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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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출세한
작품등록일 :
2024.07.19 13:48
최근연재일 :
2024.07.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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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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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쪽

내일 가자

DUMMY

4.


김진환은 군대를 전역하여 진정한 고졸 백수가 된 22살 때 이민수를 만났다. 하나하나 분해해서 나열하면 이민수와 어떻게 친해졌는지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이상하게 한 곳에 합쳐서 말로 내뱉어보라면 하지 못했다. 너무 친해서였다. 그들은 어떻게 동거까지 할 정도로 친해졌냐고 하는 물음에 ‘그냥’ 마음에 들어서라고 말했을 정도로. 그러니 그들은 유튜브를 위해 모인 계약적 관계가 아니었다. 유튜브는 우연으로 같이 하게 되었던 것이고, 우정이라는 개념이 발판에 깔려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김진환에게는 다시는 없을 우정이다. 그는 우정보다 욕망을 우선시 했으니까. 정체도 정확히 모르는 이상한 여자가 자신의 위에서 골반으로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자신의 성기를 자극하는 그 순간만 집중할 뿐이다.

“하···하읏, 으. 으응.”

그녀의 유두 위에 붙어있는, 선명한 검정색 점을 움켜쥐어 조금 더 세게 조이게 만들거나. 움켜쥔 손에 힘을 풀고 천천히 곡선을 따라 아래로 움직였다. 장골을 지그시 누르고 치골로 손을 옮겨 그녀의 신음 소리가 더 크게 들리게 만들었다.

그녀의 잘록한 허리 너머로 보이는 이민수의 토막 난 시체를 외면하기 위함이었다. 어설픈 경험과 지식으로 최대한 그녀의 성감대를 자극했다.

“하, 하아···오빠. 많이 먹어봤어? 이, 익숙하네?”

성경험이 별로 없던 김진환은 그녀의 말에 힘을 얻고 더 자극적으로 그녀의 몸을 탐닉했다. 그럴수록 그녀의 안쪽 허벅지가 파르르 떨렸다.

“후우, 자세 바꿀까? 오빠가 움직일래?”

김진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과도한 흥분에 그녀의 움직임이 둔해지자 애써 외면하던 장면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여자는 잠시 김진환의 그것을 빼내었다. 그리고는 뒤로 돌아 손의 감각만으로 다시 꽂아 넣었다.

김진환은 그 체위가 꽤 마음에 들었다. 자극하지 않아도 꾸욱 조였으니까. 하지만 그러니 화장실 세면대, 비닐을 깔아둔 바닥에 널브러진 이민수의 토막 난 시체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김진환은 이제야 현실감을 느꼈다. 민수 형이 죽었어. 내가 죽였나? 다시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그가 우정대신 선택한 욕망은 성욕이 아니었다. ‘도피’ 이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욕망을 선택한 것이라. 여태까지는 그 현실이 조금씩 보였으니 여성의 신음소리와 뻐근하게 느껴지는 아랫도리의 감각으로 어떻게든 도피가 가능했다. 하지만 현실을 온전히 한 눈에 담으니 더 이상의 도피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직면할 수도 없었다.

“하고 싶은 대로 움직여도 돼. 오빠 꺼 크니까. 안 빠져.”

김진환은 도피를 발전시켰다. 현실을 회피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 모든 게 다 그녀가 고개를 돌린 순간 보였던 가슴의 검정색 점 덕분이었다.

끼익,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회피했다. 간단하게 문을 닫는 형식으로.

“아, 아흣. 오, 오빠.”

그리고 김진환은 연결된 채로 그녀를 거실의 소파로 끌고 갔다. 엎드린 모양새. 이제는 머리 깊숙한 곳에서 스몰스몰 기어 나오는 현실을 박아 넣을 때였다. 퍽-퍽. 과격하게, 신음소리가 비명처럼 들리게, 흡사 개새끼처럼 박았다.

그럼에도 이따금씩 현실의 끝자락이었던 부분이 튀어나오려고 하면 김진환은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가슴의 점이 있다. 새끼손톱보다 작지만 매혹적이다. 그 점을 보는 것만으로도 회피가 한결 쉬워졌다.

“으, 으윽!”

