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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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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인물

DUMMY

“저 갑니다.”


박민기가 일어서려고 했다.


“아, 아니 잠깐만 앉아봐요.”


장기를 이긴 가운데 머리는 사라지고 주변머리에 흰머리만 남은 혈색 좋은 노인이 박민기에게 기다리라 말했다.


“내일 봐! 영감탱이야! 그 대치동 땅 언젠간 나한테 넘기고 말테니까! 쳇!”


뭔가를 종이에 휘둘러 쓴 검버섯이 많은 할아버지가 씩씩대더니 일어섰다.

할아버지가 쓴건 7억짜리 차용증이었다.


“아이고 이러다가 빌딩한채 짓겠네··· 크크큭 만석이 내일 또 와!”


“됐어!”


팽 돌아서던 할아버지가 박민기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더니.


“생각보다 잘 생겼네 내 소싯적 보는 기분이야! 자네 나중에 보세!”


그렇게 박민기의 어깨를 툭툭치곤 나가신다.


“안녕히 가세요.”


얼떨결에 박민기가 일어서서 할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일어선 김에 그 냉장고에 든거 두개만 꺼내와 봐!”


냉장고엔 보약 밖에 없었는데··· 박민기가 두 개를 꺼내서 노인께 드리자.

가위로 한쪽 귀퉁이를 잘라서 하나를 박민기에게 내민다.


“먹어! 흑염소야! 여름엔 이게 최고지.”


얼떨결에 하나를 받아들어서 노인을 바라보며 보약을 입에 털어넣었다.


사실 좀 전에 박민기가 가려고 했던건 두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박민기가 왔는데도 두 노인은 딴짓을 하고 있었고 그건 그만큼 박민기와의 만남이 절실하지 않다는 것였다.

둘째, 불치의 병에 걸렸다고 했는데 두 노인의 혈색이 꽤 괜찮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 말은 이을지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거니까.


[탈타랄탈탈···]


잠시동안 오래된 선풍기만 탈탈거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왜? 너무 낡이서 별론가?”


“아, 아니요.”


그래도 회장님이시라기에 중소기업체라도 운영하는줄 알았는데. 동네 회장이실줄은···


“그래··· 자네가 우리 선영이와 결혼한다고?”


“결혼이요?”


박민기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그럼 결혼 안한다고? 결혼도 안할거면서 사겨? 단물만 쏙 빼먹고 말겠다고?”


노인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아,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라는 거죠.”


“아아··· 아직 서로 알아가는 사이다?”


“네! 네 그렇습니다.”


“그래 그래··· 그러면 말이지··· 꺼져!”


“네?”


“선영이 근처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꺼지라고!”


버럭 소리를 지른 노인의 얼굴이 무섭게 느껴졌다.

검붉은 얼굴에 갸냘프게 보였던 팔뚝에 굵은 힘줄이 돋아났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거리란 말인가? 괜히 이을지 말에 휘말려서···


“선영이는 내가 환갑 다 되어서 얻은 무남독녀야! 어디 근본도 없는 놈이 근처에서 알짱거려? 선영이는 다 시집보낼데가 따로 있어!”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싫다고요! 내가 왜 그런 아저씨한테 시집가요?”


오선영이 버럭 소리지르며 나타난다.


“오, 오선영씨 어떻게 여기에···”


“둘이서 딴길로 새길래 어디가나 했네요. 결국 여기더군요.”


오선영이 박민기를 노려보며 말한다.

이을지 차를 타고 가는걸 본 모양이었다.


“아저씨는 무슨 아저씨! 스무살 차이도 안나는데? 아빠가 니 엄마랑 결혼했을땐 오십 넘었었어!”


“내가 이러니까 집을 나가죠. 스물다섯살한테 마흔살짜리 남자랑 결혼하라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지금이 조선시대에요?”


“제임스가 어때서? 공부하느라 나이 먹은거 아니야! 집안 좋겠다 능력좋겠다. 돈 잘벌겠다. 여자는 그런 남자를 만나야 하는 거야!”


“아빠가 만석이 아저씨랑 멋대로 약속한거잖아요! 요즘 세상에 정략 결혼하는게 어딨어요?”


만석이 아저씨? 좀전에 같이 장기두던 노인에게 ‘만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만석이가 내 목숨을 다섯번이나 구해줬어! 다섯번!”


“그건 아빠 사정이고요.”


“그래서 넌 아빠보고 피로 맺은 맹세를 어기라고 할 셈이냐? 엉? 제임스 유가 뭐가 부족해? 이 허여멀건 놈보다 백배는 낫지.”


‘컥!’

왜 또 괜히 박민기를 걸고 넘어지시는지.

오선영이 노인이 모르게 박민기를 향해 한쪽 눈을 깜박하더니.


