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별을 살아가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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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카프로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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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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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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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2화

EP0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뭐, 어쨌든 쓰라고 시켰으니까 써야겠죠.


저는 다른 소년범이 다 그렇듯 가난한 동네에서 태어났어요. 바다를 마주보는 가장 비탈진 산동네.

달바다촌이 제 고향이죠.


그런데 이상하네요. 오늘 따라 글이 아주 술술 잘 써지네요.


아무튼 제 어릴 적은 평범해요. 다정한 부모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과 누나들.

돈은 없지만 화목한 가정이었죠.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어요.

돈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는 것. 그리고 돈이 없는 걸 넘어서 저란 인간 자체도 영 별볼일 없는 쓰레기였다는 거.


[네가 쓰레기는 무슨 쓰레기야! 사람이 다 그냥 그렇게 사는 거지!]


감옥인데도 아버지의 화 내는 음성이 들리는 것 같네요.


하지만 저는 정말 별 볼일 없는 소년이었어요. 공부도 그럭저럭, 싸움도 그럭저럭, 심지어 키나 몸무게까지.

아무런 재능이 없었어요.


중학교 입학하자마자 알았어요. 제가 장래에 더 형편없는 어른으로 클 거라는 것.


아니라고요?

에이, 그럴 리 없잖아요.


가난한 집에 애를 셋이나 낳은 대책없는 우리 부모님.

아무리 공부를 해도 중위권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성적.


그래도 어릴 적엔 제가 운동 쪽으로 제법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싸움도 제법 했고, 체육 시간만큼은 늘 에이스였거든요.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것도 고등학교 때 깨달았죠.

이종격투기 선수를 지망하는 친구와 시비 붙었다가 잽도 못 날리고 처참하게 졌거든요.


한 마디로 제 미래는 암담했어요.

그러니 소년원에 있는 저를 측은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달바다촌에서 태어난 애들의 절반은 교도소에 가요. 저도 그냥 조금 일찍 온 것 뿐이죠.


아, 그래서 제가 왜 소년원에 왔냐고요.

맞아요. 그걸 써야 하죠.

이 이야기는 한 친구한테서 시작돼요.


서완이라는 아이였죠.

모든 게 형편없는 저와 달리 서완이는 정말 빛나는 애였어요.


키도 크고, 훤칠하게 잘 생긴데다, 공부도 전교 3등 안에 드는 상위권. 게다가 집도 잘 살았죠.

아버지가 판사라던가.


하지만 그 애가 정말로 빛이 났던 이유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야, 난 나중에 화가가 되고 싶다.]


그렇게 말하는 박서완의 눈은 빛났어요. 괜시리 심통이 난 저는 이렇게 쏘아붙이곤 했죠.


[그러다가 무명 화가로 쫄딱 망하면 어쩌려고?]

[그래도 그림을 평생 그리고 산다는 거 아니야? 그러면 행복하지.]


해맑게 웃는 얼굴은 누구보다도 진심이었어요.


게다가 박서완은 제 성격을 받아주는 하나 뿐인 녀석이었어요.


[야, 박서완 친한 척 그만 하라고!]


1학년 반장이던 서완이는 저를 계속 챙겨주었죠. 당시 저한테 학교는 책상이 깔린 수면실이었어요.


하지만 박서완은 갖가지 숙제며, 준비물이며 하는 것을 제게 계속 알려주었죠.


왜 그렇게까지 친한 척을 하냐고 물으니, 서완이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답하더군요.


[반장이 혼자 있는 애 챙기면 안 돼냐?]


그 뒤로 서완이를 크게 밀어내진 않았어요.


어쩌다 한 번은 같이 달바다촌까지 데리고 온 적도 있었죠.


“담벼락 같은 데에 그림 그릴 수 있는 곳 없냐.”


박서완이 그렇게 말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 애를 집근처 골목으로 데려왔어요. 학교 친구를 살던 동네로 데려온 건 처음이었어요.

반쯤은 테스트 같은 것이었을 지도요.


그 애는 별다른 말 없이 동네를 휙휙 둘러보기만 하더군요.

마치 무슨 영감이라도 받았다는 듯.


제가 데려간 담벼락 위에 그 애는 큰 고래를 그렸어요. 보름달 옆에 푸른 은하수가 흐르고.

어두운 바다를 고래가 헤엄쳤죠.


