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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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출세한
작품등록일 :
2024.07.19 13:48
최근연재일 :
2024.07.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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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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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카 유튜버 김덕수

DUMMY

식사를 마친 그들은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이동했다. 출근시간을 살짝 넘긴 오전이라 도로는 뚫려있었다. 검은색 승용차는 도심지를 벗어나 외곽으로, 외곽을 벗어나 아예 다른 지역으로, 거기에서도 외곽으로 달려갔다. 어찌나 외곽인지 창밖에 보이는 도로 밖의 풍경에서는 갈색 풀대가 있는 공터가 보일 정도였다.

김진환은 어디로 가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영화에서 보던 시체를 처리하기 적합한 곳으로 가고 있다고 풍경이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대신 한시연을 빤히 바라보며 그녀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이제야 어색함을 느낀 것이다.

김진환은 한시연이 이렇게 자신을 도와주는데 에는 유튜브를 도와주는 것 말고 다른 목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작 유튜브를 위해서, 살인의 아무 연관도 없는 그녀가 시체를 은폐하고 유기까지 하는 것은 멍청한 그가 봐도 이상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해서 일이 틀어지기라도 한다면 같이 법정에 설 수 있는데···고작 유튜브를 위해서 이렇게 까지 한다고?

이런 의문은 그녀의 겉모습을 분석할수록 정도가 심해졌다. 유튜브를 하는 것에는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았다. 누구나 할 수 있다. 김진환이 그 산증인이다. 물론 누구나 할 수 있기에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긴 했지만, 한시연의 경우 그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김진환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예쁘고 섹시하니까. 목소리도 예쁘다. 굳이 내가 없어도 카메라 앞에서 논란이 될 만한 말만 하지 않고 산책하는 영상만 올려도 대중들은 좋아할게 분명한데 말이지.

“정말···유튜브만 도와주면 되는 걸까.”

무언가 혼자 골똘히 생각하는데 에는 서투른 김진환은 결국 생각하고 있는 것을 중얼거리고야 말았다.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한시연은 사거리 신호를 기다리면서 그에게 말했다.

“정말이야. 내 유튜브만 도와주면 돼.”그녀는 핸들은 손가락으로 툭툭 치더니 말을 정정했다. “정확히는 우리 유튜브지. 오빠랑 나랑 같이 하는 유튜브. 처음에는 영상에 나만 나오겠지만··· 나중에는 같이 하게 될 거야.”

김진환은 아직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너 정도면 굳이 내가 없더라도 충분히 유튜브로 성공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까지 나를 도와주는 거야. 나는 그렇게 유능하지 않은데.’라는 말을 해서 그녀가 자신을 버리면 어떻게 될지 알아서였다.

“난 오빠 팬이니까. 오빠를 사랑하니까.”눈빛을 읽은 한시연이 말했다.“내가 오빠를 도와주는 이유는 그거뿐이야. 유튜브를 도와달라고 하는 건 오빠랑 알콩달콩 살기 위한 돈이 필요해서고.”

“···그래?”김진환은 미심쩍은 듯 되물었다.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한시연은 알고 있었다. 다행히 마침 신호가 바뀌었고, 그녀는 그에게 “응.”이라는 짤막한 대답으로 얼버무리고 엑셀을 밟았다.

그 이후로는 침묵이 흘렀다. 한시연은 입을 다물고 조용히 혀를 차며, 김진환과는 다르게 속으로만 지금 상황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김진환이 생각했던 것, 그녀는 듣지 않아도 대강 헤아릴 수 있었다. 분명 내 외모 정도면 유튜버로 충분히 성공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겠지. 그러나 그건 뭘 몰라서 하는 속편한 생각이야. 잘생기고 예쁜 건 한 순간이니까. 세월이 흘러 팽팽한 피부에 주름이 생기는 그 순간부터 외모로는 인기를 얻지 못한다. 단순하고 멍청하고 순진한 김진환이 이런 말을 들으면 이렇게 말할 수 도 있겠다. ‘그래도 그건 나중의 일 아니야? 지금은 아니잖아. 넌 충분히 먹힐만한 외모야.’라고. 하지만 그것조차 얄팍한 생각이다. 과열된 유튜브 시장. 예쁜 외모로 무장한 유튜버가 넘쳐난다. 그녀는 그런 유튜버들과 경쟁해서 인기를 얻을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인기를 얻어봤자. 오로지 자신만 바라보는 팬이 생기지 않다는 것을 그녀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김진환이 필요했다. 정확히는 돼지같이 못생기고 능력도 없는데 매일 밥 먹고, 담배피고, 똥 싸고, 게임하고, 딸만 치는, 남들이 보면 혀를 차는 하류 인생에게도 팬을 만들어주는 그의 능력이 필요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그런 능력을 가진 줄 도 모를 정도로 멍청하고, 순진하고 단순해서 다루기 쉬운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니 한시연의 입장에서 이민수의 죽음은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다. 시체를 은폐하고 유기하는 것은 그녀에게 그리 어렵지 않고, 그로인해 그녀는 필요한 사람을 예상보다 빠르게 얻을 수 있었고, 부수적으로 그의 인기에 편승해서 자신은 처음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반대로 운이 나빴다고도 할 수 있었다. 이민수의 시체를 대신 처리해주는 조건이 겨우 자신의 유튜브 활동을 도와주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명분이 빈약해서 설득력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새로운 명분을 내세울 수도 없었다. 그는 유튜브를 제외하면 별 볼일 없는 남자니까. 그녀는 그가 새로운 명분 때문에 유튜브에 소홀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애초에 그 외에는 그에게 원하는 것도 별로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한시연은 그저 팬이니까, 사랑하니까, 그러니까 도와주는 거야, 라는 추상적인 말로 빈약한 명분을 보강했다. 당장은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차 안에서 침묵이 유지되고 있었고, 김진환은 여전히 미심쩍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상관없었다. 차 안에서 하는 말은 단순한 응급처치일 뿐이었다. 그녀는 호감, 사랑 같은 추상적인 표현에 자신의 외모와 연기가 합쳐지면 그에게 꽤나 그럴싸한 설득력을 줄 수 있을 거라는 것을, 그리고 그때가 되면 김진환은 자신의 충견 그 이상의 충실한 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멍청하고 순진한데 단순하기까지 하니까. 절대 다른 생각을 가질 수는 없을 거다.

