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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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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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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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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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독점가격

DUMMY

5층 남성복 매장에 있는 물품보관소에 이날 산 옷들을 모두 넣은 뒤 2층 명품관으로 향했다.


2층에는 구찌, 디올, 샤넬, 에르메스 등 화려한 명품숍들이 모든 부스를 점령하고 있었다.


채원은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옷들을 둘러보며 옆에서 쉬지 않고 수다를 떨었다.


“아들, 저 옷은 어때? 엄마한테 어울릴 거 같아?”

“엄마한테 안 어울려요.”

“그럼, 저건?”


한결은 말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러다 루이뷔통 매장에 디스플레이 돼 있는 검은색 캐시미어 코트가 눈에 들어왔다.


“저기 한 번 가볼까요?”


채원을 루이뷔통 매장으로 안내할 때 채원의 전화벨이 울렸다.


“어, 회사에서 전화 왔네. 아들, 혼자서 좀 고르고 있어. 엄마 전화 좀 받고 올게.”


**


옷들을 이리저리 살피던 한결은 문득 사고 나기 전 애인 서윤진 변호사와 함께 쇼핑왔을 때가 떠올랐다.


‘쇼핑 중독자’ 서윤진은 백화점 매장을 휩쓸고 다녔다. 처음에는 같이 옷도 봐주곤 했지만 쇼핑으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나중에는 그냥 법인카드 하나를 주고 맘대로 사라고 했다. 사용액을 기준으로 한다면 서윤진은 대한민국 모든 백화점의 ‘VVVIP’이리라.


그런데 지금은 채원의 옷 한 벌 사주지 못하고 골라줘야 하는 신세라니. 한결은 옷을 보다 갑자기 헛웃음이 나왔다.


이리저리 둘러봤지만 처음 봤던 검은색 캐시미어 코트가 채원에게 가장 어울릴 것 같았다. 가격을 보니 1,000만원이었다.


과연 채원이 1,000만원짜리 옷을 살 것인가.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이 옷을 고르기로 했다. 그때 뒤에서 남녀 한 쌍이 나타나 검은색 캐시미어 코트를 이리저리 살펴봤다.


“Is it OK?”

“I think it's good.”

“How’s the price?”

“It's a little expensive, but I got some money yesterday.(약간 비싸긴 한데 어제 돈 좀 땄어.)”


남자는 한국인이고 여자는 재미교포 같아 보였다. 차라리 한국말로 하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영어 실력 자랑하듯 크게 떠들어댔다.


“얼마나 땄길래?”

“정선 돈 쓸어왔지.”

“정말? 그럼 이 옷 사도 돼?”

“그럼.”


여자는 너무 기뻤는지 남들이 보든 말든 남자를 껴안고 볼에다 뽀뽀세례를 했다.


그런데 그 옷은 전국 매장을 통틀어 딱 하나 남은 옷이었다. 여자는 키가 대충 175cm는 돼 보이는 글래머였다.


DP된 옷은 175cm의 글래머가 입기에는 좀 작았다. 여자는 입맛을 다시며 캐시미어 코트를 다시 옷걸이에 걸었다.


커플의 대화는 워낙 데시벨이 높아 듣지 않을래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남들은 영어 리스닝이 안 된다는 확신을 가진 게 분명했다.


“근데 회사는 어떻게 해? 잘렸어?”

“인사위원회 결과 권고사직으로 결정 났어. 그래서 의원면직 처리해달라고 했어.”

“왜? 회삿돈 횡령했다는 이유로?”

“좀 가져다 썼다가 돈 따서 다시 채워놨는데 회삿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걸 문제 삼더라고. 쪼잔한 놈들.”

“앞으로 어떻게 해? 와이프도 잘린 거 알아?”

“걔는 아직 몰라. 이번에 한국 들어오면 말해줘야지.”

“굳이 말할 필요 있어?”

“걔 언니, 즉 처형이 제법 큰 회사 사장이야. 언니한테 내 자리 하나 알아봐달라고 부탁해야지.”

“잘될 거 같아?”

“내가 또 스펙은 되잖아.”


둘은 매장 밖으로 나갈 때까지 큰 소리로 주변 사람들 영어 듣기평가를 강제했다.


이제 좀 조용해졌나 싶어 옷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매장 안이 시끌벅적해졌다.


“영화배우 아냐?”

“조미연이다, 조미연.”


영화배우 조미연이 한껏 치장한 채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실내에서 선글래스를 벗지 않음으로써 자기가 ‘셀럽’이라는 확실한 신호를 보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관심을 즐기는 듯 조미연은 천천히 매장을 둘러봤다. 바깥에는 조미연의 보디가드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 둘이 문을 지키고 서 있었다.


최전성기를 지났다고는 하지만 영화배우는 영화배우였다. 매장을 포함해 주변 모든 여성을 한순간 오징어포로 만들어버렸다.


한결도 잠시 넋을 잃고 조미연의 미모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때 한결과 조미연의 눈이 마주쳤다. 조미연은 갑자기 성큼성큼 한결 앞으로 다가왔다.


