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되기 싫어 도망쳤더니 레어 주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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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돔소짜
작품등록일 :
2024.07.22 06:26
최근연재일 :
2024.07.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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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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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딸을 찾아주세요

DUMMY

석우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되었다.


어둠이 수박처럼 깨지자 눈앞으로 이름계곡(Name Valley)이 펼쳐졌다.


어깨동무하듯 이어지는 산등성이들과 울창한 숲, 그 사이로 흐르는 녹음 짙은 강물.


강을 끼고 한참을 걷자 거짓말처럼 아늑한 분지가 나타났다.


이곳이 그의 새로운 삶이 시작될 이름마을(Name Village)이었다.


···이름마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는 유래가 분분하다.


그 가운데 가장 유력한 설은 이렇다.


용암처럼 뜨거운 삶의 한가운데서 살던 대방사(大方士) 아고가 문득 아등바등 살아가는 인생의 무의미함을 깨닫고 인적 없는 무풍지대를 찾아 헤매다가 이곳에 이르러 터를 잡으며 시작되었다는 설.


대방사 아고는 ‘대방사’라는 직함도 싫었고, ‘아고’라는 이름에도 신물이 났다.


그 이름에는 숱한 권력자들의 다툼과, 더 많은 걸 독차지하기 위한 피와 죽음이 배어 있었다.


아고 본인부터가 그렇게 살았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동료도, 경쟁자도 모두 꺾으며 쉴 새 없이 달려온 그는,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의 하나뿐인 혈육을 잃고 난 뒤, 눈꺼풀을 씌웠던 권력욕으로부터 해방된다.


그날 아침, 그는 최고의 방사에게 왕실이 수여한 목걸이를 벗어놓고, 젊은 날의 그가 걸친 아버지의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으리으리한 저택을 버리고 길을 떠났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계곡물이 잠시 쉬어가는 아늑한 분지였는데 수풀도 자리를 비킨 것이 딱 이 자리면 좋겠다 싶은 풍경이었다.


아고는 나무와 진흙으로 작은 집 한 채 짓고, 자신을 수식하는 모든 이름을 버리겠다는 의미로, ‘이름 없는 집(Nameless House)’이라고 이름 붙이고, 세상으로부터 잊힌 노인네가 되어 살아갔다.


아고가 짧지 않은 생을 살다가 죽은 이후로, 아고처럼 세상에 뜻을 잃은 사람들, 번잡한 생활에 지친 사람들, 특히 각자의 자리에서 뭔가 이루었던 능력자들이 은퇴와 함께 모여들면서 이곳은 하나의 작은 마을이 되었다.


만일 권력의 아귀와 같았던 아고가 하루아침에 어떻게 소박한 은둔자가 되었는지 묻는다면 그건 다 시간의 힘 때문이라고 말하는 게 현답이리라.


마찬가지로 ‘이름 없는 마을’이 어떻게 ‘이름마을’이 되었는지 묻는다면 이 역시 시간의 힘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처음, 은둔자 마을이었던 ‘이름 없는 마을’은, 그러나 차츰 은둔 고수의 마을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면서 뭔가를 의뢰하는 사람들이 찾는 해결사무소 같은 이미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곳에 가면 돈 욕심 없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능력자들이 있다!


그렇게 문제 해결을 바라는 사람들이 돈다발을 들고 찾아오자, 그들에 이어서 두둑한 보수를 바라는 젊은 능력자들이 찾아왔다.


이름 없는 마을은, 곧 이름을 얻기 위해 가는 마을이 되었고, 그때부터 사람들은 ‘없는’을 버리고 그저 ‘이름마을’이라고 부른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는 게 이 유래설의 내용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석우는 마을 광장 구석에 위치한 잡화점 앞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주술사님, 뭐 필요하신 게 있으신가요?”


잉? 석우는 깜짝 놀랐다.


내가 주술사인 걸 어떻게 안 거지?


여기는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모양이지, 생각하며 이것도 룰인가 보다 싶었는데.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말을 건 젊은 여성이 문을 열고 기다린다.


겉보기와 달리 실내는 넓고, 물건은 많았다.


말 그대로 없는 거 빼고, 없는 게 없는 그런 느낌?


“뭘 찾으시죠, 주술사님?”


석우는 이름계곡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에게 주어졌던 미션을 떠올렸다.


---------------------------

첫 번째 미션입니다.

집을 지으세요.

