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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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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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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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성년후견인

DUMMY

채원의 이름까지 알고 있다니 의외다. 같이 살 때 전혀 언급한 적이 없었는데···


하긴 동거하긴 했지만 서로 프라이버시는 확실히 지켰다. 서윤진이 뭘 하는지 전혀 관심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서윤진 쪽에서는 지오가 하는 일에 관심을 보였지만.


사고 났을 당시에도 무슨 이유로 서윤진이 미국 출장을 가는지 전혀 몰랐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내가 어떻게 아는지는 알 필요 없고··· 집에 가거든 엄마한테 물어보렴. 그런데 갑자기 아빠 친구 집에 온 이유가 뭐니?”


채원과 한수호를 알고 있으니 일단 이야기를 앞뒤 맞게 풀어 나가는데 신경 써야 했다.


“말하자면 아빠와 지오 삼촌은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친한 영혼의 동반자라 할 수 있죠.”


한때는 그랬다. 채원을 두고 갈라서기 전까지는.


당시 주변에서 류지오, 한수호, 최강식을 묶어 삼총사라 불렀지만 실제로는 지오와 한수호가 특히 친했다. 최강식은 약간 지오에게 얹혀가는 느낌?


셋은 회사를 만들기도 전에 한수호는 CTO, 류지오는 CEO, 최강식은 CFO를 각각 맡기로 했다.


결국 지오가 떠나면서 한수호가 CEO와 CTO를 겸직할 수밖에 없었다.


“영혼의 동반자? 그걸 믿으라고?”


약간 오버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저질렀다. 그 정도는 돼야 그 아들과의 관계 설정이 명확해질 수 있기 때문에.


“아빠가 돌아가신 후 지오 삼촌이 저에게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최근에 좀 어려운 일이 있어서 찾았는데 병원에 의식을 잃고 입원해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집으로 온 거예요.”


“그래서 집으로 왔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서윤진은 병원에서 보면 됐지 집에 오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클라이맥스다. 여기서 잔뜩 뜸을 들였다.


“간단하게 말해서 지오 삼촌은 절 양아들로 생각하세요. 아들로서 아빠의 유고 상황을 맞아 여러 가지를 정리하기 위해 왔어요.”


‘양아들’이란 말을 언급하자 서윤진은 잠시 놀라더니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이런 사기꾼 같으니라구.


“양아들? 지오 오빠 호적에 아들이라고는 없어. 그리고 한 번도 지오 오빠 입에서 네 이름을 듣지도 못했는데?”


한결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법적인 양아들을 말씀드린 게 아니에요. 아들처럼 생각한다는 거죠. 누나도 지오 삼촌이랑 법적인 부부는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이 집에 살고 있잖아요. 모든 게 법적으로 딱 잘라지는 게 아니라는 건 누나가 더 잘 알 텐데요.”


법적인 부부가 아닌데 왜 여기서 살고 있냐는 핀잔 같은 느낌이었다. 약점을 찔리자 서윤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네 이름을 한 번도 거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거니?”


한결은 어깨를 으쓱했다.


“누나랑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관계였나 보죠.”


그 정도?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데?


서윤진은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반박할 말이 없었다. 동거 2년을 포함해 총 3년을 사귀었음에도 지오의 개인사에 대해 아는 건 극히 일부분밖에 없다.


“누나, 죄송한데 지오 삼촌의 영어 이름이 패트릭(Patrick)인데 왜 그렇게 지었는지는 아세요?”


당연히 알 리가 없지. 그건 한 번도 말을 안 했으니까.


에이원자산운용 대표 패트릭 류(Patrick Riu). 지오는 회사 등기서류에 자신의 이름을 영문명인 패트릭 류로 기재했다.


일단 해외 펀드 관계자들이 AGA 한국지사 근무 시절 쓰던 패트릭 류란 이름에 익숙했고, 그 이름을 쓰는 게 국내 큰손들에게는 더 환영받았다. 일단 외국물 먹어야 이 업계에서는 좀 알아주니까.


명함에도 패트릭 류라고 썼다. 류를 한국인들이 쓰는 일반적 철자 ‘Ryu’로 쓰지 않고 ‘Riu’라 쓴 것도 이유가 있다. 해외 자산시장에서는 중국계가 워낙 많다. 그들이 중국계라고 착각할 수 있도록 Riu를 썼다.


“나야 모르지.”

“미국 영화배우 패트릭 스웨이지를 좋아했어요. 그와 데미 무어가 주연한 영화 ‘사랑과 영혼’을 아마 100번도 넘게 봤을 거예요. 그의 이름을 딴 거예요. 서재에서 그 영화 DVD 못 보셨어요?”


당연히 봤지. 컴퓨터 비번을 알기 위해 저 방뿐 아니라 집안 전체를 다 뒤져봤는데··· 그런데 그게 그런 의미인지 누가 알았겠나.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뭐니?”


서윤진의 기세가 한층 누그러졌다.


