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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검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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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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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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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녀

DUMMY

신세대 점사로 소문이 나서 학생들이 뻔질나게 드나든다는 서울역 앞에 자리 잡은 <서울 신녀>의 신당.

별반 크게 기대는 되지 않지만 이 의문을 푸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한 번도 그런 곳을 가 보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는데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점을 보러 돈을 쓰면서

그런 곳에 다니는 학생들도 꽤 있었고 나는 그들을 평소 한심한 인간들이라 생각했다.


우물에 침 뱉고 돌아와 그 물을 퍼 마신다 하더니..


‘사람 앞 일은 참 알 수가 없군, 내가 이런 데를 스스로 찾게 될 줄이야!’

세상의 일을 내가 함부로 단정 짓는다는 건 오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늦은 시간이라 나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는다며 문을 내렸다.

합리적 사고를 할 거라고 생각되는 학생들 중에 그런 곳을 다니는 애들이 꽤 많다는 게 놀랍다.

물론 재미로 보는 애들도 꽤 있지만, 거의 광적으로 믿는 애들도 꽤 많다.


거의 1시간을 기다리니 차례가 왔다.

여학생 둘이서 내 곁을 지나가며 얼굴이 상기된 채 수군거린다.


“정말 잘 맞추네, 놀라 자빠지겠다, 애!”

“돈 안 아깝지. 그지?”

“얼굴도 무지 예쁘고, 젊고..다른 점사들 처럼 무섭지도 않고..정말 신 세대 신녀님이야”


점을 보러 와서도 점사의 용모를 평한다.

외모 지상 주의는 어디에나 있다.

***


신녀와 마주 앉는다.

젊고 예쁘다. 이제 갓 삼십대 초반이라 들었는데 이제 대학 고 학년에 접어든 듯한 인상이다.


‘연예인 출신이라 하더니 꽤 예쁘기도 하군’


신녀의 머릿속이 환해지는 것이 보인다.

즉각 반응이 온다.


“어허, 나랑 연애하러 왔나!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알고 싶은 거나 물어라”


‘헐, 읽혔다. 아무래도 사람 생각에 공감하는 능력이 있나보구나. 저 인간도 자기 예쁜 걸 늘 의식하고 있나 보군, 그러니 쉽게 공감이 되지’


우선 고수인 교수님의 생사를 알 수 있을지 궁금하다.


“흠, 누군가를 찾는 모양이네”

다시 깜짝 놀랐다.

‘이거 정말 용하다는 소리 들을만하네’


그러다 신녀가 호통치듯 한 소리 한다.


“아무래도 학생이 나를 시험하려 드는 것 같군, 그냥 가거라!”

크,크..학생이라. 이건 잘못 짚었네.

대학생들이 많이 드나드니, 그리 생각하나 보다.


신녀 말에 집중하며 그 화술에 말려들어 가는 게 점을 보러 온 사람들의 자세인데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신녀를 탐색하니 그게 마땅 찮은 모양이다.


‘이거 안 되겠다. 대충 털어놓자’


“신녀님, 사실은 내가 신이 내린 건지, 사람 생각이 조금 보인다 말입니다. 그래서 궁금해서 왔습니다.”


“오호, 어쩐지 느낌이 ‘싸’ 하더라니, 이유 없이 그리 되었다 말이야? 나는 너무 스트레스 받고 깊이 고민하다 보니 우울증 끝에 각성이 되어서 사람 머릿속이 조금씩 보이더니 이리 되었는데?”


“아, 스트레스 때문에 그리 되셨다고요?”

그런 단순한 이유로 각성이 되었다고?


“너 만한 동생이 있어 말해주는데, 그거 좋은 거 아니다.”

“처음에는 말이야 나는 그게 대단한 재주인 줄 알았어, 그런 재주면 무언가 될 줄 알았다 말이야,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지나다 보니 남의 마음을 조금 들여다보는 재주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묻지도 않는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혹시 말이야, 학생은 이 재주로 미래를 본다던가, 남의 마음을 마음껏 들여다 볼 수 있다 생각 하는 건 아니지?”


