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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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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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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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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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사랑의 결실 vs. 성욕의 부산물

DUMMY

소진이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하는 바람에 한결은 채원과 단둘이 예정에 없던 만찬을 즐기게 됐다.


나간 김에 케이크까지 사가지고 왔다.


집에 도착했을 때 채원은 생각보다 크게 실망한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이렇게 준비했는데 속상하지 않아요?”


채원은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누가 모녀지간 아니랄까 놀라는 모습까지 저렇게 판박이일 필요가 있을까.


“말 안 하고 준비한 내 잘못이지. 작년에 내가 갑자기 저녁 약속이 잡혀서 소진이를 바람맞혔거든.”


아, 그런 히스토리가 있었군요. 당신이 잘못하셨네요.


“근데 이 많은 음식 어떡해요?”


채원은 그런 걸 왜 물어보느냐는 듯 활짝 웃어 보였다.


“우리 아들이 오랜만에 실력 발휘해야지.”

“네, 제가요?”


‘띵.’


채원은 전자레인지에서 방금 데운 갈비찜을 꺼내 왔다.


“자, 엄마랑 같이 먹자.”


아이고, 오늘 힘들게 살 뺐는데··· 식탁 위 음식들의 칼로리만 따져도 대충 1만 칼로리는 넘어 보였다.


한결이 마지못해 자리에 앉자 채원은 급히 냉장고에서 맥주 두 병을 꺼내 식탁 위에 놓았다.


“짠. 플랜B 가동!”


또, 또, 또. 저렇게 웃는다. 채원아, 제발 참아줘!


맥주 브랜드는 ‘버드와이저’.


아니 요즘 누가 버드와이저 같은 맥주를 마시는가 했더니 여기 있었네.


그런데 아직도 버드와이저를 마신다고?


**


[캐나다에서 유학 온 친구가 그러더라고.]

[뭐라고?]

[자기네 나라에서는 버드와이저 절대 안 마신대.]


채원은 신기한 걸 알려준다는 듯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주문한 버드와이저 2명이 기본 안주와 함께 놓여있었다.


[왜, 미국꺼라고 안 마신대?]

[그게 아니라, 미국 지하수가 엄청 오염돼 있어서 그 물로 만든 맥주는 맛이 없대.]

[난 또 무슨 소린가 했네. 미국 땅덩어리가 얼마나 큰데 오염돼 봐야 얼마나 오염됐겠어? 난 입맛이 싸구려라 그런가 버드와이저가 젤 맛있어.]


지오는 버드와이저 뚜껑을 숟가락으로 따더니 쭈욱 들이켰다.


[걔 말이 캐나다가 세계에서 제일 호수가 많대. 북쪽으로 가면 전부 빙하가 녹은 물이고. 빙하로 만드는 캐나다 맥주가 세계에서 제일 맛있다고 자부심이 엄청나더라구.]

[Who cares?]


지오는 마치 미드 주인공처럼 어깨를 으쓱했다.


**


채원과 헤어진 후 지오는 단 한 번도 버드와이저를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그 버드와이저를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엄마는 버드와이저를 마셔요? 너무 촌스러운 거 아니에요?”

“Who cares?”


예전 지오가 어깨를 으쓱했던 것처럼 채원도 어깨를 으쓱했다. 한결은 멍하니 채원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건 아니고, 이 맥주에 추억이 담겨 있어서 그래.”

“무슨 추억이요?”


드디어 내 이야기가 나오려나.


“아들한테 말할 만한 내용은 아냐. 그냥 엄마의 소중한 추억.”


하긴 아빠가 아닌 외간 남자와의 추억을 아들에게 말하는 건 좀 오버긴 하다. 아쉽지만 더 추궁할 수는 없다.


“오늘 엄마랑 맥주 한번 마셔보자. 근데 넌 아직 어린애니까 여기 논알코올 맥주 마셔.”


버드와이저에 논알코올 맥주가 있었던가. 아마 이슬람권 같은 논알코올 맥주 시장이 커지면서 새로 출시한 모양이었다.


“근데 엄마 원래 술 싫어하지 않아요?”

“좋아하진 않지만 아들과 치맥, 이게 버킷리스트 3호야.”


또 버킷리스트. 채원의 버킷리스트는 도대체 몇 호까지 있는 걸까.


“버킷리스트가 매번 즉흥적으로 나오는 거 같은데··· 혹시 10번까지라도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채원은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더니 이내 헛기침을 하며 잔을 다시 들어 올렸다.


“허, 흠. 다 내 맘속에 있어. 자, 짠!”

“근데 뭘 위해서 짠을 하죠?”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채원이 선창했다.


“위하여!”


한결도 잔을 높이 들어 올려 채원의 잔과 부딪혔다.


이런 엄마를 가지고 있었다니 한결 이 행복한 녀석. 머릿속에는 또 다른 엄마의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다.