그녀가 물을 2번 정도 뿜어낼 때, 이제 김진환도 뿜어낼 차례가 왔다. 그러나 김진환은 이빨을 뿌득 거리며 참아냈다. 그 이후로 찾아오는 현자의 시간에는 현실을 직면해야 하니까. 울컥 거리는 것은 아래나 위나 똑같을 거다.

“후우···후우.”

애국가를 불러볼까. 그럴 수는 없었다. 온 정신을 아랫도리에 집중해도 회피하기 힘든 현실이 저기 화장실에 숨어있으니까. 천천히 속도를 낮추면서 회피의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순간이었다. 거실에 울려 퍼지는 소리가 퍽-퍽이 아닌 팡-팡으로, 그녀의 신음소리가 비명이 아니라 흐느낌으로 변하게 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김진환의 그런 수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슬쩍 고개를 돌려 김진환의 얼굴을 체크한 그녀는 골반을 위 아래로 흔들었다. 방금까지 김진환이 박아 넣었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말이다.

“안에 싸도 돼.”

“으윽!”

결국 김진환은 하얀 액체를 뿜어내고야 말았다. 이제 그는 현자의 시간이 와 절망하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것을 잊게 하는 재주가 있었으니.

“진환 오빠.”

김진환의 것을 빼내어 주륵 흘러나오는 하얀 액체를 오른 손으로 받아낸 그녀는 몸을 돌려 그의 폼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정수리가 그의 턱 끝에 닿을 랑 말랑한 위치로. 그 다음 그녀는 하얀 액체를 그의 젖꼭지에 살살 바르고 가벼운 입맞춤을 하였다.

그것만으로도 남자의 신음이 낮게 흘러나왔고, 그녀는 계획대로 남자의 젖꼭지를 매혹적으로 빨았다. 혀의 뒷면으로 자극해서 발기한 젖꼭지를 중간 중간 앞니로 깨물고 소외된 반대쪽은 손가락으로 비슷한 자극을 주었다.

“···다시 할까?”

이번에는 마주보고 하자고. 그녀의 가랑이가 말했다. 김진환은 그녀의 왼쪽 가슴에 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현실을 박아 넣었다. 고무줄을 묶어놓은 듯 저리고 땡땡해지고, 뿌리 부근에 뻐근함을 느낄 때까지.

아랫도리에 묵직한 고통은 이제 교미가 없어도 현실을 회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근데, 누구세요?”

그때가 되어서야. 김진환은 그녀의 정체를 물었다.

“팬이야. 오빠.”

그녀의 이름은 한시연. 냉장고에 반찬 혹은 이민수의 담배를 리필 해주던 사생 팬이었다.

김진환의 가슴팍에 포근하게 안겨 쿵쿵 거리는 심장소리를 듣고 있는 한시연이 말했다.

“오빠가 나랑 사귀어주면, 그래서 나한테 도움을 많~이 준다고 약속만 하면···히, 히힛.”

민수오빠 죽인 거 세상 사람들이 모르게 만들게. 오빠. “나 사랑해?”

난 오빠 사랑해.


5.


1989년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난 김덕수는 어떠한 노력을 하여 혹은 제작비용을 투자하여 영상을 찍는 유튜버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더 나아가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굳이 캡사이신을 먹지 않아도, 굳이 장비에 비싼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굳이 비싼 돈과 귀중한 시간을 투자해서 대형 컨텐츠를 준비하지 않아도, 혐오로 점철되어 병들어버린 사회에서 정기적으로 일어나는 자극적인 사건이나 사고에 대한 자신의 사견을 화려한 말발로 표현하기만 하면 남부럽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튜버가 될 수 있는데 말이다. 거기에는 비싼 카메라도 필요 없고, 일정한 수준의 학위나 연구도 필요 없었다. 그저 낡은 카메라와 화려한 입담, 그리고 조금의 편집 기술만 있으면 된다.

사람들은 이런 부류의 유튜버를 사이버 렉카라고 부른다. 그러나 김덕수는 자신을 사이버 렉카라고 부르기 보다는‘이슈 유튜버’라고 불러주기를 원했다. 화제가 되는 사건, 사고를 보다 더 부풀려서 자극적인 영상을 만드는 것을 여타의 사이버 렉카가 하는 짓과 동일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떤 유명인을 파헤쳐 볼까~”

그는 유튜브에 업로드 할 자극적인 소재가 부족하면 직접 만들어낸다. 자신이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유튜버들처럼.

