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새글

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31 00:13
최근연재일 :
2024.09.19 08:00
연재수 :
79 회
조회수 :
25,174
추천수 :
983
글자수 :
425,663

작성
24.07.31 06:00
조회
636
추천
19
글자
11쪽

4. 너 여전히 찌질하구나

DUMMY

다음날에도 진채원은 밤 10시가 다 돼서야 병실에 도착했다.


전날 아들이 깨어났다는 소식에 급히 병실에 들렀지만 눈 뜬 모습은 몇 초도 보지 못했다. 밤새 잠자는 모습만 보다 아침에 출근했다.


이날은 꼭 깨어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으로 최대한 서둘렀다.


“결이 깨어났니?”


채원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아들의 상태부터 물었다.


“아니, 낮에는 오랜 시간 깨어 있었는데 저녁부터 다시 혼수상태야.”


소진의 말에 한결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던 간호사가 급히 끼어들었다.


“혼수상태가 아니라 지금 잠자고 있는 거예요.”


이봐요, 조크예요 조크. 저 간호사는 너무 유머가 부족해, 흥!


혼수상태란 말에 깜짝 놀랐던 채원은 소진에게 눈을 흘기며 간호사에게 물었다.


“그럼, 언제 깨어나죠?”

“그건 저도 잘··· 좀 있으면 의사선생님 오시니까 그때 여쭤보심 돼요.”


간호사는 링거액을 교체하고 바인더에 환자의 상태를 적은 후 가벼운 묵례를 하고 문밖으로 나갔다.


간호사가 나가는 것과 동시에 최강식이 급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결이 깨어났다며, 좀 어때?”

“지금 잠을 자고 있대요. 낮에는 계속 깨어 있었대요. 정말 다행이에요.”


그제야 소진이 있다는 걸 눈치챈 듯 강식은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보시다시피 안녕하지 못해요.”


가시가 잔뜩 돋친 반응이었다.


최강식은 약간 무안한 듯 흔들던 손을 슬그머니 내렸다.


“너 강식이 삼촌한테 무슨 말버릇이니?”


소진의 이런 행동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아빠가 죽은 후 부쩍 엄마와 최강식이 붙어 다녔다. 회사 일 때문이라는 건 당연히 핑계.


무엇보다 아직 마음에서 아빠를 완전히 보내주지 않았는데 다른 남자가 엄마 옆에 있는 것 자체가 싫었다.


게다가 최강식은 전처와 이혼한 후 지금껏 싱글. 여자의 촉감은 최강식이 엄마를 여자로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애틋하다, 애틋해. 저 눈빛이 어딜 봐서 사무적인 눈빛이야?


소진은 절대 사과할 수 없었다.


“아니, 엄마. 진짜 안녕하지 못해서 그렇게 말한 건데 왜 그래? 여기 봐 여기.”


소진은 엄마의 말에 잔뜩 짜증이 난 듯 입안의 상처를 보여주며 말했다.


그제야 채원도 소진의 얼굴이 평소 같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급히 딸 얼굴을 여기저기 살피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다 다쳤니? 친구랑 싸웠어?”

“친구? 잘난 사촌 재진이한테 맞았어. 그것도 개 맞듯이···”


입술까지 터진 상황인데도 소진은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채원은 순간 멈칫했다.


시댁식구들과 웬만하면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딸을 폭행한 것까지 참을 수는 없다.


“재진이 엄마한테 전화해서 사과라도 받아야겠다. 어떻게 여자애 얼굴을 이렇게···”


소진의 생각에 엄마의 말은 실현 가능성 ‘제로’.


“됐어. 걔 엄마라고 해봐야 계몬데 신경이나 쓰겠어? 나 괜찮으니까 그 집구석이랑 더 엮이지 마. 난 엄마가 그 사람들한테 무슨 소리 듣는 게 더 싫으니까.”


**


최강식은 품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켰다.


“이거 좀 봐. 요즘 잠잠했는데 또 세황 쪽에서 뭔가 작업을 하는 것 같아.”


최강식이 보여준 화면에는


<미FDA, GC 신약 승인 보류 가닥··· 미국 수출 불투명>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떠 있었다.


“내일자 고려일보 경제섹션 1면 톱기사야. 내용은 더욱 악의적이고···”


깜짝 놀란 채원은 서둘러 기사를 읽어보기 시작했다.


제목과 달리 기사에는 미국 FDA를 취재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최근 증권가에서 떠돌던 지라시를 짜깁기 해 기사 형태로 옮겨 놓았을 뿐이었다.


고려일보는 국내 최대 신문사. 이 기사가 그대로 나간다면 내일 주가 대폭락은 불가피했다.


“우리한테 취재가 왔었나요? 왜 보고가 안 됐죠?”

“우리 쪽으로 전혀 취재가 없었어.”


도대체 어떤 간 큰 기자이길래 해당 업체도 취재하지 않고 이따위 기사를 쓸 수 있을까.


“기자가 누구예요? 우리 반론은 전달했나요?”

