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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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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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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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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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테미온 참사

DUMMY

수도경비대 사령관 슈나이더 소장은 특별수사본부에 수도경비대가 포함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처음에는 심드렁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쾌재를 불렀다. 주요 수사대상에 눈엣가시 같던 왕실근위대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도경비대와 왕실근위대는 권한과 역할 등을 두고 오랫동안 갈등을 겪어왔다. 국왕이 머무는 파르마궁이 수도 벨라시타에 있다보니 두 기관의 역할이나 권한이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두 기관은 관할권을 두고 자주 다퉜는데 대부분은 근위대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이번 로젠테미온을 준비하면서 사냥터 경비와 관련해서도 두 기관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슈나이더는 벨라시타 외부 힐크리크에서 사냥을 하기 때문에 위수지역을 고려하면 경호업무는 당연히 수도경비대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포겔은 왕세자의 행사이기 때문에 지근거리 경호가 불가피하고 수도경비대에 이 같은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이번에도 근위대의 승리였다.




사냥터 경호업무를 통해 차기 국왕 알베르트의 눈에 들려고 했던 슈나이더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인생지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왕세자 피살사건이 벌어지자 슈나이더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그 일을 맡았다면 현재 수사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을 터였다.




"구겐하임 총감이 구인장을 집행할 인물로 다슬러 대령을 지명했단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사령관 각하."




슈나이더는 이번 포겔 소환을 뭔가 거대한 이벤트로 만들고 싶었다. 그를 소환함으로써 그동안의 수모도 갚을 심산이었다.




"세 번이나 소환장을 무시했다는데 우리가 간다고 해서 순순히 따라나설 인물이 아냐."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슈나이더는 포겔을 잡기 위해 최정예 병력 50명을 보내기로 했다. 일단 머릿수로 압박하고 실제 무력행사를 하더라도 밀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슈나이더는 다슬러를 불러 직접 명령을 내렸다.




"다슬러, 이번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이상 말 안해도 잘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각하께서 심려치 않도록 명을 확실하게 수행하겠습니다."




다슬러가 수도경비대 병력 50명을 거느리고 파르마궁에 도착한 떄는 정오가 막 지났을 즈음이었다. 왕실근위대 건물은 파르마궁의 외벽과 접해 있어 왕궁 정문을 통하지 않고서도 궁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다슬러는 근위대 정문 앞에 서서 포겔에 대한 소환장을 가지고 왔음을 알렸다. 근위대 경비병들은 수도경비대 병력의 위압감에 겁에 질린 듯 했다. 곧 근위대 안에서 장교 한 명이 밖으로 나왔다.




"감히 왕실근위대 정문 앞에서 이 무슨 망동인가. 썩 물러가지 못하겠느냐?"




다슬러는 젊은 장교를 향해 추상 같은 표정으로 호통을 쳤다.




"네 이놈, 감히 국법을 수행 중인 나에게 망동이라고 했느냐. 네놈부터 붙잡아 물고를 내기 전에 빨리 포겔 근위대장을 나오라고 전하라."




"난 근위대 소속 짐머 대위요. 저희 대장께서는 지난번 서면으로 충분히 진술하시었소. 죄를 물어 체포할 게 아니라면 이만 물러서시오."




"죄가 없다면 왜 몇 차례의 소환장에 불응했는가. 당장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직접 들어가 명령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다슬러의 표정은 단호했다. 포겔이 나오지 않는다면 정말 근위대 안으로 병력을 들이겠다는 위협으로 들렸다. 현재 근위대 병력은 대부분 왕실 경비를 서고 있기 때문에 본부 안에는 20여 명밖에 없었다. 만약 다슬러의 병력이 무력으로 들어온다면 진압당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게다가 다슬러의 병력은 살기등등한 기세로 볼 때 정예 중의 정예를 이끌고 온 듯 보였다.




"감히 어디를 들어온다는 거요? 다슬러 대령, 당신이 여길 무력으로 치고 들어온다면 그 뒷감당을 할 수 있을 것 같소?"




왕실근위대는 국왕의 최측근 조직으로 근위대를 공격한다는 것은 왕실을 공격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왕실근위대 자체가 왕세자 피살사건에 일말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큰소리 칠 입장은 아니었다.




"그래서 포겔 대장께서는 끝까지 국왕 전하의 옷자락 뒤에 숨어 계실 거란 말이냐? 아무 죄가 없다면 조사 받는 걸 두려워 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




짐머가 뭐라고 반박을 하려고 막 입을 떼려는 찰라였다.




"누가 두려워서 안 간다는 것이냐? 난 아무 죄가 없기 때문에 안 가려는 것이고 너희들이 공평무사한 조사를 할 것으로 보이지 않아 거부하는 것이다."




어느새 짐머의 뒷편에 포겔이 부하 10여 명을 거느리고 나와 있었다. 다슬러가 많은 병력을 이끌고 왔다는 소식을 듣고 포겔도 힘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본부 내 부하들을 모두 이끌고 나왔다.




"포겔 대장님을 뵙습니다."




다슬러는 말에서 내리지 않고 포권만 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인사는 집어치우거라. 슈나이더가 날 잡아오라고 하더냐? 내가 슈나이더의 속셈을 뻔히 아는데 너희들 뜻대로 내가 끌려갈 성 싶으냐?"




