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살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연극·시나리오

완결

출세한
작품등록일 :
2024.07.19 13:48
최근연재일 :
2024.07.19 13:54
연재수 :
8 회
조회수 :
70
추천수 :
0
글자수 :
90,222

작성
24.07.19 13:49
조회
14
추천
0
글자
24쪽

ㅅㅅ할까?

DUMMY

1.


세상이 바뀌었다. 옛날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거다. 생각해보라.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런 소리를 들어왔다.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가져.-

그러나 이제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알거다. 이 소리는 개소리라는 것을. 열심히 공부해봤자, 좋은 대학을 가봤자, 좋은 직장을 가져봤자. 학창시절 펑펑 놀아 고졸 백수 엠창인생이 유튜브를 하는 것보다 못한 인생이 되는 세상이다.

고졸 백수 엠창인생 김진환과 이민수는 이렇게 변한 세상이 마음에 들었다. 그 전의 세상은 그들에게 패배자라는 낙인을 찍었지만, 지금의 세상은 그들은 유튜버, 크리에이터라고 치켜세워줬으니까.


2.


유튜브의 성공 공식은 단순하다. 자극적이기만 하면 된다. 자극적인 영상, 자극적인 썸네일 등등. 무수한 자극에 뇌가 둔해진 시청자들의 손가락이 자신들의 영상을 클릭하기만 하면 된다.

“좋은 세상이야.” 유튜버 김진환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극에 절어버린 이 세상이 좋았다.

몰카 유튜버로서. 자신은 기획자, 편집자, 출연자로서 같이 사는 동료에게 ‘몰래’취두부, 캡사이신, 세상에서 제일 신 사탕 혹은 제일 매운 감자칩등을 먹이고 영상을 찍고 유튜브에 올리기만 하면 돈이 들어오는 세상이다.

“이런 게 진짜 재밌나?”

때로는 이런 단순한 레파토리에 사람들이 왜 재밌어하는지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진환은 이런 주제를 깊게 생각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재밌어하고 조회수를 올려줘서 돈이 들어오면 그만이다. 남의 고통을 즐기는 세태에 대한 비판은 자신이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오늘은 같이 사는 형에게 몰래 캡사이신을 먹여보겠습니다!”

그래서 김진환은 오늘도 카메라 앞에 서서 캡사이신을 흔들었다. 캡사이신을 먹이는 것은 단순하지만, ‘몰래’창의적으로 먹인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칭찬일색이다. 물론 칭찬은 조회수가 되며 곧 돈이 되었다.

김진환은 돈을 벌기 위해, 그와 이민수의 집이자 촬영지인 옥탑방, 그 앞에 비치된 나무 평상에 사온 삼겹살과 전기 그릴을 세팅했다. 그리고 창의적으로 시판 쌈장에 콩가루와 캡사이신, 사이다를 섞은 다음 카메라를 줌인하고 중얼거렸다. 나중에 편집이 쉽게 편집점을 잡는 행위다.

“우리 엄마가 만든 특제 막장이라고 속일 캡사이신 막장.”

그 다음으로는 줌 아웃으로 평상 위에 세팅한 것들을 대략적으로 찍은 김진환은 찍은 영상을 돌려봤다. 6층이나 되는 옥탑방을 걸어 올라왔기 때문일까. 가장 중요한 캡사이신 막장의 초점이 흐려진 것을 확인한 김진환은 손을 탈탈 털고 초점을 맞춘 다음 똑같은 내용의 영상을 이번에는 보다 자세히 찍기 위해 나무 평상에 손을 짚었다.

“응? 에이···.”

그 순간 우지끈이라는 나무가 쪼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김진환은 굳이 나무 평상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 자신들이 옥탑방에 입주하기 전부터 있던 고물 같은 것이었고, 혹시 몰라 두 발로 평상에 서니 삐걱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제 역할을 잘했다.

“오늘은 잘 버티겠지?”