한시연은 김진환을 자신의 충실한 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더욱 극적인 연출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침묵을 유지하며 그가 속으로 계속 헛다리를 짚어 불안에 잠겨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을 오래 잡으면 안됐다. 멍청하기는 해도 김진환도 생각하는 동물이라 계속해서 헛다리를 짚고 불안해한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 침묵은 최대 30분만 유지되는 게 좋았고, 다행히 목적지는 멀지 않았다. 아무리 느리게 간다고 해도 10분이면 도착했다.


목적지는 그녀의 부모가 유산으로 남긴 허름한 단독주택이었다. 음식 장사를 하고 싶었던 그녀의 부모는 국도 중간에 위치한 이곳에 홀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2층 주택이 매물로 나왔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대출을 받아 매물로 나온 주택과 주차장으로 쓸 근처의 땅까지 매입해버렸다. 그들의 지갑 사정으로는 조금 무리한 대출이었다. 그러나 틀린 선택은 아니었다. 곧 근처에 새로운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그 국도를 지나는 여행객이 없어져 상권이 박살나고 집값과 땅값이 샀을 때보다 눈에 띄게 하락했지만, 그들은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 죽었고, 그들의 딸이 요긴하게 쓰고 있으니 말이다. 한시연은 이 단독주택이 언제나 대책 없이 충동적으로 일을 벌이는 부모가 유일하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차가 다니지 않은 국도 말고는 주위에 아무것도 없으니 무언가를 몰래 하는데 최적화된 곳이다.

“이제 트렁크에서 캐리어를 내려야 하는데.”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한시연이 침묵을 깼다. 그녀는 김진환은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좀 도와줄래?”

침묵이 깨지자마자 김진환은 깊은 불안감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트렁크에 무엇이 있는지 다시금 깨닫고는 새로운 종류의 불안에 휩싸였다.

이제 한시연이 빈약한 명분을 보강하고 설득력을 주기 위한 연기를 할 차례였다. 그녀는 김진환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내려주는 것만 도와줘.”표정과 어투는 김진환을 걱정하는 척, 생각하는 척, 그가 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트렁크를 열자마자 김진환은 인상을 팍 구겼다. 영화에서 묘사한 것처럼 비릿한 쇠 냄새 혹은 시체 썩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해서는 아니었다. 트렁크에서는 퀴퀴한 먼지 냄새만 났을 뿐이다. 그가 인상을 구긴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비닐 주머니에 담겨 있는, 가장 무거웠던 캐리어 때문이었다. 그 캐리어는 분명히 어제보다 조금 부풀어있었다. 잠금장치를 풀기만 해도 안에 있는 내용물이 깜짝 선물 상자처럼 터질 거 같았다.

김진환은 한시연과 함께 트렁크에 있는 캐리어를 모두 내렸다. 육체적으로는 올리는 것보다는 쉬웠지만,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캐리어를 내릴 때는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오빠는 차에서 기다릴래?”한시연은 각 캐리어의 손잡이를 빼며 말했다.

“그래도 돼?”

“응. 그래도 돼. 오빠는 차에서 쉬고 있어.”

김진환은 당장이라도 조수석으로 돌아가 가져온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듣고 싶었다. 그러나 무슨 노래를 들을지 고르고 있을 때, 가녀린 그녀가 양손으로 무거운 캐리어를 끙끙 거리면서 끄는 것을 본 순간 조수석에서 나왔다. 이것조차 그녀의 연기였다는 것을 그는 몰랐다. 단순하게, 마당으로 가는 길이 살짝 오르막이라 그런 줄 알았다.

서둘러 조수석에서 내린 김진환은 한시연에게 달려가 가장 무거워 보이는 캐리어의 손잡이를 뺏어 잡았다. 손잡이를 통해서 느껴지는 무게감과 진동은 직면하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다행히 이곳에는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는 게 많았다. 그는 개가 짖는 소리에 집중했다. 그리고 오르막을 올라 마당으로 보이는 공터에 다다르자 오른편에 보이는, 녹색 페인트로 염색된 철로 만든 울타리 안에서 꼬리를 흔들며 짖고 있는 10마리 정도의 대형견을 발견했다. 대형견들의 종은 전부 달랐지만 관리를 꾸준히 받는 듯 했다. 털에는 윤기가 났고, 울타리 안의 공간도 대형견들이 뛰어 놀기에 충분한지라 스트레스도 별로 없어보였다.

“내가 키우는 애들이야.”한시연은 울타리를 두 발로 치고 있는 대형견들을 가리키며 이름을 말했다.“쫑이, 똘이, 꽁이, 치치, 보리···.”지금 급조한 이름이라 더 이상의 창의력을 발휘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그 뒤로 어릴 때부터 키우던 애들이라는 말만 해도 김진환은 “아~그렇구나.”하고 단순하게 넘어갔다.

“오빠는 집에 있어.” 마당을 절반정도 가로지르자 한시연이 주택의 현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캐리어는 나 주고.”

“어? 어? 응···.”

온 신경이 개한테 집중되어 있던 김진환은 그녀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래도 눈치껏,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자신은 주택으로 들어가라고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눈치껏, 그녀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이제 그녀가 이민수의 시체를 처리할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김진환은 그 장면을 대면할 용기가 없었다.

“비밀번호는 0831. 내 생일이야.” 캐리어를 건네받은 한시연이 말했다. “내가 부르기 전까지 거실 소파에서 좀 쉬고 있어. 알겠지? 사랑해.”

“응, 나도 사랑해.”

한시연은 김진환이 현관으로 들어가기까지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에 그가 비밀번호를 기억 못해 들어가지 못하고 뒤뜰에 있는 자신을 찾는다면, 그래서 시체를 처리하는 장면을 직접 본다면, 그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태까지 잘 달랬던 것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그녀는 그것을 원치 않았다. 물론 조금 있다가 그녀는 그를 자신의 충실한 종으로 만들기 위해 그에게 충격을 주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감당할만할 정도의 적절한 충격일 것이다. 내장과 힘줄 그리고 인대가 피에 절어있는 장면은 아직 김진환이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김진환은 현관문을 열고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한시연이 있었다. 서로 눈이 마주쳤고, 그녀는 안심하라는 듯 손을 흔들어보았다. 이윽고 그는 그녀의 말대로 현관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그러고도 약 1분 정도 그가 다시 나오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에 자리를 지키다가 캐리어를 끌고 주택의 뒤뜰로 걸어갔다.

