리의 비밀을 누군가에게 말하려고 했으니까 말이지."

"하지만, 하지만!"

"닥쳐! 너 내말을 어기고서 남궁세가 놈가 접촉했었지. 내가 바보인줄 알아?"

"힉!"

이것이 잘못되었다 그렇게 말하려다 처음으로 복면인의 진심어린 살기를 느끼게된 공일비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렸다.

변명 하나 없이 알아서 기어버린 공일비의 한심한 작태에 복면인은 머리끝까지 온 화를 참다 참다가 무언가를 생각해냈다.

"받아라."

공일비가 받은 그것은 금방의 참상을 일으켰던, 선혈이 떨어지는 칼이었다.

"이걸로 나한테 뭘하라는 거에요!?"

"이놈을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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