자극적이지 않으면 금방 잊히고야 마는 유튜브 시장이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돈이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자극적인 영상은 조회수로 직결되며, 조회수는 곧 지갑으로 들어오는 돈이었으니···.


6.


김진환은 외모가 평균 보다 조금 높았기에 이성에게 고백을 받은 이 상황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군대를 전역하고 고졸 백수라는 타이틀을 이마에 달고 산 이후로는 고백을 받아본 적이 없었고, 28년의 인생을 통틀어도 한시연 정도의 미녀가 자신에게 온 적은 없었다. 그녀의 외견을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얼굴은 TV에 나오는 인기 아이돌과 비견될 정도였고, 몸매는 저기 밀라노에서 워킹을 할법한 모델과 같았다.

“응? 나 사랑하냐구.”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서 초롱초롱한 큰 눈이 환하게 빛났다. 하지만 김진환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섹스 먼저 하고 사귄다는 일명 선섹후사를 꺼리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런 미녀와 사귈 수 있는 조건이 선 섹스라면 그는 허벅지에 쥐가 날 때까지 열심히 박을 수 있었다.

꺼려지는 것은 그녀의 행동이었다. 사생팬으로서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현관 도어락을 열어 몰래 집으로 들어와 냉장고에 반찬을 채워주거나 새 담배를 책상에 놓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꺼려지는데··· 방금까지 화장실에서 이민수의 시체를 토막 내고 있었지 않았는가.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그녀의 정신이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김진환은 단칼에 고백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의 고백을 거절해야 하는 이유를 떠올림과 동시에 이민수가 죽었다는, 여태 잘 회피했던 현실이 머리에 훅하고 들어와서렷다.

민수형은 살릴 수는 없을 거야. 목이 이미 잘렸으니까. 아줌마한테는 뭐라고 말해야 하지? 아드님이 죽었어요? 그렇게 단순하게 말해도 될까? 그래도 될까? 그러면 토막 난 건 뭐라고 말해야 해? 미친년이 그랬어요? 아줌마가 그걸 믿을까? 아니 애초에 경찰이 그걸 믿을까?

김진환은 말 그대로 입도 벙끗하지 못했다. 그의 빨라진 심장박동을 제외하고는 옥탑방에 침묵이 흘렀다.

한시연은 전력질주라도 한 듯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에 귀 기울이며 두 팔로 김진환의 몸통을 감쌌다. 그리고는 불안이 가득 담겨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이듯 조용히 말했다.

“사랑한다고, 그래서 나랑 사귈 거라고 말해줘. 응? 그러면 오빠가 민수 오빠 죽인 거 아무도 모르게 할 게. 오빠 아직 28살이잖아. 감옥가기 싫잖아. 나도 오빠가 감옥 가는 거 싫어.”

그녀의 말이 귀에 들어온 순간, 김진환의 정신은 늪을 빠져나왔다. 자신이 이민수를 죽였다는 부분을 반박해야만 한다는 본능 덕분이었다. 그는 민수형이 죽은 건 사고였다고, 누군가 형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것은 낡아서 쉽게 부셔지는 평상을 버리지 않고 옥탑방의 옵션으로 넣어버린 집주인이라고 그녀에게 따지듯이 말했다.

“난 죄가 없어요.”김진환은 그녀를 밀어내며 말했다. “민수형의 시체를 훼손한 것도 제가 아니고요.”

“오빠. 나는 이해해.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

밀쳐진 한시연은 다시 그의 폼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꼭 그와 사귀어야만 했으니까. 조금 충격을 줘서라도 길들여야 했다. 그녀는 사람을 길들이는데 가장 쉬운 방법은 처음에 동질감을 주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다행히 그녀는 지금 마주보고 있는 남자에게 동질감을 쉽게 줄 수 있었다. 먼저 동질감을 줘서 다가간 다음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줘서 그를 길들인다는 게 그녀의 계획이었다.

“사고였다고. 내가 죽인 게 아니라고. 믿고 싶었어. 하지만 지금은 알지. 그 사람은 내가 죽였다는 걸. 내가 한 거라고는 정당한 반항이었지만···.”

이때, 김진환은 자신은 정말 사고였다는 것을 피력하고 싶었다. 하지만 한시연의 슬픈 표정에 자신도 덩달아 숙연해지는 것을 택해버렸다. 멍청하게, 반박은 지금 밖에 하지 못하다는 것을 모르고.

