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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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출세한
작품등록일 :
2024.07.19 13:48
최근연재일 :
2024.07.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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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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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 ㅅ언ㅁ

DUMMY

15.


한시연은 상대가 김덕수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일부로 모른 척 연기했다. 그 제보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누구신데요, 기자세요? 무슨 제보가 들어왔다고 그러세요? 그리고 제 번호는 어떻게 아신 거예요?”

“제보는 만나서 얘기하고, 나는 김덕수야. 알지? 유튜버 김덕수.”김덕수는 말에 웃음을 섞었다.“그리고 네 번호는 진환이가 알려줬어. 나랑 친하거든. 달마다 꾸준히 만나고.”

“당신이 우리 오빠랑 친하다고?”

“친하지. 아주 친해. 얼마나 친한지. 하하. 나한테 돈도 자주 빌려준다니까?”

김덕수는 이제 김진환이 매달 자신에게 돈을 준다는 사실을 한시연이 알고 있어도 상관없었다. 물론 김진환이 이민수를 죽인 것은 비밀로 해야겠지만, 그 외에는 다 알려주는 게 협박에 용이할 거라고 생각했다.

“당신이구나? 우리 오빠를 괴롭히는 사람이.”한시연이 말했다.

“에이, 괴롭히다니. 말이 좀 그렇다. 내가 얼마나 진환이를 잘 챙겨주는데?”

“챙겨준다고? 미쳤구나. 당신.”

“진환이 얘기는 나중에 하자. 응?”김덕수는 아랫도리에 감도는 묘한 기분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할 말은 너한테 있어.”

“할 말? 무슨 말? 하! 됐네요. 당신이 하는 짓 내가 모를 거 같아?”한시연은 과장된 어투로 말했다. 제보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나는 오빠랑 다르거든? 이상한 찌라시로 영상 찍을 거면 찍어봐. 바로 반박 영상 올려줄게.”

“찌라시? 크크. 찌라시가 아닌 거 같은데?”잠시 김덕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사진 하나를 문자로 보내서였다.“봐봐. 이게 찌라시야?”

한시연은 진동이 울리자마자 문자를 확인했다. 아, 역시 이거구나. 씨발. 이래서 야한 건 찍기 싫었는데. 과거의 일이 되풀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조용히 있는 거 보니까···꽤 충격인가 봐?”김덕수가 침묵을 깨고 음흉하게 말했다.“나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응? 일단 만나서 대화 좀 해보고. 서로, 응? 그리고 타협할 건 타협도 좀 하고. 그러자고.”

한시연은 왜 자신을 직접 만나자고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아무런 이득도 없이 몸을 굴리는 그녀가 아니었다. 욕과 함께 전화를 끊고, 과거가 자신의 발목을 최대한 약하게 잡을 대책을 마련하는 게 더 나아보였다.‘아, 신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셨군요.’라며 한탄하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그러나 이어지는 침묵 속에 김덕수가 말하자, 그녀는 신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줬다는 사실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신에게‘감사합니다. 김진환과 김덕수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라고 기도했다. 그녀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 계획을 세웠다.

김덕수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제보한 사람한테 물어봤거든? 다른데 제보한 적이 없대. 너무 오래전이고, 유료 회원도 100명 제한이라 자기 말고는 아무도 모를 거라 하더라고.”

그리고 이렇게도 말했다.

“그러니까! 너는 내 입만 막으면 안전한 거야. 어? 나를 만족 시켜주면 내가 제보자한테‘사진 속의 인물이 한시연이라는 증거가 없다! 얼굴 말고 몸만 나오는데 어떻게 확정짓나!’라고 말해줄게. 물론 다른 렉카 유튜브 애들이 그걸 가지고 물어뜯으면 내가 막아주기도 하고. 내가 그쪽에서 영향력이 꽤 있다는 건. 알지?”

“정말···요? 진짜죠? 그 말. 저를 보호해준다고 했던 말도. 전부. 맞죠?”한시연은 마치 자기가 넘어간 듯 연기했다.“그럼···언제 만날까요?”

“크크. 빠르면 좋지. 난 오늘도 괜찮아. 주소 보내줄까?” 김덕수는 거기에 속아 넘어갔다.

“오늘은 안돼요. 모레는 괜찮을 거 같은데. 괜찮···으세요?”

“그래···? 흠. 오늘이면 좋은데.”김덕수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본래의 목적을 잃으면 안 된다고도 생각했다. 언제나 부족한 그놈의 돈도 얻어야 했다. “그래. 그러면 모레에 우리 집으로 와. 주소는 미리 보내줄게.”