"포겔 대장님,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이번 조사는 구겐하임 특별수사본부장께서 지시하신 것입니다. 저희들은 구겐하임 본부장의 명령을 집행하는 것일 뿐입니다."




구겐하임의 이름이 거론되자 포겔은 크게 웃었다.




"그 쥐새끼 같은 놈이 수사본부장이라고? 정말 웃기지도 않는군. 이번 사건은 명백하지 않느냐. 왕세자 저하께서 백주대낮에 피살당하셨다. 그 경호책임을 물어 날 치죄한다면 난 언제든지 죄값을 받을 각오가 돼 있다. 그러나 조사를 핑계로 날 불러 치욕을 안기려는 수작에는 놀아나지 않겠다."




"그럼 결국 이번 소환장에도 불응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당연하지 않느냐. 내 뜻을 알았다면 다음에는 날 사형시키라는 왕명이 찍힌 조서를 가지고 오도록 해라. 그때는 내 순순히 따라가겠다."




포겔이 단호한 의지를 보였지만 다슬러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포겔 대장님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저에게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슬러가 갑자기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리자 포겔과 그의 부하들은 모두 칼을 빼들었다.




"제군들은 즉각 죄인 포겔을 포박하도록 하라. 포겔을 돕는 자는 모두 역적이니 죽고 싶지 않거든 물러서도록 하라."




다슬러의 수신호와 함꼐 50명의 병사들은 일제히 포겔을 향해 달려 들었다. 근위대는 포겔을 둘러싸고 다슬러의 부하들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근위대 병사들의 무력은 일반 병사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났기 때문에 일반적인 병사들과 10대50의 싸움이라면 충분히 승산 있었다. 하지만 다슬러가 데리고 온 병사들은 수도경비대 1,000명 병력 중 가장 검술이 뛰어난 자들로 차출된 자들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숫적 열세가 드러났다. 근위대 병사들이 한두 명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포겔은 아끼는 부하들이 더 쓰러지는 것을 두고볼 수 없었다. 마침내 세 명이 더 쓰러지고 다섯 명이 모두 부상으로 피투성이가 됐을 때 포겔은 항복했다.




"그만! 그만 멈춰라! 내가 따라 가겠다."




다슬러는 부하들에게 수신호를 보내 싸움을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그러게 진작 제 말을 따르시지 그러셨습니까? 여봐라 쓰러진 근위대 병사들을 모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시급히 조처하라."




다슬러는 포박된 포겔을 끌고 위풍당당히 수도경비대 본부로 귀환했다. 당연히 특수본으로 갈 것으로 생각했던 포겔은 자신을 실은 마차가 수도경비대 사령부 정문을 지나치자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이봐, 다슬러! 날 특수본으로 데려가는 게 아니었느냐? 왜 너희 사령부로 날 데리고 온 것이냐?"




사령부 안으로 들어오자 방금 전까지 싹싹했던 다슬러의 태도가 돌변했다. 포겔의 외침에 고개만 한 번 힐끗 돌려 보더니 부하들에게 뭔가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부하들은 포겔이 탄 마차로 다가와 포겔을 마차에서 내리게 했다.




"저희들을 따라오시면 됩니다."




"왜 날 여기로 데려온 것이냐? 너희들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퍽!'




포겔은 갑자기 옆구리의 통증을 느끼며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손목이 묶여 있어서 낙법도 치지 못한 채 바닥에 얼굴을 찧고 말았다. 포겔을 안내하던 병사 하나가 포겔의 옆구리를 강하게 발로 찬 것이었다.




"이봐, 아직도 당신이 근위대장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넌 왕세자 저하 피살사건의 중요 용의자로 여기 온거야. 살아서 햇빛을 다시 보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뭐... 뭐야? 너희들이 감히..."




포겔은 병사 2명에게 번쩍 들어올려져 어디론가 끌려갔다. 끌려온 곳은 사방이 꽉 막힌 밀실이었다.




"이걸로 갈아 입고 기다려."




포겔을 끌고 온 병사 하나가 포?겔의 손목 밧줄을 풀어준 뒤 옷을 한 벌 건넸다. 건네 받은 옷은 아무런 장식도 없는 무명천으로 만든 위아래가 모두 하얀 옷 한 벌이었다.




"난 왕실근위대 포겔 대장이다. 관복을 입고 조사에 임하겠다."




'퍽! 퍽!'




포겔 뒤에 있던 병사의 손에 들린 몽둥이가 사정없이 포겔의 몸을 강타했다. 포겔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쓰러져 고통스러워했다.




"두 번 말하지 않는다. 빨리 갈아 입어."




매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었다. 몇 차례 더 몽둥이찜질을 당한 후 포겔은 결국 무명옷으로 갈아 입었다. 병사들은 무명옷으로 갈아 입은 포겔을 방 구석으로 끌고 가 그곳에 있는 의자에 앉힌 뒤 팔과 다리를 묶었다. 아마 이 자리에서 고문을 할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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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로젠테미온 참사 24.07.27 19 0 10쪽
27 로젠테미온 참사 24.07.27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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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7대 가문 24.07.26 20 0 9쪽
24 7대 가문 24.07.26 22 0 10쪽
23 7대 가문 24.07.26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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