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포수, 야구 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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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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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9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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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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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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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춘(1)

DUMMY

21.


크보 개막 후 6일째.

팀은 3승 3패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6전 6패 꼴찌가 유력하다는 언론과 전문가의 예상과는 다른 성적.


3패 중 1패는 나 대신 오연수가 출전했다가 패했다.

2패는 선수들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지 잘 못했고.

내가 스킬을 사용해도 횟수에 한계가 있으니.


뭐, 나머지 3승도 내가 잘해서 거둔 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잘해 준 거지만.

투수들은 공을 잘 던졌고, 나머지도 안정적인 수비를 했다.


점수를 더 냈으면 이겼을 텐데.

뭐 어쩔 수 없다.

타격은 재능의 영역이니까.

반사 신경, 감각, 시력 등 타고나야 한다.

재능이 있었으면 진작 다른 구단에서 활약하고 있었겠지.

그리고 또 잘하고 있는 선수를 우리 쪽으로 보내 줄 리도 만무하고.


나도 ‘네 노림수가 다 보여’, 스킬을 사용하지 않으면, 공을 건드리는 것조차 힘들다.


게다가 우리 팀은 나 말고도 몇몇 빼고 타격을 못하는 편.


그러니 수비라도 잘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수비도 재능이 필요하지만, 입에서 단내가 나올 정도로 훈련하다 보면 극복되겠지.


그리고 그 분야에서 최고는 김류진 감독.

언론에서 조사 결과 11개 팀 중에서 수비 훈련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어쨌든 빡센 수비 훈련 덕분에 팀은 4위에 안착할 수 있었다.


나야 평소처럼 버스를 잘 탄 거고.

가끔 홈런과 안타를 치며 겨우 1인분의 몫을 할 수 있었다.


개막전 이후 운이 좋아서 MVP를 한 번 더 받았다.

사람이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는 거니까.

초일류 선수라도 매일 잘할 수는 없다.

나는 잘했고, 다른 선수들은 컨디션이 안 좋은지 못한 그런 날이었다.






그래서 불안하다.

난 그저 평범한 선수일뿐인데.

괜히 내게 기대를 하는 건 아닌지.


계속 남들의 기대를 사는 것 같아 불안하다.

앞으로도 잘해야 할 텐데.

내가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또다시 덮쳐 오는 인터뷰의 압박에 식은땀이 저절로 흘렀다.


다행히도 내게 모든 인터뷰 금지 처분이 내려진 덕에, 개막전과 같은 불상사는 피할 수 있었다.


“인터뷰 제가 안 하면 누가 합니까?”

“제가 하겠습니다!”

“넌 안 돼.”

“왜죠?”

“똥손이니까.”

“······.”

“SNS나 인터뷰는 신경 쓰지 말고, 제구에 집중해라.”

“···예.”


박훈이 나 대신 나가고 싶어 했지만, 김류진 감독이 거부.

헛바람 들까 봐 그러시는 것 같다.

박훈이 부러운 재능을 가진 건 맞지만, 그만큼 부족한 게 많으니까.


결국 권석호 선배가 나가서 인터뷰했다.

사람들도 다 이해한다는 반응이었다.

새빨개진 얼굴로 얼어붙은 내 모습이 생중계로 전파됐었으니까.


강제는 아니고,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인터뷰에 응해도 된다고 한다.

물론 나는 인터뷰할 생각은 앞으로 다시는 없다.

카메라와 마이크에 둘러싸였던 끔찍한 순간을 또 경험하고 싶지는 않다.

스킬이 생겨서 떨지 않게 되면 또 몰라.


“오늘은 뭐 먹을까요?”

“음, 햄버거는 어때?”


햄버거는 내가 고민하지 않고 선택하는 메뉴다.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기도 하고.


“또요?”

“···응.”

“순댓국은 어때요?”


박훈이 질린다는 얼굴로 말했다.

너무 자주 먹었나.


“그래, 오늘은 순댓국 먹자.”

“아싸!”


순댓국 나쁘지 않다.

햄버거 하나를 먹고 나서, 순댓국을 먹으면 되니까.

햄버거는 간식.

포기할 수 없다.


‘대충 빨리 씻고 나와서 햄버거 하나 사 먹어야겠군.’


누구보다 빠르게 씻고, 햄버거 하나를 사 먹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온 나.

그러나 곧 당황했다.

막 씻고 나온 선수들 표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 햄버거 하나 먹고 온 거 들킨 건가?’


하지만 증거는 없다.

나는 완벽한 표정 관리를 하며 로커룸 내 자리에 앉았다.

물론 속으로는 조마조마하고, 식은땀이 나려 한다.

나 떨고 있진 않겠지?


“어디서 햄버거 냄새나지 않아?”

“감튀 냄새도 나는 듯?”


선수들이 소곤댔다.

개코가 따로 없네.

경기가 막 끝나서 한창 식욕이 달아올라 왔을 때긴 하다.


