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절세미녀 로마공주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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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렁컨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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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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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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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안타까운 이혼 공주

DUMMY

<31>


이번 대화의 가장 중요한 화두. 그건 바로 저 안토니아 공주다.


또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미래를 아는 나에겐 당연한 답이었지만, 아버지 입장에선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미치광이 황제의 잔혹성, 그리고 수많은 황제들이 자신들의 혈육을 가차없이 처단했던 수많은 역사와도 관련된 질문인데,


일례로, 네로 황제 본인은 황제가 됐으나 그 정통성이 아주 약한 편이다


그는 단순히 모계 혈통 때문에 황제가 되었다.


선대 황제의 공주들인 황후와 안토니아 공주는 좀 더 높은 정통성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그의 치세 동안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아버지. 그래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폐하께선 이미 안토니아 공주님에 대해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내가 좀 더 자극적으로 말하자, 당황해하는 아버지 마르쿠스.


"적개심이라니? 그걸 어떻게 니가 아느냐? 그리고 폐하께선 안토니아 공주님에 대해 얼마나 귀하게 여기시는데, 감히 적개심이라니?"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정확하게는 공주님이 아니라 공주님의 남편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공주님의 남편? 부마 말이냐?"


"그렇습니다. 폐하께선 옥타비아 공주님을 황후로 맞이하셨고, 그 이전에 안토니아 공주님은 당시 폼페이우스라는 자와 결혼했습니다. 그러나 폼페이우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반역 혐의로 처형됐습니다."


"그 일 말이냐? 한데 내가 그 일에 대해선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당시 폼페이우스는 남색에 미쳐 있었고, 평판이 아주 나빴다. 로마 시민들조차 폼페이우스가 죽자 다들 반겼어. 공주님도 전혀 슬퍼하지 않았다. 내가 알기론 공주님과 폼페이우스 사이엔 어떠한 부부 관계도 없었어."


실제 두 사람 사이엔 자녀가 없었다고 한다. 부부간의 어떠한 정도 없었기 때문에 폼페이우스가 처형될 때 공주는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다고 한다.


"한데 그게 대체 뭐가 중요하냐? 폼페이우스는 남색을 하다가 파트너에게 꼬임을 당한 뒤, 허튼 수작을 부리며 감히 반역을 계획했어."


"그러나 그것만 봐도 알지 않습니까? 선대 황제의 핏줄인 안토니아 공주님은 그 자신이 이미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폼페이우스는 뭔가 시도하기도 전에 누명을 썼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그게 도대체 무슨 누명이라고? 감히 누가 그딴 소리를 하느냐!"


그 외침에 나는 내가 아는 역사적 사실과 뭔가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이 시대의 모든 게 제대로 후세에 전해질 리가 없다.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저 어리석은 폼페이우스는 자기 가문과 공주님을 내세워 황제가 될 마음을 가졌던 자다. 당시 내가 그 반역 사건의 수사와 판결을 총괄했다! 당시 공주님께선 폼페이우스를 넘기는데 적극 협조하셨고. 그래서 그 일은 폼페이우스 선에서 모두 끝났다. 공식적으론 공주님께서 이혼하신 거지. 허나 무척 안타까운 일. 해서 누구든 부마가 된 자라면 자중해야 하고 또한 언제나 자신의 신변에 주의해야 한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안토니아 공주님이 결코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고 말했다.


물론 그 논리는 나름 납득할 만한 것.


자신이 직접 폼페이우스 사건을 담당했으니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가 아는 미래의 사실은 또 다르다.


짐승 같은 네로 황제는 안토니아 공주의 두 번째 남편을 죽이게 되고 안토니아 공주마저 제거해 버린다.


이게 바로 미래에 일어날 일들.


"그리고 넌 하나만 알고 다른 걸 아직 모르는구나. 아직 니가 로마에 대해 잘 모른다는 뜻이다. 최근 폐하께선 큰 기대심을 품고 있다. 황후께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폐하께서 총애하시는 포파이아 부인이 최근에 임신을 하셨다. 거기서 만약 황자가 태어난다면, 아무리 황자가 사생아라고 해도 황권은 더 강력해질 테고, 안토니아 공주님은 앞으로 황족의 일원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만 놓고 본다면, 아버지 마르쿠스의 추정이 틀린 게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훗날 포파이와 네로 황제 사이에선 딸만 출산된다는 것.