잘 버티지 못한다하더라도 김진환은 억지로라도 평상에서 영상을 찍을 생각이었다. 옥탑방의 탁 트인 테라스는 이민수가 캡사이신을 먹고 날뛰는 것을 적나라하게 찍을 수 있게 만들었고, 빨간색 벽돌로 만들어진 옥탑방의 현관문을 막으며 영상 분량을 부풀리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김진환은 별 생각 없이 오후가 되어서도 잠이나 자고 있을 이민수를 깨우기 위해 옥탑방으로 들어갔다.

“형. 일어나.”

“으으···응? 몇 시야?”

“벌써 3시야. 어제 뭐했어?”

“어제···.”

김진환은 아침에 일어나 전에 찍은 영상을 편집하고 새로운 영상을 찍기 위해 마트까지 다녀왔다.

그에 비해 이민수는 밤새 게임이나 하다가 새벽에 잠이 들어 남이 깨우기 전까지 퍼질러 자고 있었다. 그에게 인생은 밥 먹고 담배피고 똥 싸고 게임하고 딸 치다가 잠드는 단순함 그 자체였다.

“얼른 일어나. 밥 먹자.”

“밥? 뭔데?”

“삼겹살 사왔어. 날씨도 좋으니까 평상에서 먹자.”

“으으···귀찮은데. 집에서 먹으면 안 돼?”

“안 돼. 집에 냄새 배겨.”

“그래? 하암.”

“난 수저 챙길 테니까. 먼저 가서 앉아있어. 세팅 다 해놨어.”

유튜버가 돼서 그러한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살은 날로 찌기 시작했고 이제는 몸무게가 세 자리 수를 달성했다. 구독자들도 댓글로 ‘민수는 매일 밤담똥겜딸잠이나 하는데 진환이 없으면 어떻게 살았냐?’라고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다가 때로는 댓글로‘진환이 형은 왜 민수형이랑 같이 유튜브 함?’ 이라는 내용이 올라오기도 한다. 합당한 의문이었다. 여태 모든 영상의 기획과 편집은 김진환이었고, 이민수는 그저 가만히 앉아있는 꼴이었으니까. 하지만 김진환은 이민수가 이러기 때문에 같이 유튜브를 한다. 자신보다 멍청하고 이렇게나 순진한 사람을 찾는 게 어디 쉬우랴?

이민수가 없었다면 캡사이신을 먹는 것과 사람들의 경멸어린 비난을 받는 것은 자신이었다는 것을 김진환을 알고 있었다.

“야! 김진환!”

“왜?”

“카메라 뭔데? 너 또 뭐 하려고 하지?”

게다가 이민수는 멍청하고 순진함이 도를 넘은 사람이라. 속이기도 엄청나게 쉬웠다. 충분히 의심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약간의 궤변을 늘어놓으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의심을 거뒀다.

“아니, 형. 우리가 언제까지 몰카 유튜버로 먹고 살겠어. 지금부터 천천히 다른 길로 갈 준비를 해야지. 옥탑방 삼겹살 먹방··· 같은 거를 조금씩 올려둬야. 나중에 몰카 유튜브 시들해지면 바로 갈아탈 수 있지.”

“그런가?”

“형도 이제 내일 모레 30인데. 늙은이한테 캡사이신 먹이면 내가 욕먹지.”

“오, 네가 웬일로 내 생각을 해주냐?”

“형 없으면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겠어. 하하.”

이민수는 감동받은 표정을 내비치며 받은 칭찬을 김진환에게 돌려줬다. 나도 너 없었으면 유튜버로 성공 못했다. 고맙다 등등. 20대 중 후반의 남성들이 서로를 칭찬해주는 훈훈한 3분가량의 짧은 시간은 이렇게 지나갔다.

이민수는 진심이었고, 김진환은 절반 정도 진심이었지만 이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김진환은 이민수가 앞에 놓인 캡사이신이 들어간 막장의 냄새를 맡기 전에 서둘러 삼겹살을 그릴위에 놓았다. 고기가 열을 받아 맛있는 소리와 냄새가 풍겨왔다.

“아, 참. 진환아.”

고기의 한 면만 노릇하게 익은 그 순간, 이민수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며 말했다.