고통만을 안겨줬던 류지오의 진짜 엄마···


**


류지오는 남들이 보기에 남부럽지 않은 집안의 장남이었다.


아버지 류덕현은 비록 지방대이긴 하지만 교수였다. 어머니 안지연은 남편을 내조하며 아들 둘을 훌륭하게 키운 일등 주부였다.


누가 보더라도 행복한 ‘K-가정’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찰리 채플린이 말하지 않았던가.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지오의 집안이 이 말과 딱 들어맞았다.


엄마로부터 지독한 차별에 시달린 지오의 삶은 비극 그 자체였다.


외부에서 볼 때 지오는 공부 잘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착한 장남이었다. 게다가 서울대까지 진학한, 도무지 차별받을 이유가 없는 아들이었다.


차별을 받는다면 오히려 모든 면에서 형보다 못난 동생 류승오가 차별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안지연은 큰아들을 벌레 보듯 싫어했다.


지오는 그 이유를 초등학교도 가기 전에 눈치챘다.


안지연이 지오를 혼낼 때 항상 ‘너 때문에 신세 망쳤다’를 속사포랩처럼 되뇌었기 때문이었다.


류덕현과 안지연은 대학 같은 과에서 만나 사랑을 키운 커플. 둘 다 교수가 꿈이었다.


공부는 전체 수석으로 입학한 안지연이 류덕현을 압살했다. 교수들도 안지연에게 거는 기대가 훨씬 컸다.


그런데 덜컥 아이를 배고 말았다.


40여 년 전 여자가 임신했다고 하면 ‘커리어가 끝났다’는 말과 동의어였다.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던 안지연은 아이를 지우려 했다.


[당신 이거 초음파 사진 뭐야? 그동안 임신을 숨겼던 거야?]

[덕현 씨, 난 지울 거야. 같이 병원에 가줘.]

[우리 집안 몰라서 그래? 집안 장손이 태어날지도 모르는데 지우자는 게 말이 돼? 남자래 여자래?]

[몰라. 난 애 못키워. 내 공부는 어떡해!]


‘보수의 끝판왕’ 경북 안동 출신에다 집안 장손이었던 류덕현은 안지연의 요구를 일축했다.


[내가 안동에 있는 엄마한테 키워달라고 부탁할게. 자기야, 잘 생각해. 자기 뱃속의 아이는 우리 ‘사랑의 결실’이야.]

[아니, 이 아이는 그냥 ‘성욕의 부산물’에 불과해. 내가 대학원 졸업하고 박사과정이라도 들어갔을 때 애 낳자, 제발.]


류덕현은 도무지 설득이 되지 않자 그녀의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통보해 버렸다.


안지연은 어릴 때부터 신동 소리를 들으며 자란 아빠의 자부심이었다.


집안이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덕현 씨, 미쳤어? 지금 우리 아빠 쓰러져서 병원에 가셨어.]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신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안지연의 부모는 차마 낙태를 종용하지 못했다.


결국 자기들이 키울 테니 출산 후 공부를 계속하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렇게 지오는 우여곡절 끝에 세상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안지연의 아빠는 처음에는 탐탁지 않아 했지만 금세 ‘손주 바보’가 됐다.


**


비극은 지오가 돌을 막 지났을 때쯤 일어났다.


안지연의 부모는 횟감을 사기 위해 인천까지 1톤 트럭을 몰고 가다 만취 운전 중이던 레미콘과 정면 충돌했다.


사고현장 사진을 보고 안지연은 졸도했다.


안지연의 엄마는 현장에서 즉사했고 아빠는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했다.


아기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이날 사고로 부모를 동시에 잃은 안지연은 한동안 제정신을 유지하고 살 수가 없었다.


돌볼 사람이 없었던 지오는 시부모가 살고 있는 안동으로 보내졌다.


당초 호언장담과 달리 시부모는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지오를 안지연에게 보내왔다.


‘아이는 역시 엄마가 키워야 한다’며···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것도 가난한 대학원생 부부에게는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양육은 자연스럽게 엄마의 몫이 됐다.


딸이 세계적 석학이 되길 바랐던 안지연 아빠의 꿈은 그렇게 산산조각났다.


억지로 아기를 낳고 원치 않는 육아를 도맡은 안지연의 맘은 썩어들어갔다.


그때부터였다.


육아에 지친 안지연은 이 모든 일의 원인으로 지오를 탓하며 걸림돌로 여기기 시작했다.


지오는 지오대로 살기 위해 몸부림쳤다.


말을 배우기 전 눈치부터 배우며 엄마의 마음을 얻기 위한 착한 아들이 돼야 했다.


안지연 또한 아이에게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엄마로 사는 게 스트레스였다.


어느 날 안지연은 ‘성욕의 부산물’이 아닌 ‘사랑의 결실’이 있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열 달 후 다섯 살 터울의 동생 류승오가 태어났다.


**


이전까지는 무관심이었다면 동생 출산 후부터는 괴롭힘이 시작됐다.


