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로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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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운
작품등록일 :
2024.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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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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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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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대한 병원 신장 내과 진료실 앞.

영민은 휴대폰을 귀에 대고 건성으로 말했다.

“······알았어, 게임 할게.”

-진짜? 진짜죠?

“그래. 서비스 종료 한 달 남았다며. 종료하기 전에 소원 들어줄게.”

영민은 전광판 환자 대기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1번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며 말했다.

“천수야. 납골당에서 만나면 얘기할까? 지금 바빠서.”

-아, 네. 일 보세요, 형.

“그래.”


영민은 곧 진료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앉으면서 바로 말했다.

“결과는요?”

전문의는 모니터를 쳐다보기만 할 뿐 말을 하지 않았다.

“선생님?”

“신장 기능이 더 떨어졌어요. 이제 약만으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투석 들어가면 어떨까 싶네요.”

“말씀드렸잖아요? 투석 안 해요.”

“안 하면 죽습니다.”

“안 합니다.”

“······.”

잠깐의 소강상태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영민은 침묵의 신경전을 바로 끝냈다.

“일단 약부터 주세요.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게요.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잖아요.”

의사는 눈썹을 찡그렸다.

저 환자 성격을 생각하면, 마음의 준비란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투석 안 하겠다는 소리다.

“환자 분.”

“약은 평소대로 두 달 치 주세요.”

“이 주 드리겠습니다.”

“두 달요.”

‘고집하고는······.’

의사는 혀끝을 깨물었다.


이 환자는 2형 당뇨로 12년째 혈당 관리를 하다가 1년 전에 합병증으로 신부전이 왔다.

최근 석 달 전부터는 콩팥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서 말기 신부전이 코앞.

두 달 치 약을 처방하면 그 안에는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면 자칫 골든 타임을 넘겨서, 기대수명을 절반 이상 깎아 먹을 수도 있었다.

당뇨 합병으로 온 말기 신부전은 5년 생존율이 40% 이하.

그런데 그의 현재 상태를 보면 1년도 쉽지는 않았다.


‘이런 사실을 알까? 모를 리가 없지. 아, 이 사람은 살리고 싶은데······. 엄청 독한 사람이라서 마음먹으면 잘할 건데.’

이 환자는 오랜 유병 기간을 이어가며, 관련 의료 지식이 의사 못지않았다.

섣부른 설득은 오히려 독이었다.


‘아들만 아니면 본래 수명 다 누릴 사람이었어. 빌라 옥상에서 사고로 떨어져서 죽었다고 했지? 그 충격 속에서도 철저하게 병관리를 했고.’

영민이 의사를 빤히 보며 말했다.

“선생님.”

의사는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서 영민의 음성을 듣지 못했다.

그저 어떤 말을 해야 환자가 더 빨리 투석을 시작할지.

어떤 식으로 말해서 설득할지.

그런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한 달······. 어쩌면 한 달은 투석 안 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영민은 의사를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한 1년 부대끼다 보니 의사의 생각이 손에 잡힐 듯 읽혔다.

영민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강하게 톡톡 쳤다.

“선생님?”

“네? 아, 네.”

“그럼 한 달 치 주세요.”


의사는 그만 탄식했다.

역시 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지금 상태로는 투석해도 가망이 없다는 것까지.

“하······. 한 달요?”

“투석 한번 할 때 3~5시간. 주 3회. 보통 그렇잖아요. 당 관리까지 엉망이고 꼼짝도 못 할 것 같아요. 투석 전에 여행 다녀오려고요. 정리할 것도 좀 있고요.”

“그럼······.”

“한 달 뒤에 투석 시작할게요.”

“후, 알겠습니다. 다른 환자는 이렇게 안 해요. 아시죠?”

“네. 그리고 ACE 억제제 좀 주세요.”

의사는 처방전을 작성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 억제제는 혈압 관련 약이다.

“네?”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요.”

“진료 전 확인한 혈압은 정상인데요. 혈압 높아진 지 얼마나 되셨어요?”

“5일째 고혈압이네요. 그것도 상당히 높아요.”

의사의 표정이 어두웠다.