“네. 그럴게요.”

“그래. 그러면 그때 자세하게 애기하자고?”

“네···아, 그리고.”

“응?”

이때, 한시연은 전화를 끊으려는 김덕수를 불러 세웠다. 계획상, 그를 더 안달 나게 만들어야 일이 수월하게 진행될 터였다.

“오빠라고 불러도 되지?”한시연이 야릇하게 목소리를 낮추었다.

“흐흐. 되지 그럼. 왜 안 돼?”

“오빠···우리 만날 때 있잖아.”

한시연은 속삭였다. 마치 김덕수가 옆에 있는 듯.

“걱정하지 말고. 안에 싸도 돼. 피임은 내가 하고 있으니까.”

“크크. 그래. 기대할게~”

그 말에 김덕수는 추악한 미소를 보이며 전화를 끊었다.

그녀 또한 전화가 끊어지자 사악하게 웃었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클럽으로 가는 택시를 잡았다. 택시 안에서는 핸드폰으로 중고장터를 검색했다. 뇌가 성기로 된 김덕수는 먹을 거고, 멍청하고 순진한데 미쳐버린 김진환은 의심도 하지 않고 믿을 것이다.


그날 밤, 한시연은 평소보다 더 늦게 집으로 들어왔다. 옷장에서 그녀를 오매불망 기다리던 김진환은 그녀의 한숨 소리가 들리자마자 현관으로 달려갔다.

“와, 왔어?”김진환이 말했다. 그녀의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슬퍼보였다.

“오빠. 할 얘기가 있어.”

“뭐, 뭔데? 서, 설마. 경찰, 우리 집 있어? 경찰이 앞에?”

“아니.”

김진환은 잘 훈련된 개처럼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간절히 그녀가 자신을 버린다는 말을 하지 않기를 바랐다.

“놀라지 말고 들어줘. 응?”한시연이 김진환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으. 응! 그, 그럴게!”김진환은 불안해하면서 대답했다.

“이거 봐.”

한시연은 코트 주머니에서 막대기같아 보이는 것을 꺼내 흔들었다. 막대기는 임신 테스트기였다. 선명한 두 줄이었다.

“어? 지, 진짜야?”

“응. 진짜야.”

그녀가 테스트 기를 건네줬다. 김진환은 그것을 받아들고 자세히 살펴봤다. 선명한 두 줄이었다. 임신이라는 뜻이었다.

“우리 얘기야. 히히. 오빠. 이제 아빠가 됐네?”

“아, 아빠. 내가 아빠.”

부성애는 모성애만큼 대단했다. 자신이 아빠가 됐다고 굳게 믿자. 김진환의 부서진 정신이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기적적인 일이다. 그는 원래의 정신으로 돌아왔다고 해도 무방했다. 더 이상 말도 더듬거리지 않았고, 어순도 완벽했다. 그는 그녀를 꼬옥 안았다.

“미안해. 시연아. 나 때문에 고생 많이 했지?”

“히히. 괜찮아. 사랑하니까.”

“미안해. 앞으로 정말 열심히 살게. 너를 위해. 우리 아기를 위해.”

“그래줘요. 히히. 우리 애 태명은 뭐로 지을까?”

그러나 그가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해도 순진하고 멍청한 것은 변하지 않았다. 남에게 쉽게 휘둘리고 언제나 쉬운 길만을 선택하는 성격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기의 태명을 짓는 것에는 말이 많았지만, 김덕수를 어떻게 할 거냐는 물음에는 침묵했다.

“오빠. 아직은 그 새끼가 무섭지?”

한시연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 죽여 버리면 편할 텐데···그러면 김덕수가 가지고 있는 영상을 경찰이 볼 거야···.”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이제 우리 아기가 있으니까. 김덕수를 어떻게든 해야 해. 그렇지?”

그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내가 내일 모레 김덕수를 만나서 담판 짓고 올게. 더 이상 오빠를 괴롭히지 말라고. 우리 전세금이 얼마였지? 그 정도면 충분할 거 같은데. 돈이야 다시 벌면 되니까.”

그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미친 새끼. 자기가 무섭다고 임신한 여자친구를 악마에게 보내는 것을 받아들였다. 제정신이면서. 이 결정이 나중에 얼마나 큰 충격일지는 생각도 못한 채! 그녀가 김덕수를 만나러 가는 순간에도“고마워. 시연아.”라고 손을 흔들며 배웅까지 한다.