뒤뜰에는 연기가 빠져나가는 배관이 설치된 아궁이가 있었다. 아궁이 위에는 커다란 가마솥이, 그리고 바로 옆 벽에는 비를 맞아도 괜찮게 비닐로 감싸놓은 장작이 쌓여 있었다.

그녀는 가마솥의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여러 검은색 껍질로 무장한 벌레들이 있었다. 이것들을 먼저 치우는 게 우선이었다. 어딘가에서 수도꼭지와 연결 된 고무호스를 가져온 그녀는 호스의 입구를 손가락으로 좁혀 가마솥 안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그 후에는 가져온 캐리어 중에서 가벼운 캐리어를 바닥에 수평으로 놓았다. 그 안에는 이민수의 피가 묻어있는 평상의 잔해들, 시체를 토막 냈던 줄톱, 지혈하기 위해 사용했던 고무줄, 바닥에 깔아두었던 김장용 비닐 그리고 두껍고 큰 비닐봉지 안에 담겨 있는 30L 정도의 피 등등. 그때 사용했던 물건이나 다른 캐리어가 터지지 않게 적절히 나눠놓은 것으로 가득했다.

썩어서 잘 탈거 같은 평상을 불쏘시개로 쓰자. 한시연은 주머니에 챙겨온 라테스 장갑을 낀 채 피가 묻은, 가장 조각이 큰 평상의 잔해를 먼저 들어 올렸다. 그대로 일어나 장작 사이에 있는 라이터를 꺼냈다. 끈적끈적한 액체가 묻어있는 부분과 아직 칠이 벗겨지지 않는 부분에서는 불이 잘 붙지 않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불이 잘 붙었고, 한번 시작한 불길은 그녀의 팔뚝만한 평상의 잔해를 빠르게 태웠다. 그녀는 라텍스 장갑이 녹기 전에 그것을 아궁이에 던졌다. 그리고 어느 정도 불길이 안정화 되자 캐리어에 있는 나머지 자잘하게 부셔진 평상의 잔해들도 그곳으로 던졌다. 예상대로 안이 썩어서 검게 변할 정도의 나무토막들은 불이 잘 붙었다.

한시연은 쪼그려 앉아 장작을 많이 넣어도 불이 꺼지지 않을 정도의 화력이 생기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그때가 왔을 때는 벽에 쌓여있는 멀쩡한 장작들을 아궁이 안으로 밀어 넣었다.

뚜껑이 사라진 아궁이가 열을 받자 연기가 피어올랐다. 한시연은 아직 수도를 잠그지 않아 물이 흘러나오는 호스를 잡고 가마솥에 물을 부었다. 물을 빨리 끓이려면 냄비가 달궈진 다음에 물을 나눠서 부어야 한다는 부모의 조언은 언제나 쓸모가 없었다. 처음부터 물을 넣었을 때랑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것들이 그렇지 뭐. 한시연은 개의치 않고 할 일을 해나갔다. 먼저 개봉한 캐리어에서 비닐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아궁이에 넣었다.

그런 다음에는 그 무거운 캐리어를 아궁이 앞까지 끌고 와 수평으로 눕혔다. 안에 내용물 중에 배설물이 있는 대장에서 가스가 새어 나와 조금 부푼 것을 제외하고는 두꺼운 비닐봉지에 이민수의 조각들이 잘 담겨있었다.

단도는 조금 나중에 넣을 걸. 한시연은 이 두꺼운 비닐을 찢을 수 있는 도구를 아궁이에 넣은 자신을 탓했다. 부엌으로 들어가서 칼을 가져오면 되지 않을까 싶겠지만, 그렇게 하면 나중에 대장간으로 가져가야할 날카로운 쇠붙이만 늘어나는 꼴이었고, 비닐에 남아있는 피를 따뜻한 물에 씻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장작이 쌓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장작에서 마감이 잘 되지 않은 부분을 찾아내어 손으로 뚝하고 꺾어버렸다. 나무긴 하지만 비닐 정도는 충분히 뚫을 수 있을 정도로 끝이 뾰족한 송곳이 완성되었다. 좋아하는 방법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지만 잘못하면 가시가 손에 박힐 수도 있었다.

“다행이네.”

한시연은 멀쩡한 장갑을 꼼지락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렇다고 꾸물거리지는 않았다. 가마솥 안에 있는 물이 팔팔 끓기 전에 캐리어에 담긴 이민수의 조각들을 전부 넣어야 했으니까. 그녀는 능숙하고 빠르게 이민수가 담긴 비닐봉지들을 하나 둘 씩 들어 올려 가마솥 안으로 집어넣었다. 풍덩 소리가 들렸고 곧바로 푹- 하는 소리가 들린다. 투명했던 물은 벌겋게 변해갔다. 그녀는 손의 감각만으로 더 남은 게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가마솥 안에 있는 비어버린 비닐봉지를 두 손으로 꺼내 조심스럽게 아궁이로 던져 넣은 다음 뚜껑을 닫았다.

비닐이 타는 것은 유쾌하지 않았다. 연기는 석탄처럼 까맣고 냄새는 지독했다. 그래도 꼭 해야 하는 일이니. 연기는 배관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고 냄새만 참으면 됐다. 한시연은 잘 참아내었다. 거실 소파에서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고 있는 김진환도 마룻바닥을 쳐다보며 잘 참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배관에는 비닐이 타서 나는 검은 연기가 아닌 장작이 타서 나오는 하얀 연기가 나왔다. 가마솥에서도 그와 비슷한 연기가 나왔다. 이제 절반이다. 고기가 뼈와 분리되려면 여태 기다린 시간만큼 기다려야 했다. 한시연은 이 시간이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타이머를 맞춰두고, 김진환과 소파에서 이 시간을 알차게 보내볼까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러다가 계획이 어긋날 수도 있으니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정오가 되자 그녀의 기다림도 끝이 났다. 그녀는 아궁이 뒤에 있는 기다란 은색 쟁반과 식당에서 쓸법한 대형 국자를 들었다. 쟁반은 가마솥 바로 옆으로 그리고 국자는 오른손에 들고 몸을 뒤로 젖힌 채 가마솥의 뚜껑을 열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김이 빠지자 안에 있는 내용물이 보였다. 수육이었다. 그녀는 국자로 그것들을 건져 쟁반으로 옮겼다. 최대한 조심하면서 한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붉은 육수가 쟁반에 담겼다. 문제는 없었다. 그때마다 넘치지 않게 육수를 다시 가마솥으로 부으면 되니까. 몇 시간을 가마솥에서 팔팔 끓이니 100kg가 넘어가던 고기는 기다란 쟁반에 담길 정도로 부피가 줄었고 그만큼 가벼워졌다.