“결과적으로는 내가 죽인 게 맞아. 도로로 밀친 것은 내가 한 거니까. 재수 없게도···원래 밤에는 그 도로에 차가 잘 다니지 않았는데 트럭이 왔지만, 정확히는 그 트럭과 부딪혀서 죽은 거지만!”

그녀는 굳어버린 표정을 한 순간에 풀어내며 말을 이었다.

“누가 그 아저씨를 죽였냐고 물어보면 내가 했다고 할 수 밖에 없어. 내가 밀쳤으니까. 나를 겁탈하려던 아저씨를 내가 직접 도로로.” 그래도 나는 운이 좋았어.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슬금슬금 김진환의 폼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였다.

“트럭 아줌마가 도와줬거든. 시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이 나라의 사법체계가 멀쩡한 성인남자한테는 얼마나 빈틈이 많은지.”이번에는 내가 오빠를 도와줄게.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몸을 약간 숙여 다시 김진환의 폼으로 돌아갔다.

김진환은 잠시 멍한 상태로 그녀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내 곧 머릿속으로 자신과 그녀의 상황이 이질적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내고 다시 그녀를 밀어냈다.

“저랑은 다르죠.”김진환이 말했다. “민수형은 사고로 죽었어요. 평상이 부셔져서 그렇게 된 거라고요. 저는 민수형을 밀치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요.”

김진환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 증거가 담긴 핸드폰을 찾아보았다. 멀리 있지는 않았다. 핸드폰은 정면 TV 선반에 있었으며 발걸음을 크게 하면 5걸음 만에 가져올 수 있었다.

저 안에 있는 영상은 끔찍하겠지. 다시는 꺼내기 싫은 기억이야. 하지만 결백을 주장하려면 피할 수 없었다. 감옥은 가기 싫었다.

“뭐가 다른데?”

핸드폰을 가져오려고 소파에서 일어난 김진환의 손을 잡은 한시연이 물었다.

“뭐가 다르냐고. 오빠랑 나랑.”

김진환은 미간을 찌푸릴 뿐이었다. 이 미친 여자가 자신을 살인자 모임에 끼게 만들고 싶어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그 미친 여자가 속사포로 쏟아내는 말을 듣고 난 후로는 동질감을 느꼈다.

“평상이 왜 부서졌는데? 민수 오빠가 평상 위에서 체조를 해서 아니야? 민수 오빠가 왜 평상에서 체조를 했는데? 오빠가 시킨 거잖아. 영상을 위해서.”

그녀는 김진환을 빤히 쳐다보았다. 조금 더 큰 충격을 줄 필요가 있어보였다.

“적어도 평상이 아니라 바닥에서 하라고 했으면 민수 오빠는 안 죽었겠지. 그렇지만 오빠는 그러지 않았어. 평상 위에서. 하라고. 했잖아. 그랬잖아. 내 말 틀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오빠는 나보다 더 악질이야. 내가 밀친 건 정당방위일 수 도 있겠지만, 오빠는 고작 영상 하나 더 재밌게 만들어보고자 사람을 죽였어. 참작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그런가? 그랬다. 그녀의 말에서 틀린 부분은 거의 없었다. 의도가 어쨌든, 민수형은 죽었고. 거기에 대한 책임은 회피할 수 없었다. 김진환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짊어져야할 책임의 죗값이 어느 정도일지 따져봤다. 자연스레 인상이 찡그러졌다. 사적으로 사람들의 몰매를 맞고, 민수형의 부모님에게는 온갖 저주를 들을 것이다. 법적으로도 집행유예 같은 달콤한 처벌은 받을 수 없어보였다. 설령 집행 유예를 받는다고 쳐도···그 이후의 삶이 끔찍하다. 유튜버가 아닌 고졸 백수 엠창인생. 그것만으로도 팍팍한 삶이다. 그런데 거기에 빨간 줄까지 그어진다? 그때는 엠창인생보다 더하게 망해버린 삶을 살 것이다. 나이를 먹어도 자신을 써주는 데는 막노동판밖에 없을 것이다. 김진환은 감옥에 가기 싫었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보다 고졸 백수 엠창인생보다 더 나은 삶을, 유튜버의 삶을 살고 싶었다.

