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본 행성관리가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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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뷔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7.25 11:36
최근연재일 :
2024.09.1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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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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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세레스타 방어전 (1)

DUMMY

서준이 아리엘 대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낌 점은 아리엘 대장이 생각 이상으로 아주 스마트하다는 것이었다. 이해력이 빠르고 똑똑한 것을 떠나, 자신의 용병단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무엇보다 정보에 기반한 정무적인 판단력이 좋았다.


보통 용병단 대장이라고 하면 힘캐에 무식한 야만 전사의 이미지가 있었는데, 아리엘 대장은 용병단 대장이라기 보다는 실전에 잔뼈가 굵은 역전의 장군 느낌이 났다.


한 마디를 하면 열 마디를 알아듣는 아리엘 대장 덕에 설명은 짧게 끝이 났다. 서준은 민님에게 부탁해 접객 단말을 불러 관리 구역에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의 테이블과 의자를 호출했다. 그리고 테이블 마다 서준의 떡빵과 사탕 접시를 올려두었다.


“차린 건 없지만 이거라도 좀 드시죠.”


겸양의 표현이 아니라 정말 차린 게 없다. 떡빵이랑 사탕이라니. 그래도 관리자가 직접 접대를 하니 다들 주춤주춤 의자에 앉아 탁자 위에 놓인 떡빵을 줏어든다. 한 입 베어 문 표정들이 거의 비슷하다.


아아. 이것이 지구의 떡빵인가. 이런 반응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좀 미안하다. 그래도 별 불평없이 꾸역꾸역 떡빵을 먹는 모습을 보며 어서 빨리 <관리 구역 관리>를 레벨 업해서 식생활을 개선할 강한 필요성을 느낀다.


서준은 맞은편에 앉아 떡빵을 먹는 아리엘에게 말을 건넸다. 용병단 만큼은 아니지만 얼굴에서 이건 도대체 무슨 음식인가라는 생각이 표정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허리 춤에 찬 벨트에 달린 작은 가방에 사탕을 한 움큼 쥐어 챙겨 넣는다. 그 모습을 서준은 아빠 미소를 띄며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다시 한번 느끼는 거지만 아마 지구에 오면 곧바로 모델 제의가 들어올 것 같은 몸매다. 그리고 의식하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쓰며 노력하고는 있지만 저 웅장한 미드. 우리를 도와주러 온 분들에게 실례지만 엄지척을 수백 개 날리고 싶어지는 미드다.


실제로 그런 후배가 있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왠지 옛날 대학 때 생머리에 롱 스커트를 즐겨 입던 후배가 한 명 있었던 것 같다. 빈 강의실에 있으면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그 후배의 몸매도 아주 훌륭했지만 아쉽게도 미드가···. 헉


·········


“괜찮으십니까? 관리자님.”


아리엘의 목소리가 들린다. 잘은 모르지만 잠깐 잠이 든 것 같다. 뭐지?


“갑자기 입을 벌린 채 온 몸이 굳어지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가 하고.”


“아. 괜찮습니다. 지구인들은 가끔씩 깊은 생각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별 일 아닙니다. 허허허.”


목덜미가 따끔하다. 아니 대체 내가 뭘 했다고. 나중에 민님하고 둘이서 조용히 이야기 좀 나누어야겠다.


- 죄송합니다. 관리자님의 심박수가 필요 이상으로 상승하고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는 현상이 보이기에 응급 처치의 일환으로···.


민님이 아주 사무적인 말투로 해명한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건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럼 관리자님. 저희는 이제 밖으로 나가 전투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아리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외쳤다.


“아리엘 용병단 전투준비.”


그녀의 말에 용병단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일사불란하게 일어나 척하고 차렷 자세를 취한다. 차렷 자세 하나를 취하는 엄정한 군기를 봐도 아무리 봐도 용병단이 아니다.


아리엘은 다들 정 자세를 취한 것을 보고 서준을 향해 군례를 올렸다. 아리엘을 따라 용병단들도 일제히 신발의 굽을 마주쳐 쿵하는 소리를 내며 군례를 올린다.


