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되기 싫어 도망쳤더니 레어 주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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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돔소짜
작품등록일 :
2024.07.22 06:26
최근연재일 :
2024.07.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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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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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숭이 시신

DUMMY

며칠 뒤 이름마을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고사비 인근의 시골 별장이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으리으리한 집채다.


이곳은 다사리 씨의 여름 별장인데 벌써 1년 전부터 다사리 씨는 본가가 아닌 이곳에서만 살고 있다.


매일 아침 그는 이름마을까지 10킬로미터를 걸어간 뒤 해가 질 무렵 별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오늘.


석우는 낯익은 세 명의 일행과 함께 다사리 씨 댁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 세 명은, 잡화점에서 만난 그 일행.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하면···


다사리 씨와 헤어지고 나자 그들 중 한 명이 접근했다.


마치 사인을 받고 싶어 하는 팬처럼 수줍게 웃으면서.


“주술사님!”


그런 부름을 석우는 평생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반가움과 떨림이 공존하는 그 목소리!


아마 100미터 밖에서도 듣고 응답했을 법한 그 목소리에, 석우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근데!


아, 깜짝이야!


몸매는 예쁜 여자 몸이었는데 얼굴은 왜 돼지냐?


살이 쪄서 돼지가 아니라 진짜 왜 돼지냐?


돼지 얼굴에 사람 몸이라니!


보통 말이다, 석우는 생각한다, 자기 얼굴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저런 식으로 사람을 부르진 않는다.


그 말은, 돼지 얼굴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


문득 캐릭터 스탯 고르는 과정에서 등장했던 ‘짐승’이 떠올랐다.


그렇군, 여기는 인간만 사는 게 아니야.


석우는 자신의 초보스런 감정을 감추기 위해, 부러 실수인 척 들고 있던 빈 컵을 떨어뜨렸다.


“어머! 제가 놀라게 해드렸네요. 죄송해요.”


그리곤 이 착한 돼지는 흘린 컵을 주어 친절하게도 석우의 손에 쥐어주었다.


근데 무슨 용건일까?


돼지,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몸을 배배 꼬더니 멀찍이 떨어진 동료 두 명을 손짓으로 불렀다.


두 명은, 진짜 농담 않고,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어기적거리며 다가왔다.


그러나 석우와 눈이 마주치자 애써 아닌 척, 정말 뵙고 싶었습니다, 그런 느낌으로 호다닥 달려왔다.


“아까는 도와주시려고 했었지요? 고맙습니다. 저도 여기가 처음이라 낯설었는데.”


석우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몸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이 반응이 온다.


“아닙니다. 별 말씀을요.”


송구하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싶게 그들은 자기 몸을 낮춰 석우에게 가당치도 않은 말씀이라고 연신 되뇌었다.


“근데, 다사리 씨와는 어떻게?”


잊고 있던 돼지 소녀가 물었다.


“아, 며칠 뒤에 다사리 씨 집에서 보기로 했습니다.”


“그럼, 의뢰를 수락하셨다는 얘기인가요?”


“네.”


석우는 ‘이것이 17살의 패기’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때, 석우와 다사리 사이에 끼어들었던 그 사냥꾼이 불쑥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는 심각한 표정이 되어 말하기 시작했는데 배배 꼬아서 말하는 솜씨가 아주 일품이었다.


그래서 요약한다.


···자신들은 기벌 출신들로 이름은 어떻고, 나이는 저떻다.


이런 저런 이유들로 뭉쳐서 올해로 벌써 5년차의 해결사 겸 헌터로 살고 있다.


근데 주술사를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주술사가 그렇게 희귀한 것이냐고 석우가 물었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답변은 없고, 놀란 눈 6개뿐.)


주술사들은 파티보다는 단독 활동을 선호한다는 얘기는 이미 잘 알고 있지만 이 친구(돼지)가 어렸을 때부터 주술사를 동경하여 한 번 만나 뵙고 싶었을 뿐, 다른 뜻은 없다···


대충 요약하면 이 정도.


