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로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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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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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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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DUMMY

한때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천수와 함께 종횡무진 게임 속을 누볐다.

하지만 15년?

16년 만에 홈페이지를 들어왔을 정도이니 낯설었고, 한편으로는 눈에 익은 캐릭터들의 모습이 반갑기도 했다.


3D 그래픽의 MMORPG.

즉 삼차원 롤플레잉 컴퓨터 게임.

솔로도 하지만 주로 파티 플레이로 경험치를 올려 레벨을 높인다.

타격감이 좋아서 중독성이 높고, 유저 간의 전쟁도 활발하다.

그리고 근 20년 이상 서비스를 하며 게임 균형도 탄탄하게 안정화되었다.

그러나 유저들은 GN 소프트를 성토하기 바쁘다.

언제부턴가 돈벌이에 혈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영민이 아는 건 여기까지였다.


“종족이 2개나 더 늘었네? 관심 없고, 무조건 마법사지.”

영민은 마법사 계열을 좋아했다.

예전처럼 인간 종족으로 하려다가, 에반 레스터 부자의 외모가 유난하게 아름다운 걸 생각하고는 엘프를 선택했다.

“부자가 엘프만큼이나 잘생겼단 말이야.”

그렇게 엘프 종족을 선택하고 약간의 외형 변경을 한 후, 캐릭터 이름에 ‘로건’을 적어보았다.

당연히 있었다.

‘에반’을 쳐보았다.

역시 있었다.

“로건 레스터를 붙여서 적으면······. 오, 됐다. 다음은 접속.”


GN 소프트는 게임 사양이 아주 높지만, 화면은 부드럽게 넘어갔다.

영민은 적당히 규모 있는 IT 관련 보안 회사를 운영했었다.

아들 경환이 죽으며 사업을 정리했지만, 남은 고사양 컴퓨터는 그대로였으니 화면이 넘어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캐릭터가 초보 마을에 나타났다.

영민은 기본 인터페이스를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본 뼈대 빼고 거의 다 바뀌었네.”

먼저 스킬이 몇 배로 늘어났다.

영민은 상점 창을 살펴보다가 웃었다.

몇 년 전부터 돈벌이에 환장했다더니 정말 온갖 것이 다 있었다.


그러다가 공지 사항 상단에 고정된 글을 읽어보니 서비스 종료까지 26일 남았다고 적혀 있었다.


“······.”

요즘 게임 시장은 3차원 게임과 모바일 게임에서 ‘가상 현실 게임’으로 넘어간 지 2년이 넘었다.

GN 소프트는 다소 늦은 후발 주자여서 과감한 선택을 했다.

6개월 전부터 서비스 종료를 공지하고.

가상 현실 게임 ‘GN2’의 베타 서비스를 시작해 테스트까지 끝낸 상태였다.

뭐, 서비스를 종료해도 서버 하나 정도는 서비스로 다시 오픈해준다는 말도 있지만.

아무튼 가상현실 게임은 다음 달에 정식 오픈이다.


기존 유저들은 베타 서비스를 한 후 대거 지엔투(GN2)로 넘어간 상태였다.

거의 80%나 넘어갔다.

레벨과 착용 장비 등을 계산하여 가상 현실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캡슐’ 구매에 대한 할인을 약속받았다.

접속해서도 소정의 혜택을 주고.

그래서 지금 서버에 남은 유저들은 나머지 20%.

영민처럼 마지막 추억을 즐기거나, 헐값에 풀린 아이템을 마음껏 즐기려고 접속한 사람들이었다.

기존 유저들이 아이템을 던지다시피 하고 갔다.

아이템 시세는 90%나 내려갔고, 상점에 파는 아이템도 모조리 40~50%까지 할인 딱지가 붙어 있었다.


“뭐든지 다 살 수 있게 해놨네. 막판이라고 정말 다 풀었구나.”

영민은 상점 판매 아이템과 유저들이 올려놓은 아이템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야······. 이거는 내가 게임 했을 적에도 3천만 원 넘었는데 2백에 파네.”


구경만 해도 재밌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무척 게임에 고팠던 상태였음을 깨달았다.

더 아프기 전에 천수와 추억을 쌓고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도 접속하기를 잘했다 싶었다.


영민은 계속 구경하며 천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형.

“너는 가상 현실 게임 안 해? 보상 신청 어쩌고 하더니?”

-신청 안 했어요.

“왜? 공지 보니까 캡슐 살 때 보조해준다는데. 최대 70%까지 해준다면서. 너 정도면 될 거잖아. 넌 몇 프로 할인받을 수 있어?”

-20%요.