16.


비가 내리는 날이다. 한시연은 이 비가 하루 종일 내렸으면 싶었다. 비에 젖은 상태로 돌아가야 더 극적이니 말이다.

“아이고. 아가씨. 미안해서 어쩌지? 내가 또 길을 잘 못 들었네.”

“왜요?”

“여기가 일방통행이야. 아이고···미안해라. 돈은 여기서 더 안 받을게. 조금 늦어도 괜찮아?”

“괜찮아요.”

“하이고. 예쁜 아가씨가 마음씨도 곱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젖은 건물들은 추운 날씨에 살얼음이 끼어 있었다. 새끼손가락으로 누르면 금방이라도 깨질 거 같은 살얼음. 당장이라도 차에서 내려 하나하나 다 깨부수고 싶었다.

10분이 지났다. 그녀는 택시에서 내렸다. 김덕수가 우산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네? 차가 좀 막혔나?”

“택시 아저씨가 길을 잘 못 들었다네. 오래 기다렸어?”

“응? 아니. 전혀. 하하!”

김덕수는 피고 있던 담배를 땅바닥에 버렸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폼 안에 있는 그녀의 향기를 킁킁거리며 맡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얼른 집으로 들어가 보상을 받고 싶었다. 2틀이나 아픈 아랫배를 건드리지 않고 기다린 보상을 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게. 매달 천만 원.”현관문을 닫자마자 부풀어 오른 가랑이를 긁는 김덕수가 말했다.“그 달에 광고 있으면 좀 더 주고. 어때?”

“그거면 돼? 날 보호해 주는 조건으로?”

“뭐, 그것도 있고.”

“풉. 그 눈빛 너무 변태 같다. 알았어. 돈도 주고. 내 몸도 줄게.”

한시연이 옷을 벗는다. 뽀얀 살결로 보이는 분홍색. 그 위에 검은 색 점이 매혹적이다.

그 순간부터 김덕수는 짐승으로 변했다. 그녀는 개새끼도 이렇게는 안 박는다고 속으로 불평하며, 집 안에 있는 컴퓨터와 카메라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했다. 너저분한 책상에 모여 있었다.

5분이나 지났을까. 짐승이 낮지만 날카로운 신음을 내고 침대로 쓰러졌다. 엎드리고 있던 그녀도 그에 맞춰 몸을 눕히고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짐승에게 말했다.

“벌써 끝이야?”

“좀 봐줘. 나도 나이가 있어. 너는 익숙하겠지만.”

“히···나도 실제로 섹스해본 건 김진환이 처음이야.”

“그걸 믿으라고? 그런 애가 팔에 이런 게 있어?”

“파트너는 없었는걸. 영상이나 사진을 봐서 알겠지만. 이건 생리통이 심해서 삽입한 거야.”

“흠. 그래? 그러면 내가 두 번째 남자?”

“응. 맞아. 그래서 조금 실망스럽네.”

“만족시켜 줄 테니까. 입으로 세워봐.”

“풉. 네~네.”

그녀는 상체를 세우고 김덕수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로인해 다시 서기는 했지만, 단단하지는 않았다. 방금과 비교하면 부드럽다고 그녀가 비웃었다.

“쯧···.”

김덕수는 무시당한 것 같아 기분이 언짢아졌다. 세월이 야속했다. 10년만 젊었으면 지금 자기 아래에서 교성을 내뱉게 만들 수 있는데, 이럴 때마다 건강이 최고라는 옛 어른의 말씀이 무겁게 다가왔다.

바로 그때, 한시연이 그에게 키스를 했다. 손으로는 그의 아랫도리를 위 아래로 흔들면서 억지로 입술을 열었다. 그리고 꿀꺽. 김덕수의 목으로 무언가가 넘어갔다.

“방금 나한테 뭘 먹인 거야?”김덕수는 다급하게 한시연을 밀치고 물었다.

“좋은 거. 오늘 나랑 오래오래 놀 수 있게 만드는 거?”한시연은 이렇게 말하고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는 듯. 마치 20년은 젊어진 거 같은 고양감이 순식간에 김덕수의 몸을 덮쳤다. 마치 하늘에 떠있는 기분이었다. 불알에서 정액이 마구 솟구쳤다. 뇌는 눈앞에 여자를 탐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 이외에는 작동을 멈추었다.