한결은 순간 당황해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런데 다짜고짜 한결이 들고 있던 옷을 낚아챘다.


“여기 있었네. 이거 제가 가져도 되죠?”


순간 너무 벙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했다. 조미연은 그 옷을 들고 그대로 카운터로 걸어갔다.


“잠깐, 잠깐만요.”


조미연은 걸음을 멈추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아하게 뒤돌아섰다.


“왜요? 아, 사인을 안 해드렸구나. 종이 주세요.”


뭐래니?


“사인이라뇨. 그 옷 돌려주세요. 제가 사려던 거예요.”


조미연은 자신의 호의를 무시한 고등학생의 행동에 기분이 팍 상했다.


“이 옷 말이에요? 이거 내가 찜했던 건데.”

“내가 먼저 찜했잖아요. 제가 들고 있는 걸 그쪽이 빼앗아 갔잖아요.”

“학생이 이 옷을 사려고 했다고? 이 옷이 얼마인지는 알고?”


조미연은 한결의 꾀죄죄한 행색을 보고 돈이 없으리라 지레짐작했다. 어느새 말도 짧아져 있었다.


“아씨, 사람 무시하나. 얼마든 내가 사겠다는데 뭔 상관이에요?”


고등학생 정도 돼 보이는 어린애가 또박또박 말대꾸하자 조미연은 자신의 무례함을 잊은 채 오히려 역정을 냈다.


“학생, 잘 모르나 본데 이 옷은 천만원이 넘어. 사고 싶다고 아무나 살 수 있는 게 아냐. 그리고 이 옷은 지금 전국에 하나밖에 남지 않았어. 그래서 내가 사려고 지금 부리나케 달려온 거고.”

“그거야 댁 사정인거고.”


상대가 거의 반말을 하자 한결도 더 이상 존대만 하면서 응대할 수 없었다.


“댁? 어른한테 댁?”

“어른이 어른다워야지. 이건 분명히 내가 먼저 골랐는데 왜 채가는 거죠?”


조미연은 뚜껑이 열린 듯 선글래스를 벗어 재꼈다. ‘방귀 낀 놈이 성낸다’더니 조미연의 사고구조는 일반인과 달랐다.


“이 옷은 내가 아침에 검색해서 여기 이 매장에만 있다는 걸 알고 달려 온 거야. 오늘 촬영 스케줄 있었는데 그걸 취소하고서.”

“말이 되는 소릴 하세요. 아, 그럼 나도 내가 사고 싶은 거 있으면 그냥 속으로 ‘찜’하면 되겠네요.”

“아무튼 난 이 옷을 사기 위해 포기한 게 너무 많아. 그니까 학생이 양보해.”


논리적으로는 자기도 말이 안 된다는 걸 아는지 이제 생떼를 쓰기 시작했다.


“싫은데요. 저도 그 옷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조미연이 오른쪽 눈을 씰룩거렸다.


“도대체 누가 입을 건데? 학생이 입을 건 아니잖아.”

“우리 엄마요.”


엄마라는 말에 조미연은 매장이 울릴 정도로 크게 웃었다.


“엄마? 엄마라고? 학생 엄마면 40대 아니면 50대 아줌마라는 얘긴데. 과연 이 옷을 소화할 수 있을까. 이런 옷은 나처럼 몸매가 완벽한 사람들이 입는 거야. 괜히 학생 엄마가 이 옷 입었다가는 옷 망가져.”


한결은 조미연의 몸을 위아래로 쭉 훑어봤다. 앞의 대화가 없었다면 치한으로 오해받을 정도의 노골적인 ‘시선강간’이었다.


한결은 아주 배부르도록 몸매 감상을 한 후 ‘풋’ 하고 웃음소리를 냈다.


“아줌마도 별거 없는데요. 우리 엄마랑 비교해서 뭐 그닥···”


‘아줌마’라는 말과 ‘별거 없다’는 말에 조미연은 폭발했다.


“야, 뭐라고? 아줌마? 별거 없어?”


자기를 지켜보는 시선이 얼마나 많은지 전혀 신경 안 쓰는 것 같았다. 셀럽으로서 공공장소 처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녀의 단세포적인 반응에 관중은 ‘유튜브각 나왔다’며 열광했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어느새 스마트폰을 켜 이 광경을 영상에 담고 있었다.


“잠깐만요, 비키세요. 들어갈게요.”


문 앞을 지키던 근육덩어리 2명이 급히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백화점 고위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튀어왔다.


“사모님, 안녕하십니까. 김홍재 상무입니다.”


세황백화점 경영기획본부장이 직접 매장으로 내려왔다. 조미연은 세황백화점 사장 한기호의 두 번째 부인이었다.


김홍재는 일단 근육덩어리들과 직원들에게 안에 있는 사람들을 내보내라고 지시했다. 김홍재가 오자 천군만마를 얻은 듯 조미연은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니까 저 싸가지 없는 애한테 양보하라고 하세요.”


김홍재는 난처했다. 아무리 어린애라고 하지만 엄연한 백화점의 고객.