신녀는 내 상황이 안쓰러운지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건 아니고요,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가면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요.”


“나 정도면 꽤 잘 맞히는 점사로 소문나서 돈은 잘 벌긴 하지, 그래도 내 말에 공감하고 생각이 공유되지 않는 사람은 거의 마음을 읽을 수 없어.”


“그래서 점을 보러 오는 사람은 내가 기를 세워 콱 눌러 준다고! 내 말에 집중하고 심적으로 공감을 일으켜야 내가 키워드를 던지면 거기에 반응하는 그 사람 생각이 내 머리에 다운로드 되어 내가 볼 수 있으니까! 아니면 단편적으로 밖에 안 떠올라!”


키워드, 다운로드라니! 공유는 또 뭐냐!

헐! 신 세대 점사는 언어부터 다르다.


“그래서 말을 하대하고 사람을 내리 보는 거군요”


“나보다 더 영력이 센 사람은 상대방이 공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본다 하더라, 그들은 나 보다 한 단계 높은 점사들이지.”


“아마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희소할 걸?, 잘 나가다가도 마음이 흐려지면 안 되니 늘 맑은 새벽에 산에서 기도하면서 마음 수련을 하곤 하지, 난 그에 비하면 엉터리야!”


이건 내가 한 수 위인 거 같다.

나에게 집중 안 하는 사람의 마음도 나는 읽었다.

갑자기 신녀가 측은해 보인다.

그 생각에 반응하는지 신녀의 머릿속이 환해지는 것이 보인다.


“그럼요, 무엇이 보이나요, 아니면 그냥 느낌인가요?”


신녀는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얼굴을 보고 있으면 느낌이 오면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기운을 느껴!”


“가령 연애라는 단어를 떠 올릴 때. 그 사람의 얼굴에 공감한 빛이 떠오르면 그것을 보러 온 거고 아니면 여러 다른 단어를 떠올리다 보면 그중 반응이 보이는 것이 있어.”

“그러니 하나하나 맞추어 나가다 보면 족집게 소리를 듣는 거야! 가끔은 무슨 영상 같은 게 보이기도 하고, 요건 좀 절실한 사람의 경우더라.”


‘이거 나와 조금 다른 것도 같고, 같은 것도 같고, 나는 주로 부동산 생각하는 사람의 머릿속이 잘 보이는데...’

하지만 생각해 보니, 부동산 신이 따로 있어, 내게 정보를 주는 건 아니고 부동산은 곧 <돈>이니, 거기에 대한 생각은 아주 강력한 기를 내 뿝는다.

그래서 각성 된 내 머리를 두드리는 거 같다.


갑자기 신녀가 손을 내 젓는다.

“복채는 필요 없으니 그냥 가, 그런 건 일체 생각하지 말고 아는 척도 말아, 자꾸 관심을 가지면 더 각성이 되고, 이런 길로 빠지게 돼, 점사가 되고 싶지는 않겠지?”


“그런 생각은 없어요.”


“재미로라도 남을 들여다보려고 애를 쓰지 말아! 그거 은근 중독성 있다. 그러다 보면 갈 길은 뻔하다.”


아닌 게 아니라 이러다 신 내림을 받는 거 아닌가 슬슬 걱정이 되기도 한다.


“신녀님, 이건 정말 궁금한데, 나는 이상하게 부동산에 관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이 잘 들여다 보이는 같은 데...이게 뭐지요?”


가라고 하더니 내가 질문을 하자, 대답을 잘 해준다.

“호호, 당연하지..사실 내가 떠들어 봐야, 눈치로 두들겨 잡는 것이 대부분이지, 하지만 말이야, 남녀 상열 지사에 관한 것은 훤히 들여다보여, 점사도 다 전공이 있는 거지.”