“일단 차라도 한잔 마시면서 말씀 나누시죠.”


서윤진이 거실에 가만 서 있는 동안 한결이 부엌 찬장에서 자연스럽게 자스민차를 꺼냈다.


그리고 싱크대 수납장에서 포트를 꺼내 물을 끓였다. 마치 자기 집처럼 너무 자연스럽게 주방도구를 찾아냈다.


진짜 이 집에 와봤던 것일까. 서윤진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마침내 둘은 소파에 마주 앉았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제가, 아니 우리집에 문제가 좀 있어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한결은 현재 GC생명과학의 상황과 세황 한씨 일가의 노골적인 강탈 위협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클라이언트인 GC생명과학 이야기니 서윤진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네 말은 잘 알겠는데 지금 지오 오빠가 저렇게 누워있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니?”


한결은 잠시 말을 끊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찻잔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 모양을 본 서윤진은 흠칫했다. 세 손가락과 엄지만 손잡이에 걸고 새끼손가락을 펼친 형태가 지오의 차 마시는 손 모양과 똑같았다.


양아들인데 닮을 리가 있나. 이건 우연의 일치겠지.


“누나, 솔직히 지오 삼촌 재산 탐나죠?”


깜빡이 없이 훅 들어오는 질문에 서윤진은 급당황해 찻잔을 손에서 놓칠 뻔했다.


“뭐? 그, 그게 무슨 소리니?”

“굳이 속마음을 숨길 필요 없어요. 앞으로 누나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데 이 정도 속은 터놓고 지내야죠.”


서윤진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한결의 얼굴을 살폈다. 아무리 봐도 고등학생이 맞는데 말하는 모양새는 어린애가 아니었다.


“지오 삼촌의 재산이 탐나지 않는다면 왜 굳이 여길 떠나지 않고 있는 거죠? 제가 듣기로 지오 삼촌과 누나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도 아닌데···”


성인남녀는 꼭 결혼을 위해 동거하는 게 아니란다. 이 어린 녀석에게 둘의 ‘19금’적인 관계를 설명하기가 난해했다.


“결혼을 약속하지 않았다는 걸 직접 들었다고?”

“결혼 약속을 했다면 저에게 얘기하지 않았을 리가 없죠. 결혼 약속했다는 걸 직접 듣지 못했다는 거예요.”


‘너 그냥 엔조이잖아. 어디서 부인 행세야?’라고 질타하는 것 같았다.


“사랑은 분명히 아니고, 그럼 의리? 몸정? 그것도 아니죠. 돈 때문에 있다고 보는 게 가장 합리적인 해석 아닌가요?”


어린놈이 ‘몸정’이라는 말까지 알다니. 일단 맞는 말이지만 여기서 패를 깔 순 없다.


“너무 논리적 비약인데? 내가 지오 오빠를 사랑하는 건 팩트야.”


한결은 피식 웃었다.


“저기 서재에 갑자기 도어락을 설치한 이유는 뭐죠? 저도 서재만은 절대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에요. 근데 누나는 들어간 것도 모자라 도어락까지 설치했네요. 저기 뭔가 아주 중요한 게 있는 모양이죠? 가령 지오 삼촌이 묻어둔 돈을 찾을 열쇠라든가.”


서윤진은 묵묵부답이었다. 다 맞는 말이었다.


“대답이 없으신 걸 보니 일단 제 말이 맞다고 생각할게요. 그래서 제가 제안을 하나 드릴게요.”

“제안?”


그제야 서윤진이 입을 열었다.


“그전에 먼저··· 혹시 지오 삼촌 동생분이나 어머니 만나신 적 있나요?”


류승오와의 만남까지 숨길 필요는 없었다. 여차하면 그쪽으로 연락해서 확인해 볼 수도 있으니.


며칠 전 류승오가 집으로 찾아온 사실에 대해 말했다.


“지오 삼촌으로부터 집 이야기는 전혀 들은 적 없죠? 아버지가 뭐 하시는 분이고, 동생은 뭐 하시는 분인지.”


인정하긴 싫지만 사실이었다. 지오는 단 한 번도 자기 집에 관련된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서윤진이 모르는 이야기를 또 저 어린애는 알고 있고.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서윤진은 완전히 주도권을 잃고 점점 수세에 몰리는 느낌이었다.


“제가 말씀드릴 테니 잘 들으세요.”


한결은 자기 집 이야기를 마치 제3자의 시선으로 전하는 것인 양 읊어댔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그동안 엄마에 대해 가졌던 복합적 감정들에 대해 제3자처럼 말하다 보니 훨씬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엄마의 차별과 학대를 받는 당시에는 몰랐다. 그런데 그걸 말로 하자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그때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걸 즐기는 동생 류승오의 사악한 눈빛도 느껴졌다.


그럼에도 엄마의 사랑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남들 눈에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서윤진은 제대로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하긴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남친이 알고 보니 집에서 차별받는 건 물론 극심한 ‘마더콤’에 시달리고 있었다니···


“어쩐지 지난번 동생이라고 찾아온 그 사람이 좀 이상하긴 했어. 형에 대한 연민 이런 건 전혀 없어 보였어. 오직 관심은 형의 재산뿐이었어.”