“트럭 아줌마가 그러는데. 남자가 감옥에 가면···”

그녀는 여기서 말은 멈췄다. 반응을 보니 충격은 충분했다. 이제는 폼에 안겨도 밀쳐지지 않았다.

“나 사랑해?”그녀가 다시 물었다.

“응, 사랑해. 우리 사귀자.” 김진환은 시선을 최대한 아래로 내려 그녀의 가슴 위에 점을 보며 반말로 고백을 받았다. 동질감을 느낀 순간부터 그녀가 친숙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도와줄게. 일이 끝나며 오빠가 나를 도와준다고 약속해줘.”

“응, 약속할게.”

“그리고 헤어지자고 말하면 죽여 버릴 거야.”

“그럴 일은 없어.”

이 관계에서 김진환이 먼저 헤어지자고 할 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나 연인이지 속으로는 종속이다. 두 남녀 모두 이것을 알고 있었다.

한시연은 힛, 웃으며 김진환과 거리를 벌렸다. 김진환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 보다는 가슴 위에 점에 집중되어 있었으나, 그녀는 그가 살인의 충격 미치지 않기 위해 관심을 어딘가로 돌려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것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을 내밀어 더 집중하게 두었다. 어차피 이미 길들였고, 오늘은 긴 행동과 짤막한 말만 해야 하니까. 자세한 건 김진환이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알려주면 됐다.

“시체는 내가 처리할 게. 오빠는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앉아있거나 방 안에서 조금 쉬고 있어. 아, 그 전에.”한시연이 신발장 앞에 있는 커다란 캐리어를 가리켰다. “저거 가지고 화장실 문 앞에 놔주고.”

김진환은 캐리어를 잠깐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멍하니 가슴 위의 점을 바라봤다.

“훗, 귀여워.”

한시연은 몸을 숙여서 김진환의 얼굴이 가슴에 파묻게 만들었다. 그리고 정수리에 쪽, 하고 뽀뽀를 하고는,

“금방 끝낼게. 조금 있다가 우리 집으로 가자?”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김진환은 그녀가 들어가자마자 캐리어를 화장실 앞에 두었다. 그리고 소파에 그대로 앉아 흥건해진 가죽을 어루만지며 현실을 회피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고기를 자르고 있는 소리와 이따금씩 뼈가 부서지거나 톱으로 뼈를 가르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도저히 못 참겠다. 김진환은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핸드폰과 이어폰을 챙겼다. 방 안에서 들을 수도 있었지만 현실을 깨달은 지금, 커튼 뒤에 있는 부셔진 평상이 보일 수 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 소파로 돌아와 이어폰을 꼈다. 음량은 최대로, 상체는 숙이고, 눈은 꼭 감고, 그녀가 오기 전까지 음악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10 곡 이후로는 세지 않았지만 그 이상은 확실하게 넘어갔을 때. 누군가 김진환의 어깨를 툭툭 쳤다. 한시연이었다. 어느새 무채색의 옷을 입은 한시연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끝났어. 오래 기다렸지? 이제 가자.”

어디로 가자는 거냐는 물음에 그녀는 “우리 집으로”라고 말했다. 김진환이 눈을 감고 노래를 들었던 시간동안, 그녀는 이미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신발장 앞에 32인치 정도 보이는 캐리어 2개가 놓여있었다.

끝났다고 했으니. 저 캐리어 안에는···. 김진환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이미 돌이키기에는 늦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뇌의 연결 신호를 끊어 머리를 하얗게 만들었다. 적어도, 그래, 오늘은 어떠한 생각도 하지 말자. 내일 생각하자.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지만, 내일로 미루는 것은 누구보다 잘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단련된 재주였다.

“무거우니까. 조심해. 쏟으면 큰일이야.”

한시연이 건네준 캐리어는 다른 것보다 훨씬 무거워 보였다.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그렇게 말했고, 계단을 내려가다가 부딪친 소리가 그렇게 말해줬다.

“조금만 힘내. 오빠. 이럴 거 같아서 계단 앞에 주차해뒀어.”

김진환은 대답 대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자신이 들고 있는 캐리어 안에서 사부작거리는 비닐 소리만이 그의 귀에 맴돌았고, 출렁거리는 감촉이 손에서 느껴졌다.

