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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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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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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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너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 있구나

DUMMY

테드 안(Ted Ahn).


풀네임은 Theodore Sung Ahn. 나이 33세. 한국명 안성민.


출생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시. 7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찾아 미국으로 이민 한 안철호의 손자.


위스콘신대에서 재정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해외 사모펀드를 운용 중. 케이먼군도, 저지섬, 맨섬 등 여러 조세피난처에 등록돼 있는 페이퍼컴퍼니들의 서류상 주인.


한결은 메일함에 보관하고 있는, 브로커로부터 받았던 테드 안에 대한 기록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돈만 주면 뭐든 만들어주는 세상이다. 테드 안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 놓은 건 순전히 세금 때문이었다.


연간 10억 이상만 벌면 절반을 세금으로 떼어간다. 도대체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돈을 이렇게 떼 가는 걸까.


7년 전 초대박을 터뜨렸을 때 만약 정직하게 세금을 납부했다면 그해 대한민국 개인 최고액 납세자 이름에는 류지오가 등재됐을 게 틀림없었다.


천문학적인 세금을 피하기 위해 런던 시티에서 일할 때 알고 지냈던 브로커에게 연락했다. 그는 한달 만에 소셜시큐리티넘버(SSN)뿐 아니라 운전면허증 등 모든 공적 서류가 완비된 재미교포 3세 신상명세를 보내왔다.


조세피난처에 수천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면서 어느 나라에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무지막지한 악당 하나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Hi, Ted.]

[Hi, Iron. Long Time No See.]

[I thought you were dead.(너 죽은 줄 알았어.)]

[I had some circumstances that prevented me from contacting you.(일이 좀 있어서 너에게 연락 못 했어.)]


한결은 테드 안의 페이퍼컴퍼니 관리자 용수철에게 연락했다. 용수철은 미국에서 태어난 재미교포 2세 해커. 미국명 데이비드 용. 지오가 부르는 별명은 아이언(Iron)이었다.


현재 캐나다 핼리팩스에 거주하면서 지금껏 지오의 해외 계좌를 관리하는 등 일을 돕고 있다. 그는 류지오와 아는 사이가 아니라 가공인물 테드 안의 지인. 지오를 테드로 알고 있다.


[그랬군. 일은 다 해결됐고?]

[아니, 앞으로 해결해야 해. 그래서 네 도움이 많이 필요할 거야.]

[나야 언제든 준비돼 있지. 요즘 일이 없어서 롤만 하고 있는데 일만 준다면야 항상 오케이지.]

[내가 메일로 해외계좌 몇 개 보내 놓은 거 있거든?]

[응, 지금 확인했어.]

[당분간 그 계좌 이용할 거니까 준비 좀 해놔.]

[라저!]


**


서윤진은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저지섬 관광은 좀 하셨나요?”

“난 자연경관 구경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 일 처리하자마자 곧바로 런던으로 넘어가서 쇼핑 좀 했지.”


‘어련하시겠어요.’


예전 지오랑 동거할 때도 서윤진은 쇼핑에 자기 월급을 쏟아부었다. 지오가 사준 명품 백과 드레스만 해도 적지 않은데 서윤진은 자기 월급까지 탕진하며 방 하나를 명품숍으로 만들었다.


“출장비로 쇼핑하시지.”

“당연히 출장비로 싹 다 긁었지. 통관할 때 관세만 해도 만만찮더라.”


예상은 했지만 서윤진의 씀씀이는 정말 놀라웠다. 한 푼도 안 남겼다는 말에 한결은 입이 딱 벌어졌다. 그러고 보니 서윤진이 걸치고 있는 모든 옷과 신발이 이번 출장에서 마련한 게 틀림없었다.


“성년후견인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하 변호사님이 전화했어. 가족이 불복하고 나서서 아마도 지루한 법정싸움이 벌어질 거 같아.”

“법적 다툼이 벌어지는 것만 해도 우리 쪽에 좋은 거죠.”


한결은 탁자 위에 놓인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쭉쭉 빨았다. 이런 이야기면 원래 술이라도 한잔 마시면서 해야 하는데··· 미성년자 몸으로는 너무 제약이 많았다.


정작 미성년자일 때는 이런 제약들이 큰 걸림돌이라고 느낀 적 없었다. 그런데 40대 중년의 삶을 살다 갑자기 10대로 돌아오니 모든 게 걸림돌로 느껴졌다.


담배는 이미 끊었기에 다행이지. 요즘은 하도 주민증 검사를 하니 미성년자들도 살기 힘든 세상이야.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서윤진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너 정말 이러는 이유가 뭐니?”

“말씀드렸잖아요. 위기에 빠진 우리집을 구하기 위해서죠.”

“너희 집을 구하는데 지오 오빠 일에는 왜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돕는 거지? 지오 오빠가 저렇게 누워 있는 이상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데.”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지오 삼촌은 절 양아들로 생각하신다니까요? 아빠가 저렇게 됐는데 어느 아들이 가만있겠어요?”


서윤진은 전혀 믿지 않는다는 말을 눈빛으로 보내고 있었다.