이걸 마르쿠스가 알 리가 없다.


"물론, 니 걱정도 나름 일리가 있다. 폐하께서 정말 안토니아 공주를 노렸다면, 폐하의 심중을 헤아리기 힘들다는 뜻이겠고,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겠지. 허나 그 사건의 전말에 대해서 아직은 섣불리 단정하지 마라. 우선은 이 상황에 대해 좀 더 지켜보도록 하자."


슬쩍 신중론을 보이는 아버지 마르쿠스.


그러면서 그는 잠시 후 다른 이야기도 꺼냈다.


앞선 결론에서 황제는 맥락상 이번 암살극의 배후로 인지됐으나 그는 그의 고정 관념 때문에 여전히 의심을 품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이런 질문을 나한테 던졌다.


-----


"한데 네 추정이 일리가 있긴 하나 역시 이런 의문이 생긴다. 이거 역시 해소될 필요가 있어. 도대체 너에게 쪽지를 보낸 자는 너에 대해 뭘 믿고서 쪽지를 보냈을까? 이것도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아. 만일의 경우, 혹시라도 주저했다면, 공주님이 무척 위험해졌을 텐데?”


솔직히 이 부분, 나도 의아했던 부분.


나에 대해 대체 뭘 믿고서 그런 쪽지를 보냈을까.


그러나 의외로 그 대답은 바로 내 주변에 있었다.


어제 원형 경기장 좌석, 바로 내 옆 자리에 앉았던, 바로 악테!


중간에 공주를 너무 쳐다보지 말라고 나한테 경고까지 했던 자.


“제 생각은 제가 움직이지 않았다면, 아마 다른 자가 움직였을 겁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버지 마르쿠스는 바로 질문했다.


"다른 자가 있었다고? 또 다른 조력자가 있었단 말이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조력자인지 모르겠고, 대략 예상은 가능합니다."


"예상이라고? 도대체 그게 누군데?"


"북방 군단장 코호스님의 장남 악테입니다."


"악테? 그 녀석은 왜?"


"악테가 제 옆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악테가? 니 옆자리에?"


깜짝 놀라는 아버지.


아버지는 악테에 대해 잘 안다.


악테의 아버지 코호스는 바로 북방 개척을 주도하고 있는 북방의 군단장.


전장의 늑대로 알려진 코호스는 또 다른 맹장인 시리아 속주 총독과 경쟁적 관계에 있으며, 북방 개척의 막강한 전권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로마에선 코호스는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따라서 그의 장남 악테는 로마의 인질일 수밖에 없다.


“그 녀석이 정말 네 옆에 있었다고? 허면 악테가 널 대신할 거라는 증거는?”


“그건 없습니다. 제 추정일 뿐입니다.”


"니 추정?"


그러나 나름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 듯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종족 코호스의 가문이 귀족 가문이 된 게 선대 황제 덕분이다. 그렇다면 이번 일은 굉장히 큰 일이구나. 정말 악테가 공주를 구할 생각이었다면, 코호스 가문이 이미 공주님을 따랐다는 뜻. 이건 엄청난 일이다. 그런데도 너한테 그 쪽지를 보냈다는 건, 아마 그 자가 우리에게 손을 내민 거나 다름없다. 그자는 분명 우릴 찾아올 것이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쪽지를 보냈다는 건 이미 자신을 드러낼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 그만큼 그자도 자신감이 있다는 게 아닙니까?"


"자신감? 으음. 그렇군. 그자가 혹여 우리에게 연대를 원하는가. 하긴, 요즘 부루스님 때문에··· 아, 아니다. 허나 넌 이것도 꼭 알아야 한다. 이건 정말 단순하지 않아. 이 사건은 안토니아 공주님을 구한 것에서 끝나지 않고, 어쩌면 반역 사건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그렇듯 그 내막은 아주 복잡해 보인다.


다만, 이 저변에는 포파이아의 임신, 조만간 일어날 황궁 근위대장 부루스의 죽음, 세네카의 실각, 황후의 폐위, 파르티아 정벌 등, 다소 복잡해질 황궁 사정과 모두 관련되어 있다.