“산업부 재계팀장 채정훈 차장. 그동안 우리 회사에 대해 악의적인 기사를 도맡아 썼던 기자야. 홍보대행사에서 우리 입장을 전달했다는데 얼마나 반영될지는···”


아무리 세황의 입김이 세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일 수 있나.


“정정보도는요? 언론중재위는요? 무슨 수든 써야죠.”


채원이 다그침에 강식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소송해봐야 법원에서 국민의 알권리라던가 공익목적 등의 이유로 기각하는 경우가 많아. 게다가 고려일보랑 척지는 건 자칫 자살행위가 될 수 있어.”


채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따지듯 물었다.


“도대체 이따위 소설에서 무슨 공익목적을 찾을 수 있죠?”

“FDA가 승인을 보류할 수 있다는 건 어쨌든 0.1%라도 가능성이 있으니···”

“아니 도대체 부사장님은 누구 편이에요? 왜 나쁜놈을 감싸는 거예요?”


옆에서 듣고 있던 소진이 발끈했다.


전에는 삼촌이었지만 지금은 최강식을 철저하게 부사장이라 불렀다.


채원이 하고 싶은 말을 딸이 대신 해준 격이었다. 그렇다고 어른한테 대드는 것은 선을 넘은 행동이었다.


“얘가 어른들 얘기하는데 버릇없이···”

“아니, 어린애가 들어도 말이 안 되니까 하는 말 아냐.”


**


진작부터 잠에서 깬 지오는 누워서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채원과 채원을 닮은 딸. 그리고 남자 하나.


채원의 회사에 부정적인 기사가 실린 모양이었다. 그런데 한수호는 어디 가고 채원이 사장노릇을 하는 걸까.


남자는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대학 같은 과 동기 최강식. 한수호와 함께 삼총사라 불렸던 한때의 절친.


채원이 한수호와 결혼을 하면서 지오만 따로 떨어져 나왔을 뿐 나머지 셋은 그대로였다.


지오가 한수호와 갈라섰을 때 최강식은 한수호 쪽을 택했다. 재벌 2세라는 배경에다 회사를 창업하는 시기였으니 그쪽이 떡고물이 더 클 거라 생각했겠지.


그걸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후 행보는 아쉬웠다.


한 번 연락은 할 수 있었잖아?


게다가 대학 동창회 등에 나가서 지오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고 들었다. 지오의 행방을 묻는 동창들의 물음에 ‘외국에서 실종됐다’고 말했다지?


자기 딴에는 농담이라고 씨부렸겠지만 그걸 들은 다른 동창들은 황당해했다.


오타쿠 새끼, 기껏 사람 만들어 놨더니···


그런데 아직까지 한수호의 뒷꽁무니만 쫓아다니는 거냐.


아니면 채원의 뒷꽁무니를?


그런데 이 새끼 채원이 옆에 너무 붙어 있는 거 같은데. 아직도 옆에서 헛물만 계속 켜고 있는 거냐.


찌질하게 사는 건 여전하구나, 최강식.


지오는 채원과 대화하는 최강식의 목소리에서 어떤 위화감이 느껴졌다. 뭔가 걱정스러워하는 대화 내용과 달리 말투에는 걱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위화감은 한참 전에도 느낀 적 있었다.


**


[너 집에 안 가고 여기 계속 있었냐?]


지오는 전날 갑작스러운 폭우로 발이 묶여 채원과 하룻밤을 지낸 후 집으로 돌아오던 참이었다.


[당일치기 여행이라더니 어째 1박2일로 다녀온 거야?]


지오의 원룸에서 밤새 리니지 게임을 돌리고 있던 최강식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물었다.


[그렇게 됐어. 근데 너 집에 안 가냐?]

[집에 오자마자 축객령이냐? 집주인 없을 때 복날 개 마냥 집 지켜줬더니···]

[피곤해서 좀 자려고 그런다.]

[그냥 자. 난 조용히 게임만 하고 있을게. 곧 공성전 해야 하는데 자릴 비울 수 없어.]


그때 지오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 채원아. 그래, 집에 도착했어. ··· 넌? ··· 아빠한테 혼나지 않았어? ··· 그래, 다행이네. 혜원이한테 고맙다고 꼭 전해줘.]

[채원이가 아빠한테 혼났어?]

[관심 꺼라.]


최강식은 포기하지 않았다.


[썰 좀 풀어봐라. 내가 인마, 낙이 뭐가 있겠냐. 남들 연애 이야기 들으면서 대리만족 하는 게 단데.]


지오는 한심하다는 듯 최강식을 쳐다봤다.


[당장 컴퓨터를 끄고 소개팅이라도 받아 봐. 맨날 게임만 처하고 자빠졌으니 어느 여자가 좋아하겠냐. 게임 속 캐릭터랑 결혼할 거 아니면 당장 진짜 사람을 만나.]


지오의 강력한 디스에도 최강식이 느끼는 타격감은 제로에 가까웠다.


[난, 연애 포기했어. 아무리 용써 봐야 안 되는 놈은 안 되는 게 연애야. 키는 호빗에다가 하늘이 머리숱까지 가져갔는데 어쩌겠어?]


