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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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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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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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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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가족의 민낯

DUMMY

신정호 과장을 포섭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벌써 자료 몇 개를 보내왔다.


세황그룹에서 GC생명과학 같은 작은 회사를 인수하려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외부에 노출된 자료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걸 파악하기 위해 신정호로부터 심층적인 내부 자료를 받기로 한 것이었다.


조만간 최강식을 만나서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최대주주라지만 미성년자인 친구 아들에게 제대로 설명해 줄 것인가.


문득 지난번 회사를 일찍 아들에게 넘기겠다고 말한 채원의 얼굴이 떠올랐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어린 아들에게 그렇게 말했을까.


생애 첫 아들과 데이트가 너무 즐거웠던 모양이었다. 채원은 그걸 한동안 소진에게 자랑하듯 이야기했다.


한결 역시 채원과의 데이트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비록 한결이라는 아들 몸으로 진행된 이벤트였긴 했지만.


류지오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한 건 약간 아쉬웠다.


하지만 일단 벽은 허물어졌으니 언제든 다시 이야기할 기회는 있을 것이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던 길에 사거리 CU 앞을 지나며 지난번 만났던 권규진 패거리들을 떠올렸다.


그날 한결을 괴롭히던 일진 2명을 혼내주긴 했으나 일이 그걸로 끝나지 않을 건 확실했다.


권규진이 아직도 한결을 찾고 있다고 한다. 결국 ‘최종 빌런’ 권규진을 처리해야 끝난다.


그런데 권규진이 과연 한결을 찾고 있는 것일까. 혹시 일기장에 쓰인 대로 소진을 노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도 고등학생인데 그정도 쓰레기일까 생각하다가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미성년자 범죄들이 떠올랐다. 성인 뺨치는 수준의 범죄가 수두룩했다.


게다가 소진은 왈가닥으로 포장돼 실제 미모가 가려진 면이 있다.


제대로 꾸미면 얼마나 예쁠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소진은 채원과 너무도 닮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권규진에 대한 경계심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일단 범죄는 막아야 한다.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


한결은 움직임이 자유로워지면서 마침내 본체를 찾아갈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본체가 살아있는지부터 자기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한결은 아침을 먹은 후 곧바로 서울다산병원으로 향했다.


“특실에 입원해 있는 류지오 씨 면회 왔습니다.”


원무과 직원은 힐끗 한결의 얼굴을 쳐다본 뒤 눈을 컴퓨터 모니터로 향했다.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더니 건조하게 말했다.


“어떤 관계시죠? 저기 면회신청서 작성하세요.”


어떤 관계라고 해야 하나?


‘제 몸이라서 제가 좀 봐야 한다’고 말할 수 없는 노릇. 한수호에게 친구란 말을 쓰기 싫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입원해 계신 분이 아버지 친구분이세요. 아버지 부탁으로 왔습니다.”


한결은 미리 준비한 음료수를 원무과 직원이 볼 수 있도록 들어 보였다.


고등학생이 아버지 심부름으로 왔다는데 더 질문할 이유가 없었다.


“그것만 작성하세요.”


한결은 면회인 이름에 하마터면 버릇대로 ‘류지오’를 쓸 뻔했다.


‘한결’이라는 적은 후 관계에 ‘친구 아들’이라고 쓰고 신청서를 원무과 직원에게 넘겼다.


한결은 글씨가 류지오의 필체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신기하게 생각했다.


‘근육의 움직임도 결국은 뇌의 영역이 틀림없구먼.’


한결은 원무과 직원으로부터 출입증을 건네받은 후 곧장 특실이 있는 20층으로 올라갔다.


혹시나 가족이 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곧바로 병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문 앞을 서성거리고 있을 때 간호사가 병실 문을 열고 나왔다. 간호사가 문을 여는 틈을 포착해 안을 재빨리 스캔했다.


류지오가 링거를 꽂은 채 누워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결은 간호사에게 슬쩍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분 지금 상태가 어떠세요?”


간호사는 건장한 젊은 남자가 불쑥 나타나 질문하자 흠칫 놀라는 눈치였다.


“누구세요? 누구시길래 그걸 묻는 거죠?”

“아, 놀라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누워계신 류지오 씨의 친구 아들인데 대신 병문안을 왔거든요. 한결이라고 합니다.”


최대한 고등학생인 것처럼 발랄하게 말했다.


한결은 목에 걸고 있는 출입증을 들어 보였다. 간호사는 그래도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한결의 위아래를 훑어봤다.


희미해졌지만 얼굴에는 여드름 자국이 미세하게나마 남아 있고··· 덩치는 크지만 고등학생이 확실해 보이자 약간 경계심을 늦췄다.


“지금 몇 달째 의식이 없어요. 그니깐 사고 난 후로 벌써 다섯 달쯤 됐나?”