김진환은 혹시 이 형이 눈치 챘나? 그럴 리가 없는데? 라며 속으로 불안해했고, 이민수는 불이 붙은 담배의 연기를 내뿜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사생팬이 또 집에 들어온 거 같아. 오늘도 새 담배가 책상에 놓여있더라.”

“또? 비밀번호 바꿨잖아.”

“그러니까. 어떻게 알았지?”

김진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민수가 오늘의 몰카를 눈치 채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지만, 이건 또 다른 문제였다.

“뭐, 그래도 나는 좋아. 담뱃값도 올랐는데. 다 필 때쯤이면 새 담배를 리필해주기도 하고. 냉장고에 채워놓는 반찬도 맛있잖아?”

단순하고 멍청하고 순진한 이민수는 담뱃값과 반찬값을 아꼈으니 오히려 좋다는 반응이었다. 이 사안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김진환뿐이었다.

‘경찰을 불러야 하나?’

아직 구독자가 20만 따리일 뿐이다. 인생이 핀다는 100만 구독자 전까지는 팬을 위해서 간 쓸개라도 준다는 컨셉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자신들을 너무 좋아해서 몰래 우렁각시 짓을 하는 팬을 경찰에 신고한다?

‘차라리 뭐라도 훔쳐 가면 편하게 하겠는데.’

자칫 잘못하면 여태 쌓아온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앞선다. 그 사생팬은 집으로 들어와 아무것도 훔치지 않고 오히려 담배나 반찬, 혹은 돈을 놓고 가니까 더욱 그랬다.

‘···에이, 뭐. 별일 없겠지?’

뭘 골똘히 고민하는 것은 그에게 어색했다. 김진환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사생팬에 대한 것을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을 그 나름대로 찾았다고 스스로를 속였다.

어차피 사생팬은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잖아? 여태까지 뭘 훔치거나 우리한테 해코지한 것도 없고. 그래. 그리고 돈이 어느 정도 모였으니 이제는 옥탑방이 아닌 조금 멀쩡한 집으로 이사를 가면 돼. 공동현관이 있는 그런 집으로. 그 전까지는 나도 민수형처럼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자.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당장 내일 모레 업로드할 영상이었다. 사생팬이 무서워서 이사를 빨리 가고 싶으면 영상 조회수가 더 나와야 한다는 생각도 일부 있었다. 아니면 자극적인 장면으로 꽉꽉 채워 분량을 늘려 조회수 대비 수익이 더 나게 한다거나···.

조회수는 김진환이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자극적인 장면과 분량 늘리기는 관여할 수 있었다.

김진환은 노릇하게 익은 삼겹살을 대충 자르고 평상에서 일어나 슬리퍼를 신었다.

“형. 나 냉장고에 소주 좀 가져올 테니까. 먼저 먹고 있어.”

“진짜? 나 먼저 먹는다?”

“아, 그리고 그 막장. 우리 엄마가 직접 만든 특제 막장이거든? 먹어봐.”

자극적인 장명을 위한 복선도 영상에 조금 깔아놓고 옥탑방으로 들어간 김진환은 서둘러 핸드폰으로 카메라를 켜고 말했다.

“같이 사는 형한테 삼겹살 먹자고 말한 다음 몰래 캡사이신 먹여놓고 아무것도 못 마시게 현관문 잠가 놓겠습니다.”

원래 계획은 이민수가 캡사이신 막장을 먹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근접으로 찍으며 소감을 묻는 인터뷰 형식이었다. 하지만 분량을 늘리게 하는 자극적인 장면을 다각도로 찍기 위해 급하게 인트로를 바꿨다. 그래서 조금 어색한 문장이 주를 이루었지만 김진환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한 장면이라도 놓칠까 서둘러 카메라를 들고 자신의 방으로 달려갔다.

김진환의 방의 창문은 옥상 테라스가 한 눈에 보였다. 거기서 숨을 죽이고 몸을 낮춘 다음 이민수가 삼겹살을 캡사이신 막장에 찍는 장면을 담았다.

이민수는 그때까지도 평온했다. 김진환이 자리를 비우자 여지없이 핸드폰을 꺼내 자신이 하는 게임의 새로운 소식을 알려주는 유튜브를 집중해서 봤기 때문에 코끝에 닿는 캡사이신의 향기는 특제 막장의 독특한 특색인 줄 알았다.