"그렇다면, 결국 네 생각대로 안토니아 공주는 아주 위험한 존재가 된 것 같구나. 그렇다면 차라리 니가 나서지 않은 게 나을 뻔했다. 하지만, 니가 나서지 않았다면, 오히려 코호스가 아주 난처했겠구나."


나는 거기까진 몰랐는데,


내가 바로 공주의 첫 번째 남편을 처형시킨 관리의 아들이라는 사실 때문에 누구도 날 의심하지 않겠지만, 악테는 큰 의심을 살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알겠다. 니 말은 나름 일리가 있으니까 내가 다시 생각해 보겠다. 아무래도 우린 한동안 조심해야겠구나."


어느새 근엄함을 갖춘 아버지 마르쿠스.


그러나 표정이 딱딱해진 그.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너무 늦었다. 많이 피곤할 텐데 이제 쉬도록 해라."


그러고는 그는 드디어 침실을 떠났다.


긴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그래서 비로소 나도 이제 좀 쉴까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손님들이 내 침실로 찾아왔다.


내 부탁을 받고서 헤타란으로 갔던 쿨라.


그가 헤타란의 노예였던 브리타니아 공주와 함께 내 침실로 돌아온 것이다.


한편, 내 목적을 알 리가 없는 브리타니아 공주는 마치 늑대 보듯이 날 쳐다봤고, 내가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모습을 보며 놀라며 당황해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다가 금방 내 사정을 알아차린 듯하다.


"···당신이 바로 안토니아 공주님을 구한···."


이런 걸 보면, 네 소문이 이미 로마 전역에 파다하게 퍼진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쿨라와 함께 들어온 키르케에게 손짓했다.


"저 여자를 데려가 먹을 것을 주고 잠잘 곳을 줘. 그리고 감시병을 꼭 옆에 붙여 놓도록."


지시를 들은 키르케. 그녀는 브리타니아 공주를 데리고 나갔다.


이제 남은 사람은 쿨라.


나는 저 쿨라를 가만히 쳐다봤다.


점점 깊어지는 밤.


로마의 밤은 은근히 길다.


그리고 쿨라가 어느덧 내 앞에 앉자, 이때 내 머릿속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마르쿠스와의 대화를 통해 나는 로마 황궁 사정이 복잡해진 걸 다시금 확인했고, 그 때문에 생각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이제 시간에 쫓기게 된 입장.


이럴 땐 좀 더 능력있는 조력자가 필요했고, 뭔가 일들을 좀 더 빨리 처리할 필요가 있다.


충분한 돈은 나한테 있으니까.


그리고 내 머릿속에는 현대식 문물에 대한 각종 정보들 외에도 미래 역사에 대한 정보들이 있다.


물론, 내가 이 미래 정보들을 잘 이용하려면, 적절한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런 일에 있어 인맥이 넓은 쿨라는 적임자.


그러면서 또 떠올린 사람은 바로 이 집의 집사이자 해방노예 출신인 데키무스.


카리우스의 기억 속에도 데키무스는 아주 현명한 집사였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가.


나는 가장 먼저 현대식 물건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제조업부터 생각했다. 물론, 전자식 기계를 만들 생각은 감히 할 수가 없었고, 적절하게 모방할 수 있는 방법들부터 머릿속에 떠올렸다.


'우선, 로마의 돈부터 쓸어 담자.'


그러나 이 일을 위해선 이 시대의 뛰어난 기술자들부터 모으는 게 선급 조건이었다.








<32>


아주 화려했던 광활한 로마제국.


이 제국이 지중해 국가들과 싸워 우월한 국력을 자랑하며 패권을 누렸던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그건 바로 어떤 국가들보다도 로마제국이 철을 잘 다뤘기 때문.


히타이트 문명에서 시작된 철기 문명은 페니키아인들과 그리스인들을 경유한 뒤 마침내 로마제국에서 꽃을 활짝 피우게 된다.


특히 포르토페라이오, 이른바 철의 항구라는 뜻을 가진 엘바섬은 로마제국의 대표적인 철광석 산지다.