“오면서 봤는데 밖에서 누가 햄버거 먹더라.”

“아.”


내 말에 선수들이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야구장엔 치킨과 맥주가 잘 나가지만, 햄버거도 뒤처지지 않는다.


옆자리에 앉은 박훈이 눈을 가늘게 뜨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굳이 입을 열진 않았다.


‘나 혼자 햄버거 먹고 와서는 아닌 것 같고. 왜 선수들 표정이 어둡지?’


이렇게 생각할 때였다.

때마침 권석호 선배가 샤워실에서 들것에 실려 나왔다.

고통스러운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있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씻다가 비누 밝고 넘어졌습니다.”

“···.”


어이가 없네.

공 던질 수 있나?

권석호 선배를 살피니 무릎이 팅팅 부어있다.

걷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나이 들어서 회복도 느릴 텐데.


“팀 닥터가 봤는데 당분간 공 못 던질 것 같답니다.”


망했네.

권석호 선배 빠지면 빈자리 어떻게 하지?

그런데 박훈은 왜 또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일까.

마치 무언가 큰 결심을 한 듯한 표정.

곧 그 이유를 박훈의 입에서 들을 수 있었다.


“후. 어쩔 수 없지요. 제가 7, 8, 9회를 책임지는 수밖에.”

“···.”

“저만 믿으십시오.”


자세는 좋네.

하루 이틀은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권석호 선배가 언제 회복될지도 모르는데 박훈에게 7~9회를 계속 맡길 수는 없다.


“성준아···.”


들것에 실려 나가던 권석호 선배가 갑자기 손을 들어 멈췄다.

그리고는 나를 보며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 선배님.”


비장한 얼굴.

마치 죽음을 눈앞에 둔 지휘관과 비슷한 느낌이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뒤를 부탁한다.”

“···.”


당황스럽군.

난 투수가 아니라 포수인데?

그것도 그저 그런 재능을 가진 포수.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고.


다음 날 월요일 아침.

일주일만의 휴일이라 늘어지게 늦잠을 자려는데.


띵동.


초인종이 울려 밖에 나가 보니 수석코치님과 포수 코치님이 계셨다.

뭐지.

꿈인가.

갑자기 헛것이 보이네.

쉬는 날 두 분이 찾아올 리가 없는데.

경기가 있는 날이어도 아침부터 찾아올 이유가 없긴 하다.


음, 꿈속인 것 같은데 다시 침대로 가서 자야겠군.

아니면 시스템 영향인가?

아직도 비몽사몽 한 상태.

눈을 비비던 나는 그대로 문을 닫으려 했다.


탁.


그런데 코치님이 현관문을 잡는 게 아닌가.


“하하하, 섭섭하네. 우리 보자마자 문 닫으려 하고.”

“···?”


헛것이 아니었던 건가?

진짜로 코치님?

눈이 동그래져서 바라보자.


“나 지금 상처받아도 되는 거지?”

“전화는 왜 안 받아. 무슨 일 있나 하고, 집까지 찾아왔잖아.”


근육은 주로 잘 때 만들어지고 회복된다.

편안한 숙면을 위해 나는 잠자리에서 핸드폰은 멀리 두는 편이다.

그래서 전화 소리를 못 들은 것 같다.

평소 스팸 아니면, 연락 올 일도 없기도 하고.


야구를 잘 못하니 남들 술 먹고 놀 때 난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죄송합니다. 잘못 본 줄 알고. 그런데 코치님이 무슨 일로······?”

“음, 아주 푹 잔 얼굴이군.”

“···예?”

“얼구리 뽀송뽀송해.”

“?”


잘 자긴 했다.

10시간 정도.


“나가자, 갈 데가 있으니.”

“···예? 어디를요?”

“2군 경기장.”


거기를 내가 왜······.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오늘은 쉬는 날.

엄연히 쉴 권리가 있다.

잠깐.

혹시 날 2군으로 내려보내려는 것인가?

내 눈동자가 지진이 난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올 것이 왔구나.


“석호가 부상으로 빠졌잖아. 대체 선수를 뽑아야 하는데 성준이 너도 같이 가 줬으면 해.”


다행히 날 2군으로 내려보내려는 건 아니었다.

후.

놀라서 잠이 확 달아났네.


“저를요? 왜요?”

“감독님이랑 단장님이 너도 같이 가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경기에 나가면 네가 공 받을 테니까 너한테 맞는 투수를 고르는 게 좋지 않겠니?”


아무래도 거절해야 할 것 같다.

물론 내가 도와줄 수는 있지만, 내가 선택한 투수가 못 하면 어떻게 책임진단 말인가.

이런 일은 전문가인 코치님들이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리고 갑자기 집 밖에 나가야 한다는 것도 좀 그렇다.

오늘은 쉬고 싶었는데.

잠도 더 자야 하고······ 쉬면서 쌓인 피로도 풀어야 하고.

맛있는 것도 먹어야 한다.