한시연은 미리 준비한 목장갑을 끼고 쟁반으로 옮긴 고기를 잘게 부셨다. 뼈를 발랐다. 목장갑이 고무로 코팅이 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어려운 건 견디기 힘든 냄새였다. 그녀는 왜 돼지가 아닌데도 돼지 누린내가 나는지. 애는 진짜 돼지 이었는지 헷갈렸다.

고기는 이미 삶기 전부터 잘 해체된 상태였기 때문에 한시연이 뼈를 바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손가락과 발가락뼈 마디가 조금 골치였지만, 어차피 고기가 식어야 하니 그녀는 그것마저도 발라버렸다.

고기가 어느 정도 식은 것을 확인하고 그녀는 뒤뜰을 벗어나 마당으로 대형견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이름이 없는 대형견들은 그녀를 주인으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그녀가 펜스를 넘어 자신들의 밥그릇을 가져가는 것을 방해하지 않았다. 훈련받은 대로 조용히 앉아있을 뿐이다. 그러면 이렇게 그녀가 밥을 가져다 줬다.

오늘 이름이 생긴 똘이라는 대형견은 코를 킁킁거리며 오늘의 밥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누린내가 심했다. 그러나 고기였다. 맛없는 사료보다는 나을 거였다.

한시연은 대형견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원래라면 어제 자동 배급기에 사료를 채워줬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아서 배가 고팠는지, 고기를 맛있고 게걸스럽게, 그리고 다급하게 먹었다. 먹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준비한 고기를 처리하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달라고 애교도 부린다.

“조금만 기다려.”한시연이 애교를 가장 많이 부리는 쫑이라는 대형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후식도 준비되어 있으니까.”그녀는 후식을 대령하기 위해 현관으로 들어갔다.

“와, 왔어?”들어오자마자 그녀만을 기다린 김진환이 소파에서 일어나 말했다. “자, 잘 처리 했고?”

“오빠······”

한시연은 한순간에 표정을 어둡게 바꾸고 눈물을 그렁거리며 김진환의 폼으로 달려갔다. 그러면서 슬쩍 김진환의 올려다보았다. 가관이었다. 동공이 마구 흔들리고 식은땀을 흘린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는 그게 너무 귀엽고 웃겨서 연기에 지장이 생길까 싶어 얼굴을 그의 가슴팍에 파묻으며 말을 이었다.

“다른 건 다 하겠는데···이건 도저히 못하겠어.”이때 그녀는 몸을 일부러 파르르 떨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키우던 애들이란 말이야.”

“어, 어?”

“이것만···이것만 오빠가 대신 해줘.”

“뭐, 뭐를?”

김진환은 되물었다. 제발 대신 해달라는 게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라고도 속으로 빌었다. 하지만 정황상 생각하고 있는 것 이외에는 나올 말이 없었다.

“방금 시체는 개들이 다 먹었어.”

그녀가 확인사살을 하자 김진환의 울대가 부풀어 올랐다. 구역질이었다. 각오는 했지만 막상 닥치니 충격이었다.

“근데···근데 있잖아.” 그를 감싸고 있는 한시연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오빠가 안전하려면 재들을 죽이는 수밖에 없어. 죽이고 며칠 있다가 화장해야 해.”

“이, 있잖아? 정말 그것밖에 방법이 없을까?”김진환은 이 상황을 타개하고 싶었다.“시, 시체는 이미 개들이 다 먹었다며. 이, 이제 뒷정리만 하고 돌아가자. 보니까 여기 사람도 잘 안 오는 거 같은데.”

“안 돼.”한시연은 단칼에 거절했다. “오빠는 잘 모르겠지만 가끔씩 개 짖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와. 나 없는 동안 경찰이 왔다 간 흔적도 보이고···그러다가 경찰이 눈치라도 채면 어떡할 건데? 뒷정리를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디 단서라도 남아있으면? 여기를 조사하지 않을까? 응?”

“그, 그러면······”

“아니면 또 모르지. 개장수가 우리 애들을 훔치러 몰래 들어올지도. 당장 우리가 떠나고 내일 올 수 도 있어. 그러면···개장수가 납품한 식당에서 신고할 거야. 배를 갈랐더니 사람 손가락이 나왔다.”

“그, 그럴 리가···”

“그럴 수도 있지. 우리는 운이 없으니까. 운이 없어서,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는데도 사람을 죽인게 우리니까.”

김진환은 그 주제로 대화가 흘러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화제를 돌리기 위해, 반사적으로 그녀가 시체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따지기 시작했다.

“그, 근데! 그러면 왜 여기로 온 건데?”

“···무슨 말이야?”

“왜, 왜···이런 방식으로 시체를 처리한 거냐고. 영화처럼 어디 산에 묻거나 바다로 던지면 키우는 개를 죽일 필요는 없었잖아.”

“오빠.”

한시연은 고개를 젖혀 그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현실을 너무 몰랐다. 충격을 조금 더 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산에 시체를 파묻으면 여름이 되는 순간 썩은 내가 진동하고 파리가 들끓어. 아무도 안 갈 거 같은 야산을 좋아하는 약초꾼이 발견해서 신고하면 어쩌려고? 그리고 뭐? 바다로 던져? 낚시꾼이 건져 올리면 어쩌려고? 어부는? 그물에 시체가 안 걸릴까? 확신할 수 있어?”

현실은 이정도만 알려줘도 충분했다. 김진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시연은 얼른 표정을 바꾸고 다시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다. 슬픔을 연기했다.

“나도 어릴 때부터 키운 애들을 죽이기 싫어···그렇지만···오빠를 너무 사랑해. 오빠가 감옥에 안 가려면, 이민수가 그냥 실종으로 처리되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어.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거로는.”

그녀는 일부러 울고 있는 얼굴을 그에게 보여줬다. 그는 진심으로 그녀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그리고 멍청하게,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미안해. 유튜브만 도와주면 된다고 해놓고 이런 부탁을 해서”한시연이 말했다. “나도 내가 혼자서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아니야. 내가 미안해.” 김진환은 처음으로 진심을 담아 한시연은 껴안았다.“너한테 모든 걸 의지해서 미안해. 개는 내가 죽일게.”