1층에 도착하자 그들의 앞에는 평범한 검은색 승용차가 있었다. 한시연은 익숙하게 승용차의 뒤쪽으로 걸어갔다. 김진환은 그녀를 뒤따라갔다. 이윽고 그녀가 트렁크를 열었다. 밤이어도 잘 보였다. 트렁크 안에는 불투명하고 두꺼운 비닐로 만들어진 아주 큰 주머니가 있었다. 입구를 조절하는 끈이 없다면 주머니가 아닌 그냥 비닐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그 비닐 주머니는 트렁크의 바닥을 전부 메꾸고도 남을 정도로 컸다.

한시연이 먼저 캐리어를 들어 주머니 안으로 밀어 넣었다. 마른 체형의 그녀가 간신히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무게처럼 보였지만 비교적 가벼운 캐리어였다.

“같이 할까? 오빠 허리 다치면 안 되니까.”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김진환은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가 옆에 있다면, 출렁거리는 감촉은 그녀의 가슴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서였다.

무거운 32인치 캐리어가 비닐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무게가 조금 있어 쿵 소리가 조금 나기는 했지만 내용물이 터질 정도는 아니었다. 한시연은 끈으로 비닐 주머니의 입구를 조이고, 챙겨온 머리끈으로 입구를 단단히 봉한 다음 트렁크를 닫았다.

“이제 가자.”

한시연은 운전석으로 걸어갔다. 김진환은 차의 뒤태를 잠시 바라보고 조수석에 앉았다. 차 앞 유리를 통해 본 정면의 장면은 한산했다. 가로등은 제 목적을 잃을 랑 말랑 깜빡거리고 세기도 약했으며, 걸어서 8분 정도 거리에 있는 편의점의 전광판도 희미했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김진환이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었으니까. 그의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었다.

“여기서 한번 하고 갈까?” 그녀가 오른 손으로 티셔츠의 목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속옷을 입지 않아 그대로 몸이 보였다. 가슴 위의 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니. 괜찮아. 집에서 하자.”

“흐음. 그래?” 다행이다. 이제 못 빠져나가.

그녀는 시동을 걸었다.


검은색 승용차가 어지럽게 달려갔다. 골목과 골목 사이 일방통행 도로를 어기고, 김진환의 옥탑방을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 하며 꽤 오랜 시간을 할애하여 외곽을 벗어나 도심지로 향할 수 있는 6차선 도로에 도착했다. 그때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이 훌쩍 넘었다.

“CCTV가 고장 난 쪽으로 가야해서. 좀 돌았어. 미안해. 오빠.”

한시연은 김진환에게 형식적인 사과를 하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진환은 침묵을 유지했다. 물어보거나 대답할 새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는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가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그녀의 가슴을 주물러야 했다.

그 이후로 그녀의 집에 도착한 시간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도심지에 위치한 그녀의 집. 고층 오피스텔이었다. 1층부터 7층까지는 마트라든지 노래방이라든지 여러 가게가 있었다.

“21층이야. 우리 신혼 집.”주차를 끝내고 그녀가 말했다. “조금만 참아.”가슴을 주무르고 있는 김진환의 손을 뿌리친 그녀가 승용차에서 내려 곧장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김진환도 얼른 내렸다. 그리고 성큼성큼 걸어가 멀어져가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차의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음, 저, 저거. 안, 안 가져가?”

최대한 의식하지 않기 위해 단어를 선택하고 말을 더듬었다.

“괜찮아. 이제 겨울이잖아. 내일 하자.”그녀가 싱긋 웃으며 잡힌 손목 그대로 그의 손을 잡았다. “오늘은···”그녀가 속삭였다. “우리 집에서 할 게 있잖아.”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그녀의 신음소리. 김진환은 다시금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전에 평생 했던 것보다 더 많이 했기 때문에 약발이 약했다. 불안감은 쉽게 지울 수 없었다. 그는 시선을 그녀와 승용차로 번갈아 주며 불안해했다.

오늘은 하루는 아무 생각 없이 넘기기로 했지만 그 원인을 차 트렁크에 놓고 그냥 가다가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면 어떡하냐는 생각에서 비롯된 불안이었다.

그러나 이런 김진환의 불안은 금세 사그라졌다. 한시연 덕분이었다. 그녀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잡고 있는 그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대며 이렇게 말했다.

“일단 올라가서 먼저 하자. 그 다음에 어떻게 할 건지 알려줄게.”