김홍재는 한결에게 다가가 꾸벅 인사를 건넸다.


“말씀은 다 들었습니다. 학생께서 이 옷 양보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눈곱만큼도 없어요. 저도 엄마를 위해 힘들게 고른 거라.”


고등학생의 단호박 같은 대답에 김홍재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다시 조미연이 한결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지갑에서 수표 하나를 꺼내 한결 손에다 쥐어줬다.


“이게 뭐예요?”

“돈. 보다시피.”


수표를 펼쳐보니 1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였다.


“이걸 왜 저한테 주는 건데요?”

“이 옷 학생이 샀다가 나한테 되판 걸로 해. 중고를 백만원이나 더 얹어서 팔았다면 학생 입장에서는 엄청난 이득 아냐?”


기적의 계산법이었다. 돈이면 뭐든 가능하다는 논리구조 속에서 이 제안은 ‘퍼펙트’했다.


한결은 콧방귀를 뀌며 수표를 다시 고이 접어 조미연에게 되돌려줬다.


“정중히 사양합니다. 이 옷의 가치는 이제 가격표를 기준으로 산정할 수 없게 됐습니다.”

“야, 백만원이야. 백만원.”

“그 정도 가지곤 안 된다니까요. 시장가격은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공기도 필요하면 돈 주고 사야 하는 법이죠. 이 코트는 이제 희소해진 자원입니다. 그걸 누군가 절실히 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옷의 가격책정은 이제 제 맘입니다.”

“도대체 무슨 말이야? 쉽게 말해.”

“지금 이 옷은 조미연 배우님에게만 적용되는 가격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게 바로 ‘독점가격’입니다.”


조미연은 피식 웃었다.


“그럼 얼마를 더 달라고?”

“그건 배우님이 정하셔야죠. 제가 만족할 만한 액수를 제시해 보세요.”


조미연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한결은 사실 다른 옷을 고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미연의 건방진 행동이 이 같은 참사를 빚었다.


김홍재도 발을 동동 구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일이 한기호의 귀에라도 들어가는 날에는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다.


아니, 이미 결과는 정해졌다. 지금 이 광경을 촬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유튜브에 영상을 안 올릴 이유가 없다.


“시간이 많이 없으니 기회는 딱 세 번으로 하죠. 만약 세 번의 기회 안에 만족할 만한 액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저는 미련 없이 이 옷을 들고 사라질 겁니다.”


도무지 10대 청소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침착함과 대범함이었다. 한결이 침착한 만큼 조미연은 다급했다. 이 옷을 사려고 미뤄둔 스케줄이 몇 갠데···


“도대체 얼마를 달라는 거야? 힌트라도 줘봐.”

“이게 무슨 퀴즈숀줄 알아요? 힌트를 주게.”


처음에는 조미연이라는 슈퍼스타가 명품매장에서 고등학생과 말싸움을 하는 게 신기해서 지켜봤다. 그런데 이제 이 광경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은 그 결과가 궁금해졌다.


조미연이 과연 얼마를 제시할 것인가. 그리고 학생은 그 액수에 만족할 것인가.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사라졌다. 모두 퀴즈쇼 마지막 문제 정답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이천만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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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가족이 더 위험하다 +1 24.08.07 424 11 11쪽
21 21. 한결에게 모든 걸 건다 +1 24.08.07 429 12 12쪽
20 20. 사랑의 결실 vs. 성욕의 부산물 +1 24.08.06 462 13 12쪽
19 19. 신체 건강한 아들, 듬직한 오빠 +1 24.08.05 451 13 12쪽
18 18. 가족의 민낯 +1 24.08.05 461 12 12쪽
17 17. 포섭(包攝) +1 24.08.04 462 13 12쪽
16 16. 사람이 바뀐 거 아냐? +1 24.08.04 474 13 12쪽
15 15. 아들이 널 살렸다 +1 24.08.03 508 14 11쪽
14 14. 전화위복(轉禍爲福) +1 24.08.03 498 13 12쪽
» 13. 독점가격 +1 24.08.02 500 15 12쪽
12 12. 엄마(?)와의 데이트 +1 24.08.02 491 14 12쪽
11 11. 이 자식 잘생겼잖아 +1 24.08.01 509 15 12쪽
10 10. 채원의 기습 뽀뽀 +2 24.07.31 529 18 12쪽
9 9. 한수호 사망의 미스터리 +1 24.07.31 544 19 12쪽
8 8. 찐따의 일기장 +1 24.07.31 545 18 11쪽
7 7. 한결의 데이터가 잘못됐다 +1 24.07.31 561 19 11쪽
6 6. 불청객 +1 24.07.31 569 18 11쪽
5 5. 기억상실 +1 24.07.31 610 20 11쪽
4 4. 너 여전히 찌질하구나 +1 24.07.31 636 19 11쪽
3 3. 귀환(歸還) +1 24.07.31 662 20 12쪽
2 2. 인(因)과 연(緣) +1 24.07.31 688 21 11쪽
1 1. 테헤란로의 마귀 +4 24.07.31 972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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