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본 행성관리가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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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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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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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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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임시 계약직으로 합시다

DUMMY

이야기를 들어보니 서준이 이 행성에 오게 된 현상을 이곳에서는 차원 균열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관리 단말에 의하면 차원 균열의 흔적과 함께 서준이 이 행성에 나타났고, 이게 웬 떡, 아니 지성체이신가 해서 관리자를 부탁한 거라고 한다.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물어도 모른다고 하니, 솔직히 방법이 없다. 우선 행성 관리 일이라도 하면서 버티는 게 제일 좋은 방법 같아 보인다.


할 수 없지.


“일단 계약직으로. 아니 임시직으로 합니다. 다음 호구···. 아니 관리자가 올 때까지 임시로 맡는 걸로 하죠. 단 제가 지구로 가기를 희망하면 언제든지 돌아가는 조건입니다. 아시겠죠?”


- 네. 알겠습니다. 모든 것은 관리자의 뜻대로.


일단 관리자를 맡긴 했지만, 어느 영화에 나오는 공주님처럼 당신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이야기를 해도 일단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다.


우선, 일의 규모부터 알 수가 없다. 설마 행성 전체를 내 손으로 하나하나 관리하라는 뜻은 아니겠지. 그건 관리자가 아니라 노예라 부르는 거다.


일단 정확히 뭘 하는지는 알아야 맡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 알겠습니다. 관리자님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관리 교육용으로 준비된 시뮬레이터를 작동시키겠습니다.


관리 단말은 서준의 주변에 커다란 스크린을 띄웠다. 스크린에는 동그란 행성 이미지와 함께 수치 같은 것들이 잔뜩 표시되어 있다.


“이게 그 시뮬레이터라는 건가요?”


- 네, 맞습니다. 이 모의 행성을 관리하시면 됩니다. 처음에는 잘 모르실 수 있어서, 시뮬레이터가 도와줄 것입니다. 지시하는 대로 따라서 모의 관리를 수행하시면 됩니다.

음. 이건 게임 같은데. 그리고 시뮬레이터의 지시를 따른다는 것도 게임 시작할 때 제공되는 튜토리얼 같은 느낌이다.


“알겠습니다. 시작해보죠.”


관리 단말의 말에 살짝 흥미를 느낀 서준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시뮬레이터 작동 준비한다. 이세계의 게임은 어떤 느낌이려나.


-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지구의 게임처럼 오프닝이나 메뉴가 따로 있지는 않아 보인다. 곧바로 시작한다.


“이 시뮬레이터는 신임 관리자를 위한 교육용 자료입니다. 관리자님께는 초기화 되어 있는 모의 행성이 주어집니다. 초기화된 상태에서 행성을 번영시켜보시기 바랍니다.”


관리 단말과는 다른 목소리가 시뮬레이터의 기본적인 내용을 설명해준다. 초기화된 상태에서 시작이라니 일단 제로부터 시작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먼저 행성에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한 기본 환경 조성을 시행하겠습니다.”


오. 이제 시작하나 보다. 아까까지의 불안감은 어디 간 듯 살짝 두근대기까지 한다. 게이머의 피가 어디 가진 않는 건 같다.


“기본 환경 조성은 지질, 대기, 물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됩니다. 보통은 이 세 가지를 조합해 행성의 기본 형태를 생성합니다. 본 시뮬레이터는 교육용이므로 몇 가지 템플릿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음. 어떻게 조합해야 하나. 지구랑 비슷하게 하면 되려나. 일단 템플릿을 보니, 가스 행성, 얼음 행성, 금속 행성 등 다양한 행성들이 있다. 아니 저런대서 생명체가 살 수는 있을까.


- 우리 우주에는 다양한 종족과 생명체가 있습니다. 저런 환경에서만 살 수 있는 종족들도 있고, 관리자님과 생김새가 다른 종족들도 많습니다.


그렇겠지. 어쨌든 여기는 지구가 아니니까 말이다.


템플릿을 둘러보니 지구와 나름 비슷하게 생긴 물 행성이 있다. 우선 물 행성을 선택하고 바다와 육지의 비율을 7:3 정도 설정하니 얼추 지구랑 여러모로 비슷한 행성이 만들어진다.


“이 행성에서 시작할게. 종족은 나랑 비슷한 종족으로 해줘.”


“알겠습니다. 휴먼족으로 설정하겠습니다.”


알기 쉽고 익숙한 단어들이 계속 나오니 좋긴 하다. 옆에서 가만히 있던 관리 단말이 통역 시스템의 기능이라고 설명해준다.

상대가 어떤 언어로 어떻게 이야기하든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단어나 말로 바꿔 통역해주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그것참 편리하네.


행성의 형태와 종족을 설정해주니, 행성의 첫 이주자가 도착했다.


“행성의 첫 이주자가 도착했습니다. 이주자들을 위한 설비를 지을 수 있습니다. 무엇을 지을까요.”