“난 이사람하고 사겨요! 나이도 동갑이고···”


“그놈은 너랑 결혼할 마음이 없대!”


“그건 나중에 감정이 무르익으면 결혼하는 거고! 요즘 세상에 누가 사귀자 마자 결혼해요?”


오선영의 말에 노인이 마치 눈에서 불을 뿜듯이 오선영을 노려본다.


“네가 정말 이 애비의 기대를 져버리고 이렇게 할 셈이냐?”


“아빠야 말로! 팔순잔치 챙겨받고 싶으면 그만하라고요!”


오선영도 지지않고 도끼눈을 뜨고 노인을 노려본다.


‘아 괜히 부녀사이에 끼어서.’


천장을 바라보는 박민기의 손을 오선영이 그러쥐고는.


“가요 민기씨! 이 사람 부르지 마요! 또 부르면 정말 나 외국으로 가버릴테니까!”


“저! 저!”


그렇게 말을 남기고 박민기를 이끌고 밖으로 나간다.




***




“잘 들어요. 이제부턴 사람 없는 곳은 가지 마세요. 밀폐된 공간은 피해요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같은데 말이에요. 그리고 아무거나 호신용 무기 하나 들고 다녀요. 이왕이면 최루액 분사기 같은게 나을 거에요···”


돌아오는 택시안에서 바짝 긴장한 오선영이 박민기에게 주의할 걸 늘어놓는다.

오선영이 화를 낼줄알고 바짝 쫄아있던 박민기가 고갤 저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해야하죠? 누가 절 노려요?”


박민기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보던 오선영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모른척 하라고 말했던 거에요. 우리 아빠가 바로 오동선이에요.”


“모른척 하려고 했어요. 그 이을지라는 사람이··· 뭐라고요? 오동선이라고요?”


“잠깐 만났던 아저씨 이름이 유만석이고요.”


오동선, 유만석, 뭔가 낯익은 이름이긴 했다.


“그리고 만석이 아저씨 아들이 바로 유병달이라고··· 아니 그렇게 말해선 모르시겠네. 제임스 유라고 들어보셨죠?”


이상한 현상이었다.

매우 친숙한 이름들인데 머리속에서 빙빙 단어가 돌고 있었다.

수백번, 수천번, 수만번 들었던 이름들이 분명하다.

그런데 좀 전에 보았던 오선영 아버지나 아버지 친구라던 유만석이라는 사람이나 본 기억이 없었다. 분명 처음 만나는 사람이었다.


“그, 그게 누구신데요?”


오선영이 대답대신 주먹을 내밀었다.

어지간한 남자하고는 주먹을 섞어도 좋을만큼 작지만 단단해보이는 주먹이었다.

오선영이 싸움 좀 한다는 거지?


“컥!”


박민기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서 오선영을 돌아보았다.

오동선, 유만석, 한때 대한민국을 들었다놨다 했던 전설의 주먹들.

마약만은 안된다며 쓰시마 섬에서 야쿠자랑 싸우고 제주도에서 삼합회랑 칼부림 했다는···

이제는 전설로만 내려오는 실체도 확인되지 않은 스토리의 주인공이었다.


일선에서 물러나 모았던 재산으로 두목인 오동선은 무슨 금융업이랑 부동산 업을 한다고 알려져 있고 부두목인 유만석은 무슨 개발업을 하는 걸로 알려져 있었는데.

사업도 잘되어서 돈이란 돈은 다 쓸어모으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었다.


그리고 ‘제임스 유’, 미국에서 스탠퍼드를 나와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리고 막대한 돈을 번 다음 한국으로 돌아온 남자. 그의 손에서 몇조 단위가 움직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이는 마흔정도 큰키에 잘생기고 세련된 싱글이라 여자들이 뽑은 대한민국의 일등 신랑감 5위안에 5년연속 들었던 남자였다.


“제임스 유가 그 제임스 유?”


오선영이 고갤 끄덕였다.


“저, 정말로 오선영씨 아버님이 오동선씨요? 친구분이 유만석씨고?”


이번에도 오선영이 고갤 끄덕인다.


“주, 죽었다!”


혼잣말이 툭 뱉어졌다.

좀 전에 박민기는 대한민국의 모든 조폭들이 존경하는 전설적인 주먹, 오동선앞에서 구라를 쳤던 것이다.


“크크큭.”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던 박민기가 갑자기 피식 거린다.

오선영은 불안한 눈빛으로 박민기를 바라본다.


‘쯔쯔··· 너무 충격적인 상황이면 그럴수도 있지.’


오선영이 측은한 눈빛으로 박민기를 바라본다.


“크크큭! 그 멋쟁이 훈남 제임스 유 이름이 유병달이잖아요. 병달이었어! 푸하하하.”