그는 시선을 핸드폰에 고정하며 캡사이신 막장을 듬뿍 찍은 막장을 입에다 넣고는 시큰둥하게 씹었다.

“크. 크크.”

김진환은 영상을 위해 억지로 웃음을 자아내며 캡사이신의 효력이 발동하는 것을 기다렸다.

1초. 이민수는 특제 막장이라고 했는데 별 다를 바 없는 막장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2초. 이민수는 이 특제 막장이 왜 특제 막장인 줄 알았다. 조금 매콤하고. 맛있었다.

3초. “아, 아아!!”이민수는 비명을 질렀다. 아주 익숙한 느낌. 캡사이신이 그의 혀한테 폭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크, 크크크!! 여러분. 지금 민수형이 캡사이신을 먹었습니다!”

김진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핸드폰의 카메라로 이민수가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을 찍었다. 몸을 낮춰서 찍을 때보다 조금 더 좋은 구도였고, 자극적인 장면도 많이 나왔다.

캡사이신이 너무 매워서 거미줄처럼 침을 죽 늘어뜨리는 이민수. 평상에 마실 것을 찾아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이민수. 결국 마실 것을 찾지 못해 맨발로 평상에서 내려와 현관문을 쿵쿵 치는 이민수.

“야!! 김진환! 이 문 열어!”

김진환은 웃음을 참는 척 연기하며 카메라와 함께 현관으로 걸어갔다.

“왜 그래. 형?”

이민수는 대답대신 현관문을 강하게 내려쳤다. 그러나 김진환은 더 자극적인 영상을 위해 2중 걸쇠를 걸어 잠갔다.

“캡사이신 먹은 사람처럼 왜 그래? 풉!”

철로 된 현관문을 난타처럼 두들긴 이민수는 횡설수설하며 김진환에게 욕을 날렸다. 너희 엄마가 만든 특제 막장이라며! 왜 캡사이신이 들어가 있는데? 라는 말을 중간에 씁-씁 늘어지는 침을 삼키면서 말했다.

“으아아아~!”

그리고는 폐 깊숙이 있는 공기까지 긁어모아 괴성을 내질렀다. 찰진 반응이었다. 김진환은 순간 이런 찰진 반응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옛날 티비에서 방영했던 실험 프로그램의 실험맨의 말투를 탑재하고 현관문 너머 이민수에게 말했다.

“우유 드릴까요?”

“아, 진환아! 제발! 얼른 우유 줘!”

이민수는 문고리가 뽑힐 정도로 잡아당기며 간절한 말투로 말했다. 이것은 김진환이 바라던 것이었다.

“캡사이신은 기름에 중화된답니다. 지금 삼겹살 기름을 한 숟가락 먹어보고 저한테 알려주세요.”

“아, 왜 그래! 저 기름 사람이 먹는 거 아니야. 진환아!”

“안하시면 이 문은 평생 안 열립니다.”

“씁~하···시발새끼.”

이민수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김진환이 시킨 대로 하지 않으면 나중에서라도 또 캡사이신을 먹을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과 더불어 다시 평상으로 가서 숟가락으로 삼겹살 기름을 한 숟가락 퍼먹었다. 역효과였다. 기름이 캡사이신을 중화시켜주는 것은 맞았지만, 뜨거운 기름은 아니었다. 이민수는 뜨거운 기름을 퉤 뱉으며 몸을 베베꼬며 고통스러워했다.

“풉! 크크크.”

김진환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그런 이민수의 행동을 모두 찍었다. 이민수가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고 통통한 주먹을 꽉 쥐며 창문 앞까지 다가오는 장면까지.

“삼겹살 기름 효과 없잖아! 혀만 데였네! 얼른 우유 줘!”

김진환은 크크 웃으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한 다음 부엌에서 소주잔에 절반 정도 채워진 우유를 가져왔다.

“창문에서 떨어지세요. 안 줍니다?”

“이···씨.”