“같이 처방할게요. 잘 아시니까 다른 말 안 하겠습니다. 대신 꼭 오셔야 합니다. 이거 정말입니다. 오셔야 해요.”

“네.”

영민은 몇 번이나 신신당부를 듣고 진료실을 벗어났다.


* * *


병원을 나와 약국에 들러 약을 받았다.

“······.”

약사는 손님이 말없이 약 봉투만 보자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처방 잘못되었어요?”

“아니에요. 맞아요. 감사합니다.”

영민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한 달 치가 아니라, 이 주 치를 처방했다.

‘이 양반 이제 거짓말도 하네? 어차피 고향 내려갈 건데.’

내놓은 아파트도 잔금까지 다 받아서 다음 주 화요일에는 비워야 한다.

바쁜 의사 붙들고 인사하기도 그래서 처방만 받고 나왔는데.

그냥 이대로 안녕하고 잊히려고 했는데.

영민은 우습고 고마웠다.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딨어?

그런데 할 만큼 했잖아.

‘남은 시간이라도 자유롭게. 흘러가는 대로. ······뭐, 언제 한번 인사는 해야겠네.’

그렇게 약봉지를 넣으려고 가방을 여니 이미 당뇨약 2달 치가 자리를 차지한 상태.


영민은 대충 쑤셔 넣고는 도로변에서 택시를 잡았다.

“혜원 추모 공원요.”

“어서 오세요. 예.”

납골당.

그의 아들이 있는 곳이다.

영민은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냈다. 두어 장 뽑아서 눈을 덮고 손으로 살짝 눌렀다.

그제야 눈을 짓누르는 것 같던 압력이 조금 내려갔다.

눈을 감으니 허공에서 날벌레처럼 둥둥 떠다니는 검은 점들이 안 보여서 좋았다.


한 5분이나 지났을까.

영민은 천천히 눈을 떴다.

“기사님, 죄송한데 신발 좀 벗어도 될까요?”

“예? 혹시 더워서 그러세요? 에어컨 빵빵하게 틀었는데······.”

“시원해요. 당뇨 때문에요. 신발 벗으면 통증이 덜하거든요.”

“저런. 그럼요. 예, 예.”

“감사합니다.”

“요즘 당뇨 참. 제 친구도 당뇨거든요. 발 쑤시고 아픈 건 당뇨 좀 오래 앓아야 그렇다죠?”

“사람마다 다른데 보통은 10년, 15년 그렇죠. 몇 년 안 되어 그럴 수도 있고요.”

“에헤이. 젊은 분이 어쩌다가.”


기사는 발 통증을 심각한 얘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저 대화의 물꼬가 티자 열심히 입을 놀렸다.

우리나라 당뇨 인구가 5백만인가, 6백만인가.

당뇨가 병이야?

너나 나나 걸리는 만만한 병.

부담 없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기사는 쉴 사이 없이 당뇨 상식을 늘어놓았고, 2할은 맞고 8할은 틀렸다.

영민은 그저 네, 네 하며 받아주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온갖 생각에 머리가 깨져버릴 것 같았으니까.


그러다가 처음으로 되물었다.

“기사님. 제가 꿈 많이 꾼다는 거 어떻게 아세요?”

“하하! 택시 기사 30년 하면 반 관상가요.”

“그래요?”

“그럼요. 눈가가 좀 검은 거 보고 짚어 봤는데 맞췄네? 잠 설치면 몸 허하고 당연히 꿈 자주 꾸지. 게다가 추모 공원도 가시지 않소. 마음도 심란할 거고, 맞죠?”

뻔해도 너무 뻔했구나.

영민은 쓰게 웃었다.

“그렇네요.”

“악몽은 아닌 것 같고. 개꿈이죠.”

“그런가요?”

꿈의 배경.

그 장소는 어둡고 음침하지만 무섭지는 않다.

또 자신을 위협하지 않으니 악몽은 아니고.

매번 같은 사람이 나오고, 스토리까지 있어서 개꿈도 아니었다.

“젊은 양반. 잘 먹고 푹 쉬어요. 생각 많이 하지 말고.”

“그래야죠. 여기 세워주세요.”