그림을 그리는 서완이의 두 눈에 빛이 맺혀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그 빛이 너무나도 부러웠어요.

무엇이 저 애의 눈을 저렇게 빛나게 할까.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애는 꼬박 그림을 그렸죠. 한 번도 쉬지 않고요.

그건 정말 엄청난 작품이었어요.


그림에 대해 잘 모르는 저조차 그 고래 그림 속으로 정신없이 빨려들어가고 말았죠.


그 그림은 달바다촌을 정말 은하수의 일부로 바꿔주는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그때, 저는 고래 그림이 아니라 서완이의 안색을 더 자세히 살폈어야 했어요.


그날 서완이는 우리집에서 밥까지 얻어먹고 갔어요.


“이야, 이렇게 밥 먹는 거 너무 오랜만이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어머님, 아버님!”


넉살 좋게 대답하는 녀석을 저는 괜히 쏘아붙였죠.


“야, 무슨 너희 집은 훨씬 대단한 거 먹을 거 아니야. 너희 아버지가 판사님이라며! 그 정도는 나도 다 알아!”


서완이는 제 힐난을 그저 웃음으로 받아 넘겼어요.

그날, 서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그 애가 묻더군요.


“야, 유동주. 넌 꿈이 뭐냐. 학교 와서 잠만 자는 게 네 꿈은 아닐 거 아니야.”

“멍청아, 꿈도 꿀 자격이 있는 애들이 꾸는 거야. 돈도 없고, 재능도 없고, 나 같은 애가 무슨 꿈을 꾸냐. 담임 말처럼 사고나 안 치고 졸업 해야지.”


박서완은 제 어깨를 두드리며 이렇게 답했어요.


“그래도 무언가 하고 싶은 걸 찾아봐. 꿈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면 부모님도 좋아하실 걸?”

“우웩, 토할 뻔. 박서완 넌 무슨 노인네 같은 소리만 하냐.”


그때, 서완이의 쓸쓸한 낯빛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꿈을 위해 노력하라는 말도요.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의 사건이 터지고 말았죠.

저를 이곳 무진소년원의 죄수로 입소하게 한 그 사건이요.


처음 문제를 알아차린 건 체육 시간이었어요.

평소 같으면 제일 먼저 달려나갔을 박서완이 몸이 아프다면서 보건실을 간다더군요.


저는 생각없이 그러려니 했어요. 박서완은 가끔씩 보건실에 틀어박힐 때가 있었거든요.


아프다면서 사나흘을 결석할 때도 잦았고요. 원래 좀 부실하니까 하고 넘겼어요.


그런데 그날따라 박서완의 안색이 지독하게 안 좋더군요.

저는 그 애의 손목을 무심코 붙잡았어요.


“왜 그래? 무슨 쥐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그런데, 제 손에 붙들린 박서완이 지나치게 아파했어요.


“아, 아, 아 진짜 유동주! 힘만 무식하게 쎄서! 놔!”


저는 그 애의 소매 안쪽을 흘깃 노려보았죠.


그때서야, 저는 유심히 박서완을 보게 되었어요. 사실 달바다촌에서 그런 애들 많이 봤거든요.


“야, 박서완 너 누구한테 맞았냐?”

“왜 누구한테 맞은 게 중요해? 맞았으면 뭐 네가 어떻게 하게?”


박서완이 그렇게 차갑게 말을 한 것은 처음이었죠.

저는 그 애를 향해 단호하게 대답했어요.


“응. 네가 맞고 다니는데 내가 가만히 놔둘 것 같냐?”


박서완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어요. 그러고는 보건실에 혼자 가버렸죠.


박서완이 누구한테 맞았는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의 모두가 알게 되었어요.


박서완이 미술부 면접을 본다고 한 그날.

갑자기 반의 앞문을 열고 한 아이가 외쳤어요.


“야, 박서완 ㅈㄴ 처맞는다!”


저는 미술부 동아리실을 향해 마구 달려갔죠.


“박서완!!!”


하지만 저는 박서완이 맞는 걸 막을 수 없었어요.

제가 말릴 수 없는 상대가 박서완을 때리고 있었거든요.


“이 미친 자식이 그렇게 말렸는데도 무슨 미술부 면접을 봐!?”


그렇게 소리를 지른 사람은 바로 박서완의 아버지였어요.

급기야 그 아버지는 녀석의 머리채까지 휘어잡았어요.