“많이 편찮으신가 봐요?”

“아니, 교통사고 때 다친 건 다 치료됐는데 이상하게 의식만 돌아오지 않고 있어요. 지금 상태는 의식불명 상태가 아니라 수면 상태예요. 의사선생님들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하세요.”


한결의 겸손한 태도에 경계심이 사실상 다 풀린 듯 간호사는 궁금한 걸 술술 대답해 주었다.


한결과 영혼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어쨌든 본체의 영혼이 비어있다면 자기 몸을 찾는 게 더 쉬울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친구분이 아직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사시는데 누가 간호하고 계시죠? 인사라도 드리고 싶은데···”


간호사는 복도 양 끝을 고개를 돌리며 누군가 찾는 듯했다.


“얼마 전까지 계셨는데 그새 집에 가셨나? 여자친구분이 자주 들르세요. 그리고 요양보호사 이모님 두 분이 번갈아 가며 환자분을 돌보고 있어요.”


지오의 여자친구라면 서윤진 변호사였다.


의식불명 6개월째인데 아직도 찾아온다고? 대외적으로 여자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했다. 일단 동거까지 하고 있었으니.


그래도 계약연애를 하고 있는 ‘FB(friends with benefit)’ 정도로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그녀는 진지했던 걸까.


대형병원 특실에 입원해 간병인 2명이 하루 24시간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류지오 명의로 가입한 보험성 신탁 덕분이었다.


세금 아끼려고 가입한 건데 이렇게 도움이 되네. 하성일이 잘 처리한 모양이군.


일단 이 신탁은 수익자의 숨이 멎을 때까지 가동되므로 의사 말대로 잠을 자고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나빠질 일은 없었다.


간호사가 떠난 뒤 한결은 조심스럽게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류지오의 병상에는 50대 간병인이 환자의 팔과 어깨를 계속 주무르고 있었다.


몇 달째 움직이질 않았으니 근육경직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모님, 제 몸 잘 부탁드립니다.


한결이 천천히 병상으로 다가서자 간병인은 마사지를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한결은 경계심을 풀라는 의미로 싱긋 웃었다.


“안녕하세요. 전 이 환자분 친구 아들 한결이라고 합니다. 아버지 대신 병문안 왔어요.”

“지금까증 친구는 한 명도 없었는디 첨 보는구먼. 근디 친구도 아니고 친구 아들이라고?”


간병인은 별 경계심 없이 말했다.


“그럼 친구도 안 오고 주로 누가 오셨어요?”


간병인은 다시 팔 마사지를 시작하며 잠시 생각하는 듯 고개를 45도 각도로 들었다.


“글씨다. 고문변호사라는 양반이 자주 왔고, 그 예쁜 변호사 아가씨도 여러 번 왔고··· 회사 사람들도 돌아가면서 여러 명 왔는디.”


한결은 병상에 바짝 다가서서 자기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다.


분명 새근거리며 잠자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아니라 실제 자기의 얼굴을 볼 수 있다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다시 내 몸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가족이 떠올랐다.


간병인이 열거한 면회객 중에 가족은 쏙 빠졌다.


보통의 경우 병실은 가족들이 보호자로 자리를 지킨다.


“그런데 가족분들은 아무도 안 오셨나요?”


간병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몰러. 지금껏 한 두어 번 왔나?”

“겨우 두어 번이요?”

“내가 본 것만 그러니께 더 왔을 수는 있어.”


예상은 했지만···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근디, 그나마도 1시간도 안 보고 그냥 갔어.”


한결은 맥이 탁 풀렸다.


그래도 아들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엄마라면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와 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한결의 표정이 좋지 않자 간병인은 마치 가족 대변인인 양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집 아바이가 몸이 편찮은 가벼. 그래서 시간을 많이 낼 수 없다고 하는 말을 언뜻 들은 거 같어~”


아버지가 편찮으시다고?


2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아 이미 거동이 불편하다는 말은 전해 들은 바 있었다.


아버지 때문에 자주 못 들렀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그런데 아무리 대범한 척 정신승리를 하려 해도 우울감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뒤돌아서서 병실 밖으로 나올 때 잔뜩 풀이 죽은 걸 숨길 수는 없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간병인은 친구 아들이 환자와 어떤 특별한 관계가 있으리라 짐작하는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토록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을 수가···


간병인은 문밖으로 나가던 한결을 급히 불러 세웠다.


“아참, 학상.”

“왜요?”


뭔가 희망적인 말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기대하며 돌아섰다.


간병인은 불러놓고 정작 말을 해야 할지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러다 힘겹게 입을 뗐다.


“그라고,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몰 것는디.”

“해주세요.”


마음이 급한 한결은 간병인의 말을 잘라먹으며 재촉했다.


