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본 행성관리가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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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뷔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7.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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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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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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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지원 대출의 대상이 되셨습니다

DUMMY

어느 시대나 나라든지 간에 관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일 처리가 보통 느리다. 이것은 전 세계 아니 전 우주 어디 가나 공통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다. 유능한 사람도 바보를 만드는 조직이 문제다.


엔트리 심사를 하는 위원회도 비슷한 일을 하니 좀 늦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방금 민님도 뭔가 이야기를 하다 말았지 않나. 살짝 불안해지려던 찰나 타이밍 좋게 심사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느낌이 나쁘지 않다.


그나저나 엔트리가 되면 시스템에서 승인되었다고 문자 하나 딸랑 오고 끝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대면 면접이 있는 건가.

이 우주에 떨어진 이후로 민님이나 경박한 전임자 말고 처음으로 시스템 외의 다른 존재를 만나는 일이다.

서준은 살짝 긴장한다. 등산하다 끌려온 거라 여전히 등산복 차림인데 뭐 복장에 까다롭고 그런 건 아니겠지?


- 연결합니다.


서준이 앉은 탁자 맞은편 허공에 커다란 투명 스크린이 하나 뜬다. 스크린 중앙에 윈도우가 하나 뜨며 화면이 나오기 시작한다.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다.

전임자처럼 목소리만 나오는가 싶었는데 사람이 나오자 서준은 좀 놀랐다. 하지만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얼굴의 모양이 좀 그렇다.

고양이라고 해야 할지 사자라고 해야 할지 털이 북슬북슬한 놀이동산의 인형 탈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아, 이것이 수인이라는 것인가. 외계 수인을 눈앞에서 보다니 인제야 서준은 이세계에 전이된 것을 실감했다.


- 회선 연결되었습니다.


“아아, 제 말이 잘 들립니까? 통역은 잘 되고 있나요?”


인형 탈은 쾌활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장식 없는 하얀 로브 같은 옷을 걸치고 있는 인형 탈은 무언가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아, 잘되고 있나 보군요. 창조주의 뜻대로. 새로운 관리자여.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중앙관리위원회의 심사역 레로라고 합니다.


민님의 AI 같은 딱딱한 사무적인 말투가 아니라 감정이 풍부한 사람 같은 말투를 들으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 세계에는 단말들만 있는 건 아니구나.


“네 잘 들립니다. 안녕하신가요. 심사역 레로님. 저는 강서준이라고 합니다”


- 호호.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않아도 됩니다. 서준님.


말투가 조금 여성적이다. 그러고 보니 인형 탈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미처 눈치채지 못했지만, 자세히 보니 이목구비가 오밀조밀한 게 약간 부드러운 느낌의 암사자 같은 느낌이 든다.


“감사합니다. 레로님.”


- 원래는 다른 일이 많아 심사가 지연될 예정이었지만 세레스타의 엔트리 등록은 정말 오랜만이라 반가운 마음에 우선 심사를 하기로 했어요.


정말 압도적으로 감사합니다. 우려한 대로 역시 관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어디서나 마찬가지였다. 심사관의 호의가 아니었으면 언제까지 세레스타의 정상화가 미뤄졌을지 모른다.


풍비박산 난 가정을 홀로 지키는 가장의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는 서준이었다.


- 그나저나 그쪽 관리 단말의 보고 내용을 좀 봤는데요. 다른 차원에서 오셨다고요.


“네, 저는 지구에서 왔습니다.”


- 지구라. 아까 자료를 찾아봤지만, 지구에 대한 정보는 없었어요. 뭐 다른 차원의 여행자가 우리 아레나 우주.... 아, 어차피 서준님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바뀌니 굳이 설명이 필요 없겠군요.

우리 아레나 우주에 다른 차원의 존재가 흘러 들어온 건 처음은 아니니 별문제는 없네요. 물론 관리자까지 된 건 처음이지만요. 호호.

특이하긴 하지만 안된다는 법도 없으니, 문제는 없겠죠. 그나저나 어쩌다 하필 세레스타로 가셨어요. 다른 별도 많은데. 호호호.


내가 묻고 싶은 이야기다. 나도 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혹시나 심사에 불이익이라도 받을지 몰라 가장의 심정으로 꾹 참는다.


“허허. 뭐···저도 뭐 여러 사정이 있었던지라···”


- 호호. 그쪽 관리 권한 이양 프로토콜은 좀 특이해서 당황하셨겠어요. 행성 내부의 일은 행성 내부에서 알아서 하는 거니 우리는 관여하지는 않지만요.

솔직히 전 우주 통틀어 봐도 하이 클래스가 아닌 관리자는 아마 몇 안 될 거 같은데요.


아까 전임자의 메시지가 끝나고 하이 클래스 종족에 대해 물었더니 태어나면서부터 관리자의 자질을 타고 태어나는 종족을 의미한다고 했다.

요컨대 하이 클래스도 아니고 심지어 이 우주의 인간도 아닌 서준의 경우는 아주 특별한 경우라는 것이다.