머리가 붙들린 박서완이 복도에서 개처럼 끌려다녔죠.


“가! 너 같은 호로 잡놈의 새끼는 학교 다닐 필요도 없어!”


그날의 소동은 학교 선생님들이 모두 출동하고 나서야 끝났어요.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아이들도 많았는데 모두 묻히고 말았죠.


“야, 박서완 아빠 힘 ㅈㄴ개쎄!!!”


이렇게 말하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금세 그 일 같은 건 다 묻히고 말았어요.

저만 초조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었죠. 그저 모든 일이 잘 풀리라고.


하지만 아니었어요.

며칠 뒤 박서완에게 뜬금없는 문자 하나가 도착해있었죠.


[야, 정말로 내가 맞으면 네가 어떻게 해줄 거야?]


저는 당연하다고 답장을 보냈지만 박서완의 연락은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다음날, 조회 시간에 담임 선생님은 사무적인 말투로 박서완의 소식을 전했죠.


“서완이가 당분간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면회가 힘들다니까 가볼 생각하지 말고, 공부들이나 열심히 해. 알겠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죠.

어제까지 멀쩡하게 문자를 보내던 애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이라뇨.


저는 그 즉시 핸드폰으로 박서완의 소식을 수소문했어요.


박서완의 SNS를 뒤졌죠. 그 가족들의 SNS와 뉴스 기사까지 전부 다요.


하지만 도저히 박서완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마치 누가 꼭꼭 숨겨놓은 것처럼요.


며칠 간 담임을 재촉해서 박서완이 입원한 병원을 겨우 찾아낼 수 있었죠.


“알았다. 내가 졌다. 졌어. 그 서완이네 가족한테는 내가 알려줬단 얘기하지 말고 조용히 갔다 와. 서완이가 전신마비가 왔다고 하니까 가장 친한 친구인 네가 가보면 좋겠지.”


전신마비.

찾아간 병원에서 박서완은 정말로 누워서 미소만 짓고 있었죠.


“어, 어, 뭐야. 유동주 네가 왜 왔냐. 어떻게 알고.”


저는 잠시 침묵을 지키고 서있다가 박서완에게 물었어요.


“누가 그랬어.”

“어? 아니 뭐 집에서 넘어졌어.”

“야, 박서완. 집에서 넘어졌다고 전신마비가 와? 너희 집이 무슨 아마존이야?”

“이야, 농담 많이 늘었다.”

“회복할 수 있대? 있는 거지?”

“재활 해봐야 안대. 그래도 이렇게 목숨 건진 게 어디야.”


제 눈가에 짭쪼롬한 물 한 줄기가 흘렀어요.

박서완이 당황하면서 제게 말을 걸었어요.


“야, 유동주. 왜 우냐. 아픈 건 난데 네가 왜 울어.”

“그냥. 그냥. 우는 거 아니야. 이 새끼야.”


우리 둘 사이에 한참이나 침묵이 흘렀어요.

얼마 있다가 박서완이 갑자기 이런 말을 건네더군요.


“꿈은 찾았냐?”

“무슨 꿈.”

“꿈을 찾고 노력하면 동주 너희 부모님도 좋아할 거라니까.”


저는 어처구니 없는 기분으로 그 녀석의 얼굴을 보았어요.


“그거 진심이냐?”

“진심이지.”


저는 녀석의 손을 잠깐 그러쥐었다가 일어났어요.

움직이지 못하는 녀석의 손은 따뜻했어요.


그런데.

병동을 나오는 찰나에 저는 박서완의 아버지를 마주쳤어요.

그리고 전화 통화를 듣고 말았죠.


“그 멍청한 새끼가 허리를 비트는 바람에 골프채가 잘못 나갔어. 아, 기분 내키는 대로 휘두른 게 아니라니까. 훈육이야. 훈육. 멍청한 놈이 멍청하게 맞은 거지!”


박서완을 다치게 한 사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 적나라하게 들을 줄은 몰랐죠.


그래요.

저는 그 즉시 박서완의 아버지에게 걸어갔어요.


“야, 당신이 인간이야? 당신 아들이 저렇게 누워있는데 뭐가 어쩌고 저째?”


그래요.

그게 그 사건이예요.

제 주먹이 박서완의 아버지를 강타했어요.


아, 아시죠.

그 뒤에 벌어진 일들이 더 흥미진진한 거.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졌냐면요.



작가의말

2화까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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