“에게? 그것밖에 안 돼?”

-그래도 많이 받는 거예요. 전 현질 거의 안 했으니까요. 초기부터 지금까지 게임 한 게 컸어요.

“응.”

“70%는 정말 돈 쏟아부은 고인물이나 받죠. 그 사람들은 별도로 아이템도 받아요. 그것도 차등은 있는데 일단 보상 아이템은 다 유니크래요. 절대 더 풀리지 않고요.

“시작부터 빈익빈 부익부네?”

-그 정돈 되어야 유저 이탈 안 나죠. 보상은 충분히 하는 것 같아요. 다들 만족하는 것 같더라고요.

“너도 보조받고 하지. 그동안 게임 한 시간이 아깝다.”

-전 서비스 종료까지 하고 접으려고요. 형하고 같이 게임 하면서 추억 쌓고 싶어요. 그게 소원요.

“너도 참.”

-뭐, 하고 싶으면 그때 하면 되죠.

“그건 그렇다.”


영민은 천수와 통화하며 재빨리 캡슐 가격을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살짝 놀랐다.

‘캡슐 비싸단 얘기는 들었지만 상당하네?’

캡슐은 등급이 여러 개 있는데 쓸만한 걸 사려면 중급은 되어야 할 것이다.

GN 소프트의 캡슐은 기본 옵션이 980만 원이었다.

중급은 1,300만 원.

상급 라인은 2천만 원 이상이었다.


‘이러니 천수가 못 사지.’

한 달 사용료는 20만 원.

이것도 만만하지 않은데 GN의 게임은 추가 과금 없이는 정말 고생스럽다.

경험치도 느리게 오르고, 파티 플레이도 은근히 배척을 받겠지.

기본 구색이라도 갖추려면 매월 1, 20만 원은 더 들어가야 할 것이다.

영민은 GN 소프트로 들어가 캡슐을 사서 천수의 집 주소로 보내버렸다.

‘너 담배만 끊어도 게임비 반은 나와. 캡슐 싫으면 엿 바꿔 먹든가?’

영민은 소리 없이 웃었다.


-형?

“어?”

-왜 말이 없어요?

“캐릭터 만든다고. 닉네임은 로건 레스터. 글자 다 붙여서 귓속말하면 돼.”

-레스터요? 정확한 철자가요?

“도레미 할 때 레. 로건 레스터.

-아, 네. 지금 바로 접속할게요.

“아냐. 있다가 오후 2시에 와. 나 아직 상태 창도 안 봤어. 적응 좀 하고.”

-그럼 점심 먹고 접속할게요.

“그래.”

-그런데 무슨 종족 하실 거예요?

“엘프 마법사 했어.”

-역시 마법사 하셨네요, 하하. 형 드릴 아이템 몇 개 있어요.

“오! 뭔데?”

-기대하지는 마세요. 그냥······. 그냥 아이템이에요. 제가 드리는 건 상점에 안 팔아요. 지금도요. 그냥 잘 써주시면 돼요.

천수의 음성에 쑥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당연히 잘 쓰지. 그럼 아이템 막 사면 안 되겠는데? 하긴 너무 바뀌어서 봐도 모를 수도?”

-아이템은 그냥 저 있을 때 사시고요. 패시브는 사셔도 돼요. 추천 패시브 스킬 기간제로 다 들어가 있거든요? 보시고 비슷한 거 적당히 급수 내려서 사면 돼요.

“뭘 급수 내려서 사? 소원 성취하는데 제일 좋은 거 써야지.”

-에헤이! 일단 들어가서 보고 얘기하세요. B급만 해도 얼마나 좋은데요. 그것도 돈 은근히 들어가요.

“그래. 알았어. 일단 보고.”

-마법 스킬 북은 사지 말고요. 저 어지간한 건 다 모아 놨어요.

“오케이. 땡큐.”

-뭘요.

자신이 생각나서 볼 때마다 하나씩 쟁여 놓았나 보다.

꽤 오랜 기간이었겠지.

천수 성격이면 게임 내내 그랬을지도 몰랐다.

가슴이 뭉클했다.


“너는 본캐 탱커지?”

-당연하죠.

“인간?”

-네.

“너도 그럴 줄 알았다.”

-하하.

“닉네임은?”

-산초99요.

“그래. 있다 보자.”

영민은 통화를 종료하고 상태 창을 열어보았다.


[상태 창]


이름 : 로건레스터

종족 : 엘프

직업 : 마법사

레벨 : 1

체력 : 10

민첩 : 10

지력 : 20

마나 : 20

잔여 포인트 : 0


“어디······ 그동안 뭐가 바뀌었나?”