점사도 전공이 있다?


신녀는 신 여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탈렌트였다.

어느 날 돌연히 잠수 타더니, 이렇게 살고 있다.

“내가 왜 이럴까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내가 탈렌트였다는 건 알 거고, 주로 멜로 드라마를 많이 찍었지, 거의 조연이었지만.”


“그 드라마 안에서 늘 연애에 실패하는 역할이 전부였어, 악역을 하다 걷어 차이던지, 아니면 좋아하는 남자는 히로인에게 빼았기고, 날 좋아하지만 나는 별로 느낌 없는 놈과 이 선 후퇴하는 보조 히로인 정도였지.”


“그게 좀 분했던 거 같아, 그래서 한이 맺힌 건지, 그런 연애사가 잘 보인다 말이야!”


“사실 내가 그런 것 때문에 심한 우울증에 빠졌어.”

“그때 사실 스트레스가 엄청 심했어, 나도 히로인이 되고 싶었거던, 늘 겉도는 역할만 하다 보니. 그 배역의 스트레스가 몽땅 머리에 쌓인 거야.”

"**의 연인이라는 드라마에서 말이야, 좋아하는 남자에게 확실히 까이고 난 뒤, 원형 탈모증까지 오더라."

읔, 원형 탈모증까지?

놀랍다.


아, 배역에 심하게 몰입하는 메소드 연기자!

“이른바 메소드 연기자였네요. 배역이 그 자신이 되고 그 자신이 배역의 인물이 되는 극단적 몰입 연기를 하신 거네요”


“히스 레저라는 배우가 그로 인해 정신 건강이 망가져, 조기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알려져 있지요. 물론 나는 그게 정답이라고는 생각 안 해요, 하지만 상당부분 매소드 연기 때문 일수 있다는 생각은 해요.”


히스 레저가 <다크 나이트> 영화의 악마 역인 조커에 지나치게 몰입한 탓에 우울 증세를 보였고, 외로움이 더해져, 그 결과 약을 과다하게 복용하다 세상을 등진 것이란 말이 있다.


."괴물의 심연을 바라볼 때 심연이 당신을 바라보지 않도록 주의하라.' 니체가 남긴 말이지요"

“어, 그런 거 까지 알고 있어?”


반사적으로 말은 내 뱉었지만

이걸 내가 어떻게 이리 뚜렷이 알고 있나 나 스스로에 놀랐다.

아주 오래전에 살짝 스치듯 들은 기억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매소드'라는 키 워드를 듣자 놀랍게도 그 내용이 뚜렷이 다운로드 된다.


“여하튼 내 머릿속에 남녀 관계를 생각하는 부분은 데이터가 아주 활성화 되어 있는 것 같아.”

"그러니 키워드만 들으면 머릿속이 잘 보여, 동영상까지 보이는 경우도 있고."


“그런데 생각해 봐라, 그게 맞는 거야, 세상 사람 대가리 속을 다 들여 보다가는 오버 로드 되어 미쳐 버리지 않겠어?”


"오버 로드(과부하) 그거 컴퓨터도 태워 먹기도 하지요."


“그래, 인간도 아마, 뇌가 오버 로드 되면, 완벽을 추구하던 히스 레저처럼 얼마 못 살고 마음이 병들어 죽고 말 거야.”


신녀가 놀랍도록 똑똑하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신녀의 경우를 듣고, 생각해 보니 부동산에 관한 것이 유달리 또렷이 보이는 건 기획 부동산에 속아 시장 바닥에서 채소 팔아 번돈 1억을 몽땅 날리고, 마음이 병들어, 시름 시름 앓다 일찍 세상 버린 모친의 억울함을 늘 마음에 품고 살아와서 그런 것 같다.


