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본 행성관리가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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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뷔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7.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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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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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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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시작하자마자 침공 (1)

DUMMY

세레스타 재개발 제1구역의 기본 환경 조성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이제는 열흘이 지나고 제1구역의 환경 조성이 끝난 이후에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민님, 보통 거주자들은 어떻게 늘려?”


- 거주자들은 자신이 살 행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주하고 싶은 행성이 있으면 이주 시스템에 신청을 하고 허가를 받으면 바로 이주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거주자들은 자신이 살 행성의 환경에 아주 까다롭습니다. 아무 행성이나 이주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이제 막 기본 환경만 조성되어 있는 행성이라면 굳이 이주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뭐 돌려서 말하기는 했지만 우리 행성 이야기네.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까 세레스타를 이주 시스템에 등록할 수 있어?”


- 네, 등록은 가능합니다.


“일단 등록은 해두자.”


이 우주에는 수 조가 넘는 지성체들이 있다고 하니 그 중에서 이런 행성에서 살고 싶어하는 도전 의식이 넘치는 별종들이 하나 둘쯤은 있지 않겠나.


- 알겠습니다.


금태양 전임자의 조언으로 시스템에 종속되지 않는 길을 선택하기로 한 이상 지금부터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닌 능동적으로 문제에 부딪혀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끓는 냄비 안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온도에 적응하다가 언젠가는 개구리탕이 된다.


- 등록했습니다. 그런데 관리자님. 지금 막 신청이 하나 들어왔는데요.


예상이 맞았다. 별종들이 어디든 하나쯤은 있다니까. 이렇게 바로 신청이 들어올 줄이야. 이런 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승낙이지.


“그래? 바로 승낙해줘.”


- 그런데 이주 신청이 아니라 침공 신청입니다.


응? 침공 신청? 이 동네는 이주를 침공이라고 하나?


- 랭킹 시스템의 매치 메이킹 단말이 본 행성에 대한 침공 신청이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매치 메이킹. 아. 잊고 있었다. 전임자가 그랬지. 이 우주는 다른 행성이랑 싸우고 싶어 환장한 곳이라는 걸. 이 우주에 사는 이들의 본능이라고 했나. 아, 망했다. 침공이라니. 초반 러쉬를 당할 줄은 몰랐다.


- 침공 예정 시간은 24시간 뒤. 침공 지역은 이 곳 관리탑 주변입니다.


와. 님들아. 매너 겜 좀. 이제 막 재개발 첫 삽 뜬지 몇 시간도 안 지났는데, 뭐 먹을 게 있다고 이런 곳을 침공해 오나. 초반 러쉬도 정도가 있다.


서준은 머리를 감싸 쥔다.


“아니, 상식적으로 이런 별 볼일 없는 별을 왜 침공해? 우주선 연료비도 안 나오겠다. 제 정신인가?”


- 뭐, 어디 가나 별종들은 있지 말입니다. 그리고 우주선 타고 오는 거 아닙니다. 관리자님. 랭킹 시스템이 제공하는 포탈 타고 옵니다.


지금은 민님에게 딴지 걸 여유도 없다. 초보 관리자에게는 가혹한 시련이다. 전임자도 시스템을 넘어라. 너의 길을 가라라고 철학적인 메시지만 던졌지. 이런 경우 어떻게 하라고 알려준 적이 없다. 아 맞다. 메시지. 전임자가 남겨준 세가지 메시지, 금랑지계가 있었다.


- 조건이 충족하지 않는다고 열리지 않습니다.


아니, 이런 경우가 진짜 위급한 상황 아닌가. 이럴 때 열리는 게 아니면 도대체 언제 열리는 건데.


“일단 현황부터 파악해줘. 침공 시간은 알았으니 침공 규모나 침공하는 상대편 정보라든가.”