느껴질리 없지만 김진환은 손가락에서 그녀의 점이 느껴지는 것 같았으며, 이내 수긍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라 그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아까는 짐승들이나 할 법한 교미였다면 지금 하는 것은 사랑이었다. 그는 그녀를 만족시키기 위해, 그녀는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그들은 여러 체위와 애무를 곁들여서 천천히 사랑을 나눴다.

그 시간이 끝나고, 넣지 않아도 넣은 것 같은 저릿한 느낌이 아랫도리를 환하게 감싸자 김진환은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하품을 하고 눈이 점점 감겼다. 트렁크에 갇혀있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어느새 옅어졌다.

한시연은 김진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괜찮아. 자도 돼.”

김진환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한시연은 예상대로 움직여주는 단순하고 순진하며 멍청한 김진환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축축한 시트위에 수건을 덧 댄 다음 잠에 들었다.

그렇게 아침이 왔다. 김진환은 눈을 비비며 일어났고, 한시연은 먼저 일어나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났어?”

“응. 일어났어.”

“사랑해.”

내색은 안했지만 한시연과 진한 키스를 나누는 동안에도 김진환은 낙담하고 있었다. 일어나서 그녀가 보였다는 것은 어제의 일이 꿈이 아니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러다 불현 듯, 트렁크에 잠자고 있을 현실이 떠올랐다. 느긋하게 모닝 키스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시체는 오늘 처리할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한시연은 김진환의 흔들리는 동공을 보고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했다. “내가 다 알아서 할게. 걱정은 이제 그만.”

“안 들키겠지?”

“절대 안 들켜. 여름이면 몰라도. 지금은 겨울이잖아. 밀봉도 잘 했고. 얼른 밥 먹고 처리하러 가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물이 엎질러졌다는 걸 숨길 수 있는 걸레는 한시연이 가지고 있었다. 김진환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한시연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그녀가 걸레로 물이 엎질러졌다는 걸 은폐하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자신은 물을 엎지른 장본인이니까. 지금은 그녀의 말이라면 양잿물이라도 마셔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친한 형을 죽인 살인자로 법정에 서게 될 테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쾌락에 파묻힌 상태로 잠에 들어 하루가 지났다는 거였다. 잠이 덜 깬 정신과 부어서 땡땡해진 아랫도리의 고통 속에서 상기된 불안감은 불안정했고, 그녀의 걱정하지 말라는, 자기가 다 알아서 하겠다는 안정제는 꽤나 잘 들었다.

김진환은 침실 바로 앞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한시연에게 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알몸인 상태로 앞치마를 입은 그녀를 보니 흥분이 됐지만 혹사당한 아랫도리는 반응이 없었다.

“조금만 기다려. 오빠. 좋아하는 김치찌개 해줄게.”한시연은 도마에 칼질을 하며 말했다. “기다리는 동안 소파에서 TV 보고 있어.”

김진환은 그녀에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앞은 진실이었지만 뒤는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한 번 따져볼까도 싶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정말로 사랑하면 어떻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뭐 어떻게 할 수 있겠냐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그 결론은 현관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격자 형태의 벽으로 가려진 거실의 일부분을 확인했을 때 더욱 힘이 실렸다.

그 곳에는 초등학교 과학시간에서나 봤던 망원경이 있었다. 망원경을 통유리 너머 어딘가를 관찰하고 있었다. 김진환은 망원경으로 조심히 가서 무엇을 관찰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한 옥탑방이 관찰 대상이었다. 김진환은 이제야 한시연이 어떻게 민수형의 담배가 떨어질 때쯤이면 새로 리필 해줬는지, 어떻게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꿨는데도 집에 들어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고, 추가로 이민수의 죽음을 자세하게 알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미친 여자가 내 목줄을 가지고 있구나.’