군 경험이라고는 훈련소의 기초 훈련 과정이 전부인 서준이지만 어디선가 의전용 관악이 울려 펴지는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 서준은 자리에서 일어서 머리를 숙여 예를 표한다.


서준이 변화된 상황을 아리엘에게 알린 후 그들 사이에 무슨 말이 오고 갔을지는 모른다. 분명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계약이다. 실익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용병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계약이다. 하지만 그녀의 용병단은 누구 하나 불평을 하거나 불만을 가진 기색이 없다.


군례를 마친 아리엘이 뒤로 돌아 출발 명령을 내리자, 용병단들은 저마다의 장비를 챙기며면서 오와 열을 맞추기 시작한다. 엄정한 군기에 맞춰 빠르게 오와 열을 맞추는 가운데서도 다들 주머니 가득 사탕들을 채우는 것을 보면서 서준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관리자님.”


긴 말은 하지 않는다. 아리엘은 휙 돌아 용병단이 줄을 지어 서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민님에 의해 그들이 약속된 구역으로 전이해가자. 1층에는 텅 빈 테이블과 의자만 놓여 있다. 접시도 싹싹 비운 듯 깨끗하다. 방금 전까지 50명 가까운 인원이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이제 시작이다. 아리엘이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출발했으니 이제는 서준의 차례다.


“민님. 연님 쪽은 어때?”


- 그 년···아니 연구 단말 쪽은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보고가 있었습니다. 발음이 좀 샜습니다. 사과 말씀을 전합니다.


아니 두음 법칙의 실수는 인정하겠는데. 듣기에 따라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발음에 유의해주기 바래. 민님.


연님 쪽도 준비 완료.


이제는 남들이 짜 놓은 시스템에 놀아나는 어리석은 자들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홍염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지. 음핫핫핫핫···. 다시 흑염룡이 날 뛰기 시작한다. 제발 참아주기를 바란다. 지금은 나올 때가 아니거든.


병력 50명 대 2500명. 아리엘 용병단이 3등급 같은 5등급이긴 하지만 50배에 달하는 병력을 혼자 상대하기는 힘들다. 중과부적이라는 말을 쓰려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쓰는 것이 맞다. 아까 서준의 계획을 들었을 때 아리엘은 조금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다른 차원에서 오신 분이 맞으시네요.’


우리도 좀 이상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보면 생각이 사차원이다. 이차원이다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하지 않나. 그런 뜻으로 이야기를 한 거라면 기분은 좋다. 이 세계 사람에게 내 생각은 ‘상식’이 아니라는 것이니까.


전례 없는 4 곳 동시 침공이라는 사태를 접하고 서준이 처음 생각한 계획은 관리탑에 틀어 박혀 농성을 하는 것이었다. 농성을 하다가 아리엘 용병단이 게릴라 전을 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민님이 말하길 방어 시스템이 없는 관리탑은 종이로 만든 집이라고 한다. 후 불면 날아가는 곳에서 농성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 다음이 각개 격파다. 다행히 지금 적의 병력은 분산되어 있다. 아주 이쁘게 동서남북 한 방향씩 맡아서 공격해 온다. 아까 각 침공 행성에 보낸 협상 메시지를 통해 타진해 본 바에 따르면 적들은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서준의 회유책이나 계략에도 전혀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한 행성씩 각개 격파를 하면서 병력을 줄여간다면 조금은 희망이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아리엘 용병단의 체력이 버텨줄 때의 이야기다. 낙관적으로 잡아 300명이나 500명까지는 각개 격파가 가능하겠지만, 20배가 넘는 1000명의 병력이 아리엘 용병단을 덮친다면 아무리 일당백의 아리엘 용병단도 버틸 지 의문이다.


- 관리자님, 방금 침공 예정 지역이 변경되었습니다. 4 곳 모두 관리탑 정면으로 침공하는 것으로 예정 지역을 변경했습니다.