“네···뭐···허허···”


갑자기 늙어진 기분이다. 혹시나 모를 불이익을 우려해 할 말은 많으나 하지 않는다. 아버지 힘드셨겠어요.


- 우선 인사는 여기까지 하고 엔트리 심사 들어갈게요. 행성 번호 740901 행성명 세레스타. 엔트리 는 신청 되었고, 새로운 관리자는 강 서준. 출신지는 어···

일단 행성명 지구로 해둘께요. 그리고 현재는 행성 초기화 상태에··· 이런, 보유 마나가 극히 적네요. 괜찮나요?


안 괜찮습니다. 죽을 거 같습니다. 기분만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물리적으로요.


- 아주 많이 위험한 상태인데, 초임 관리자를 위한 초기 마나 대출 신청하시겠어요?


응? 그런 것도 있어?


- 지금이라면 1,000만 마나까지 대출할 수 있습니다. 상환은 행성 레벨 2가 되면 시작되고, 상환 시작 시점 기준 총 일 마나 생성량의 10%가 상환해야 할 마나입니다.


서준은 머릿속에서 민님을 호출한다.


‘이거 받아도 되는 거야? 뭐 함정 있고 그런 건 아니지.’


- 이자도 없고, 상환 마나량이 고정이 아니라 마나 생성량 기준이므로 1할 정도면 합리적인 조건으로 생각됩니다.


“네, 그 조건으로 부탁드립니다.”


지구에서도 안 땡겨 본 대출을 다른 우주에 와서 땡겨 본다.


- 알겠습니다. 자세한 계약서는 그쪽 관리 단말에게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승인해 주시면 곧바로 입금될 겁니다.

주의할 점은 행성 고유의 마나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임시 마나이므로 사용처가 제약됩니다. 특히 관리자 개인 유흥용으로 전용하시면 안 됩니다.

최근 관리자들의 모럴 해저드가 많이 보고되고 있으니 각별히 유의하세요. 버려진 별을 활성화하기 위해 위원회가 조성한 정책성 지원 마나입니다. 이점 유념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네, 승인합니다. 행성 발전 외에는 전용하지 않겠습니다.”


관리자 개인 유흥 용도가 뭔지 그 내용에 귀가 약간 솔깃하긴 하긴 했지만 이건 절대로 욕심내면 안 되는 마나다. 알차고 정직하게 써야 한다. 목숨이 달려있다.


-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심사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심사 결과는 뭐···승인입니다. 축하합니다. 시스템 반영에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세레스타의 엔트리 등록은 정말 몇 만년만의 일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아주 기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던 거야? 민님에게 들은 바로는 이 우주에 있는 사람들의 수명은 기본이 몇천 년 이상이라고 하니 시간 감각은 지구인들이랑 다를지도 모르겠다.

서준은 문득 과거의 세레스타가 궁금해진다. 민님에게 물어봤지만, 자세한 대답은 해주지 않았다.


“세레스타에 대해 잘 아시나요?”


- 그럼요. 제가 위원회에서 심사역을 처음 시작했을 때 담당했던 별 중 하나가 세레스타니까요.


“과거의 세레스타는 어땠나요?”


- 제가 처음 맡을 때만 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밑에 있었던 행성이었죠. 어느 날부터 쭉 치고 올라오더니 한때는 행성 랭킹 10위 안에 늘 있었던 에이스 행성이었죠. 전임 관리자가 대단했어요.


“근데 왜 지금은···”


- 이 모양이냐고요? 호호. 뭐 이야기하면 긴데. 항상 다른 사람과 다른 자는 주변의 미움을 사게 마련이죠. 세레스타는 다른 행성과 조금 다른 길을 갔던지라 좀 집중적으로 공격을 당했죠. 뭐. 그런 이야기랍니다.

자 과거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엔트리가 되었는데 혹시 연결을 끊기 전에 궁금하신 건 있으세요? 이 연결도 마나가 소비되는지라 길게 연결하면 세레스타가 뽁 하고 해체될 수 있어서요. 호호호.


뭔가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한 것 같은 분위기지만 그 뽁 하고 해체될 입장에서는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다. 이것도 유료였냐고 외치고 싶었지만 빨리 연결을 끊는 게 신상에 좋아 보인다. 하지만 이것만은 좀 물어봐야겠다.


“혹시 지구···제가 있던 곳으로 돌아갈 방법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나요?”


- 글쎄요. 아니 얼마나 됐다고 벌써 그만두시려고요. 호호. 뭐 심정은 이해합니다. 일단 100%라고는 못 하지만 시스템에서 차원 전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아마 돌아가실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좌표를 특정해야겠지만요.


“그 차원 전이 기능은 어떻게 쓸 수 있죠? 개방 조건이 따로 있나요? 행성 레벨이라든가.”


- 아, 그쪽 관리 단말이 설명을 안 했군요. 그럴 만도 하죠. 벌써 몇만 년 이상 휴면 상태에 있었던 행성이니까요. 그 사이에, 시스템에 많은 변화가 있었답니다.

