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최근연재일 :
2024.08.05 00:05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1,639
추천수 :
5
글자수 :
455,697

작성
24.07.23 00:40
조회
39
추천
0
글자
10쪽

프롤로그

DUMMY

에드는 미어덴을 떠난 후 두 달여 지났을 때 트란베스트 경계를 넘었다.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트란베스트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처럼 떠났던 트란베스트를 다시 돌아오게 되다니 이것도 운명인가 싶었다.




에드는 고향인 게나움으로 갈까 생각하다 마음을 돌렸다. 도망자 신세인 자신에 대한 체포령이 내려져 있을 지도 모를 상황에서 본가는 더 위험했다.




게다가 집을 떠날 때 싸웠던 아버지에 대한 감정도 아직 풀리지 않았다.




에드의 아버지 토비아스 보른하이트는 난폭한 성격의 술주정뱅이였다. 장남이었던 에드의 기억으로 다섯 살 무렵부터 토비아스의 폭력을 경험하며 자랐다.




어머니 수잔나는 트란베스트에 정착한 호튼족의 후손이었다. 토비아스의 폭력은 수잔나 또한 비켜가지 않았다.




토비아스는 자기 땅을 가질 수 있다는 꿈을 좇아 게나움에 정착한 프란디아의 남쪽 크락센 섬 출신 이주민이었다.




게나움의 지배자 피센클라인 가문은 영지에 산재한 황무지를 논밭으로 개간하기 위해 외지인들의 유입을 장려했다.




게나움뿐 아니라 트란베스트 전역은 프란디아로 병합되기 전에도 많은 프란디아인들이 기회와 꿈을 좇아 정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토비아스는 950년 경 게나움에 정착해 호튼족인 수잔나와 결혼까지 했다. 토비아스를 게나움으로 부른 이는 사촌 카를이었다.




게나움에 먼저 정착한 카를은 토비아스를 초청한 것은 물론 수잔나와의 중매를 서줬다.


트란베스트를 지배하고 있는 7대 가문은 호튼족과의 통혼을 장려했다.




7대 가문은 트란베스트의 원주민인 호튼족과 여전히 분쟁 중이었다. 프란디아인의 지배를 인정할 수 없었던 호튼족 일부는 피로스 산맥을 넘어가 호시탐탐 고토 회복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7대 가문은 드넓은 트란베스트를 효과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떠나지 않은 호튼족을 포용하는 정책을 쓰고 있었다.




100여 년 전 트란베스트를 잠시 지배했던 호튼족 출신 트란베스트 분봉왕 에테베가 적극적으로 프란디아의 문화를 수용한 바 있었다. 이로 인해 두 민족간 문화적 통합은 어렵지 않게 진행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소한 트란베스트 내에서는 호튼족과의 혼혈이 배척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토비아스는 처음 정착할 당시만 해도 자신의 밭을 일구며 열심히 사는 농부였다. 그런데 어느 해 흉년이 들었을 때 게나움 회당으로부터 구휼식량을 빌린 게 문제였다.




흉년이 몇 년 더 계속되면서 엄청난 빚을 지게 된 토비아스는 자신이 일군 논밭을 그대로 교단에 빼앗기고 말았다.




억울한 마음에 회당으로 가 항의를 했지만 매질만 당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토비아스의 음주와 폭력이 시작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자영농에서 소작농으로 전락한 토비아스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틈만 나면 술을 마셨고 그때마다 폭력이 동반됐다.




에드는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에게도 폭력을 휘두르는 토비아스가 죽도록 싫었다. 폭력에 저항도 해봤지만 곧바로 더 큰 폭력으로 응징 당했다.




열다섯 살 무렵 토비아스와 에드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아버지를 죽여야 이 고통이 끝난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열여덟 살이 됐을 때 마침내 에드는 어머니를 학대하던 토비아스를 칼로 찔렀다. 술에 취해 수잔나를 무자비하게 때리는 모습을 보자 에드는 참지 못하고 일을 저질렀다.




두들겨 맞아 피투성이였던 수잔나는 아들이 살인자가 되는것을 막기 위해 에드를 말렸다.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울며 호소했다.