그 새끼들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다

몽둥이라도 들고가 대가리 깨버리고 싶은 생각이 문득 문득 들었지만

법인 해체하고 사라져버린 그 놈들이 누구인지 조차도 알 방법이 없었다.


그걸 계약하라고 부추 킨 사람도 이웃 아줌마였고, 그 아줌마도 가해자이지만 역시 피해자여서. 몇 건 계약했다가, 집안이 풍비 박산이 났다.


“그거였구나, 나도 모르게 내 마음 깊은 곳에 가라 앉아있던, 토지 사기꾼에 대한 복수심, 스트레스.”


이건 스트레스 때문에 각성 되었다는 서울 신녀의 경우와 일치한다.

신당을 나왔다.

복채는 절대 안 받겠다며 손을 세차게 흔드는 바람에 그냥 나왔다.


“쯔쯔, 걱정된다, 제발 이 길로 빠지지 말아. ”


‘참 마음씨가 고운 신녀님이군! 이리 마음 써 주다니.’


학교 앞 원룸에 도착해 우선 경찰청 마약 전담반에 연락했다.


의경 근무할 때 알아둔 고딩 선배가 안면이 있는 터라 이름을 대니 즉시 알아듣는다.


“어, 우심이 갑자기 무슨 일이야?”


“선배님이 마약 전담 수사를 한다고 했었지요?”


선배는 단박에 내가 전화한 이유를 눈치 깐다.

“오, 보아하니, 마약 신고할 거 있는가 보네.”


“눈치 빠르시기는..”


나는 야링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히 설명한다.


“약 하는 것은 틀림없고 마카오에 들락 날락 하는 것이 아마 중간 공급 책 역할도 하는 것 같아요, 카지노 삐끼도 하고요, 아마 여러 명 인생 망쳐 놓은 것 같은데요”

“선배님, 후배이기도 하고 내 친구인 놈이 크게 말려들게 생겼으니 빨리 조치를 취해주세요!”


“뭐야, 마카오를 들락거릴 정도라면 해외와 연결된 공급책, 거기다, 카지노 꽃뱀이라..흠..”

“확실한 제보네, 이번 건수는 큰 건이 될 것 같네, 그래 최대한 빨리 알아보마.”

****

이리 저리 다니며 나에게 일어난 이 기이한 현상에 대해 연구하며 왔다 갔다 하는 사이 보름이 금방 흘러갔다.


일요일, 집에서 뒹굴고 있으니 tv 뉴스가 떴다.


‘중국인으로 위장한 한국 여성 마약 공급 책을 포함한 대형 마약 유통 조직 체포, 중간 공급 책 십 여명 체포 구속’


내용은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마약 단속 반이 덫을 놓아 중간 공급 책을 몽땅 잡아 들인 모양이다.

엄청나게 신속한 수사의 결과다.

보통 덫을 놓고 하다 보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인데, 마침 마약이 들어오는 일정이 휴대폰 감청 작업으로 포착되어 아주 빠르게 처리되었다고 선배가 알려 왔다.


해외의 원흉들은 중국 당국에 연락해 두었지만 수사망이 좁혀지자, 칼 같이 단절되어 오리무중 이라 한다.


뉴스가 나오고 ,몇 시간 지나자 만석이에게 전화가 왔다.


만석은 흥분이 되어, 소리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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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가짜 자격증 +3 24.07.22 2,766 44 12쪽
8 빼았아 먹다. +3 24.07.20 2,859 47 13쪽
7 거침없이 +6 24.07.19 3,074 46 12쪽
» 서울 신녀 +5 24.07.18 3,283 54 13쪽
5 만석의 모드 전환 +7 24.07.18 3,548 59 13쪽
4 업데이트되는 능력 +4 24.07.17 3,754 64 12쪽
3 머릿속이 읽어진다. +7 24.07.16 4,142 62 13쪽
2 각성의 시작 +7 24.07.16 4,833 75 13쪽
1 빡치는 인생 +9 24.07.16 6,838 7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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