- 네, 침공하는 별은 행성번호 1903031 행성명 벨리코타. 저희보다 2개월 먼저 재 활성화된 별입니다. 침공 예상 규모는 병력 500명 정도입니다.


아니 그 별 관리자는 뭘 했길래. 2개월만에 병력을 500명이나 키웠어? 치트 아냐? 핵 쓴거 아냐? 아니면 마나 들고 튄 전임자가 없었나.


- 지시를 부탁드립니다. 관리자님.


지시고 뭐고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어디 경험 많은 사람이 있으면 물어보기라도···


“지금 바로 레로님에게 면담 신청 넣어줘.”


- 연결되었습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바로 연결되는 레로님이었다. 옛날부터 할머니들에게는 꾀주머니가 있다고 했다. 할머니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 창조주의 뜻대로. 강 서준 관리자님. 금방 다시 뵙네요. 제가 그렇게 보고 싶으셨어요? 호호호.


할머님의 과한 애교는 여전하지만 딴지 걸 시간은 없다. 서준은 곧바로 본론에 들어간다.


“레로님, 갑작스러운 면담 신청 죄송하지만 사정이 좀 있어서요.”


- 네, 침공 건 말하는 거죠? 정보는 받았습니다. 엔트리 한지 하루도 안 되어서 침공이라니 역시 세레스타, 인기가 많아요. 호호호.


그런 인기 필요 없으니 좀 가져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레로님이 중립적인 입장인 건 잘 알고 있지만 혹시나 초보 관리자에게 해 주실 조언이라도 있으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 잘 아시는군요. 위원회는 어디까지나 중립적인 입장이죠. 뭐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제 혼잣말이니까. 숙녀의 혼잣말을 몰래 듣고 그러시지는 않겠죠?


네. 잘 압니다. 그러니 빨리 혼잣말을 시작해주세요. 현기증이 난단 말이에요.


- 보통은 막 재활성화 된 행성이 침공 대상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죠. 경제적이지 않기 때문이죠. 침공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게 없거든요. 손해보는 일을 굳이 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싸움을 좋아하는 별종이든가. 그냥 분노에 휩싸여 아무나 좋으니 싸우겠다는 사회 부적응자나, 아니면 누군가에게 보상을 약속 받고 움직이는 자들이겠지요. 호호호. 뭐 벨리코타가 어느 쪽에 해당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호호호.”


이 우주가 분명 지구와 다른 곳이긴 하지만 상식은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마나가 중요한 곳이다. 레로님 말대로 침공에도 분명 마나가 들 것이고 복귀한지 2개월 밖에 안되는 뉴비 행성이라면 분명 우리같이 자원 부족 현상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 타 행성에 대한 침공을 감행하는 건 분명 다른 이유가 있다. 그냥 미친 놈일 수도 있지만.


- 침공을 방어하는 방법은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세레스타처럼 자력 방어가 안되는 상황에서는 보통 두 가지 방안을 많이 쓰죠. 하나는 협상입니다. 싸울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일정 정도의 보상을 주고 침공을 중지시키는 거죠. 뭐 협상이라기 보다는 그냥 삥 뜯기는 거죠. 뭐. 호호호.


아니 이 우주에도 삥이 있나.


- 두번째는 용병을 고용하는 것입니다. 대신 싸워줄 자를 고용하는 거죠. 비용은 좀 들겠지만 의외로 많답니다. 용병이 주업인 행성이나 종족이요. 지금 그 쪽 단말에게 아레나 용병 협회에 대한 자료를 보냈습니다. 관심있으면 한번 접촉해보세요.


용병이라, 비용이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그래도 알아는 봐야겠다.


- 앱 중고 장터나 뽑기 시스템에서 지금이라도 기본적인 방어 시스템을 구해 활성화시켜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무것도 없겠지 하고 우 몰려와서 방어 시스템을 보고 에이 본전도 못 건지겠네 하며 돌아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목적이 마나나 다른 재화가 아니라면 아무 소용이 없겠죠. 호호호.