기본 수치는 모두 10씩.

직업마다 20포인트씩 더 주는데, 마법사는 마나와 지력에 각각 10을 준다.


영민은 최근 글을 훑으며 정보를 재확인했다.

“거의 안 바뀌었어. 하긴 게임 처음부터 있던 엘프 마법사니까.”

영민은 체력, 민첩, 마나, 지력을 각각 클릭해 상세 정보를 확인하고 자동 조정을 클릭했다.

1레벨이 오를 때마다 5포인트를 준다.

그는 1레벨이 오를 때마다 체력 1, 민첩 1, 마나 2, 지력 1이 자동으로 오르도록 세팅했다.

초반에는 체력과 민첩도 필요하니까.

중 레벨 대까지는 이대로 가고, 레벨이 중반을 넘어가면 수동으로 올리면 되는 것이다.

귀찮으면 끝까지 저대로 둬도 상관없다.

‘몸이 튼튼한 마법사’의 정석이니까.

“난 원래부터 이거였어. 다음은······.”

영민은 스킬 창을 열었다.


[액티브]


윈드 스트라이크

아이스 볼트

명상


[패시브]


골드 드래곤 카린느의 마법 재능, 신화 (7일 기간제)

하이 엘프 드레인의 무병 장수, 전설 (7일 기간제)

대마법사 레굴의 무스펠과 삼중 영창, 전설 (7일 기간제)

하이 엘프 에반드리의 배리어, 전설 (7일 기간제)

붓다의 정신 방벽, 신화 (7일 기간제)

엘프 장로 레파드의 체술, A (7일 기간제)

엘프 장로 아카드의 궁술, A (7일 기간제)

엘프 장로 하라신의 단검술, A (7일 기간제)


“······.”

영민은 눈을 끔뻑거리다가 GN 소프트의 상술에 감탄했다.

“미쳤다. 마지막까지 쪽 빨아당기려고.”


7일 기간제.

그 말은 7일 동안만 사용할 수 있고, 그 후는 사라진다는 소리.


그래도 기간제라고 붙은 패시브 스킬 전부가 눈이 뒤집힐 정도로 좋다.

대부분 S등급 위의 전설 스킬.

본래는 전설이 최고 등급인데, 전설 위의 ‘신화’란 등급은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본래는 스킬 북을 구해서 배워야 하는 패시브.

자잘한 것은 모조리 빼고 액기스들만.

최고 중의 최고로만 몇 개를 딱 뽑아 놨다.

7일 동안 써보고, 좋으면 사서 플레이하라는 말이다.

안 쓰면 그냥 부러워하다 끝날 수 있어도, 일단 써 본 후로는 생각이 나서 잊을 수가 없겠지.


‘이건 사야 해.’

영민은 상술임을 알면서도, 서비스 종료를 코앞에 두고도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

그도 오래전 게임 할 때는 S급 무기 1개를 5천만 원에 샀고, 강화를 거듭하여 게임을 그만둘 때 6천만 원에 되팔았다.

그러나 전설급 아이템은 가격이 10억 내외여서 영민도 꿈을 못 꿨다.

그리고 전설급은 스킬 북도 비싸다.

특히 체술 재능, 궁술 재능, 정령 재능, 마법 재능 등의 패시브 스킬 북.

직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라 1억은 가뿐하게 넘긴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써본단 말인가.


“내가 그때 마법 재능이 A급이었지? 그래도 어디 가서 꿀린 적 없었어. 그런데 마법 재능이 신화 급이면······ 사야지.”

거기에 마법사 계열은 습득할 수 없는 체술이나 무기술까지 넣고.

그나마 이 3개는 A급 스킬이다.

“A급도 계속 위력 올리면 장난 아닌데. A급이 장난이야? 막판까지 A급으로 하는 유저가 얼마나 많은데.”

또 용어부터가 밸런스 파괴인 붓다의 정신 방벽은 뭐고.

어차피 시간도 얼마 안 남은 거.

‘상태 이상’에 걸리지 말라는 뜻이다.

영민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신나게 놀라고? 좋네. 짜증 안 나고.”


사라.

사라.

안 사고는 못 배길걸?

영민은 어깨를 으쓱했다.

돈?

금수저에게는 하찮겠지만 나름대로는 열심히 모았다고 자부한다.

이것저것 즐기며 살아도 될 만큼은 있었다.

죽어서 싸 짊어지고 갈 것도 아니고.

‘앞으로 얼마나 산다고? 가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패시브 스킬 창에 있는 7일 기간제 아이템은 총 8개.

정말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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