“오빠···사랑해.”

“나도 사랑해.”

그들은 누가 먼저 나설 거 없이 서로 입술을 맞닿았다. 입술은 저항 없이 열렸고 2개의 혀가 서로를 뱀처럼 휘감았다.

“파하.”참았던 숨을 터트리며 한시연이 말했다. “애들한테 먹일 쥐약은 내가 가져다줄게. 집에 있을 거야.”

“응, 고마워.”

“먼저 먹이고 여기서 섹스하자. 먹고 바로 죽지 않을 거야.”

손을 허리춤에 가져다 댄 그를 향해 그녀가 말했다. 그가 정말 자신의 충실한 종으로 변했는지 확인해봐야 했다.

“쥐약은 어디 있어?”

“기다려 봐. 갖다 줄게.”

한시연은 부엌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서랍에서 쥐약과 강아지 통조림을 꺼내 김진환에게 건네줬다. 만약 그가 정말 충실한 종이 되었다면 주저 없이 통조림을 따고 쥐약을 쑤셔 넣어 마당에 있는 개들한테 먹일 거다.

김진환은 주저 없이 통조림을 따고 그 안에 쥐약을 쑤셔 넣는데 까지는 훌륭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머뭇거렸다. 그녀가 똘이라고 소개한 금색 털의 대형견이 통조림의 냄새를 맡고 꼬리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좀 쉽게 가나 했더니. 역시나 이 멍청한 놈은 줏대가 없구나. 한시연은 원래의 계획을 이행하기로 했다. 그녀는 김진환을 자신의 완전한 종으로 부리기 위해, 쥐약이 숨겨져 있는 통조림을 바닥에 두고 갈등하는 그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대신 펜스의 뚫려있는 아랫부분으로 그 통조림을 밀어 넣었다. 대형견들은 그 안에 쥐약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르고 먹는다.

“내가 하려고 했는데···.”김진환이 말했다.

“아니야···괜찮아. 난 마음이 여린 오빠를 사랑하니까.”한시연은 시선을 통조림을 먹는 대형견들에게 고정하며 말했다. “그리고 내 주제에··· 개새끼들 죽는 거에 슬퍼할 자격이 없어 보여서.”

“어릴 때부터 키웠다고 하지 않았어?”

“맞아. 근데 그게 뭐? 우리는 사람도 죽였는데.”

김진환의 마음에는 멍청하게 머뭇거려서 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슬프게 만들었다는 새로운 종류의 죄책감이 태어난다. 이어서 즉효성으로 발휘되는 쥐약으로 대형견들이 낑낑 소리를 내며 하나 둘 씩 입에 하얀 거품을 내며 쓰러졌다. 바로 죽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던 그는 당황했지만 내색할 수는 없었다. 죽어가고 있는 대형견을 어릴 때부터 키웠다고 주장하는 한시연이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만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태어난 죄책감이 더 무거워진 것을 느꼈다.

“어릴 때부터 키웠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트럭 아줌마가 알려준, 아무도 모르게 시체를 처리하는 방법은 이거밖에 없거든.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말이야. 미안하기는 해도 오빠를 생각하면 다른 모험을 할 수 없었어. 나는 오빠를 사랑하니까.”한시연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나는 오빠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김진환은 그녀의 말에서 진심을 느꼈다. 애는 정말 나를 사랑하는구나. 나 같은 거를 위해서···이렇게 까지 해주는구나. 명치부터 심장으로 이어지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사랑이었다.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먼저 그녀를 위로해줘야 했다. 나란히 쪼그려 앉아 그녀의 떨리는 어깨를 다독여주는 방식으로.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그가 무릎을 굽힌 순간, 울타리 너머 낑낑거리는 소리로 괴로움을 표현하는 대형견들이 마지막 단말마를 내지르며 숨을 거뒀기 때문이다. 털썩, 약간의 흙먼지가 일었다.

죽기 직전까지 힘겹게 꼬리를 흔들면서 주인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내는 대형견도 있었다. 김진환은 그 눈빛을 보자마자 약간의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고, 쪼그려 앉으려고 굽혔던 무릎은 자신도 모르게 풀려버렸다. 털썩, 그는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미, 미안해.” 라고 중얼거렸다.

한시연은 이런 그가 마음에 들었다. 어찌나 단순하고 순진한지, 조금만 자극하면 원하는 대로 움직여줬다. 지금부터 1시간 안에 그를 자신의 충실한 종으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도 생겼다. 멍청한 그는 자신이 어떤 처지에 놓일 것인지, 죽을 때까지 모를 것이다.

충실하기만 해서는 안 돼. 쓸모가 있어야지. 그녀가 김진환의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이것은 나중에 해야 하는 게 맞았지만, 이미 초장부터 어긋나지 않았는가? 좋은 방향으로 어긋났다. 할 수 있으면 한 번에 하는 게 맞았다. 그녀는 그가 가지고 있는 죄책감을 지워버릴 것이고, 죄책감 없이 발휘하는 능력을 이용할 것이다.

“사람들은 참 웃겨.”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손은 허벅지를 지그시 누른다.“같은 사람이 죽은 거에는 ‘슬프다. 잘 죽었다. 꼴좋다. 관심없다.’라고 다양하게 반응하면서···이런 개새끼들이 죽었을 때는 슬프다면서 질질 짜기나 하고. 뭐가 다른데? 다 같은 생명이잖아. 소, 돼지, 닭은 잘 먹으면서 그러는 게 한심해.”

김진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듣고는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확인하고 몸을 기울였다. 서로의 얼굴이 닿을 랑 말랑했다. 두 손으로 땅을 짚지 않았으면 그대로 포개어 안길 정도였다.

“한심하고 위선적이야. 우리는 그러지 말자. 필요해서 죽인거야. 먹기 위해 죽인거랑 다른 게 없다고 인정하자.”

그녀가 시선을 왼쪽으로 돌렸다. 그도 반사적으로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울타리 앞에서 죽어버린 것들이 있었다.

“이민수를 죽인 거. 그건 분명 사고였고, 오빠는 전혀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쪽, 그녀가 살짝 입을 맞추었다. “언젠가는 꼭 했어야 하는 필요한 일이야. 돼지같이 아무것도 안하면서, 거머리나 빈대같이 오빠한테 빌붙었던 그 새끼가 지금까지 살아있었다고 생각해봐.”