이곳 철광석들은 철 자체의 함유량이 높은 데다가 이곳 에트루리아인들의 야금 기술들은 아주 뛰어났다. 일찍이 로마제국은 이런 조건을 높이 평가했고 에트루리아인들의 야금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런 천연적인 자원과 뛰어난 야금 기술들을 바탕으로 로마의 국력은 크게 향상되었고,


이후 수많은 전쟁들을 통해 유럽 각지에 속주(식민지)를 확보한 뒤, 단순한 약탈과 징수, 통치만이 목적이 아니라 유럽 전역에 수많은 철광석 산지를 확보하고 이를 관리했다. 철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덕분.


이후 로마제국은 '철의 가도'라고 불리는 도로를 통해 수많은 철광석들을 로마 주요 도시로 운송해 왔고, 또한 이를 바탕으로 판금흉갑, 투구, 칼, 방패 등의 각종 무구 제작 외에도 건축, 철공 제품 제작 등에도 널리 활용했다.


그래서 로마는 이런 철광석 산지들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군사적 목적 외에도 재정적인 목적도 있기 때문.


실제 일부 귀족들은 권력과 재력을 이용해 철광석 광산들을 소유하기도 하고, 또한 황궁과 원로원 역시 자체적으로 거대 광산들을 각지에 보유하고 있다.


물론, 철광석 산업은 로마의 주력 국가 산업이기 때문에 현지 철광석 생산과 납품, 운송 등은 모두 국가에서 감독한다.


그러나 그 세세한 사항까지 국가에서 감독할 수가 없다.


‘다행히 내 아버지는 황궁 법무관이라서 재무관의 힘을 이용할 수 있어. 황궁 재무관은 철광석 산업 전반을 감독하는 자. 그자의 도움으로 광산 매입을 할 수도 있고, 철광석 원석도 충분히 구입할 수 있어.’


물론, 나는 철광석을 다룰 줄 모른다.


그러나 철의 역사는 고대 문명의 중요한 역사.


서양 고대 문명과 철학을 전공했던 내가 그걸 모를 리가 없다.


당연히 세세한 기술 따윈 내가 알 수가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어냈듯이 나 역시 핵심 아이디어들을 야금장들에게 전달하는 일.


물론, 내 지식은 고대에서부터 미래까지 관통한다.


그래서 사소한 지식조차 똑똑한 야금장들이 듣게 되면 뭔가 큰 힌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똑똑한 자들이 필요해.'


그리고 내가 만들어낼 물건들에 대해서도 일종의 카피 억제, 도용 금지의 방책이 필요하다.


기껏 만들어냈는데, 누군가 바로 도용해 버린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물론, 이 시대는 아직 특허권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으나 다행히 나에게 따로 방법이 있다.


그건 바로 권력과 로마의 법.


우선, 이 시대는 누군가가 뭔가를 훔친다는 것은 팔다리가 잘리거나 혹은 사형까지 각오해야 할 그런 중범죄다.


그래서 뭔가를 훔친다는 것의 정의를 조금 부풀린다면, 나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연히 아주 어려운 일일 테지만, 다행히 그런 판단을 해 줄 사람이 바로 내 옆에 있다.


바로 황궁 법무관, 아버지 마르쿠스.


법적 판단을 하는 게 아버지의 권력이라면, 내가 만들어낼 기술들은 최대한 보호받을 수 있다.


누구든 내 걸 베끼게 된다면 아마 능지처참 같은 걸 각오해야 할 것이다.


거기다가 아버지의 권한은 단순한 판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귀족과 상인들의 부패와 비리를 조사하는 것도 아버지의 역할.


반역 사건을 다루는 것도 아버지의 역할이다.


그래서 로마 시민 모두가 아버지를 두려워한다.


검투사 양성소의 주인이자 도박장 주인인 쿨라가 나한테 머리를 숙이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


“알겠습니다. 카리우스님. 말씀하신 대로 교외 대장간들을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물색해 보겠습니다. 인부들과 야금장 또한 최대한 확보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헌데 갑자기 그런 요청을 하신 것은 대체 무슨 이유 때문입니까?”


우선은 철광석 광산이 아니라 대장간들부터 확보하려는 내 계획.


그래서 내가 도움을 청하자, 쿨라는 순순히 응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제만 해도 검투사 도박에 미쳐있던 나.


그런 내가 갑자기 교외 대장간들을 사겠다고 하자, 쿨라는 이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내가 검투사 크릭수스가 무사 방면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하자, 쿨라는 의아해했지만 감히 이런 요청을 거부할 수가 없다.