퍽-퍽- 살결이 맞닿는 소리가 작은 원룸에 울려 퍼졌다. 한시연은 아래로 깔려 있으면서 약효가 충분히 돌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시간이 왔을 때 조용히 물었다.

“컴퓨터 비밀번호가 뭐야?”

“1035.”

“핸드폰 비밀번호는?”

“똑같아. 헉헉.”

“메일함에 들어가는 거 아이디랑 비번 말해봐.”

이성을 잃은 짐승은 약효에 빠져 물어보는 족족 성실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명령을 받으면 곧이곧대로 이행했다.

“난 맞으면서 섹스 하는 게 좋은데. 주먹으로 내 배를 때려줄래? 얼굴은 때리지 말고.”

짐승은 그녀의 명령을 이행했다.

“목도 졸라줘.”

짐승은 그녀의 목을 졸랐다.

“컥! 그, 그만! 이제 얼른 싸줘!”

짐승은 그녀의 말대로 목을 조르고 있는 손을 떼고, 하얀 액체를 뿜어댔다. 10번이라는 횟수를 견디지 못한 짐승의 육체는 숟가락 들 힘도 없어 보였고, 보이는 대로 침대로 털썩 쓰러졌다.

“좋았어?”한시연이 부드러운 손으로 그의 가슴팍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헉. 헉. 씨발.”김덕수는 처음 느껴보는 쾌락에 아직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조금 더 이 쾌락을 맛보고 싶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그 표정을 읽고 풉하고 웃었다.

“내일은 모텔에서 할까?”그녀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내일 아침 모텔가 근처에서 야외 생방송 하는 건 어때? 그거 끝나고 몰래 만나자. 아까 먹은 거 챙겨갈게.”그녀의 말에 그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웃으면서 처음부터 먹으면 저기 아프리카까지 보낼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인다.

“우와. 오늘보다 더? 후후. 기대할게. 오빠.”한시연은 김덕수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말했다.“그럼 나는 이제 집으로 갈 테니까. 오빠는 어서 자. 체력 보충 해야지?”

“응. 그래.”

김덕수는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잠에 빠졌다. 쾌락에 절어 행복한 꿈을 꿀 것이다. 얼마나 행복한지 한시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걸어가는 것도 모를 것이고, 그의 컴퓨터에 들어가 원격 조종 프로그램을 까는 것도 모를 것이고, 그의 카메라에 있는 메모리를 전부 지워버려도 모를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그녀는 용량이 조금 과했나 싶었다.

밖에는 아직 비가 내리고 있다. 그녀는 비가 그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김진환에게 감당하지 못할 충격을 주기 위해서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시퍼렇게 멍이 든 몸을 보여주는 극적인 연출의 배경은 겨울비가 내리는 밤으로 해야 효과적이었다. 다행히 겨울이라 밤은 일찍 오겠지. 그녀는 거울에 비추는 자신의 시퍼런 배를 보며 생각했다. 군데군데 피멍울까지 맺힌 걸 보니 역시 용량이 조금 과한 게 맞았다.

“내일은 일어나자마자 야외 생방송을 가는 거야. 알겠지? 야외 생방송. 야외 생방송.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서. 일어나자마자. 야외 생방송.”

남은 시간을 알뜰히 활용할 겸, 계획은 완벽해야 하니까. 그녀는 곤히 자고 있는 김덕수의 귀에다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런 상태에서는 최면에 잘 걸린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응. 내일은 일어나자마자 야외 생방송.”상대가 무의식적으로 이런 말을 한다면 최면은 성공적이었다.

한 번 더 내일 일어나자마자 야외 생방송을 나가라고 최면을 걸었다. 대답을 들은 후에도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창밖의 세상이 붉어질 때쯤, 그녀는 더럽고 냄새나는 원룸에서 나왔다.


비는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 맞으면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겨울비였다. 그녀는 추위에 이빨을 부딪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현관이 열리자 거실에서 가만히 앉아있던 김진환이 달려왔다.

“왜, 왜 그래?”

비에 홀딱 젖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

“오, 오빠.”

그녀는 속으로 웃으며 상의를 걷어 올렸다. 그러자 그녀 대신 그녀의 배를 다 덮은 시퍼런 멍이 김덕수가 나를 겁탈했다고. 우리 아기가 죽었다고 말했다.

“복수해 줄 거지?”

“으아아아!!! 씨발!!!”

이것은 김진환이 다시 미쳐버리기에는 충분한 충격이었다. 이제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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