김진환은 어느새 그녀가 시킨 대로 이민수가 살아있었으면 지금쯤 뭐했을까를 생각했다. 분명 자고 있었을 거다. 아니면 게임을 했을 거다. 그것도 아니면 야동을 보고 있었을 거다.

“그러는 동안에 오빠는 뭐하고 있었을까?”

이번에도 그녀가 시킨 대로 그때 자신은 뭐했을까를 생각했다. 새로운 영상을 위해 머리를 쥐어짜거나 찍었던 영상을 편집하고 있었을 거다.

그러다가 오후가 되면 이민수는 배를 벅벅 긁으며 노크도 없이 내 방문을 열겠지. 하품을 하면서 배고프다고 밥 먹자고 할 거야. 그리고 내가 일하고 있을 때는 쳐 자고 있었으면서, 꼴에 형이라고, 나보고 밥을 차리라고 했겠지. 내가 바쁘다 말하면, 그러니 형이 밥 좀 차려달라고 하면, 그 새끼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밥은 먹어야지. 밥 다 차리면 나 불러.’라고 지껄이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또 게임이나 하고 있었을 거야.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일하던 걸 멈추고 밥을 차렸겠지. 한시연이 몰래 챙겨준 반찬을 데우고, 수저를 세팅하고···만약 냉장고에 반찬이 다 떨어졌으면, 나는 배달을 시키겠다고 방 너머로 외치고, 이민수는 또 자기가 형이니까 자기가 먹고 싶은 걸로 먹어야 한다고 우기면서, 뭐를 먹을 지만 빠르게 대답하고, 게임하는데 방해하지 말라고 쌍욕을 덧붙이면서 소리치겠지. 배달을 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인데. 저 새끼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이것은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부터 반복되던 쳇바퀴 같은 인생이었다. 유튜버가 되고 나서도 이민수는 변하지 않았다. 평생 그렇게 살 것이었다. 실제로 죽기 직전까지 그러했다.

김진환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시연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잘 죽었어. 그렇지? 그 새끼가 살아있었으면 오빠 인생을 망치기만 했을 거야.”

“맞아. 그런 거 같아.”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녀는 쐐기를 박았다.

“사는 거 자체가 민폐였어. 죽어서도 오빠를 괴롭히고. 나는 절대 안 그럴 거야.”그녀가 그의 가슴에 볼을 비볐다. “이제 나랑 같이 새로운 삶을 살자. 서로를 도와주고, 의지하면서 평생···사랑해. 오빠. 나만 봐줘.”

“응, 그럴게. 너만 바라볼게.”

그녀가 히죽 웃었다. 그러나 고개를 올릴 때는 걱정 어린 표정으로 바꿨다.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야 했으니까. 정말 김진환이 자신의 종이 되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확인은 과정이 복잡하지 않았다. 단순했다. 한시연은 울타리 너머에 있는 통조림들은 수거하며 김진환에게 따라오라고 말하고 뒤뜰로 갔다. 그곳에 있는 아궁이, 불은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액체가 다 증발한 가마솥에서는 비릿한 탄내가 연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이제 뼈를 부서야 해.”한시연이 통조림을 아궁이에 던지고 말했다. “가루로 만들고 불에 태우면 아무도 모를 거야.”

그녀가 가마솥의 뚜껑을 집어 올렸다. 비릿하기만 했던 탄내가 확 퍼졌다. 그들은 인상을 구겼다. 탄내가 익숙해지자 풍기는 돼지 누린내 때문이었다. 그 냄새에 김진환은 이민수에 관환 일말의 죄책감이 사라졌다.

“어떻게 부셔?”

“발로. 그 다음에 신발도 태우자.”

확인은 끝났다. 한시연은 이제 히죽거림을 숨기지 않았다.


아궁이의 불이 다시 붙었다. 그들은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원래 신고 왔던 신발, 긁개로 긁어진 가마솥 바닥에 붙어있는 돼지 누린내의 주범, 뼛가루 등등이 새로운 불길에서 형태를 잃고 재가 되었다. 그녀는 검은 재는 집으로 돌아가다가 강에다 뿌리고, 재가 되지 않은 쇠붙이와 가마솥은 나중에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 뒤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김진환은 이제 그녀가 시키는 것에 머뭇거리지 않았다. 축 늘어진 대형견들의 사체를 한 곳에 모으고 파란 부직포를 위에 덮고, 검은 재를 강에다 뿌리고, 옥탑방으로 가서 부서진 평상을 잘게 부수는 그 순간에도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시연뿐이었다. 그는 그녀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었다.

물론 때때로 그녀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잘게 부순 평상을 몰래 처분해도 모자를 판에‘집주인한테 가서 평상이 부서졌는데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말해’라고 하지를 않나. 끝까지 숨겨야 하는 이민수의 행방에 대해, 2일 뒤에 이민수의 실종 신고를 직접 하라고 하지를 않나. 신고 후에는 이민수의 부모에게 실종 신고 사실을 알리라고 하지를 않나···. 김진환은 그럴 때마다 걸리면 어쩌지 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한시연은 자신을 사랑하고 있으니까, 절대로 자신을 곤경에 처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그녀가 시킨 대로 했다.

“그거 아직도 안 버렸어?”1층에 거주하고 있는 집주인은 알아서 하라고 하고 전화를 뚝 끊었다.

“실종 신고요? 어떤 사람이 실종 됐는데요? 성인 남자요? 나이는 29살? 장애는 있어요? 없다고요? 실종된 지는 며칠이나 됐는데요? 아, 5일이요? 음···.”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민수가 장애도 없는 29살의 성인 남자라. 겨우 5일 정도 집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는 수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니 앞으로 일주일만 더 기다려보고 다시 신고해달라고 하고 전화를 뚝 끊었다.

“내 말 맞지?” 한시연이 히죽 웃으며 고개를 살짝 꺾었다. “이 나라는 실종된 성인 남자를 찾지 않는다니까?”

“응···그러네.”그때부터 김진환은 한시연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다짐했다.

일주일 동안 그들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1~3일에는 옥탑방에 남아있는 이민수의 흔적. 그것을 이민수가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잠적한 거처럼 만들어야 했다.