“이분 엄니란 사람하고 동생이란 사람이 얘기하는 걸 들었는디··· 참나 이거 원··· 원체 숭한 야그라···”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다음에 혹시라도 그분들 만나면 절대 내색마쇼잉~ 친구 아들이라니께 친구분은 알고 있어야 할 거 같아서리···”

“약속할게요.”

“이건 그날 간호사쌤한테 뭐 받으러 갈 게 있어서 가다가 둘이 야그하는 걸 우연찮게 들은거여.”


**


[엄마, 의사가 뭐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지금 회복 중이래.]

[근데 왜 안 깨어나?]

[그건 엄마도 모르겠다. 의사들도 이런 경우는 첨 보는 거라는데··· 여튼 지금 누워있는 건 의식불명이 아니라 잠자는 거래. 몇 달째 잠만 자고 있대 글쎄··· 휴우.]

[아, 저렇게 있으려면 그냥 죽지··· 그 많은 재산은 어찌 되는 거야? 변호사는 알아봤어?]

[알아봤는데 방법이 없어. 살아있으면 어쩔 수가 없대.]

[아, 씨. 지난번 주식에 돈 박았다가 지금 거덜 나게 생겼어. 당장 8억 넣지 않으면 청산당하는데···]

[또 주식 했어? 지난번에 집 전세로 돌리면서 남은 돈 줬는데 그걸 다 날린 거야?]

[몰라, 이번에는 확실하다고 했단 말이야. 엄마는 돈 더 없어?]

[지금 아빠 병원비로 들어가는 돈만 해도 얼만데··· 때려죽여도 돈 없어.]

[지금 사는 집 전세금이라도 빼서 주면 안 될까? 월세 살면 되잖아.]

[얘가 점점. 넌 엄마 아빠가 길바닥에 나앉는 꼴 봐야겠니?]

[안그럼 우리 가족이 나앉게 생겼는데 어떡해? 당장 내일부터 애들한테 학용품 사줄 돈도 없어. 그니깐 지난번에 형한테 돈 좀 더 땡겼어야지. 꼴랑 집 한 채 받으면 어떡하냐고?]


**


간병인의 말을 요약해서 재구성하면 대충 이런 대화가 오간 것으로 보였다.


가족끼리 대화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엄마가 왔다고 해서 한 가닥 기대를 걸었는데··· 돈 때문에 아들이 죽기를 원한다고? 그리고 고작 집 한 채?


그 집은 청담동에 있는 80억 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빌라였다.


한결의 표정이 너무 좋지 않자 간병인의 마음이 오히려 불편해졌다.


“저그 학상, 나가 잘못 들었을 수도 있응게···”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아버지 친구분 잘 좀 부탁드릴게요.”

“그랴, 나야 돈 받고 하는 일잉게···”


한결은 꾸벅 허리를 굽힌 뒤 엘리베이터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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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가족이 더 위험하다 +1 24.08.07 424 11 11쪽
21 21. 한결에게 모든 걸 건다 +1 24.08.07 428 12 12쪽
20 20. 사랑의 결실 vs. 성욕의 부산물 +1 24.08.06 461 13 12쪽
19 19. 신체 건강한 아들, 듬직한 오빠 +1 24.08.05 450 13 12쪽
» 18. 가족의 민낯 +1 24.08.05 461 12 12쪽
17 17. 포섭(包攝) +1 24.08.04 462 13 12쪽
16 16. 사람이 바뀐 거 아냐? +1 24.08.04 474 13 12쪽
15 15. 아들이 널 살렸다 +1 24.08.03 508 14 11쪽
14 14. 전화위복(轉禍爲福) +1 24.08.03 498 13 12쪽
13 13. 독점가격 +1 24.08.02 499 15 12쪽
12 12. 엄마(?)와의 데이트 +1 24.08.02 491 14 12쪽
11 11. 이 자식 잘생겼잖아 +1 24.08.01 509 15 12쪽
10 10. 채원의 기습 뽀뽀 +2 24.07.31 529 18 12쪽
9 9. 한수호 사망의 미스터리 +1 24.07.31 544 19 12쪽
8 8. 찐따의 일기장 +1 24.07.31 545 18 11쪽
7 7. 한결의 데이터가 잘못됐다 +1 24.07.31 560 19 11쪽
6 6. 불청객 +1 24.07.31 568 18 11쪽
5 5. 기억상실 +1 24.07.31 610 20 11쪽
4 4. 너 여전히 찌질하구나 +1 24.07.31 636 19 11쪽
3 3. 귀환(歸還) +1 24.07.31 662 20 12쪽
2 2. 인(因)과 연(緣) +1 24.07.31 687 21 11쪽
1 1. 테헤란로의 마귀 +4 24.07.31 972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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