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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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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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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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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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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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

DUMMY

지한이 영일 출판사 편집자 철민이 준 작품 가이드라인을 펼쳐보고 있을 때 책상 위에 올려둔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민우였다.


“지한아. 강 피디님이 우리 드라마 7화를 내부 시사회 결정하셨어. 전에 찍은 것과 다시 찍은 것 비교한다네. 거기에 너도 초대하라고 하셔.”

“흠, 그래?”

“이미 예상했던 거 아냐? 네가 김 작가가 쓴 대본을 수정하잖아. 너 빼고 무슨 내부 시사회를 하냐.”


수화기 너머로 민우가 킬킬거리는 게 들렸다.


“야~ 이런 날도 다 있다 싶다. 김 작가 완전 딴 사람 됐다. 오늘 아침에도 피곤하지 않냐며 딴에는 상냥하게 물어보는 데 아주 소름 돋는 줄 알았다니까. 저번에 너 만난 뒤로 나에게 대본 안 써진다고 화풀이하지도 않고.”

“다행이네. 혹시 또 못되게 굴면 어쩌나 했는데.”

“지가 뭘 어쩌겠어. 너에게 뭐 들은 말 없는지 물어볼 때 일부러 확실하게 대답 안했거든. 그러니까 내가 자신의 비밀을 안다고 생각해서 이제는 김 작가가 내 눈치를 본다니까.”

“그렇다고 김 작가에게 너무 함부로 하지 마라. 그 성격에 너에게 앙심 품으면 골치 아프잖아.”

“내가 누구냐. 그 정도는 알아서 하지.”


지한은 민우가 재영 앞에서 눈치 없이 행동하던 것을 떠올리고는 피식 웃었다.


“어쨌든 내일 오후 두 시에 시사회 할거거든. 모시러 갈 테니까 1시까지 빌라 입구로 나와라.”

“알았어.”


지한은 전화를 끊고 다시 작품 가이드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조금 전부터 책상 속에 넣어둔 가이드라인에 요정들의 빛무리가 어려있었다. 지한은 남이 정해준 가이드라인대로 글을 쓸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반짝이는 가이드라인을 보는 동안 생각이 바뀌었다.


‘영상화 능력의 도움을 받아 글을 쓰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몰라.’


지한은 거만하던 철민의 얼굴을 떠올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한은 1시가 되기 전에 빌라 입구로 나갔다. 그가 기다린 지 오 분도 되지 않아 회색 스타렉스가 입구로 다가왔다. 민우는 형석의 옆에 타고 있었다. 민우가 차에 타라고 손짓하자 지한은 뒷좌석에 올라탔다.


“안녕하세요.”


지한이 먼저 입을 열기도 전에 형석이 고개를 돌려 지한을 보며 먼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지금 한창 우리 사이에서 유명한 작가님을 이제야 보네요. 김 작가님을 도와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박준석입니다.”

“유, 지한입니다. 혹시 드라마 수정 문제 때문에 의견이 많은가요?”

“그렇죠. 아, 차를 출발해야겠네요. 사람들 통행을 방해하면 안 되니까.”


형석은 씨익 웃으며 차를 출발했다. 차가 입구를 빠져나가자 이번에는 민우가 지한을 돌아보았다.


“내부 시사회를 방송국 회의실에서 할 거거든. 제작진과 스테프와 스케줄 없는 배우 몇 명도 올 거야. 그렇다고 너무 긴장하지 마라. 드라마 내용을 수정하자는 쪽이 좀 더 많은 것 같으니까. 사실상 FN 엔터 실장만 설득하면 되는 거지.”

“FN 엔터?”


지한은 눈을 크게 떴다.


“FN 엔터가 드라마 제작과 관련 있는 거야?”

“어. 우리 드라마에 가장 많이 후원하고 있는 데야. FN 기업 산하 엔터테인먼트 회사인데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FN 기업이 엔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기서도 들을 줄은 몰랐거든.”

“미리 너에게 FN 엔터 이야기를 할 걸 그랬네.”


FN 기업은 초창기부터 문화 예술 사업에 공을 들이기로 유명했다. 매년 문화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예술가들을 지원했다. 작가 메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해 좋은 작가들을 다량 확보하고 있기도 했다. 그 인기 작가들 정점에 선 인물이 권진성 작가였다. 그는 언론에도 곧잘 나왔기에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알 정도로 유명 인물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FN 기업과 연결되자 지한은 복잡한 기분이 되어 입을 다물고 뒷좌석에 푹 기대어 앉았다.