원래라면 여기서 영상을 끊고 마지막 장면으로 들어가야 했다. 캡사이신을 먹어 화가 잔뜩 난 이민수가 김진환을 몇 대 때리는 장면으로. 그리고는 아웃트로로 ‘잘 풀었습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가 나오고 영상이 끝나야 했다.

그러나 오늘 김진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더 자극적인 장면이 나왔으면 싶었다. 그래야 돈을 더 벌 수 있으니까. 그래서 창문을 슬며시 열고 창틀에 소주잔을 놓은 다음 일부러 창문을 세게 닫아 소주잔이 바닥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당연히 이민수는 역정을 내며 욕을 했고, 김진환은 연기톤으로 “아, 실수. 헤헷!”이라며 그의 화를 돋웠다.

“평상 위에서 국군 도수체조 1회 실시하면 드리겠습니다.”

“아, 무슨 도수 체조야! 얼른 우유 줘!!”

“도수 체조 완료하시면 우유를 한 통을 드리겠습니다.”

“씁~하. 아, 진짜!”

이민수는 이 고통을 얼른 우유로 씻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김진환의 말을 굳게 믿고 평상으로 올라갔다. 김진환은 바로 창문을 조금 열고 예비 스마트폰으로 국국 도수체조 노래를 크게 틀었다.

“약속 지켜라?”

“네~ 도수체조 하시면 무조건 드릴게요!”

빠라빠라빰~ 국국 도수체조의 도입부가 옥탑에 울려 퍼졌다. 이민수는 익숙하게, 그러나 대충대충 팔을 휘젓거리며 음악에 몸을 맡겼다.

“됐지? 이제 얼른 우유 줘.”

“제대로 하셔야죠. 다시 하세요.”

“아! 그러면 미리 제대로 하라고 말이라도 하던가!”

“당연한 겁니다. 헤헤.”

2 번째 도수체조는 빨리 감기로 넘길 것이지만, 그래도 분량을 채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김진환은 어느새 가져온 우유 한 통을 흔들며 이민수를 자극했다.

“씨···너 진짜 이번에는 줘라?”

“네. 이번에는 무조건 드릴게요.”

이민수는 입 안 가득 담긴 침을 퉤하고 뱉었다. 그리고는 다시 평상위로 올라가 화끈거리는 입술을 툭툭 치며 다시 노래에 맞춰 국군 도수체조를 실시했다.

고통어린 표정이 다채로워서였을까. 빨리 감기를 할 필요가 없어보였다. 몸무게가 세 자리를 넘긴 성인 남성이 캡사이신 눈물 콧물 다 빼고 인상을 구기면서 하는 2번째 도수체조는 예상보다 더욱 웃겼다.

분량은 여기까지만 해도 되겠다. 도수 체조까지만 하고 슬슬 영상 끝내자. 라고 김진환은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몰랐다. 아니, 알았다. 이민수의 중량이 100KG이 넘어갔다는 것과 나무로 만든 낡은 평상 어딘가에 금이 갔다는 것을 말이다. 몰랐던 부분은 우지끈이라는 소리가 평상의 바닥 부분에서 나왔다는 것뿐이었다.

미세하게 금이 간 평상의 바닥은 100KG 이상의 남자가 제대로 하는 국군 도수체조의 후반 부분인 뜀뛰기 운동을 견디지 못했다. 발자국 그대로 평상 바닥에 구멍이 뚫렸고.

콰직!

“어? 어어?”

바닥에 구멍이 뚫린 평상은 원래도 많이 낡은 상태였다. 얼마나 낡았냐면 구멍이 뚫리자마자 다른 부분의 결속력도 많이 약해질 정도로. 균형을 잃고 쓰러진 100KG 물체를 견디지 못하고 부셔질 정도로. 부서진 단면이 날카로울 정도로.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평상의 잔해중 하나인, 단면이 날카롭게 부셔진 한 부분이 이민수의 목을 뚫어버렸다.

“미, 민수형!!”

썩어서 안이 검게 변한 나무는 오랜만에 염료를 자신의 몸에 발랐다. 염료는 선명한 붉은색이었다.