시간 관계상 간단히 설명을 해드리면 행성 관리 시스템에 부속되는 기능들은 예전에는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이었지만 이제는 앱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었어요.

앱은 뽑기 시스템에서 랜덤으로 뽑거나 행성 앱 중고 장터에서 구매하거나 팔 수 있습니다.


앱? 앱 중고 장터? 아니 이쪽 우주에도 그 사과나 로봇 마크의 생태계가 들어선 건가? 그리고 뽑기 시스템은 또 뭔가.


- 뽑기 시스템에 간단하게 설명을 좀 드리면 보유 마나를 티켓으로 구매해서 랜덤 뽑기를 실행시키면 앱을 포함해서 이것저것 다양한 것들을 뽑을 수 있습니다. 뭐 자세한 건 직접 해보시면 될 거 같아요.


가챠냐! 그 몹쓸 가챠가 여기에도 있다니···.


- 주의할 점은 뽑을 때마다 마나가 소모된다는 건데···


레로는 말하다 말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화면에 대고 속삭이듯이 말한다.


- 일단 좋은 것들을 뽑을 확률이 극악이고 대부분이 처리 불가능한 쓰레기만 나와서 어지간히 마나가 남아돌지 않는 이상 랜덤 기능 뽑기는 하지 않으시는 걸 추천해요.

이 시스템에 맛 들이다가 패가망신한 행성이 한둘이 아니예요. 여기서 회수한 마나를 아까 같은 복귀 행성용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자원 순환 측면에서는 바람직할 수도 있겠지만요. 호호호.

아, 그리고 추가로 앱을 사용하는 방식도 좀 달라졌어요.


속삭이는 걸 보니 내부 정보 같은데, 이분 내부 정보를 너무 쉽게 흘리시는 거 아닌가. 어디든 가챠라는 건 비슷한가 보다.


- 지금까지 프로그램은 기능을 제공하고 제공된 기능을 활용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앱은 좀 달라요. 기본 앱이 있고 세부적인 기능은 모듈을 추가해서 사용합니다. 모듈을 갈아 끼워 다양한 기능을 쓸 수 있어요.

차원 전이 기능도 아마 기본 앱을 구하고 기능을 추가하는 형태로 구현할 수 있을 거예요. 앱에 부속되는 모듈이나 기능들은 아까 말했듯이 행성 뽑기 시스템에서 구하거나 앱 중고 장터에서 개별적으로 거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엔트리가 끝나면 행성 관리 시스템이 최신으로 업데이트가 될 거고 관리 단말의 정보도 갱신될 테니 자세한 건 그때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이건 사담이긴 하지만 시스템이 이렇게 바뀐 건 사실 세레스타 전임자의 영향이 컸죠.


네? 그 날라리 금태양이요? 여기서 갑자기 전임자의 이야기가 나올지 몰랐다.



작가의말

7화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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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마나석 24.08.27 115 3 13쪽
32 꽤나 요망하시군요. 카리나 고문 +1 24.08.26 119 4 13쪽
31 성 윤주 (4) 24.08.25 121 3 12쪽
30 성 윤주 (3) 24.08.25 121 3 13쪽
29 성 윤주 (2) 24.08.24 122 3 12쪽
28 성 윤주 (1) 24.08.23 124 3 14쪽
27 재택하며 행성 관리합니다. 24.08.22 124 3 13쪽
26 일단 창업을 할까 합니다 24.08.21 126 3 14쪽
25 지구로 24.08.20 128 3 13쪽
24 아리엘 (2) 24.08.19 129 4 13쪽
23 아리엘 (1) 24.08.18 130 4 15쪽
22 잠깐 동안의 휴식 24.08.17 133 3 13쪽
21 당신이 흑막입니까? 24.08.16 137 3 12쪽
20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24.08.15 138 3 13쪽
19 세레스타 방어전 최종 전황 보고 24.08.14 139 4 13쪽
18 세레스타 방어전 (2) 24.08.13 140 3 17쪽
17 세레스타 방어전 (1) 24.08.12 142 3 13쪽
16 침공 전야 24.08.11 142 3 13쪽
15 시작하자마자 침공 (4) 24.08.10 142 3 13쪽
14 시작하자마자 침공 (3) 24.08.09 148 4 13쪽
13 시작하자마자 침공 (2) 24.08.08 149 3 13쪽
12 시작하자마자 침공 (1) 24.08.07 148 3 12쪽
11 세레스타 리스타트 24.08.06 148 4 13쪽
10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네 +1 24.08.05 152 3 12쪽
9 기댈 건 운 밖에 없나 24.08.03 158 4 13쪽
8 기본 환경 조성에 1495년이 소요됩니다 24.08.02 164 3 12쪽
» 긴급 지원 대출의 대상이 되셨습니다 24.08.01 169 3 12쪽
6 함정 카드는 곳곳에 숨어있다 +2 24.07.31 174 3 12쪽
5 나는 고발한다. 내 전임자를 24.07.30 182 4 12쪽
4 일단 임시 계약직으로 합시다 24.07.29 19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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