시뮬레이터는 설비 리스트를 죽 보여준다. 리스트의 거의 대부분은 희미하게 히든 처리가 되어 있다. 저 히든 처리된 건 지금은 못 쓴다는 뜻인가.


“네. 그렇습니다. 현재 행성 레벨은 1. 행성 레벨이 올라가지 않으면 해당 설비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묘하게 진짜 게임 같은 구성이다. 그나저나 행성 레벨 1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몇 개 안 되는 설비를 보니 농장 시설이 보인다. 그래. 일단 이런 식의 게임의 기본은 식량을 확보해 인구를 먼저 늘리는 게 중요하지.


“우선 밥 먹고 사는 게 중요하니. 농장을 지어야겠어.”


뭐든지 자급자족이 중요하다. 농장을 지으니 이주자들이 농장에서 일을 시작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인구가 서서히 불어나기 시작한다.

지구의 게임처럼 밭이 생기고 밭을 갈면 수확물이 생기는 그래픽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거기까지 바라는 건 욕심일 거 같다.


시간이 지나며 농장의 설비 레벨이나 농장에서 일하는 거주자들의 레벨도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다.

다른 오락거리가 없는지, 밤만 되면 인구가 쑥쑥 늘어난다. 이해한다. 우리 조상님들도 그러셨다고 한다.


인구가 좀 늘어나니 행성 레벨도 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나라는 것이 쌓이기 시작한다. 마나라 그때 관리 단말이 마나가 없으면 행성이 소멸하니 뭐니 그런 말 하지 않았나?


“전부터 좀 궁금했는데 저 마나라는 것이 뭐죠. 여기도 마법 같은 것이 있나 보죠?”


- 글쎄요. 통역 시스템이 번역하는 거라, 관리자님이 말씀하시는 마나와 마법의 연관성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우주에서 마나란 쉽게 말하면 일종의 자원입니다.


자원?


- 네, 그렇습니다. 마나는 별이 만들어 내는 기운입니다. 별 위에 거주자들이 넘쳐날수록 별은 마나를 더 많이 만들어 내게 됩니다.

이 시뮬레이터에서는 생략되어 있지만, 실제로 모든 관리에는 마나라는 자원을 사용하게 됩니다. 행성 레벨이 아무리 높더라도 유지에 필요한 마나가 없으면 해당 기능은 정지됩니다.

이미 말씀드렸지만 관리 탑을 유지할 마나조차 없으면 행성은 소멸합니다.


관리단말의 설명을 들으니 마나가 자원이라고 한다면 일종의 코스트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게임에서도 자원이 없고 더 이상 자원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면 게임 오버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말이 좋아. 게임 오버지. 여기서는 행성 자체가 소멸한다고 하니. 그냥 데드 엔드다.


어쨌든 모의 행성은 인구도 점점 늘고 레벨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 마나도 차곡차곡 쌓여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새로운 설비들을 하나씩 짓는 중이다.


태평성대야. 태평성대. 뭐, 이 정도면 행성 관리라는 거 할 만한 거 같다. 행성 관리자라는 일이 딱히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행성을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주자들의 요구 사항을 파악해 설비를 짓고 그들의 활동으로 생긴 마나를 다시 설비에 투자해 서서히 행성을 번영시켜 나가는 정도의 일이라면 한번 해볼 만하다.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찾을 때까지만이라도 한번 해볼까나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시뮬레이터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다른 행성의 침공입니다. 행성 방어 설비가 없습니다. 행성 방어 병력도 없습니다. 이주자는 모두 학살당했습니다.

모든 설비가 불에 탑니다. 관리 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행성 소멸합니다. 시뮬레이터 종료합니다.”


오호. 침공이라니. 다른 행성에서 침공도 하는 거였어? 그런 거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게이머의 피가 끓기 시작한다.


“시뮬레이터, 다시 시작해줘.”


다시 시작한 모의 행성에서는 우선 인구를 빠르게 늘리고 행성 레벨이 올라가자마자 병영 설비를 지어 방어군 육성을 시작했다.

농업과 인구 증가에 몰방한 전 회차와는 달리 발전 속도는 좀 느렸지만 충분한 방어력을 확보한 것 같다.


“언제든지 오라고.”


살짝 본론을 망각하고 있는 듯 보이는 서준이었다.


“다른 행성의 침공입니다. 전투가 벌어집니다. 격퇴하였습니다. 승리입니다.

곧바로 다른 행성의 침공이 시작되었습니다. 전투가 벌어집니다. 격퇴하였습니다. 승리입니다.

시설이 불에 탔습니다. 회복에 많은 마나가 소요됩니다. 발전 속도가 느려집니다.”


아, 이 그것도 안 되나.


무력 트리를 탔더니 발전 속도가 느려져 결국 다른 행성의 반복되는 침입에 국력 아니 행성력이 쇠약해져 결국 소멸의 길을 밟는다.


무슨 이런 망겜이 있나.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게이머가 아니지.