“이미 난 도박으로 큰 돈을 벌었어. 이제 그 돈을 굴려야 하지 않겠나? 마침 좋은 생각이 있어서. 그래서 새로운 물건들을 만들고 장사를 시작해 보려고.”


“장사라고 하셨습니까? 허나 정말 돈을 버실 생각이면, 구태여 대장간들을 물색할 필요가 있습니까? 다음 검투사 경기가 열릴 때 다시 도박하셔서 큰 돈을 버시면 됩니다. 이번에도 그렇게 버신 돈입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엔 운이 좋았지만, 다음에도 그렇게 된다는 보장도 없고. 자넨 내 도박 승률이 아주 낮다는 걸 더 잘 알 텐데?"


지금껏 카리우스의 도박 승률은 아주 낮았다.


어제 도박은 별개의 것.


그러자 쿨라는 또 말했다.


"그렇다면 더 쉬운 방법도 있습니다. 절 따르고 있는 테니우스는 노예 사냥 외에도 노예 납품 일도 하고 있습니다. 테니우스에게 직접 투자하신다면, 테니우스는 그걸로 사냥꾼들을 더 많이 고용할 수 있을 테고, 더 많은 노예들을 잡아 올 겁니다. 물론, 가도(로마의 도로)를 통해 노예들을 운송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당연히 큰 이문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어림 없는 짓.


노예 사냥 같은 비도덕적, 비윤리적 사업.


난 절대 상상할 수도 없다.


하물며 도박을 통해 큰 수익을 누린다는 것도 이제 거의 불가능할 터.


왜냐하면, 다음번 경기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내가 장담할 수가 없다.


내가 어디에 베팅했는지 도박사는 더 꼼꼼하게 체크할 테고, 이후 내 베팅과 반대 방향으로 승부가 바뀔 수도 있다.


이른바 승부 조작.


그래서 나는 그때 키르케에게 밀랍판 교체 방법을 가르쳤던 것이다. 혹시라도 내 베팅에 따라 승부가 조작될까봐.


물론, 그 일은 보기좋게 성공했으나 앞으론 그런 성공을 확신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번에도 고개를 저으며, 나는 좀 더 내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


“잘 들어. 쿨라. 난 로마뿐만이 아니라 저 멀리 갈리아, 시리아, 브리타니아 등에도 내 사업을 확장시킬 생각이야. 그러기 위해선 양질의 물건들부터 생산해야 되겠지? 생산 공장, 수많은 대장간들이 그래서 필요해. 물론, 무기와 무구와 같은 걸 만들 생각은 없어. 나는 로마 시민들과 속주 양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 진기한 생활용품부터 만들 생각이야.”


그러자 더 뜻밖이라는 듯 표정이 이상해지는 쿨라.


주로 대장간들은 방패, 투구, 칼 등을 만들어내는 야금 일들에 집중하기 때문에 쿨라는 최소 내가 무기 장사를 할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 때문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질문했다.


“혹시 철제 그릇, 항아리, 솥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시는 겁니까? 허나 시중에는 이미 값싼 청동 제품이나 다양한 토기 제품들이 나와 있습니다. 너무 흔한 것들이라 이런 건 더 만들어봤자 큰 장사가 되지 못합니다. 테니우스가 노예 납품 일 외에도 청동 장식품이나 청동 식기류 등을 시장에 팔고 있으나 노예 시장을 제외하곤 큰 이득을 남기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야 그 물건들은 이 시대의 아주 평범한 물건들일 테니까.


내가 하려는 것은 그런 물건들과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내가 뭘 만들지는 두고 보면 알 테니까, 우선 내가 말한 대로 대장간들부터 물색해줘. 급한 일이니까 서두르면 더 좋겠고.”


그렇듯 내가 계속 고집스럽게 말하자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쿨라.


그러면서 그는 곧 표정이 더 진지해졌다.


“한데 아직도 전 당혹스럽습니다. 이미 큰 돈을 버셨으니 차라리 호민관 일을 하시거나 그게 아니라면 군단에 배속되어 군 경험을 쌓는 게 앞으로의 앞날에 더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내가 공주까지 구했으니 엘리트 관직 코스를 밟게 된다면 앞으로 인생이 탄탄대로가 될 거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나는 어쩔 수 없이 안토니아 공주와 얽힌 상황이다.