---------------------------


이름마을까지 걸어오는 동안 석우는 오랜만에 즐거운 상상에 빠져 있었다.


어떤 집이면 좋을까?


노자 도덕경에 이르는 것처럼, 먼데 개가 짖으면 그 소리가 들리는 정도로 이웃과 적당히 떨어진 곳에 집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래, 너무 가까우면 소음도 그렇고, 왠지 불편해.


그래도 무인도에 살 것도 아니고 너무 먼 것도 좀 그래.


창문에 나체로 서 있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만큼 떨어진 거리?


적당한 독립성과, 적당한 접근성이 공존하는 그 정도 거리면 딱 좋겠지.


집은 2층 집이면 좋겠어.


1층은 휴게 공간이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손님 접대 공간.


넓은 거실에 손님용 침실 두 개, 화장실 하나, 부엌도 여기 있어야겠지.


2층은 완벽히 나만의 공간이야.


나의 침실, 그리고 무슨 작업이 필요할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만의 작업실, 그리고 잡다한 물건을 차곡차곡 보관할 만한 빈 방 하나, 물론 심플 이즈 베스트라, 불필요한 물건은 아예 사지도 않겠지만··· 그리고 화장실 정도.


그보다 중요한 건 2층 베란다야.


그래 2층 집이긴 하지만 2층의 실내 공간은 절반이면 충분해.


남은 절반은 그대로 야외에 노출되게 만들고, 적당한 길이의 처마를 달고, 그 아래 의자 두어 개와 작은 테이블을 놓는 거지.


베란다보다는 옥상처럼 넓게 트인 그 공간에는, 화분도 좀 놓고, 자갈도 좀 깔고, 고기도 구워먹을 수 있게, 비가 오면 또 비 구경 할 수 있게 꾸며 놓는 거지.


불멍을 비롯해 비멍, 눈멍, 자연멍까지 세상의 온갖 멍을 때릴 수 있는 최고의 장소가 되는 거야.


아침에는 쌉쌀한 커피 한 잔을 호로록 즐기고, 저녁에는 맥주나 막걸리 한 잔 걸치기 좋은 곳.


생각만 해도 짜릿한데···


“그냥 둘러보시겠어요, 주술사님?”


석우가 대답이 없자 잡화점 여점원이 다시 안내해준다.


“아닙니다. 찾는 게 있습니다.”


여점원이 다시 생글 웃는다.


“저, 집을 짓고 싶은데요. 뭐가 필요하죠?”


석우는, 스스로도 이상한 질문이 아닐까 싶었다.


기우는 사실이었다.


“네? 집이요? 아!”


점원이 당황한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면 이런 면박을 또 누군가에게 당해야 한다.


석우는 안면에 철판을 깔기로 한다.


“네, 집이요.”


“물론··· 말입니다···”


점원이 눈을 회피하며 어렵게 말을 이었다.


“여기 있는 물건들로 집을 지으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보다는 건축자재를 파는 곳에 문의를 해보시는 게···.”


말끝을 흐린다는 건 여기는 답이 없다는 뜻.


그 정도는 석우도 알아먹었다.


그래도, 궁금한 게 아직 많다.


“그런데 건축자재를 ‘파는 곳’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은, 건축자재를 취급하는 곳이 따로 있다는 거고, 그걸 제가 ‘사서’ 직접 지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여점원은 점점 당황한 표정이다.


“물론이겠죠? 훔칠 생각이 있으신 게 아니라면. 하하, 농담입니다.”


이런! 역시나 여기도 돈이 필요한 곳이군.


몸은 공짜인데 집 정도는 그냥 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석우는 낭패감을 느꼈다.


그때였다.


“저, 주술사님.”


키가 작고, 나이가 많아 보이는, 그러나 옷차림만큼은 멋진 어느 신사 한 명이 시름 깊은 얼굴로 석우를 불렀다.


“네? 저요?”


“저는 고사비에 사는 다사리라는 사람입니다.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집을 지어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역시 말끝을 흐린다.


여점원이 슬쩍 꽁무니를 뺀다.


석우도 좀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해가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 다사리라는 남자가 말을 걸자, 잡화점에 쇼핑하러 온 몇몇 사람들이 이쪽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집을 지어주신다고요?”


신사는 직진 본능을 가진 듯했다.


“대신 제 딸을 찾아주십시오.”


잉?