할 일이 태산이군.


“부탁 좀 하자. 사실 감독님이 널 꼭 데려가라고 했거든. 네가 선수를 잘 볼 것 같다고.”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 우린 네 의견을 참고만 할 거니까.


아.

거절해야 하는데.

싫다고 똑 부러지게 말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저렇게 간곡히 말하니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

일단 돌려 말하자.


“저 아직 씻지도 못해서······ 잠도 아직 안 깼고······.”

“잠은 가면서 자. 그리고 어제 경기 끝나고 씻었지?”

“씻긴 씻었습니다.”

“그럼 됐네. 가자.”

“...예?”

“이게 다 너한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일이야. 너도 슬슬 코치 준비해야지?”


코치.

음.

나이를 생각하면 준비할 때가 되긴 했다.

그렇게 나는 얼떨결에 코치에게 이끌려 2군 경기장에 가게 되었다.

밥은 공짜로 사 주시나.


***


프로 데뷔 4년 차인 김재춘.

그는 한 번도 1군에 올라가지 못한 선수였다.


우투우타 사이드암 투수.

174cm 어정쩡한 키.

일반인 중에선 평범할지 몰라도 선수 사이에선 작은 키다.

특히 투수는 키가 크면 클수록 릴리스 포인트, 각도 등에서 유리하다.


126에서 134킬로미터의 프로 평균보다 낮은 구속.

134킬로미터도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다.



‘하, 키가 조금만 더. 한 30cm만 더 컸으면······.’


성적도 좋지 못했다.

2군에서 활약하며 2년 동안 9승 16패 기록

120이닝을 뛰며 평균 자책점 4.65를 기록했다.


그러던 중 새로 창단한 구단에 갈 생각이 있냐고 제의가 들어왔고, 트레이드에 동의했다.


‘과거는 잊고 새 출발 하는 거야!’


하지만 경기 피닉스에 와서도 그는 2군 신세였다.

이적하며 달라진 건 살짝 오른 연봉밖에 없었다.

성적도, 구속도 그대로였다.

이적 후 새로 만든 변화구도 통하질 않고 있다.


“할머니. 요즘 몸도 좋고, 잘하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 감독님이 나한테도 곧 기회 주신대.”

-그래?

“새 창단한 구단이잖아요. 그래서 선수가 많지 않아. 곧 TV에서 날 볼 수 있을 거예요.”

-아이고, 장하네. 우리 새끼.

“그럼, 누구 자식인데.”


그를 가슴 아프게 하는 건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할머니였다.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뒷바라지해 준 할머니.

1군 경기에 뛰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은 마음에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2군에 있는 것도 힘들다고.

그가 지금까지 야구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였다.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해. 끼니 거르지 말고. 몸에 안 좋은 라면 같은 거 먹지 말고 챙겨 먹어.

“걱정 마요. 구단에서 밥 삼시 세끼 잘 나와요. 어? 코치님이 나 부른다. 또 전화할게요.”

-그려.


할머니와 통화하다 보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늙고 병들어 아플 텐데도 온통 손주 걱정뿐.

울음이 터질 것 같아 코치 핑계를 대며 억지로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속으로 울음을 삭이고 있는데.


“지훈아.”

“···예?”

“곧 마운드에 올라가야 해. 몸 풀어.”

“알겠습니다.”


코치의 말에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만 보고 사는 할머니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여 주려면 성적을 내야 한다.


‘잘하자! 아자, 아자 할 수 있다! 난 최고다!’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는데.


“1군에서 코치님이 오셨어. 부담 주고 싶진 않지만······ 잘해야 한다.”

“예.”


2군 경기에 1군 코치가 오는 건 가끔 있는 일이다.

선수를 평가하거나 유망주의 성장 정도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어차피 나 보려고 온 건 아닐 텐데.’


다른 유망주를 보러 왔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

이유가 어찌 됐든 1군 코치에게 잘 보여서 나쁠 건 없다.

겸사겸사 눈에 띌 수도 있고.

내가 잘 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지만.


잠시 뒤 마운드에 올라간 김재춘.

그의 눈에도 평소에 잘 보지 못했던 코치님 두 분이 보였다.

그리고.


‘옆에는 누구지? 어디서 본 얼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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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웨어울프(4) +2 24.08.06 123 6 13쪽
26 웨어울프(3) +2 24.08.05 135 6 17쪽
25 웨어울프(2, 수정) +3 24.08.04 147 5 14쪽
24 웨어울프(1) +2 24.08.03 166 6 12쪽
23 김재춘(3) +2 24.08.02 158 7 12쪽
22 김재춘(2) +3 24.08.01 16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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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잭 톰슨(1) +1 24.07.18 258 8 14쪽
8 스프링캠프(3) +1 24.07.17 333 10 12쪽
7 스프링캠프(2) +3 24.07.16 294 12 15쪽
6 스프링캠프(1) +2 24.07.15 315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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