예상은 했다. 적도 바보가 아닌 이상 각개 격파 당하기 좋게 예쁘게 병력을 나누어서 오지는 않을 것이다. 침공 예정 지역은 침공 1시간 전까지는 표시가 되지만 이후에는 침공 지역을 바꿀 수는 없다고 한다.


서준의 방어 계획 로직이 분기를 이루며 점차 진행되기 시작한다. Yes냐 No에 따라서 분기된 각 로직들은 준비된 다른 판단 로직으로 연결되고 흐름선에 따라 수 없이 많은 변수들을 감안한 로직으로 뻗어 나간다. 이 중에 하나는 걸리겠지.


무책임하고 안일한 생각이다. 하지만 서준으로서는 한정된 정보 속에서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짜 낸 로직이었다. 만일 적이 서준보다 뛰어나 다섯 수, 여섯 수 넘게 내다보고 서준을 압박하면 서준으로서는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다.


“아직 시간 남았으니까. 침공 예정 지역의 변화는 계속 확인하고 보고해줘.”


- 알겠습니다.


이제는 서준이 준비할 차례다. 서준은 일어나서 옷 매무새를 만졌다. 기능성은 아주 충실하지만 위엄이라고는 1도 없는 최신 고어텍스 재질의 홈쇼핑 구매 등산복과 배낭 안에 넣어 두었던 등산 모자를 꺼내 떡 끈을 꽉 조였다. 거기에 등산용 장갑을 꺼내고 등산화의 끈을 동여 매니 나름 인벤토리의 빈 칸은 얼추 채운 갖출 건 다 갖춘 방어력 1의 장비가 완성되었다. 그냥 한방 스치면 바로 골로 가는 거다.


- 관리자님 아무리 그래도 지금 레벨에 생성 가능한 기본 장비라도 착용하시는 건 어떠십니까?


아니 이 등산복 무시하지 말라고. 나름 메이커 있는 옷인데. 홈쇼핑에서 재고 처리하는 거 싸게 사긴 했지만 나름 뼈대 있는 장인(공장)이 만든 등산복이다. 그리고 그 생성 가능한 기본 장비라는 게 방어력은 둘째 치고 너무 허름하고 볼품이 없어서 입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차라리 인간 답게 등산복 입고 죽는 게 낫지 무슨 가죽 거적대기를 입고 거지 같은 몰골로 죽기는 싫다. 나름 비장한 각오를 설파하니 민님도 더 이상 권하지 않는다. 자기가 봐도 영 아니니까 그런거다.


나름 방어구(?)를 갖춘 다음 그래도 한 행성의 관리자인데 칼 하나쯤은 차고 있어야 한다며 민님이 계속 권하는 바람에 무기는 하나 뽑았다. 아주 험블한 느낌의 숏 소드다. 역시 현 레벨에서 생성 가능한 나무 몽둥이보다는 나을지 모르겠다. 멀리서 보면 뭐 칼날이 녹슨 거나 이가 빠진 건 보이지 않을 테니 말이다.


등산복에 한 손에 칼집도 없는 숏 소드를 들고 서 있으니 아주 뻘쭘하기 그지없다. 지구에 있는 지인들이 이 모습을 봤다면 진지한 표정으로 아는 정신과 의사 번호를 알려줬을지도 모르겠다. 서준의 자신의 흑역사가 갱신되고 있음을 느끼며 이 공간에 거울이 없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거울이라도 있어서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면 관리자고 뭐고 다 때려치고 지구로 도망가고 싶어졌을 테니 말이다.


뭔가 아까부터 뭔가를 참는 듯이 끄윽 끄윽 대던 민님이 침공 1시간 전을 알려온다. 행성 1곳이 마지막에 침공 위치를 바꾸기는 했지만, 4 곳 모두 관리탑 정면에 포진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이제 서준의 방어 로직 자체의 코딩은 모두 끝이 났다. 실행만 남았다. 디버깅을 하고 싶지만 디버깅을 할 시간은 없다.