류승오는 원래 그런 놈이었다. 형의 것을 항상 제 것으로 생각하는···


“이런 사람들에게 지오 삼촌을 맡겨놓을 수 있겠어요?”

“절대 안 되지.”


서윤진은 주먹을 꼭 쥐고는 테이블을 내려쳤다.


“그래서 말인데 일단 누나가 지오 삼촌에 대한 성년후견인을 신청하세요.”

“성년후견인?”

“네. 그쪽에서 후견인이 되면 지오 삼촌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어요. 만약 지오 삼촌이 목숨을 잃게 되면 누나도 닭 쫓던 개가 되는 거잖아요. 이게 제 제안이에요.”

“가족이 지오 오빠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고?”


서윤진은 병원에서 나눈 모자간 대화를 알지 못하니 반신반의하는 게 당연했다.


“네, 지오 삼촌네 집보다 먼저 신청하셔야 해요. 누나는 일단 2년 가까이 동거하고 있었으니 사실혼 관계라고 주장하고··· 더 필요한 부분은 하성일 고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으세요. 그럼 법원에서 성년후견을 개시할 거예요.”


하성일 고문변호사도 안다고? 어린애가 어떻게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는지 의아했다.


그런데 일단 한결의 말이 맞았다. 류승오는 몰라도 그의 엄마가 후견인을 신청하면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된다.


후견인이 된다는 건 지오의 재산에 대한 접근권을 가진다는 얘기. 서윤진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쪽 가족과 법정 다툼이라도 생기면 방금 제가 말씀드린 그 차별과 학대의 스토리를 법원에 제출하시면 될 거예요. 자료도 있으니 필요한 서류는 보내드릴게요.”


서윤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빙긋 웃었다.


“내가 성년후견인이 되면 지오 오빠의 재산을 맘대로 쓸 수도 있는데··· 내가 맘대로 할 수 없도록 하는 제어장치도 분명히 있겠네.”


한결은 긍정의 미소를 슬쩍 흘렸다.


“그건 나중에 얘기하면 되고··· 일단 빨리 움직이세요. 성년후견인이 개시되면 그때 가서 누나가 지오 삼촌 돈을 쓰시든지 알아서 하세요.”

“도와 달라는 건?”

“누나가 지오 삼촌 성년후견인이 돼야 도와줄 수 있어요. 일단 거기에 집중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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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 서울숲 느와르 +1 24.08.28 238 11 13쪽
50 50. 사면초가(四面楚歌) +1 24.08.27 237 13 12쪽
49 49. 천태우의 몰락 +1 24.08.26 236 13 12쪽
48 48. 천태우의 '운수 좋은 날' +1 24.08.26 234 13 12쪽
47 47. Welcome to 개미지옥 +1 24.08.25 251 12 12쪽
46 46. 차세린 섭외 +1 24.08.24 256 13 12쪽
45 45. 천태우의 제삿날 +1 24.08.23 269 11 13쪽
44 44. 한결의 분노 +1 24.08.23 272 13 12쪽
43 43. 우리 아들 안아보자 +1 24.08.22 281 12 12쪽
42 42. 형님 편하게 보내드리자 +1 24.08.21 273 12 12쪽
41 41. 여우 쫓으려다 호랑이를 불렀나 +1 24.08.21 283 12 12쪽
40 40. 이이제이(以夷制夷) +1 24.08.20 281 13 12쪽
39 39. '얼짱' 차세린의 경고 +1 24.08.19 288 13 11쪽
38 38. 소진의 더블데이트 제안 +1 24.08.19 298 13 12쪽
37 37. 한기호의 흑심 +1 24.08.18 318 12 12쪽
36 36. 너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 있구나 +1 24.08.17 319 14 12쪽
35 35. 세무조사에 대비하라 +1 24.08.16 325 13 12쪽
34 34. 쿠데타 모의 +1 24.08.16 329 12 12쪽
33 33. 페이퍼컴퍼니 +1 24.08.15 350 14 12쪽
» 32. 성년후견인 +1 24.08.14 348 13 11쪽
31 31. 서윤진을 낚아라 +1 24.08.14 350 13 12쪽
30 30. 분란의 씨앗 +1 24.08.13 351 13 12쪽
29 29. 악연의 뿌리 +1 24.08.12 344 14 11쪽
28 28. 지금이 더 좋아 +1 24.08.12 359 11 12쪽
27 27. 서윤진의 야심 +1 24.08.11 383 13 12쪽
26 26. 서윤진의 위기 +1 24.08.10 394 11 11쪽
25 25. 심야의 담판 +1 24.08.09 393 14 12쪽
24 24. 한세희의 도발 +1 24.08.09 401 12 13쪽
23 23. Love Story. written by 최강식 +1 24.08.08 422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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