소름이 돋았지만 결론대로 뭘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앞서 말한 대로 그녀가 없다면 자신은 법정으로 끌려가 살인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그녀가 자신이 처리해야 할 일을 대신 처리해 주는 것을 응원만 해야 했다.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할 때는 그녀가 미리 언질 했던,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때일 거다. 김진환은 시체를 토막 내고도 불안해하지 않는 한시연이 자신에게 무슨 도움을 요청할지가 더 불안했다. 김진환에게 그녀는 그저 예쁘고, 섹시하고, 가슴에 점이 있고, 2룸 고급 오피스텔에 살고 있고···‘내 사생팬이고, 미친 여자고, 살인자고,’이민수의 죽음을 은폐하려는 공범이었다. 이것만으로는 그녀의 도움이 무엇일지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평범한 일은 아닐 것이라는 것. 어쩌면 민수형의 시체를 은폐하는 것보다 더 죄질이 나쁜 일을 할 수 도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차라리 지금 자수하자.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것은 사고였다고, 평상이 부셔질 줄은 몰랐다고, 저 때문에 민수형이 평상 위에서 도수체조를 한 것은 맞지만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변호사를 통해 판사에게 말하자. 여태 번 돈으로 좋은 변호사를 쓰면 무죄가 될 수 있을 거야. 라고 김진환은 다짐했다.

한 1분 동안은. 1분이 지나자 그 다짐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무죄가 나오면···그 이후는?’

죽일 의도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 때문에 민수 형은 죽었다. 대중이 그 사실을 알면 어떻게 될까? 법이 무죄라고 판결을 내려도 대중들은 자신을 사회적으로는 살인자라고 낙인을 찍을 것이다. 원래 대중이 그렇다. 자극적인 것에 미쳐있는 것들. 그것이 곧 대중이고, 대중은 자신을 살인자로 만드는 것이 더 자극적이니, 그들은 분명히 변호조차 듣지 않고 땅땅땅! 넌 살인자가 맞아! 라며 판결을 내릴 것이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빨간 줄이 그이지 않았더라도 그인 채로 끔찍한 삶을 살게 될 거고, 유튜버의 삶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김진환은 그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하지만 시체를 은폐하는 것보다 죄질이 나쁜 일이 한시연이 요청할 ‘도움’이라면 그것을 하는 것도 죽기보다 싫었다.

식탁에 앉아 익숙한 맛의 진미채를 질겅질겅 씹는 그의 머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한 갈등으로 복잡했다. 사회적 죽음이냐 인간성의 죽음이냐. 그것이 문제였다. 하얀 쌀밥과 김치찌개는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니까. 시체는 오늘 안에 처리할거야. 아무도 모를걸? 오빠랑 나 빼고는.”

한시연의 말에 김진환은 주춤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지나간 일에 대한 죄책감이 아닌, 앞으로 살아갈 살인자에 대한 불안감이 몸짓으로 표출 된 것이라는 것을 한시연은 알고 있었다. 덧붙여 왜 김진환이 그런 불안감에 휩싸였는지도.

겁먹은 강아지는 바로바로 안심시키지 않으면 개집에 틀어박힌다. 한시연은 김진환이 집에 틀어박혀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젓가락으로 김치찌개에 숨어있는 큼지막한 고기를 건져 올려 그의 밥그릇에 올려주며 그를 안심시켜주는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한시연의 머리에서 섬광이 비췄다. 여기서 순서를 조금 바꾸면 김진환을 짖으라면 짖고, 엎드리라하면 엎드리고, 부르면 달려오는 충견으로 길들일 수 있다고 말하는 사악한 섬광. 그녀는 섬광이 시킨 대로 말했다.

“오빠.”

“응?”

“오빠는 나를 어떻게 도와줄 거야?”

김진환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무슨 도움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러한 질문은 그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동공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리고 턱 끝이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보니 좋은 상상은 아니었다.

“풉.”그녀가 웃었다. 귀여워서는 일부일 뿐, 순서만 조금 바꿨을 뿐인데도 효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무슨 생각을 해서 그렇게 겁먹었어?”

김진환은 침묵했다. 자신이 상상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말한다면 그녀의 심기를 거스를 수도 있어서였다.

“으이구. 그런 거 아니야.”한시연이 몸을 숙여 김진환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내 유튜브 기획자랑 편집자로서 어떻게 도와줄 거냐고. 이 사랑스러운 오빠야.”

“응···?”

김진환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상상과는 너무 달랐다. 겨우 유튜브 기획자랑 편집자? 나를 은닉해주는 조건이 겨우? 그럴 리가 없지. 그는 다시 물었다.

“정말···그거면 돼?”

“응!” 그녀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도와주면 나는 유명해질 수 있어.”

“도와줄 거지?”그녀가 물었고,

“당연하지.”그는 안심하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면 일단 시체부터 처리하자. 오후 6시 전까지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해.”

“응!”

이제야 맛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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