* * *


영민은 추모 공원 입구에 내려서 납골당까지 걷기로 했다.

완연한 여름.

쨍쨍한 햇볕은 살갗을 아프게 할 정도다.

영민은 걸은 지 5분도 안 되어 비틀거렸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땀이 줄줄 흐르고 현기증이 난다.

그는 몇 분도 못 걷고 길가 벤치에 앉아서 가방을 뒤적거렸다.

사탕 하나를 꺼내 입안에 물고 있다가 휴대폰을 들었다.

“어, 천수야.”

-형, 어디세요? 혹시 건물 안으로 들어오셨어요?

영민은 현기증이 가시자 사탕을 뱉었다.

“아니, 나 납골당 앞. 이제 걸어서······ 10분 정도 남았어.”

-어? 설마 걸어서 오시는 거예요? 이 더운 날씨에요?

“오랜만에 바람 쐬고 좋지 뭐. 10분 뒤에 보자. 끊는다.”

영민은 납골당으로 걸어가며 생각에 빠졌다.

요즘 꾸는 그 꿈은 도대체 뭘까.

‘로브 입었잖아. 부러졌지만 지팡이도 있고, 커다란 수정구도 있고. 그러면 마법사 말고는 답이 없는데. 마법사? 마법사라고?’

영화 뺨치는 생생함.

사진보다 선명한 색채.

‘마법사 맞지. 게다가 현실이 분명해. 그럼 다른 세계? 이세계?’

소싯적에 무협 소설 마니아여서 정말 엄청나게 읽었다.

그러다가 판타지까지 섭렵하여 환상 문학이라면 알 만큼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어도 그럭저럭 수긍이 간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

이 넓은 우주에 다른 세계 하나 없겠나.

하나만 있겠나?

여기와 거기까지.

이미 2개다.

그렇다면 이제 수십 곳이 넘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꿈의 그 세계가 현실이건, 가상이건.

아니면 택시 기사 말대로 개꿈이건.

상관없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을 잠시나마 잊게 만들어서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마법사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다른 세계.

낯선 이와의 만남.

그 생경한 간접 경험보다 관심을 끄는 건 그의 간절함이다.

‘55? 56?’

마법사는 자신보다 여덟아홉 살은 나이 들어 보였다.

빛 한 줌 없는 캄캄한 동굴에서.

그와 꼭 닮은 아들을 앞에 놓고 앉아서 나를 보며 애절하게 중얼거린다.

희미하게 빛나는 수정구를 사이에 놓고.

‘만날 때마다 깨어있어. 그 사람은 잠도 안 자는 것 같아.’

마법사는 그쪽 현실에서, 나는 이쪽 현실의 꿈에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대화는 안 된다.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형태와 소리.

언어란 언어는 죄다 뒤져 보았지만, 지구의 어떤 언어와도 닮지 않았다.

오죽하면 중세어까지 찾아보았을까.

마법사의 아들은 그의 무릎에 쓰러져 의식을 잃고 숨만 이어가고, 마법사는 나날이 초췌해지더니 어제는 피를 토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 선잠에서 만났을 때는 피눈물을 흘렸다.

정말 빨간 피.

마법사는 피눈물을 쏟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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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4

  • 작성자
    Lv.62 cc***
    작성일
    24.09.15 23:03
    No. 31

    저는 이런 감성이 좋네요.. 캐릭터에 더 몰입되고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65 淸流河
    작성일
    24.09.16 09:24
    No. 32

    무슨 틀딱픽임? 초반부 어수선한 것도 맞고 스토리나 등장인물 특히 주인공이 ㅂㅅ같은것도 맞는데 뭔 되도 안되는 퐁퐁남 감정이입이나 하고 있냐…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84 김백구
    작성일
    24.09.16 15:43
    No. 33

    진짜 글을둘째치고 자료조사가 애매하게되있어서 짜증이나네 말기신부전증 생존율이나 혈압이나 혈당관리하는데 말기신부전증온거나 말이 안되는게 너무많아서 이따위로조사할거면 그럴듯하게적지마쇼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89 Onionman..
    작성일
    24.09.17 02:17
    No. 34

    시작부터 병신같네
    작가새끼 돌아인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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