수잔나는 집에 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이대로 떠날 것을 권유했다. 에드는 어머니와 동생을 그냥 두고 떠나혀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토비아스가 남겨진 가족을 가만두지 않을 것은 뻔했다. 하지만 울면서 이대로 떠나기를 종용하는 어머니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렇잖아도 농사를 지으며 살아야 하는 운명을 거부하고 싶었던 에드에게 그 기회가 떠밀리듯 온 것이었다.




칼싸움에 재능이 있었던 에드는 군인이 되고 싶었지만 귀족의 사병 노릇은 싫었다. 그런데 3년 전 트란베스트가 프란디아로 병합되면서 프란디아의 정규군에 입대할 수 있게 됐다.




에드는 급한대로 행장을 꾸려 그날 밤 노르트하임으로 길을 떠났다. 트란베스트에서도 정규군이 될 수 있었으나 최대한 멀리 떠나고 싶었다.




그런데 3년 만에 예기치 못한 일에 휩쓸리면서 다시 트란베스트로 돌아왔다.




옛생각에 잠겨있던 에드는 게나움으로 돌아가는 대신 트란베스트의 가장 큰 가문의 도시 글라츠로 가기로 결심했다.




프란디아와 병합한지 6년이 흐르면서 트란베스트로 유입되는 프란디아인의 수는 급격히 늘고 있었다.




트란베스트는 땅은 넓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부족했다. 이른바 트란베스트는 자기 땅을 일구고 잘 살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다.




한 달여가 지났을 때 에드와 엘레나는 글라츠에 도착했다. 트란베스트 최고의 가문이 있는 도시답게 글라츠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저녁 무렵 도착한 에드는 곧바로 번화가에 있는 객잔을 향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객잔이라면 여러 소식도 들을 수 있었고, 일자리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저, 말씀 좀 묻겠습니다."




에드는 객잔의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말씀하슈."




"이곳에서 일자리를 얻고 싶은데... 어디 없을까요?"




다짜고짜 일자리를 물어보는 에드를 보면서도 주인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이주민이 늘면서 에드와 같은 류의 사람들이 많았던 탓이었다.




주인은 에드의 행색을 살피는 듯 했다.




"먼길을 오신 모양인데 잘 하는 일은 뭐유?"




에드는 사실 검을 휘두르는 일 빼고는 특별히 잘 하는 게 없었다. 농사라고 해봐야 어릴 때 잠시 어머니의 일을 도운 게 전부였다.




그렇다고 군대 경력을 말하기는 꺼림칙했다. 혹시라도 탈영병이라는 사실을 들킬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든 시키시면 다 할 수 있습니다."




'다 할 수 있다'는 말은 특기가 없다는 말이었다. 에드의 말에 주인은 콧방귀를 뀌며 맥주를 담은 잔을 들고 홀로 서빙을 나갔다.




"이... 이보세요?"




에드의 말을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주인은 홀로 가버렸다.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주인의 차가운 반응에 실망이 컸다.




"혹시 노르트하임에서 오는 길이야?"




노르트하임이라는 말에 에드는 깜짝 놀랐다. 고개를 돌려보니 덮수룩한 갈색머리의 20대 청년이 바에 앉아 맥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아... 아닌데..."




에드는 반사적으로 부인했다. 청년은 빙긋 웃으며 에드의 허리춤에 있는 칼을 가리켰다.




"그럼 그 칼은 어디서 주은 거야? 그 칼집에는 노르트하임 군대에서 쓰는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이곳에서 노르트하임 군대 문양을 알아볼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좀더 조심했어야 했다고 스스로 자책했다.




에드가 머뭇거리자 청년은 별일 아니라는 듯 다시 말을 건넸다.




"안녕, 난 발빅이야. 너무 경계하지 않아도 돼. 나랑 나이도 비슷한 것 같아서 인사를 건넨 것 뿐이야."




그제서야 에드는 약간 경계를 풀었다.




"그래, 안녕. 난 에드야."




"옆에 계신 분은 네 부인이니? 정말 미인이신데?"