*


방송국 회의실은 상당히 넓었다. 한 번에 칠십 명 정도는 거뜬히 수용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탁자는 뒤쪽으로 옮겨져 있었고 수십 개의 의자가 열을 맞춰 놓여 있었다. 회의실 앞에는 대형 스크린이 놓여 있었다. 지한이 민우와 함께 회의실로 들어서자 강 피디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강 피디님.”

“그동안 잘 지냈어요, 유 작가?”

“그런대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거 좋지요. 유 작가와 달리 이쪽은 여전히 정신이 없어요. 빨리 드라마 방향을 정해서 촬영해야 마음이 놓이겠죠.”


강 피디는 하소연을 늘어놓은 뒤 허허하고 웃었다. 억세게 보이는 인상과 달리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장점이 있는 사람이었다. 지한 역시 웃는 얼굴로 말했다.


“피디님은 오늘 어떤 결정이 나올 거라 생각하세요?”

“아직 드라마 내용을 바꾸자는 쪽이 좀 더 많아요. 아무래도 수정 쪽으로 결정날 것 같긴 합니다. 솔직히 김 작가는 끝까지 반대할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내부 시사회를 먼저 이야기하더라고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김 작가가 변한 이유를 혹시 아십니까?”

“글쎄요.”


사실대로 말할 수 없어서 지한은 쓴웃음을 지으며 한발 물러났다. 그때 지한과 강 피디 사이의 대화를 듣기라도 한 것처럼 재영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다소 창백한 얼굴에 키가 큰, 40대 중반의 남자가 재영을 따라왔다.


“유 작가님을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재영은 미소를 지으며 지한에게 친근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지한은 바르르 떨리는 재영의 입가를 쳐다보며 인사했다.


“김 작가님, 그동안 잘 지냈어요?”


평범한 인사말이지만 재영은 흠칫하며 몸을 약간 떨었다. 아무래도 그의 마음속에는 방송국 카페에서 나눴던 이야기의 충격이 그대로 남은 것 같았다. 하지만 지한은 재영의 반응에 더 이상 신경 쓰지 못했다. 40대 중반의 남자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딱딱하게 표정을 굳혔다.


‘백 도현! 권진성과 함께 형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남자!’


지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도현은 지한의 얼굴을 모르지만 지한은 TV를 통해 알고 있었다. 지한의 형인 현수의 자살 뒤 지한은 권진성과 백도현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지한의 속마음을 알지 못하는 도현은 평소처럼 무엇에도 관심 없는 듯한 무표정으로 지한을 훑어보았다. 지한은 그가 흥미를 느끼는 인물이 아니면 언제나 그런 태도를 보인다는 것을 형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드라마 대본을 수정했다는 작가님이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백도현입니다.”


도현은 지한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한은 그의 손을 잡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대놓고 악수를 거절하면 비호감이라는 인상을 그에게 남길 수 있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지한은 생각했다. 지한은 이를 악물고 도현의 손을 잡고 악수했다.


“유지한입니다.”


악수를 마치자 도현은 강 피디에게 눈을 돌렸다.


“피디님, 지금 드라마 내용을 바꾸느니 마니로 촬영을 미루고 있지요?”

“드라마 방향이 정해지는 대로 촬영에 들어갈 겁니다. 미리 찍어놓은 것이 있어서 다음 주 방송 시간을 맞출 수 있어요.”

“그래요?”


도현은 재영을 쳐다본 뒤 강 피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재영의 말을 들어보니 드라마 내용 수정을 원하는 사람들이 꽤 있더군요. 그런데 설사 드라마 내용을 수정한다고 시청률이 잘 나온다는 보장이 있나요?”

“글쎄요. 적어도 드라마 수정 전보다 좀 더 잘 나오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그보다는 잘 나와야지요. 전보다 고작 2, 3% 잘 나오는 것으로는 안 돼요. 그 정도도 조기종영을 생각해야 할 수준이지요.”


도현의 말에 강 피디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러나 도현은 무심히 강 피디의 얼굴을 쳐다볼 뿐이었다.