어린 지오는 그래도 엄마의 마음에 들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


힘든 엄마를 위해 동생을 자기가 돌보면 엄마도 변할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아기가 울었다. 지오는 지체하지 않고 우유를 분유통에다 담아 먹였다.


엄마의 일을 도왔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런데 돌아온 건 분노한 엄마의 매타작이었다.


하필이면 우유가 상해있었다. 그걸 마신 아기는 며칠 동안 설사에 시달렸다.


[앞으로 애기 절대로 만지지 마! 넌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였어.]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 엄마 입에서 나왔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는 평생 머릿속에 각인된 지오의 콤플렉스였다.


초중고를 거치면서도 엄마의 냉대는 계속됐다.


다행히 지오는 뛰어난 머리를 엄마로부터 받았다. 성적은 항상 천상계였다.


집안에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지만 학교에서는 모범생이었다.


교사들뿐 아니라 친구 중 누구도 지오가 집에서 받는 홀대를 상상조차 못 했다.


집안 형편이 풀린 건 지오가 중학생일 때 류덕현이 마침내 교수로 임명되면서부터.


류덕현을 따라 가족 모두 울산에 둥지를 틀었다.


형편이 나아졌어도 학원은 언감생심, 학원 문턱조차 구경 못 했다.


사실 학원이 필요가 없었다. 지오는 학교 수업만으로도 전교 1등을 거의 놓치지 않았다.


이런 지오와 달리 모든 류승오는 평범했다. 안지연은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생에게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덩치가 컸던 류승오는 엄마의 성화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중학교 때 씨름부에 들어가기도 했다.


지오는 울산의 명문고에 진학한 후 첫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했다.


비평준화 지역이었던 울산의 명문고에서 전교 1등은 서울대 입학 프리패스권을 얻은 것과 다름없었다.


자랑스럽게 디민 성적표를 본 엄마의 반응은 냉랭했다.


[잘난 너 때문에 우리 승오가 기가 죽잖니. 그런 성적표는 앞으로 꺼내지도 마.]


비수가 날아와 가슴에 꽂혔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지오는 더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엄마의 사랑을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버텼다.


‘엄마가 못 간 서울대에 합격한다면 엄마도 나를 인정해 줄 거야.’


안지연은 원래 서울대에 충분히 갈 실력이었다.


그런데 고3 때 아빠 사업이 기울면서 4년 전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대학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서울대 졸업장은 안지연을 평생 괴롭혀온 ‘결핍’이었다.


서울대 합격증에도 엄마는 냉랭했다.


지오 동기 중 아들의 입학식에 참석하지 않은 엄마는 안지연이 유일했다.


마지막 희망은 돈이었다. 큰돈을 벌어 엄마를 호강시켜 주면 마음이 바뀌겠지.


지오는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최대한 빨리 사업을 시작해 딱 ‘10대 재벌만큼 돈을 벌겠다’는 목표를···


지오는 학교 창업동아리에 가입했다. 그곳에서 운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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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가족이 더 위험하다 +1 24.08.07 427 11 11쪽
21 21. 한결에게 모든 걸 건다 +1 24.08.07 432 12 12쪽
» 20. 사랑의 결실 vs. 성욕의 부산물 +1 24.08.06 467 13 12쪽
19 19. 신체 건강한 아들, 듬직한 오빠 +1 24.08.05 454 13 12쪽
18 18. 가족의 민낯 +1 24.08.05 464 12 12쪽
17 17. 포섭(包攝) +1 24.08.04 465 13 12쪽
16 16. 사람이 바뀐 거 아냐? +1 24.08.04 477 13 12쪽
15 15. 아들이 널 살렸다 +1 24.08.03 510 14 11쪽
14 14. 전화위복(轉禍爲福) +1 24.08.03 500 13 12쪽
13 13. 독점가격 +1 24.08.02 502 15 12쪽
12 12. 엄마(?)와의 데이트 +1 24.08.02 494 14 12쪽
11 11. 이 자식 잘생겼잖아 +1 24.08.01 512 15 12쪽
10 10. 채원의 기습 뽀뽀 +2 24.07.31 533 18 12쪽
9 9. 한수호 사망의 미스터리 +1 24.07.31 548 19 12쪽
8 8. 찐따의 일기장 +1 24.07.31 549 18 11쪽
7 7. 한결의 데이터가 잘못됐다 +1 24.07.31 566 19 11쪽
6 6. 불청객 +1 24.07.31 573 18 11쪽
5 5. 기억상실 +1 24.07.31 614 20 11쪽
4 4. 너 여전히 찌질하구나 +1 24.07.31 641 19 11쪽
3 3. 귀환(歸還) +1 24.07.31 667 20 12쪽
2 2. 인(因)과 연(緣) +1 24.07.31 694 21 11쪽
1 1. 테헤란로의 마귀 +4 24.07.31 977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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