4일에는 다시 한시연의 단독주택으로 가서 아궁이에 남은 평상을 불태우고, 이동식 반려동물 화장트럭을 불러 대형견들을 모조리 유골함에 담았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유골함 안의 내용물을 전부 강에다 뿌렸다.

5~7일에는 한시연이 작성해준 대본을 리딩했다. 대본은 총 2개였는데, 하나는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 앞에서 어떻게 말해야하는 지에 대한 내용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이민수의 부모에게 아들의 실종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한시연은 혹시 모르니 자신은 오피스텔에 있다가 오후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며 옥탑방을 나갔다. 김진환은 연습한대로, 점심시간이 살짝 넘은 시각에 다시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벌써 12일째 같이 사는 형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한숨을 내쉬며 알겠다고, 일단 접수됐다고, 절차상 간단한 조사를 해야 하니 지금 집으로 가겠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후우···그러니까. 같이 사는 동거인이 연락도 없이 사라졌다고요?”제복을 입고 옥탑방으로 찾아온 2명의 경찰. 거기서 나이가 좀 있는 경찰이 현관 앞에 섰다. 그는 귀찮은 티를 팍팍 내며 말했다.

“네···연락도 없이 이렇게 사라질 사람이 아닌데. 좀 걱정이 돼서요.”

김진환은 대본을 가지고 연습했던 시간이 아까웠다. 대본에는 대사가 많았는데, 실제로 내뱉은 것은 한 마디가 전부였다. 경찰은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현관 앞에서 간단한 호구조사만 하고 수첩을 닫았다.

“뭐···일단 알겠습니다. 저희가 따로 지인들한테 연락을 돌려볼게요. 너무 걱정하지는 마시고. 곧 돌아올 겁니다.”

“네.”

경찰들은 간단한 목례를 하고 귀한 점심시간을 낭비했다는 얼굴을 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김진환은 노을이 질 때쯤 다시 돌아온 한시연에게 경찰과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사라졌는데 너무 시큰둥한 거 같다고, 세금이 아깝다고 투덜거렸다.

“원래 그렇다고 했잖아.” 한시연이 소파에 외투를 놓았다. 그리고 대뜸 “배고프다.”라고 말하며 김진환을 빤히 쳐다봤다.

김진환은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눈치 챘다. 얼른 이민수의 부모에게 전화해서 아들의 실종을 연습한 대로 말하고 이곳을 나가자는 뜻이었다. 그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 착신음이 길어졌다.

이번에 연습한 대본은 경찰 때보다 더 길었고 자세했다. 김진환은 자신이 완전하게 외웠다고 자부할 수 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시연이 옆에 있기에, 걱정은 없었다. 무언가 어긋난 부분이 생길 거 같으면 그녀가 잘 조율할 거다.

“여보세요? 응. 진환아.”이민수의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민수는?”그녀는 자신의 아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 보였다.

“어, 아, 안녕하세요. 아줌마. 그게···있잖아요.”

김진환은 말을 더듬었다. 순간적으로 이민수의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니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을 받았다. 수십 번 읽은 대본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옆에 한시연이 있었다. 한시연은 손짓과 몸짓으로 패닉에 빠진 거 같은 김진환을 원래대로 바꾸어 놓았다.

“민수 형이 연락도 없이 사라져서요. 혹시 아시는 게 있으신가··· 해서.” 김진환은 대본의 첫 장대로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대본은 필요가 없었다.

“뭐? 아이고. 쯧. 그 한량을 어쩌냐···미안하다. 진환아. 내가 잘못 키웠어.”

정확히는 이민수의 어머니가 혀를 차며 미안하다고 말한 직후, 대본이 필요 없어졌다.

“사실은 민수가 몇 달 전부터 악플 때문에 많이 힘들다고 했거든. 머리를 좀 식히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니···너한테 연락도 없이···미안해. 진환아.”

“어, 아···그래요?”김진환이 한시연에게 눈짓을 보냈다. 한시연은 조용히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며 씨익 웃었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었다.

“원래 책임감이 없는 놈이야!” 수화기 너머로 한 남자가 소리쳤다. 이민수의 아버지였다. 김진환이 알기로는 엄한 아버지였다. 언제나 한심한 아들을 못마땅해 했다. “수능 점수 조작할 때부터 그랬어!”

“여보! 말 좀!”이민수의 어머니가 소리쳤다. “진환이가 듣잖아요!”

“뭐가? 그러면 뭐, 여기서 진환이보고 아들을 기다려달라고 부탁해? 정신 차려. 이 여편네야. 이제 내년이면 아들도 서른인데. 언제까지 우리가 오냐오냐 해줘야 해. 사회가 그렇게 만만해?”

이민수의 아버지가 전화를 확 빼앗고는 김진환에게 말했다.

“일단 미안하다. 우리가 아들을 너무 한심하게 키웠어. 그리고 민수는 아마 몇 달 동안 연락이 안 될 거야. 원래 한 번 숨으면 오래 가는 놈이거든.”

“아···그러면 몇 달 정도?”김진환은 한시연의 뻐끔거리는 입모양을 그대로 소리내어 읊었다.

“한···여보. 걔 고3때는 몇 달이나 숨었지?”수화기 너머로 속상한 목소리가 들렸다. “3달? 음, 그래 진환아. 이제는 걔도 돈이 좀 있으니까 한 6개월에서 1년은 그럴 거다.”

이민수의 부모님은 그 이후로 계속해서 김진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진환은 불편했다. 그러나 불편함이 겉으로 나오기 전에 한시연이 잘 조율했다.

대본이 아예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옆에서 한시연이 사과문이라는 입모양을 뻐끔거렸다. 김진환은 대본의 마지막 장을 기억하고 연습한대로 이민수의 부모님에게 말했다.

“저, 일단 제가 민수 형 실종 신고는 했거든요.”

“응? 그럴 필요는 없는데.”

“다 큰 놈이야! 무슨 실종 신고를 해!”

“아니에요. 그래도 벌써 몇 주 동안 연락이 없는데.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리고··· 형이랑 같이 하는 유튜브 있잖아요? 형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더 못할 거 같은데.”

꿀꺽, 김진환은 침을 삼켰다. 대본에서도 이 부분은 상대의 반응에 따라 말이 달라진다는 말만 적혀 있었다. 만약 이민수의 부모가 아들의 행방을 따진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깜깜했다.

“커뮤니티에 사과문이라도 써야 할 거 같거든요. 혹시 아주머니나 아저씨께서도 짤막하게 적어주실 수 있을까요?”