“근데 구차는 얘기가 다르지 않나요?”


그때 뜬금없이 튀어나온 이름, 구차.


석우는 천진한 얼굴로 물었다, 구차가 뭡니까?


역시나 놀란 눈 6개가 이번에는 땀까지 삐질삐질 흘리며 석우를 쳐다본다.


“아, 그게 말이죠. 구차는 아까 말씀드린 그 사교집단의 우두머리인데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요?”


“아, 그런데 그도 주술사라···.”


아!


석우가 퍼뜩 감을 잡는다.


주술사가 세운 종교집단이라, 그래서 나 같은 주술사가 덤비기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


“경력이 얼마나 된 주술사인가요?”


석우가 다시 물었다.


그들 말에 따르면 그 주술사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가 위험한 인물인 이유는 단순히 주술 능력 때문이 아니었다.


도리어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그의 교리 때문이었다.


인간이 탐욕에 사로잡혀 고통받고 살아가는 건 육신이 있기 때문이며, 그래서 육체로부터 벗어나서 혼이 될 때 인간은 순수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게 구차가 설파한 가르침이었다.


그 교리에 혹해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귀의했는데 그래서 그를 따르는 신도들은 모두 인간이 아닌 혼이라는 얘기.


혼을 다루는 데 특기가 있는 주술사들이 특히나 주술사 구차를 꺼리는 이유는 구차가 거느린 혼들 때문이라는 게 그들의 전언이었다.


“알겠습니다. 그게 문제군요. 그런데 어쩌죠? 이미 다사리 씨와 약속했는데.”


석우는 왜 다사리 씨가 1년씩이나 사건을 의뢰하지 못하고 저렇게 마을을 떠도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주술사님은 구차와 한판 붙겠다는 얘기이신 건가요?”


“붙겠다고는 안 했는데?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셋은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때 돼지 소녀가 말했다.


“실례가 아니라면 저 아르마타, 주술사님과 함께 구차를 무찌르러 갈 수 있나요?”


석우는 다시 정정해주었다.


“글쎄, 무찌를지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말하면서 깨닫는다, 혼자보다는 낫겠다!


“뭐가 되든 혼자보다는 낫겠죠. 같이 갑시다!”


석우의 말이 끝나자 돼지 소녀는 하늘로 날듯이 껑충 뛰었고, 둘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며칠 뒤 함께 다사리 씨 댁으로 가기로 정하고 헤어지려는데 마침 석우가 궁금한 게 있었다.


“근데 어떻게 제가 주술사인 줄 알았죠?”


역시 석우가 말하면 모든 게 다 이상하게 보이는 걸까?


그들은 멀미하는 표정이 되어 조용히 석우를 데리고 잡화점으로 갔다.


그리고 정중히 거울을 가리켰다.


“악!”


처음이다.


이름마을에 온 뒤 자기 모습을 본 건.


거울에 맺힌 상은,


그가 기대했듯이 소두에 갸름한 턱선,


오뚝한 콧날에 진한 눈썹,


그리고 경계선 뚜렷한 붉은 입술,


넓은 어깨와 적당한 근육,


길쭉길쭉한 팔다리,


호리호리한 허리선,


어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멋진 열일곱의 신체였으나 딱 하나 없는 게 있었는데, 그게 하필 머리카락!


그러나 이걸 다행이라고 말해야 할까?


머리카락은 없는데 민머리에 붉은 색으로 날름거리는 불꽃이 있다.


마치 자신이 머리카락이라고 우기는 것처럼!


“이게 주술사의 표식인가 보죠?”


고개를 끄덕이는 셋과, 옆에 숨어서 키득거리는 여점원.



···아무튼, 그렇게 전격적으로 팀이 구성되어 다시 오늘, 다사리 씨 별장에 넷이 모인 것이다.


돼지 소녀 아르마타는 석우의 옆모습을 흘깃거리고 있다.