결국 일부러 손해보는 짓을 하는 놈은 정신나갔거나 다른 목적이 있다는 거다.


- 침략과 침공은 이 우주에서는 아주 일상 다반사의 일이라 저희에게는 별 일 아닌 것처럼 느껴져도 아마 강 서준 관리자님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죠. 그렇지만 한 가지 알아 두실 점은 매치 메이킹에 의한 행성 간 전쟁은 단순히 힘과 힘이 맞부딪히는 그런 싸움이 아닙니다. 이건 제가 한 말이 아니라 당신 별의 전임자가 한 말이긴 하지만요. 호호호. 아이고. 혼잣말이 많았네요. 통신비도 많이 나올 것 같은데, 면담은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강 서준 관리자님. 창조주의 뜻대로. 호호호


단순히 힘과 힘이 맞부딪히는 그런 싸움이 아니라니. 또 전임자의 선문답 같은 말만 남겨두고 레로님은 화면 저 너머로 사라졌다. 아니 뭐 좀 실질적인 걸 알려주시고 가셔야지···


레로님이랑 통화가 끝나자 마자 민님이 아주 센스 있으시게 스크린에 아주 커다랗게 침공예정 남은 시간 23시간 41분 20초라고 띄워 주신다. 아주 긴장감이 고조된다. 레로님도 그렇고 민님도 그렇고 침공에 지금 나만 안달나 있는 건가? 혹시 침공이 아무것도 아닌 거 아닌가?


“침략을 받고 항복하거나 지면 어떻게 돼? 그냥 마나 좀 뺏기고 끝나는거야?”


-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침공은 일단 침공 행성의 소멸을 목표로 진행됩니다. 이른바 섬멸전이죠. 관리탑까지 뽀개고 별을 소멸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그 전에 자력 방어를 통해 더 이상 공세가 지속되지 않도록 공격 측에게 최대한의 피해를 입혀 휴전과 협상을 끌어내는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만. 저희 별의 상황에서는 글쎄요.


아니, 남 일처럼 말하지 말라고.


“만일 관리탑이 뽀개지고 그러면 그럼 다들 어떻게 되는거야?”


- 운 좋으면 살아서 침공한 행성에 노예로 끌려가거나 운이 좋지 않으면 별과 운명을 같이 합니다. 완전 소멸이죠.


아니, 남일처럼 말하지 말라니까.


서준은 전임자가 말한 이 우주의 사람들에게 새겨진 본능과 같다는 말이 이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되기 시작한다. 서준처럼 침공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불안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당연한 순리처럼 생각한다. 이 우주 사람들이 지금의 서준을 보면 오늘 해가 동쪽에서 뜨네. 아 어떻게 하지. 미치겠네 라고 말하고 있는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이 어쩔 수 없는 전쟁에 대한 온도차는 그렇다 치고, 새겨진 본능 자체가 평화주의자인 서준은 지금의 상황은 최대의 위기다. 빠르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용병 협회 연락 부탁해. 그리고 앱 중고 장터에서 지금 우리 상황에서 구매 가능한 행성 방어 체계도 확인해주고. 그리고 침공하는 행성···이름이 벨리코타라고 했지. 벨리코타 측에 우리의 협상 의사를 밝힐 수 있어? 최대한 원하는 조건을 들어주겠다고 일단 협상을 시작하자고 해.”


- 알겠습니다. 용병 협회는 연락이 되어서 의뢰를 넣었습니다. 비용은 의뢰받는 쪽에서 책정한다고 합니다. 앱 중고 장터를 검색한 결과 다음과 같은 앱이 확인되었습니다. 리스트 정리해서 띄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협상 의사 타진했습니다만 그 쪽 단말로부터 거부당했습니다. 일절 협상에 응하지 않겠답니다.