“강 피디님은 남자 주인공으로 한준영을 원했죠. 우리 쪽에서 권한대로 이영민이 했으면 시청률이 더 잘 나오지 않을까 아직도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도현의 말에 재영이 찔리는 표정으로 지한을 힐금 쳐다보았다. 그것을 보고 지한은 재영이 그런 일들을 꾸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강 피디는 조금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준영은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무표정하던 도현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드라마 내용이 바뀌면 준영의 비중이 더 낮아지는 것 같던데. 뭐, 어쨌든 강 피디님을 믿어보죠. 하지만 이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후 드라마 내용이 어떻든 계속 시청률이 지금과 같다면 저희 쪽에서 더 이상 투자할 수 없다는 것을요.”

“......명심하도록 하죠.”

“그러면 드라마를 보도록 하죠.”


도현은 강 피디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스크린 앞에 놓인 의자로 걸어갔다. 강 피디는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아니꼬워하는 것 같기도 한 표정으로 도현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강 피디 옆에 선 재영은 약간 절절매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러면 이제 드라마 시사회를 시작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참석할 사람은 대부분 오지 않았습니까? 남자 주·조연 배우도 왔고.”


재영의 말에 강 피디는 굳은 표정을 풀고 말했다.


“그러도록 하죠. 그럼, 김 작가와 유 작가는 수정 전 7화와 수정 후 7화를 보고 솔직한 의견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강 피디님.”


지한이 대답하자 강 피디는 만족스러운 눈길을 던진 뒤 촬영 스테프들 쪽으로 걸어갔다. 재영은 삐죽거리다가 민우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민우야, 유 작가님 자리로 안내해 드려.”

“예.”


재영이 강 피디 쪽으로 급히 걸어가자 민우가 지한에게 속삭였다.


“어휴, 저 낯간지러운 목소리. 너와 함게 있으니 더 그런다, 야.”

“하긴. 저렇게 갑자기 태도가 바뀌면 적응 안 되겠네.”

“내 말이 그 말이야.”


민우는 지한을 스크린과 가까운 의자로 안내했다. 지한은 되도록 도현을 보지 않으려 애쓰며 민우를 따라갔다. 지한이 의자에 앉으려 할 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대본을 수정하신 작가님이죠?”


지한은 고개를 돌려 근육이 잘 잡힌 호리호리한 체형의 한준영을 쳐다보았다. 준영은 그리스 조각처럼 잘생긴 사람으로 우수 어린 눈빛이 섬세한 연애 감정을 잘 표현할 것 같았다. 그를 보며 지한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유, 지한입니다.”

“유 작가님을 뵌 것만으로도 오늘 시사회 온 보람은 달성한 것 같네요. 물론 드라마 내용이 어떻게 될지 결정하는 일이 중요하긴 하지만요.”


준영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준영의 눈이 곡선을 이루며 부드럽게 휘었다.


“유 작가님, 시사회가 끝나면 사인 좀 부탁합니다.”


준영의 농담에 지한은 난처한 얼굴로 웃었다.


“사인은 제가 부탁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인기 많은 배우님에게요.”

“인기가 항상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인기가 중요하지 않다니 인기 없는 사람이 들으면 아주 섭섭한 말인데요?”


갑자기 들려온 말에 지한은 뒤를 돌아보았다. 갈색으로 피부를 태운 강훈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쌍거풀이 없는 눈가가 약간 위로 올라가 있었고 날렵한 코와 입매를 지니고 있었다. 전형적인 미남은 아니지만, 야성미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특히 무표정으로 있을 때는 차가운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지한은 그를 보자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준형과 달리 강훈이 영상 속에서 봤던대로 빛을 내고 있었다. 강훈은 뚜벅뚜벅 걸어와 지한에게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강훈입니다.”

“유, 지한입니다.”


지한은 당황한 표정으로 강훈의 손을 잡으며 인사했다. 악수가 끝나자 강훈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사인 좀 부탁합니다.”

“하하......”


두 배우는 마치 미리 짜두기라도 한 듯 농담을 던졌다. 지한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강훈을 쳐다보았다.


‘왜 강훈 배우에게서 빛이 나지?’


지한이 의문에 싸여있을 때 마이크를 든 스태프의 목소리가 회의실 안에 울렸다.


“이제 내부 시사회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강훈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유 작가님, 대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강훈은 마치 드라마 수정 결정이 확정된 것처럼 말했다. 지한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 애쓰며 대답했다.


“예.”


강훈은 한준영과 함께 강 피디에게로 갔다. 지한이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만요.”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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