흠잡을데 없는 완벽한 훈남, 뇌색남이지 돈 많지, 몸은 무슨 배우 저리가라로 근육이 쩍쩍 갈라졌지, 남자가 봐도 멋이는 그 훈남 제임스 유, 이름이 유병달이랜다.


“크크큭! 유병달이래. 병달이었어!”


‘드디어 미쳤구나!’


오선영이 고갤 흔들고 있었다.




***




“회장님. 택시 타고 갔습니다.”


이을지의 보고를 받은 오동선은 대답도 하지 않고 바둑판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잘 했다! 냉장고 열고 흑염소 보약 하나 꺼내 먹어!”


“넵!”


이을지가 냉장고를 열고 흑염소 보약을 꺼내 입에 넣고 쪽쪽 빨았다.


“그런데 회장님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말 해!”


“왜 이렇게까지 일을 벌이신 건지가 궁금해서···”


오동선이 바둑판에서 눈을 떼 이을지를 슬쩍 바라보자 이을지의 표정이 굳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아니 됐다. 너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지. 어떤 놈인지 궁금해서 한번 보려고 했다.”


고갤 끄덕이던 이을지가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직접 보시니 어떠십니까?”


“재미나더군. 애송이에 풋내기고 거짓말도 잘 못하더군··· 그런데 확실히 뭔가 있어.”


“네 무슨···”


“나한테 듣기 좋은 말을 하지 않더군. 놈은 꽂꽂히 지 주관을 지키면서 말하더구나. 그런 놈들은 보통 분위기 파악 못하는 멍청한 놈이 대부분이지.”


“아아.”


“아니면 지 곤조대로 살아도 되는 대단한 놈이거나 말이다.”


그렇게 말하는거 보면 오동선은 꽤나 박민기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약속대로 들려줘! 약속은 지켜야지.”


“아아···”


“그리고.”


[딱!]


검은 바둑돌 하나를 바둑판에 내려놓고선 여러개의 흰 바둑돌을 끄집어내더니.


“을지 넌 이제부터 선영이와 저 놈을 지켜라!”


“그래도 되겟습니까? 전 회장님을···”


“그놈들이 가만 있겠느냐? 이제 판이 온통 뒤 흔들릴텐데···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위험한 순간엔 나서서 도와주거라!”


“알겠습니다.”


“휴우우···”


긴 숨을 뱉어낸 오동선이 다시 입을 열엇다.


“이번 일을 끝으로 너도 이제 네 삶으로 돌아가! 네 아비한테는 내가 그걸 허락했다고 전하고. 알겠느냐?”


“네 그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너도 가 봐!”


“넵!”


이을지가 일어서서 오동선을 향해 고개를 꾸벅숙이고 가게에서 나간다.

바라보지도 않고 오동선은 바둑판을 보며 바둑돌을 내려놓는다.


‘이정도 엮었으면 니들이 알아서 풀어라!’


격랑의 회오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대한민국이 들썩거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모두 자신의 뜻대로 움직였다고 생각한 이들이 장기말이 되곤한다.

누군가의 계획에 따라 누군가가 계산한대로 세상이 움직이고 그런 상황속에서 누군가는 이득을 챙기고 누군가는 비참하게 쓰러진다.


오선영이 걱정되기도 하면서 박민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이을지를 시켜서 이 모든 일을 꾸민건 오동선이었으며 그가 이렇게 움직였던 이유는 조만간 태풍이 몰아쳐 올 것이기 때문이다.

뭐 그 와중에 오선영과 박민기가 정말 사귀고 결혼해도 좋고.


[탁!]


다시 바둑돌을 내려놓으며 궁지에 몰린 대마를 잡아낸다.

혼자서 흑과 백을 동시에 두는 바둑, 흑의 편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백의 편에서도 최선을 다한다. 한사람이 두는 거라 서로 무슨 뜻인지 알고 두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승패는 갈리기 마련이다.


“배정도 이 사람아! 이제 그만 적당히 하게나! 자넨 이미 다 알지 않은가?”


오동선이 마치 앞에 생송전자의 배정도 회장이 앉아 있는 것처럼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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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고래만한 피래미 +1 24.09.17 285 5 12쪽
52 롤플레잉 게임 합시다 +2 24.09.16 313 7 12쪽
» 전설의 인물 +2 24.09.15 363 8 12쪽
50 불루 마불 +1 24.09.14 383 9 13쪽
49 저돌적인 풋내기 기자 +2 24.09.13 404 10 13쪽
48 채권단 지분을 샀다 +2 24.09.12 449 12 12쪽
47 시대가 변하면 사람도 변해야 +2 24.09.11 462 10 12쪽
46 스케일이 너무 커 +2 24.09.10 453 12 12쪽
45 비즈니스를 거꾸로 +3 24.09.09 500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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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남자에 목 메는 여자 +2 24.09.05 648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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