한 가지는 분명해진 것 같다. 그 쪽은 우리의 자원이 탐나는 건 분명 아니다. 그렇다면 협상이나 삥 좀 뜯기고 마는 엔딩은 확률이 낮아 보인다. 인정하기 싫지만 지금 가장 확률이 높은 엔딩은 데드 엔드다.


서준은 눈을 감고 팔짱을 낀 채 의자에 몸을 기댄다. 깊은 고민을 할 때면 나오는 서준의 습관 같은 거다. 옛날 서준의 선배는 서준이 그런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으면 ‘강 서준, 잠깐 나가서 산책이나 하고 오자’라며 서준을 꼬셨다. 신기한 건 그렇게 선배랑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하고 오면 고민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 나왔다는 점이다. 물론 경험 많은 선배의 이런 저런 조언이 덧붙여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은 조언해줄 선배도 없고, 서준 혼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서준이 혼자 끙끙대고 있으니 또 어디가 아파서 저러나 싶은 지 침 쏠 준비를 하고 원통들이 다가온다. 아니. 좀 상황을 따져가며 쏘라고.


- 관리자님. 용병 협회에서 의뢰 수주에 대한 협의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 한 건 도착했습니다. 연결할까요?


“아직 한 건만 들어온거야? 다른 용병들은 연락이 없어?”


보통 이런 건 복수로 경쟁을 붙여야 가격이 내려가는 법이다. 단일 입찰이면 상대가 협상 우위에 서게 된다.


- 네, 이 한 건을 제외한 모든 용병들이 수주 거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이것들이 담합이라도 했나? 할 수 없다. 급한 건 우리다. 서준은 민님에게 연결을 지시했다.


화면이 뜨는가 싶더니, 거기에 엘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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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마나석 24.08.27 115 3 13쪽
32 꽤나 요망하시군요. 카리나 고문 +1 24.08.26 119 4 13쪽
31 성 윤주 (4) 24.08.25 121 3 12쪽
30 성 윤주 (3) 24.08.25 121 3 13쪽
29 성 윤주 (2) 24.08.24 122 3 12쪽
28 성 윤주 (1) 24.08.23 124 3 14쪽
27 재택하며 행성 관리합니다. 24.08.22 124 3 13쪽
26 일단 창업을 할까 합니다 24.08.21 126 3 14쪽
25 지구로 24.08.20 128 3 13쪽
24 아리엘 (2) 24.08.19 129 4 13쪽
23 아리엘 (1) 24.08.18 130 4 15쪽
22 잠깐 동안의 휴식 24.08.17 133 3 13쪽
21 당신이 흑막입니까? 24.08.16 137 3 12쪽
20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24.08.15 138 3 13쪽
19 세레스타 방어전 최종 전황 보고 24.08.14 139 4 13쪽
18 세레스타 방어전 (2) 24.08.13 140 3 17쪽
17 세레스타 방어전 (1) 24.08.12 142 3 13쪽
16 침공 전야 24.08.11 142 3 13쪽
15 시작하자마자 침공 (4) 24.08.10 142 3 13쪽
14 시작하자마자 침공 (3) 24.08.09 148 4 13쪽
13 시작하자마자 침공 (2) 24.08.08 149 3 13쪽
» 시작하자마자 침공 (1) 24.08.07 149 3 12쪽
11 세레스타 리스타트 24.08.06 148 4 13쪽
10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네 +1 24.08.05 152 3 12쪽
9 기댈 건 운 밖에 없나 24.08.03 158 4 13쪽
8 기본 환경 조성에 1495년이 소요됩니다 24.08.02 164 3 12쪽
7 긴급 지원 대출의 대상이 되셨습니다 24.08.01 169 3 12쪽
6 함정 카드는 곳곳에 숨어있다 +2 24.07.31 174 3 12쪽
5 나는 고발한다. 내 전임자를 24.07.30 182 4 12쪽
4 일단 임시 계약직으로 합시다 24.07.29 19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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