어차피 서로 믿음은 없다.


둘 사이에는 돈이라는 최소공배수가 있다. 그래서 서로 협력해야 할 사이일 뿐. 더 믿어달라고 주장하는 게 오히려 사족이다.


“제 말이 당연히 믿기시지 않겠지만 그냥 믿는 척하세요. 믿는 자에게 복이 있다잖아요. 정 안되면 제 배경을 믿으세요. 그리고 누나도 느낌적으로 아시지 않나? 이게 최소한 돈 되는 일이라는 걸···”


비록 혼외자의 핏줄이지만 어쨌든 눈앞의 한결은 재벌 3세가 틀림없다. 돈 씀씀이는 류지오를 연상시킬 만큼 시원시원했다. ‘돈냄새’는 확실했다.


“그래, 재벌 집안이라는 네 배경에 베팅을 하도록 하지. 그러면 그 재벌 집안이라는 배경으로 날 좀 도와줄 수 있겠니?”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도움이라뇨?”

“돈 1억도 눈 깜짝할 새에 쏴줄 만큼 돈이 많아 보이는데 혹시 7억 정도 융통해 줄 수 있니?”

“7억이요?”


서윤진은 크게 기대하지 않고 일단 내지른 후 한결의 표정을 살폈다.


“그래, 7억. 다만 이 돈은 내가 그냥 달라는 게 아니라 빌려달라는 거야.”


7억 원이 왜 필요하다는 거지? 한결은 빠르게 머리를 굴려봤으나 짐작되는 게 없었다.


“아무리 재벌 3세라고 해도 7억을 금방 구하는 건 쉽지 않죠. 그런데 뭐에 쓰시려고 그러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됐어. 돈 안 빌려줄 거면 사용처를 밝힐 수 없지.”


서윤진은 쿨하게 물러섰다. 상대방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으니 협상의 주도권은 자기가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있는 듯했다.


“그럼 빌려준다면 사용처를 밝힐 수 있다는 건가요?”


그래 기꺼이 낚시를 당해 주마. 너의 속마음을 털어놔 봐.


서윤진은 한결의 눈치를 살피더니 한 번 더 밀당을 시도했다.


“아냐. 그냥 해본 말이야. 네 말마따나 네 배경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 번 테스트해 본 거야. 신경쓰지 마.”


그냥 한 말일 리가 없다. 서윤진이 얼마나 돈에 집착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데. 돈에 관해서 결코 허언을 할 여자는 아니다.


“진짜 필요하면 빌려드릴 수 있어요. 지금은 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제가 가진 주식 가치만 해도 140억이 넘어요.”


서윤진은 콧방귀를 뀌었다.


“네 주식은 한 마디로 집에 묻어둔 금송아지야. 어차피 처분하지도 못하는 금송아지가 무슨 가치가 있니? 그런 식이면 나도 집에 금송아지 있어. 다만 보여줄 순 없지만···”


살살 사람의 속을 긁어대는 게 아무래도 진짜 7억원이 필요하다. 그것도 절실하게.


“재벌 3세가 주식만 가지고 있겠어요? 예전에 뉴스 같은 거 안 보셨어요? 재벌 집에서 아예 통장째 증여한다는 얘기. 저라고 그런 거 안 받았겠어요?”


서윤진은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금수저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주식도 받고, 현금도 받고, 부동산도 받는다.


서윤진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진짜 빌려줄 수 있니?”


“사용처만 간단하게 말해주세요. 진짜 알아볼게요. 대신 차용증은 확실히 쓰고.”


차용증 이야기는 일부러 꺼냈다. 아무리 재벌 3세라지만 7억이나 되는 돈을 흥청망청 차용증 없이 빌려준다는 건 너무 물러 보이니까.


서윤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해커를 고용했는데 비용이 너무 비싸더라구. 정확히 50만 달러야.”

“무슨 일로 해커가 필요한지 말해줄 수 있나요?”


서윤진은 잠시 지오 서재의 컴퓨터에 대해 말을 할까 망설이다 입을 닫기로 했다. 그녀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말해줄 수 없다? 컴퓨터를 해킹해야 한다는 얘긴데 자기 걸 해킹하진 않을 거고···


서윤진의 표정을 살피며 해커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머리를 굴렸다.


서윤진이 출장 갔을 때 한결은 다시 자기 집을 찾았다. 그런데 서윤진이 비밀번호를 바꿔 놓아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여자 혼자 사는데 남자가 비번을 알고 있다는 게 부담스러워 비번을 바꿨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집 안에 있는 중요한 걸 지키기 위해 비번을 바꿨다.


순간 한결은 자기 서재 안에 놓여있는 컴퓨터가 떠올랐다. 그 컴퓨터는 28자리 암호를 알아야 열 수 있다. 그 비번을 모른다면 절대 열 수 없다.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자 서윤진이 왜 해커를 고용하려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너, 내 컴퓨터에 뭐가 들어 있는지 알고 있구나.