그래서 앞으로 수많은 시선들이 나한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까지 방탕하던 카리우스.


그런데 그런 그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젊은 호민관이 되거나 이런저런 황궁 일들에 나서게 된다면, 그 모든 게 어색해지게 된다.


지금껏 카리우스가 쌓아왔던 그 모든 행동들이 시험대에 오를 수도 있다. 그 의도적 방탕함 말이다.


특히 황제의 의도가 심상치 않은데, 함부로 나설 때가 아니다.


여하튼, 그런 과거 전례 외에도 현재의 안토니아 공주 상황까지 떠올린다면, 지금으로선 그저 이상한 카리우스 역할을 하는 게 맞다.


또한, 명예와 권력에 뜻이 없고 오로지 잡기에만 몰두한다는 것이 소문으로 퍼진다면, 수많은 견제와 의혹의 시선이 한결 더 약해질 것이다.


'그 덕분에 황제의 시선도 피하고, 돈도 벌고, 이미지세탁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더군다나 내가 피신처로 생각하는 브리타니아는 아직 야만족의 땅.


그곳으로 떠나기 전에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화포라든지 화승총 같은 것, 이런 것들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혹시 재료만 충분히 확보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아주 어려운 일이겠지.


그러나 만일의 하나라도 그 아이디어가 실현된다면, 나는 로마를 넘어서 전세계 전역을 씹어 먹을 수 있는 그런 강자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그 가능성은 내 앞에 활짝 열려 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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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절세미녀 로마공주와 결혼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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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학살자는 충성을 원한다 NEW 22시간 전 501 14 11쪽
29 누군가는 황제가 되고 누군가는 신이 되었다 +4 24.09.18 681 20 7쪽
28 안토니아 공주의 침실 +5 24.09.17 792 25 18쪽
27 첫날 밤, 그리고 태동 (2) +2 24.09.16 855 25 7쪽
26 첫날 밤, 그리고 태동 (1) +4 24.09.14 967 21 18쪽
25 수부라의 현인 +4 24.09.12 1,021 27 31쪽
24 안토니아 공주와의 첫날 밤 (2) +5 24.09.10 1,223 20 25쪽
23 안토니아 공주와의 첫날 밤 (1) +4 24.09.07 1,457 31 23쪽
22 카리우스 네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 +5 24.09.05 1,386 34 25쪽
21 황제가 되다 (2) +3 24.09.03 1,408 31 30쪽
20 황제가 되다 (1) +3 24.08.31 1,553 31 14쪽
19 쿨라의 결단, 새로운 로마황제 +5 24.08.30 1,544 36 23쪽
18 우연히 시작된 로마 혁명 +2 24.08.28 1,584 42 29쪽
17 로마의 흑막이 되다 +7 24.08.24 1,697 45 23쪽
16 로마 식기 마트 +3 24.08.22 1,647 42 16쪽
15 로마를 바꾸자 +2 24.08.20 1,783 49 21쪽
14 강철의 주인 +4 24.08.18 1,904 57 24쪽
» 안타까운 이혼 공주 +3 24.08.15 2,048 52 21쪽
12 안토니아 공주 +3 24.08.13 2,043 57 21쪽
11 황금 궤짝 +2 24.08.11 2,079 54 24쪽
10 돈이 넘친다 +4 24.08.09 2,211 53 28쪽
9 영웅 (2) +5 24.08.07 2,193 52 23쪽
8 영웅 (1) +4 24.08.06 2,232 48 17쪽
7 내가 유명해지다 (3) +4 24.08.05 2,317 47 24쪽
6 내가 유명해지다 (2) +3 24.08.02 2,367 54 28쪽
5 내가 유명해지다 (1) +5 24.08.01 2,497 61 20쪽
4 출세의 길이 보인다 +9 24.07.30 2,607 65 22쪽
3 향락의 밤, 벌거벗은 무희들 +4 24.07.28 2,769 60 20쪽
2 특별한 능력 +4 24.07.27 2,931 61 22쪽
1 욕실의 여자 노예 +2 24.07.25 3,533 65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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