서준은 다시 시뮬레이터를 시작하고, 침공 주기나 마나 회복 주기 등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구와 설비의 업그레이드 시간까지 고려해 적절한 방어와 회복, 생산의 효율적인 순환 구조를 만든다.


“침공을 격퇴하였습니다. 행성 레벨이 오릅니다. 마나 생산량이 증가합니다.”


그래. 바로 이거야. 게임은 무조건 공략법이 있기 마련이다. 만일 이 우주의 행성 관리라는 것이 지금 한 시뮬레이터와 비슷하다면 한번 해볼 만한 자신감이 생기긴 한다.


“이로써 시뮬레이터를 종료합니다. 시뮬레이터는 어디까지나 시뮬레이터입니다. 그때그때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아보시기를 바랍니다.

창조주님들이 이 세계를 이런 식으로 만드신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은 창조주의 뜻대로.”


어느 정도 안정권에 오르고 어지간한 행성의 침공도 격퇴할 정도가 되자 시뮬레이터가 종료됐다.

그런데 시뮬레이터가 종료하면서 이상한 말을 남겼다. 서준은 관리 단말에게 그 의미를 묻는다.


“창조주가 누굽니까. 이세계의 신입니까?”


- 관리자님의 의문에 답해드립니다. 창조주는 이 우주를 처음 만드신 분들입니다. 그리고 이 우주를 관리할 수 있는 모든 시스템도 같이 만드셨습니다.


게임 같아 보이는 이 시스템을 만든 존재가 있었다. 관리 단말은 지금은 이 우주에 창조주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주 오래전 모두 어디론가 떠났다고 했다.

그들은 떠나며 자신들이 하던 우주와 행성의 관리를 피조물들에게 맡겼는데, 그들이 지금의 관리자들이라고 한다.


- 아까 시뮬레이터에서도 보셨듯이 관리자가 어떤 식으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행성의 미래가 바뀝니다.

모쪼록 우리 세레스타를 좋은 곳으로 만들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관리자님.


아니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갑자기 이세계에 떨어져 어리둥절 한 사람에게 너 관리자야. 이제부터 관리해. 관리 안 하면 너 소멸해. 이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관리 단말님.


관리 단말이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의외로 솔직히 사과한다.


- 죄송합니다. 저도 너무 오래간만에 본 지성체라 논리 로직이 잠깐 어떻게 된 것 같습니다. 잊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흐흐. 살짝 찌르는 대로 곧장 반응하는 것이 좀 재밌다.


“그럼, 이제 다음 순서는 뭡니까.”


- 개별 행성 관리 시스템을 우주 메인 시스템에 연결하는 엔트리 작업이 필요합니다. 엔트리가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행성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엔트리라. 그럼 곧바로 진행해 볼까나.



작가의말

4화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8.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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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마나석 24.08.27 115 3 13쪽
32 꽤나 요망하시군요. 카리나 고문 +1 24.08.26 119 4 13쪽
31 성 윤주 (4) 24.08.25 121 3 12쪽
30 성 윤주 (3) 24.08.25 121 3 13쪽
29 성 윤주 (2) 24.08.24 122 3 12쪽
28 성 윤주 (1) 24.08.23 124 3 14쪽
27 재택하며 행성 관리합니다. 24.08.22 124 3 13쪽
26 일단 창업을 할까 합니다 24.08.21 126 3 14쪽
25 지구로 24.08.20 128 3 13쪽
24 아리엘 (2) 24.08.19 129 4 13쪽
23 아리엘 (1) 24.08.18 130 4 15쪽
22 잠깐 동안의 휴식 24.08.17 133 3 13쪽
21 당신이 흑막입니까? 24.08.16 137 3 12쪽
20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24.08.15 138 3 13쪽
19 세레스타 방어전 최종 전황 보고 24.08.14 139 4 13쪽
18 세레스타 방어전 (2) 24.08.13 140 3 17쪽
17 세레스타 방어전 (1) 24.08.12 142 3 13쪽
16 침공 전야 24.08.11 142 3 13쪽
15 시작하자마자 침공 (4) 24.08.10 142 3 13쪽
14 시작하자마자 침공 (3) 24.08.09 148 4 13쪽
13 시작하자마자 침공 (2) 24.08.08 149 3 13쪽
12 시작하자마자 침공 (1) 24.08.07 149 3 12쪽
11 세레스타 리스타트 24.08.06 148 4 13쪽
10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네 +1 24.08.05 152 3 12쪽
9 기댈 건 운 밖에 없나 24.08.03 158 4 13쪽
8 기본 환경 조성에 1495년이 소요됩니다 24.08.02 164 3 12쪽
7 긴급 지원 대출의 대상이 되셨습니다 24.08.01 169 3 12쪽
6 함정 카드는 곳곳에 숨어있다 +2 24.07.31 174 3 12쪽
5 나는 고발한다. 내 전임자를 24.07.30 182 4 12쪽
» 일단 임시 계약직으로 합시다 24.07.29 19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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