긴장감이 온 몸을 절이듯이 스며온다. 긴장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싸움은 중학생 때 해본 게 다다. 평화로운 문명 사회에서 살던 서준에게 전쟁은 언제나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다.


민님에게 물어 이 세계의 전투 방식은 대충 들어서 안다. 화약 병기가 없는 세계. 하지만 고렙으로 가면 마법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병기나 기능들이 즐비하다. 다행인 것은 이번 전투는 저렙끼리의 싸움이라 그런 병기나 기능들이 나올 순서는 아니다.


아리엘 용병단도 레벨 제한을 받는지라 그들도 이번 출정에는 냉병기만 가지고 왔다. 활을 쏘는 궁수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활도 꽤 레벨이 필요한 무기라 민님의 예상으로는 궁수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 전투는 칼과 몽둥이, 창이 부딪히는 원시 시대의 전투에 가깝다.


이 세계는 모든 면이 다 게임 같아 보이지만 엄연한 현실 세계다. 피가 튀고 살이 찢어질 것이다. 죽음이 황야를 배회하고 부상자의 비명이 울려 퍼질 것이다. 그것이 현실의 전쟁이다.


서준은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진다. 침공 예정 30분전을 알리는 민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분명 머리 속에서 직접 말을 하는 민님의 목소리지만, 저 멀리서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민님한테 부탁해 스팀 팩이라도 맞고 나가는 게 좋으려나.


- 관리자님.


“왜 그래. 민님. 갑자기 왜 목소리 깔고 그래. 무섭게.”


- 이 전투가 끝나면···.


아참. 이 대목에서 이상한 플래그 세울려고 그러네 이 단말님이. 불길하게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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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마나석 24.08.27 115 3 13쪽
32 꽤나 요망하시군요. 카리나 고문 +1 24.08.26 119 4 13쪽
31 성 윤주 (4) 24.08.25 121 3 12쪽
30 성 윤주 (3) 24.08.25 121 3 13쪽
29 성 윤주 (2) 24.08.24 122 3 12쪽
28 성 윤주 (1) 24.08.23 126 3 14쪽
27 재택하며 행성 관리합니다. 24.08.22 124 3 13쪽
26 일단 창업을 할까 합니다 24.08.21 126 3 14쪽
25 지구로 24.08.20 128 3 13쪽
24 아리엘 (2) 24.08.19 129 4 13쪽
23 아리엘 (1) 24.08.18 130 4 15쪽
22 잠깐 동안의 휴식 24.08.17 133 3 13쪽
21 당신이 흑막입니까? 24.08.16 137 3 12쪽
20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24.08.15 138 3 13쪽
19 세레스타 방어전 최종 전황 보고 24.08.14 139 4 13쪽
18 세레스타 방어전 (2) 24.08.13 140 3 17쪽
» 세레스타 방어전 (1) 24.08.12 143 3 13쪽
16 침공 전야 24.08.11 142 3 13쪽
15 시작하자마자 침공 (4) 24.08.10 142 3 13쪽
14 시작하자마자 침공 (3) 24.08.09 148 4 13쪽
13 시작하자마자 침공 (2) 24.08.08 149 3 13쪽
12 시작하자마자 침공 (1) 24.08.07 149 3 12쪽
11 세레스타 리스타트 24.08.06 148 4 13쪽
10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네 +1 24.08.05 152 3 12쪽
9 기댈 건 운 밖에 없나 24.08.03 158 4 13쪽
8 기본 환경 조성에 1495년이 소요됩니다 24.08.02 164 3 12쪽
7 긴급 지원 대출의 대상이 되셨습니다 24.08.01 169 3 12쪽
6 함정 카드는 곳곳에 숨어있다 +2 24.07.31 174 3 12쪽
5 나는 고발한다. 내 전임자를 24.07.30 182 4 12쪽
4 일단 임시 계약직으로 합시다 24.07.29 19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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