“어휴···”이민수의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하지.”이민수의 아버지는 금방 적어준다고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혹시 민수형한테 연락 닿으면 저한테 알려주세요.”

“그래. 너도 고생하고.”

“네. 그럼···.”

김진환은 서둘러 전화를 끊고 싶었다. 그러나 이민수의 아버지가 불쑥 그에게 물었다.

“아, 근데 진환아. 너는 어떡할 거냐?”

“네?”

“유튜브, 민수 없으면 못한다며. 돈은 어떻게 벌게.”

“아, 그거는.”다행히 이 질문은 대본에 있었다. “형이 돌아오기까지 아는 사람 유튜브 편집자로 일하려고요.”

전화는, 이민수의 부모가 김진환에게 한 번 더 피해를 줘서 미안하다는 말로 뚝 끊어졌다.

김진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을 해서인지 식은땀이 나고 있는 것을 지금에서야 눈치챘다.

“고생했어.” 한시연은 소매로 그의 이마를 훔치며 말했다. “이제 우리 신혼집으로 갈까?”

신혼집에 도착하고, 현관이 닫히자마자 그녀는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는 그걸 시발점으로 흥분했고, 그녀는 그걸 이용하여 그를 침실로 끌고 들어갔다.

“유튜브는 어떡하지?” 한참 위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그녀에게 그가 물었다.

“헉, 헉. 내일 공지 쓰고 6개월 동안은 숨어있자. 그 전까지는 돈이 들어오잖아?” 그녀는 헐떡거리는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공지는 언제 쓸까?”

“내일.”

“어떻게 써야 하지?”

“단순하게 쓰자. 이민수가 갑자기 잠적했다. 어디로 갔는지는 가족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실종 신고는 했고, 추후 연락이 닿으면 커뮤니티에 새로운 공지를 쓰겠다. 그 전까지 이 채널은 잠정으로 중단해야 할 거 같다.”

쿵. 그녀가 방아를 멈추고 낮은 신음을 냈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서 그의 쇄골을 핥고 말을 이었다.

“6개월이 지나면 마지막 공지를 쓰는 거야. 결국 이민수는 찾지 못했다. 구독자, 시청자분께는 죄송하지만 이 채널은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 할 거 같다. 그 다음에 엔터로 여백을 만들고 이렇게 적어.”

그녀는 다시 방아를 찧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저는 편집자로서 알고 있는 지인의 유튜브에서 일하겠다고. 링크는 이거라고.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구독과 좋아요 꼭 눌러달라고.”

흥분감에 그녀의 신음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수익은 오빠랑 나랑 절반으로 나누자. 공용 통장을 만들어도 좋아. 난 상관없어.”정확히는 인기만 있으면 돼. 돈은 그 다음이야. “처음에는 일상 브이로그로 시작할까?”

“좋아.”

“그리고 우리 인기 좀 생기면 다른 채널도 만들자. 오빠랑 나랑 커플 유튜브로.”그러면 당장 인기는 조금 시들해지겠지만 나중에는 인기가 더 많아질 거야.

“좋아.”

“동물 유튜버도 할까? 귀여운 시바견 하나 사가지고.”인기를 위해서라면 개새끼 한 마리쯤이야.

“좋아.”

그녀가 고함 같은 신음을 질렀다. 허벅지가 파르르 떨렸다. 그도 그에 맞춰서 햐얀 액체를 뿜었다.

“쌌어?”자신의 안에서 박동을 느낀 그녀가 후훗 웃으며 그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있잖아. 오빠. 우리 나중에. 진짜 나중에. 결혼하고도 유튜브를 하면.”그녀가 배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애기로 유튜브 찍자.”분명 내 애기니까. 예쁘게 태어날 거야. 그러면 사람들이 나를 계속 좋아해주겠지? 인기도 더 높아지고?

“어때? 좋지?”

“응. 좋아.”


그 뒤로는 모든 것이 한시연의 말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순조로웠다. 갑작스러운 이민수의 실종에 사람들은 충격을 먹기 했지만, 영상으로 보였던 그의 한량같은 태도와 무책임한 발언이 다시 재조명되면서 그럴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결정적으로 그의 부모님이 쐐기를 박아 넣었기에 아무도 김진환을 의심하지 않았다. 6개월이 지나 이민수를 찾지 못했다는 공지를 썼을 때도, 밤담똥겜딸잠이나 자던 이민수가 자신을 구제해준 은인의 뒤통수를 치고 잠적했다는 게 대부분의 반응이었다.

한시연의 유튜브는 처음부터 잘됐다. 구독자 대비 조회수가 꽤 잘나오던 김진환의 유튜브 채널의 마지막 공지에서 홍보를 받았고, 김진환의 편집과 기획 능력은 그녀가 생각한 것보다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유튜브는 그녀의 뛰어난 외모와 몸매, 그리고 어여쁜 목소리까지 합쳐져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렇게 약 1년 정도가 지났다. 경찰은 그때까지도 갑자기 사라진 성인 남성을 찾지 않았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이민수의 부모가 벌써 경찰서를 몇 번 왔다 갔다 했는데도 말이다. 앞으로도 찾지 않을 것이다. 김진환은 달에 한 번씩 오는 아들의 행방에 관한 노부부의 전화에서 모른다고만 하면 됐다. 아무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위화감을 느낀 한 명 빼고는.

그 한 명은 이민수를 좋아하던 일개 시청자였다. 경찰도 유튜버도 아니었다. 이민수의 실종, 그와 같이 유튜브를 하는 김진환의 빠른 취업 그리고 한시연의 유튜브가 기록하는 빠른 구독자 증가 추이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렇다 한들, 일개 시청자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이 느꼈던 위화감을 적는 것이지만, 음모론을 펼치는 건 분탕 야기라며 이런 똥글을 쓸 바에는 나가서 부모님 어깨나 주무르라고 익명의 네티즌들한테 욕만 먹을 뿐이었다.

“오오, 이걸로 할까?”

이슈 유튜버 김덕수의 눈에는 조금 다르게 보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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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렉카 유튜버 김덕수 2 24.07.19 6 0 39쪽
» 렉카 유튜버 김덕수 24.07.19 8 0 47쪽
2 내일 가자 24.07.19 14 0 33쪽
1 ㅅㅅ할까? 24.07.19 14 0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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