최강식의 징징거림에 지오는 포기한 듯 일어나 앉았다.


[그니까 제발 운동이라도 해. 몸이라도 만들면 여자들이 붙지 않겠냐?]

[근육질 호빗이나 통통한 호빗이나 일반인이 보기에는 똑같아. 군바리가 군복에 칼각 잡는다고 일반인 여성이 눈길이나 주냐? 다 자기만족일 뿐.]

[자알 났다, 참 잘났어.]


지오는 담배에 불을 붙인 뒤 연기를 깊이 빨았다.


[원래 계획은 멋지게 프러포즈만 하고 돌아오는 거였지. 근데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바람에 출발 못 했어.]

[오옷, 폭우가 사랑의 메신저였구만.]


최강식의 설레발에도 지오의 표정은 약간 어둑어둑했다.


[뭐냐? 혹시 거사를 제대로 못 치렀냐? 그니까 내가 평소에 연습 좀 하라니까.]


지오는 최강식에게 1회용 라이터를 집어던졌다.


[야 인마. 아무리 친구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란 게 있어. 이 새끼 여자를 사귀어 봤어야 알지. 채원이 프라이버시도 되는데 그걸 묻고 자빠졌냐?]

[새끼, 더럽게 비싼 척하네.]


최강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냉장고에서 맥주 2캔을 꺼냈다.


[이거나 마시면서 풀스토리, ‘19금 양념’ 좀 팍팍 쳐서 풀어 봐.]

[공성전 한다며? 자리 비우면 욕 듣는 거 아냐?]

[내 알 바야? 지들끼리 알아서 하겠지.]


최강식은 마우스를 움직여 종료 버튼을 누른 후 바닥에 앉았다.


[너 같은 새끼들 때문에 우리나라가 발전을 못해. 나 하나쯤이야 하는 그따위 행동. 나머지 길드원들은 뭐가 되냐, 새꺄.]

[얼굴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의리? 갑자기 엄크 떴다고 말하면 돼.]

[니가 고삐리냐? 뭔 엄크. 나도 게임하다 이런 놈 만날까 겁나네.]

[됐고, 썰이나 풀어 봐.]


지오는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연기를 ‘후’ 하면서 내뿜었다.


[프러포즈는 했는데 확실한 승낙을 못 받았어.]


그 순간 최강식의 눈빛이 반짝였다.


[하룻밤 보냈으면 끝난 거 아녀?]

[야 이 새꺄, 그러니까 니가 여자가 없는 거야. 지금이 조선시대냐? 한 번 잤다고 결혼해야 해?]


최강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머리를 긁적인 후 지오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너, 다음 주 배낭여행 떠나잖아. 6개월도 더 걸릴 건데 프러포즈 결과도 받지 않고 괜찮겠어?]


배낭여행을 언급할 때였다. 최강식으로부터 뭔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위화감을 느낀 게.


‘괜찮겠어?’라는 말과 달리 말투에서는 전혀 걱정이란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배낭여행은 최악의 선택이 됐다.


배낭여행을 떠난 후 보름만에 다시 한국에 귀국하게 됐다.


한수호와 채원이 결혼을 약속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22. 가족이 더 위험하다 +1 24.08.07 424 11 11쪽
21 21. 한결에게 모든 걸 건다 +1 24.08.07 429 12 12쪽
20 20. 사랑의 결실 vs. 성욕의 부산물 +1 24.08.06 462 13 12쪽
19 19. 신체 건강한 아들, 듬직한 오빠 +1 24.08.05 451 13 12쪽
18 18. 가족의 민낯 +1 24.08.05 461 12 12쪽
17 17. 포섭(包攝) +1 24.08.04 462 13 12쪽
16 16. 사람이 바뀐 거 아냐? +1 24.08.04 474 13 12쪽
15 15. 아들이 널 살렸다 +1 24.08.03 508 14 11쪽
14 14. 전화위복(轉禍爲福) +1 24.08.03 498 13 12쪽
13 13. 독점가격 +1 24.08.02 500 15 12쪽
12 12. 엄마(?)와의 데이트 +1 24.08.02 491 14 12쪽
11 11. 이 자식 잘생겼잖아 +1 24.08.01 509 15 12쪽
10 10. 채원의 기습 뽀뽀 +2 24.07.31 529 18 12쪽
9 9. 한수호 사망의 미스터리 +1 24.07.31 544 19 12쪽
8 8. 찐따의 일기장 +1 24.07.31 545 18 11쪽
7 7. 한결의 데이터가 잘못됐다 +1 24.07.31 561 19 11쪽
6 6. 불청객 +1 24.07.31 569 18 11쪽
5 5. 기억상실 +1 24.07.31 610 20 11쪽
» 4. 너 여전히 찌질하구나 +1 24.07.31 637 19 11쪽
3 3. 귀환(歸還) +1 24.07.31 662 20 12쪽
2 2. 인(因)과 연(緣) +1 24.07.31 688 21 11쪽
1 1. 테헤란로의 마귀 +4 24.07.31 972 2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