활을 메고 있는 자, 그는 이름이 라디우스였는데 아무래도 다사리 씨가 못마땅한 것 같다.


칼을 걸친 자, 그는 이름이 도플리니였는데 말도 표정도, 없어도 너무 없다.


다사리 씨는 그 셋은 모른 척한다.


오늘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석우밖에 없다는 태도다.


“집으로 오시라고 부탁드린 건, 보여드릴 게 있어서입니다.”


다사리는 일하는 분들 다 물리고, 2층으로 손님들을 안내했다.


아까부터 나던 냄새는 2층에 피운 향 때문이었다.


향내는 짙었다.


수십 개의 굵은 향이 2층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돼지 소녀가 눈 가리듯 코를 가리고 뒤따랐다.


“이 방입니다.”


다사리가 문을 열자, 공기가 순간 하얗게 변했다.


연기는 아니다.


김!


연이어 한기가 훅 끼쳤다.


방에 들어서자 한가운데 침대가 놓여 있고, 사방 네 귀퉁이에 네 개의 큼직한 들통이 놓여 있었다.


이 한기의 정체는 들통에 들어 있는 얼음이었다!


창문은 꽉 닫힌 채 암막 커튼이 쳐져 있었다.


그리고 사방에 붙은 노랗고 붉은 부적들!


다사리 씨가 침대를 두르고 있는 베일을 벗기자 차가운 돌판 위에 벌거벗은 시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악!”


돼지 소녀가 이번엔 입을 가렸다.


시신은, 긴 머리카락을 가진 젊은 여성으로 보였는데 부패가 진행 중이었다.


시신 썩는 냄새에 다들 코를 막았지만 다사리 씨만큼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


“딸아이가 떠난 지 한 달 뒤에 집으로 큰 소금 자루가 하나 배달되었습니다. 열어보니 소금에 절여진 딸아이의 시선이 나왔지요. 그리고···.”


그리고 다사리는 동봉되었다는 편지 한 통을 보여주었다.


이름이 소사리인 딸은 구차에 귀의한다, 자신의 시신을 보내니 불에 태워 화장해 달라는 얘기가 담겨 있었다.


“벌써 2년 가까이 되었습니다만, 아직도 이 편지를 보면 피가 거꾸로 솟구칩니다. 이 버러지 같은 놈들이 내 딸을 죽여 놓고 하는 말 좀 봐주세요.”


“잔인하군요. 근데 왜 아직 화장하지 않으신 거죠?”


다사리가 입술을 깨물었다.


“저는 믿고 있습니다. 아직 아이의 혼이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요.”


석우는 깜짝 놀란 얼굴로 동료 3명을 돌아보았다.


‘이게 가능한 거야?’


그런 표정으로.


아르마타와 라디우스가 어깨를 으쓱한다.


도플리니는 여전히 짐작하기 어려운, 표정 없는 표정이다.


가타부타 지금 대답하는 건 곤란하겠다고 석우는 생각한다.


이럴 때는 피하는 게 상책!


“좋습니다. 그럼, 이만 떠나도 될까요?”


석우가 방을 나서려고 하자 다사리가 붙잡았다.


“잠시만. 이 반지를 가져가 주세요.”


옥색의 반지.


“이게 뭐죠?”


“그건 죄송합니다만, 아는 분에게 의뢰하여 만든 것입니다. 아이의 혼을 잡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합니다. 같이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없는 것보단 낫다.


혼자보다는 넷이 좋다.


지금은 그렇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석우는, 아니 이 초보 주술사는 그래도 기가 죽지 않는다.


“아르마타, 라디우스, 도플리니, 이제 그만 갈까?”


언제부터 존칭 없이 이름만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왠지 대장이 된 것 같은 그런 기분으로 석우가 단호하게 말했다.


“네, 주술사님!”


···근데 이거 꼭 서유기 같은 건, 그냥 느낌일 뿐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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