**


한결은 사용처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단 서윤진의 요구를 거절했다. 컴퓨터를 그냥 열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7억이라면 분명 굉장한 실력의 해커일 것이다. 해커들이 미국 펜타곤도 뚫었는데 PC 정도의 보안수준이라면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울 터.


만약 컴퓨터가 다 털려 해외에 잠겨있는 차명계좌의 자금 내역을 서윤진이 정확히 알게 된다면? 유능한 변호사인 서윤진은 그 자금을 옮길 방법도 찾아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서윤진에게 더 이상 지오의 본체는 필요 없게 된다. 그렇다면 본체의 생명은 류승오와 서윤진 양쪽으로부터 다 위협을 받게 된다.


일단 서윤진이 그 집에서 쫓겨나야 한다. 그 컴퓨터를 집에다 둔 채.


현실적으로 서윤진을 집 밖으로 쫓아낼 수 있는 사람은 류지오의 가족밖에 없다. 그들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서윤진이 지오의 자택에 머무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이제이(以夷制夷)’


결국 류승오를 저지하기 위해 서윤진이 필요했듯, 서윤진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류승오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류승오를 움직이게 할 것인가. 당사자는 병원에 누워 있고 그의 부동산 소유권을 두고 다툼을 벌인다면?


이건 민사다. 소유권이 불분명할 때 가장 확실한 소유권 주장은 실력행사다.


류승오를 누군가가 부추겨야 한다. 서윤진이 류지오의 재산을 노리고 있으며 그 집에 오래 머물수록 서윤진의 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식으로.


실제 법률 상식과 동떨어져도 상관없다. 돈이 급한 류승오의 입장에서는 법과 상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 류승오가 서윤진에게 돈을 빼앗길 가능성이 손톱만큼이라도 있으면 된다.


류승오는 자기 형의 재산을 수백억원대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작년 회사까지 찾아와 돈 달라고 패악질을 부릴 때 류승오가 그렇게 말했다.


**


[X발, 죽을 때 돈 싸들고 갈 거야? 재산이 수백억이라며. 동생한테 꼴랑 10억도 못 주냐?]

[너 사업한다고 지금껏 들어간 돈만 30억이 넘어. 엄마 통해 들어간 돈까지 합하면 그 배는 넘고. 넌 양심도 없냐?]

[그니까 찔끔찔끔 주지 말고 한 번에 크게 달라고. 그래야 나도 번듯한 사업체 차려서 돈 벌지. 내 능력이면 수백억 금방 만들어.]


**


그때만큼 가족이 부끄럽고 원망스러운 적이 없었다. 사장실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바람에 사무실 직원들이 모두 알게 됐다.


자기네 사장이 집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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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 A2 상황 발생 +1 24.08.28 220 13 12쪽
51 51. 서울숲 느와르 +1 24.08.28 238 11 13쪽
50 50. 사면초가(四面楚歌) +1 24.08.27 237 13 12쪽
49 49. 천태우의 몰락 +1 24.08.26 236 13 12쪽
48 48. 천태우의 '운수 좋은 날' +1 24.08.26 234 13 12쪽
47 47. Welcome to 개미지옥 +1 24.08.25 251 12 12쪽
46 46. 차세린 섭외 +1 24.08.24 256 13 12쪽
45 45. 천태우의 제삿날 +1 24.08.23 269 11 13쪽
44 44. 한결의 분노 +1 24.08.23 272 13 12쪽
43 43. 우리 아들 안아보자 +1 24.08.22 281 12 12쪽
42 42. 형님 편하게 보내드리자 +1 24.08.21 273 12 12쪽
41 41. 여우 쫓으려다 호랑이를 불렀나 +1 24.08.21 283 12 12쪽
40 40. 이이제이(以夷制夷) +1 24.08.20 281 13 12쪽
39 39. '얼짱' 차세린의 경고 +1 24.08.19 288 13 11쪽
38 38. 소진의 더블데이트 제안 +1 24.08.19 298 13 12쪽
37 37. 한기호의 흑심 +1 24.08.18 318 12 12쪽
» 36. 너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 있구나 +1 24.08.17 320 14 12쪽
35 35. 세무조사에 대비하라 +1 24.08.16 325 13 12쪽
34 34. 쿠데타 모의 +1 24.08.16 329 12 12쪽
33 33. 페이퍼컴퍼니 +1 24.08.15 350 14 12쪽
32 32. 성년후견인 +1 24.08.14 348 13 11쪽
31 31. 서윤진을 낚아라 +1 24.08.14 350 13 12쪽
30 30. 분란의 씨앗 +1 24.08.13 351 13 12쪽
29 29. 악연의 뿌리 +1 24.08.12 344 14 11쪽
28 28. 지금이 더 좋아 +1 24.08.12 359 11 12쪽
27 27. 서윤진의 야심 +1 24.08.11 383 13 12쪽
26 26. 서윤진의 위기 +1 24.08.10 394 11 11쪽
25 25. 심야의 담판 +1 24.08.09 393 14 12쪽
24 24. 한세희의 도발 +1 24.08.09 401 12 13쪽
23 23. Love Story. written by 최강식 +1 24.08.08 422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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