3.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영화나 드라마 같은 거 보면 주인공이 배때지에 칼이 꽂혀있는데도 안 뽑는 거. 저는 그게 그냥 주인공이 페널티를 받게 하는 장치인줄 알았어요. 그런 줄 알았다고요. 몰랐어요. 뽑으면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줄은 몰랐다고요.

그래도 다행이죠. 집 안에서 뽑았고, 다시 찔러 넣으니까 피가 멈췄으니까요.

“···형. 민수형.”

형이 답이 없어요.

“형.”

역 몰카일지도 몰라요. 아무리 사람의 몸에 물이 많다지만 이렇게 햇빛이 쨍쨍한 날에 현관부터 바닥이 찰박거릴 정도로 피가 있을 리 없잖아요.

“형”

그리고 봐요! 현관에서 거실까지. 3미터 정도를 끌고 왔는데도 형은 무거웠어요. 무거웠다고. 시발. 저게 만약에 진짜 피였으면 그만큼 가벼워야 하는 게 정상이잖아. 저건 가짜 피가 맞아.

“이제 그만해. 나 많이 놀랐어.”그리고 이게 역 몰카인 결정적인 이유가 있죠. 평상이 부셔졌을 때, 민수형이 넘어졌을 때, 나무에 목이 뚫렸을 때! 형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어요. 그 흔한‘끄억!’‘아악!’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고요. 들리는 건 우지끈밖에 없었어요.

그래, 맞아. 이건 역 몰카가 맞아. 멍청한 민수형이 오늘은 머리를 좀 썼어···근데 우리 채널에서 머리를 쓰는 건 오직 나뿐이어야 해. 형은 쓰면 안 된다고.

“그만하라니까?”

형이 한 기획은 너무 잔인해. 영상에 못 쓴다고. 그러니까 이제 일어나. 평소처럼 ‘헤헤, 어땠어?’라고 말하면서 머리나 긁다가 컴퓨터 앞에 앉으라고. 게임이나 하다가 야동보고 딸치고 잠이나 자라고. 그러라고.

“나 내일 업로드 할 거 편집 다 못했어. 이제 그만하고 바닥 닦아. 가짜 피가 은근 끈적거려.”

“······.”

“형은 연기자로 성공 못하겠다. 왜 이렇게 어색해. 씰룩거리는 입 꼬리부터 어떻게 해봐.”

“······.”

“······됐어. 나도 오늘 좀 피곤하다. 씻고 자야지.”

내가 정색하고 방으로 들어가면 민수형도 장난칠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거예요. 그럴 거예요. 그러겠죠. 제가 할 일은 방으로 들어가서 커튼 다 치고 잠을 자는 거예요.

그러고 다시 거실로 나오면 민수형이 삐죽 입을 내밀며 쑥스럽게 웃고 있겠죠. 바닥에 가짜 피도 닦으면서 말이에요. 형은 아마 제 화를 풀어주기 위해 되도 않는 애교를 부릴지도 모르죠.

“···나 들어간다.”

그래요. 일단 잠을 좀 자야겠어요. 그러면 이 일이 전부 해결된 상태일 거니까.

몸에 묻은 가짜 피를 씻은 저는 태연하게 방으로 들어가 커튼을 치고 침대에 누웠어요. 커튼 틈 사이로 들어오는 노란 햇빛만 방해돼요.

민수 형은 죽지 않았으니까. 저건 다 연기고 조금 비싼 소품을 써가지고 나를 속이는 것뿐이니까. 그런 거니까.

푹 자고 일어나면 해결되는 일이죠. 청소는 민수형이 할거니까.

좋아하는 이어폰을 위해 노래를 꼈어요. 햇빛을 가리기 위해 예전에 사놓고 안대에 방치한 서랍도 꼈어요.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고 노래에 집중하면 잠이 잘 와요.


저는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은 상태로 일어났어요. 창밖은 해가 저물고 달이 뜬 상태였으나 지금은 계절을 겨울이라 해가 금방 지죠. 몇 시간이 지났는지가 중요했어요. 민수형이 완벽히 뒷정리를 할 정도의 시간은 제 예상대로면 5시간 정도일 텐데. 조금 일찍 일어난 거 같아요.