이건 없던 미션인데?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만, 주술사님, 그 자의 말은 그냥 무시하십시오.”


그런 말로 누군가 끼어들었다.


한 눈에 봐도 사냥꾼처럼 보이는 남자였는데 작은 등짐에 활을 메고 있었다.


그는 두 명의 동료와 함께였다.


당황스런 순간.


“주술사님, 제 딸을 찾아주시면 집뿐 아니라 보상도 넉넉히 챙겨드리겠습니다.”


이어지는 신사의 부탁.


“아니, 다사리 씨. 미안한 말씀입니다만, 댁의 따님은 이미 죽었어요.”


이어지는 사냥꾼의 참견.


근데, 죽은 자를 찾아달라는 얘기?


이거 점입가경인데?


“죽은 건 사실입니다만, 그 혼이라도 다시 찾을 수 있다면 제 전 재산이라도 드리겠습니다. 부디.”


신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혼은 어떻게 찾죠?”


석우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러나 아차, 이건 해서는 안 될 질문이었다.


신사도, 사냥꾼도, 여점원마저도 놀란 눈으로 석우를 쳐다보았다.


주술사가 그걸 모르면 어떡해? 그런 표정?


“아하, 농담입니다. 주술사라면 당연히 찾아야죠.”


사냥꾼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평범한 혼이라면 찾는 건 일도 아닐 겁니다. 그런데 하필, 다사리 씨 딸의 혼을 데려간 자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사가 석우의 팔을 꽉 잡고 잡화상 밖으로 뛰쳐나갔다.


완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이봐요, 다사리 씨!”


뒤에서 사냥꾼 일행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한담?


석우는 난감했다.


공터 벤치에 앉자 다사리 씨가 밀크티 두 잔을 테이크아웃해서 들고 왔다.


여기서 밀크티라니, 역시 밀크티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맛있군!


쭉쭉 빨대로 빨아먹고 있는데 아사리 씨, 운다!


“크흑, 주술사님.”


그리고 석우의 손을 덥석 쥐는데.


“주술사님, 저를 살려주십시오. 애 엄마 먼저 보내고, 오직 딸 하나만 보고 살았습니다. 착하고 예뻤던 그 아이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태의 출발점은 딸인 듯하다.


애지중지 키운 딸이, 사교 집단에 속아 목숨을 내주고 혼이 되었다는, 조금은 저세상스러운 설명이었다.


다사리 씨는 조금 혼동하며 표현하고 있었지만 석우가 듣기에는 그 사교집단이 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게 아니고, 딸의 자발적인 가입한 것 같았다.


그러나 다사리 본인은 사교집단이 딸을 꼬셨다고 믿는 듯했다.


“다시 살릴 수 없어도 좋습니다. 그저 그 아이의 혼만이라도 제 곁으로 데려와 주시면 이름마을에 큰 집 짓고 사실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을 드리겠습니다.”


듣다 보면 느낌이 올 때가 있다.


석우도 대충 견적을 뽑았다.


이 신사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의 인력 모집이 하루이틀이 아니었다는 것.


더욱이 사냥꾼이 질겁하며 나왔다는 건, 이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근데, 난 이제 이름마을에 처음 온 초보 주술사!


이거 말이 되나?


석우는 고심스럽다.


어쩐다?


집짓기 미션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치곤 좀 곤란해 보였다.


그렇게 다 마신 빈 컵을 후륵후륵 빨고 있다 보니 문득, 석우의 마음에 이상한 객기가 생겼다.


35살 석우라면 느끼지 못했을 그 감정, 17살 석우라서 느껴지는 이상한 충동질!


‘내가 이 세상에 온 뜻은, 물론 예수님처럼 이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그런 큰 뜻 따윈 없지만, 분명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기 싫었기 때문이다. 나는 거절[N]이라는 분명한 의사 표시를 통해 옛 삶을 거부했다. 그런데 다시금 어려워 보인다는 이유로 피한다면 그건 내가 달라진 게 없다는 말. 과거와 다른 내가 되려면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해야 한다. 그게 이곳에 오게 된 나의 의지에 부합하는 일이다!’


석우는 이 기회를 잡는 것이 회피하기만 하며 살다 죽었던 과거에 대한 보상이요, 자신의 생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겁쟁이처럼 피하기만 한다면 그건 새로운 삶이 아니라 그저 예전 생의 반복 아닌가?


나이 열일곱이면 무서울 게 없다!


돌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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