발빅이 엘레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래, 여기는 내 아내 엘레나와 아들 페터야."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니 발빅은 기회를 찾아 트란베스트로 온 프란디아 본토 출신 청년이었다. 잠시 상인 밑에서 장사를 배우기도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 글라츠로 온 지 1년이 넘었다고 했다.




당장 일자리를 얻어 엘레나를 돌봐야 했던 에드는 마음이 급했다. 하지만 비슷한 처지의 발빅과의 대화가 재미있어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에드는 탈영병이라는 사실만은 숨긴 채 그동안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전했다. 한창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밖은 칠흑처럼 어두워져 있었다.




에드는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고 생각해 발빅에게 인사를 건네고 2층 객실로 올라가기 위해 일어섰다.




"잠깐, 에드. 이건 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이곳 분위기가 요즘 별로 좋지 않아. 매사에 조심하도록 해."




"조심하라니 무슨 말이지?"




"최근 들어 이곳 글라츠에서 젊은 여자들이 실종되는 경우가 몇 번 발생했어. 납치사건 같아서 후작부 공안국이 조사를 했거든. 그런데 남아있는 증거가 없어 아무 것도 밝혀내질 못해 사람들이 불안해 하고 있어."




발빅의 말에 에드의 눈은 자연스럽게 엘레나 쪽으로 향했다.




"네 부인 같은 경우 미인이라 그놈들의 목표가 될 수 있어. 그래서 하는 말이야."




"고마워, 조심할게."




"그래, 혹시 힘든 일 생기면 필렌 사거리에 있는 도자기 상점으로 와서 날 찾아. 지금은 거기서 물건 배달해주는 일을 돕고 있어."




발빅은 에드에게 다시 한 번 몸조심하라고 당부한 후 객잔을 떠났다. 에드는 글라츠에서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일단 이 객잔에 머물러야 했다.




에드는 발빅의 '몸조심 하라'는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외지인인데다 누가 보더라도 미인인 엘레나는 납치범들의 표적이 되기 쉬울 것 같았다.




다음날 일자리를 구하러 밖에 나가기 전 에드는 엘레나에게 함부로 밖을 돌아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엘레나는 걱정말라며 에드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에드의 말처럼 밖을 나가지 않고 방에만 머무는 것은 불가능했다. 여러 필요한 물품들을 빌리기 위해서라도 객잔 안을 돌아다니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레이나르트 연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 로젠테미온 참사 24.07.28 16 0 10쪽
35 로젠테미온 참사 24.07.28 16 0 9쪽
34 로젠테미온 참사 24.07.28 16 0 10쪽
33 로젠테미온 참사 24.07.28 20 0 10쪽
32 로젠테미온 참사 24.07.27 25 0 9쪽
31 로젠테미온 참사 24.07.27 26 0 9쪽
30 로젠테미온 참사 24.07.27 18 0 10쪽
29 로젠테미온 참사 24.07.27 18 0 10쪽
28 로젠테미온 참사 24.07.27 19 0 10쪽
27 로젠테미온 참사 24.07.27 23 0 12쪽
26 7대 가문 24.07.26 20 0 9쪽
25 7대 가문 24.07.26 20 0 9쪽
24 7대 가문 24.07.26 22 0 10쪽
23 7대 가문 24.07.26 19 0 11쪽
22 7대 가문 24.07.26 21 0 9쪽
21 7대 가문 24.07.26 22 0 12쪽
20 7대 가문 24.07.26 25 0 10쪽
19 쿠데타 24.07.25 23 0 17쪽
18 쿠데타 24.07.25 25 0 12쪽
17 쿠데타 24.07.25 23 0 10쪽
16 쿠데타 24.07.25 26 0 9쪽
15 쿠데타 24.07.25 30 0 11쪽
14 동쪽에서 이는 바람 24.07.24 32 0 12쪽
13 동쪽에서 이는 바람 24.07.24 40 0 13쪽
12 동쪽에서 이는 바람 24.07.24 39 0 12쪽
11 프롤로그 24.07.23 76 0 15쪽
10 프롤로그 24.07.23 32 0 12쪽
9 프롤로그 24.07.23 38 0 12쪽
» 프롤로그 24.07.23 40 0 10쪽
7 프롤로그 24.07.23 36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