쏴아악-

방 밖에 샤워기 소리가 들렸거든요. 민수형은 청소를 잘 안하는 성격이라 더 걸렸을 수도 있고···.하아. 어쩌겠어요? 제가 가서 도와줘야지.

“쯧.쯧. 이거 봐.”

방에서 나오니까 거실은 제가 잠들기 전과 정반대였어요. 걸레질을 얼마나 했는지 바닥에서는 광이 나고, 소파에는 어제 민수 형이 먹다가 흘린 배달음식 찌꺼기도 사라져있었죠.

이걸 노리고 정색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좋게 됐네요. 좋아요. 민수형이 어디에 카메라를 숨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녹화본을 받고 편집만 잘한다면, 그리고 지금 화장실 문을 열어서 제가 마무리만 잘 한다면 이것도 업로드가 가능할거 같아요. 돈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마무리는 이미 생각해뒀어요. 소리를 보건대 민수형은 샤워기를 최대 세기로 틀어놨거든요. 형도 유튜버니까 아마도 청소하는 걸 찍고 있을 테니 수도세 생각 안하고 일부러 저렇게 하는 걸 거예요. 제가 갑자기 화장실 문을 벌컥! 열어서 화를 내면서 걱정했다고 하면 좋은 마무리가 될 수 있겠죠.

그 부분에서는 형이 깜짝 놀라는 게 그림이 더 좋아 보여요. “아! 깜짝이야!”라고 말하면서 웃는 거죠.

저는 제 방의 문을 닫지 않고 조심히 거실을 가로질러가서 화장실로 향했죠. 까치발을 들고 살금살금 걸었어요.

그리고 벌컥! 문을 열면서 소리쳤죠!

“민수 형! 장난이 너무 심하잖아!!”

원래 그 뒤로는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냐. 다시는 이런 장난은 치지 마라.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거다. 이 멍청하고 착한 형아. 라고 해야 했는데···그랬는데.

“어머, 깜짝이야.”

화장실에 웬 이상한 여자가 있어요.

“······.”

넌 누구세요. 누군데 우리 집에 있어요. 누군데 몸 전체를 감싸는 투명한 비닐 옷을 입어놓고 알몸인 몸을 다 보이고 있어요. 누군데. 누군데. 도대체 누군데.

우리 민수형을 토막 내고 있어요.

“히히. 진짜 진환 오빠다.”

“······.”

비닐 옷 지퍼를 내리지 마세요. 가슴에 점이 있으시네요. 아니. 그러지 말아요.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니까.

“기본적인 뒤처리는 내가 다 했어. 이제 시체만 처리하면 돼. 민수 오빠 살 좀 빠졌나?”

다가오지 마세요. 충격 받아서 얼어붙은 나한테 쪽, 뽀뽀하지 마세요. 혀 집어넣지 마세요. 그러지 마세요. 비닐 옷을 다 벗고 알몸인 상태로 저한테 다정한 포옹을 하지 마세요.

“오빠.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속삭이지 마세요. 귀에 바람 넣지 마세요. 가슴에 점. 혀로 제 목을 훑지 마세요. 소름 돋아요. 따뜻한 손을 제 티셔츠에 집어넣어서 부드럽게 매만지지 마세요. 저를 흥분시키지 마세요.

“섹스 할까?”

“······.”

“괜찮아. 난 오빠 거니까.”

그러지 마세요.

“내 가슴 먼저 먹을래?”

“······.”

“하읏···.”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유튜버 살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저장용 24.07.19 16 0 -
8 -回讀- 24.07.19 7 0 6쪽
7 그는 그녀가 24.07.19 8 0 3쪽
6 미쳐 ㅅ언ㅁ 24.07.19 5 0 16쪽
5 만나서 얘기 하자 24.07.19 7 0 29쪽
4 렉카 유튜버 김덕수 2 24.07.19 7 0 39쪽
3 렉카 유튜버 김덕수 24.07.19 8 0 47쪽
2 내일 가자 24.07.19 14 0 33쪽
» ㅅㅅ할까? 24.07.19 15 0 2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