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로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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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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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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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3일 뒤.

로건은 입맛을 다셨다.

“음······.”

시스템 창이 사라졌다.

몇 번이나 소리쳐도 허공에 메아리만 울려 퍼진다.

이제 시스템 창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실망하지는 않았다.

건질 것은 다 건졌으니까.

패시브의 전설, 신화 급 스킬이 압권.

체술과 단검술도 A급이고.

수련하면서 얼마든지 그것들을 꽃 피울 수 있다.

‘아이템들도 굉장하고.’

사냥을 통하여 레벨이 오르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설령 레벨이 올라도 수치를 확인할 수 없다.

시스템 창이 없으니까.

그렇다면 몬스터를 한도 끝도 없이 잡아서 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글쎄? 시스템 자체가 없어졌는데 레벨 업이 되겠어?’

레벨 업은 안 된다고 보는 게 맞았다.

이젠 정말 수련으로 실력을 쌓아야 한다.

3일 동안 줄기차게 명상을 했는데 심장의 마나가 조금씩 느는 걸 느꼈다.

수련만으로도 실력이 느는 것이다.

로건은 탁자를 정리하며 1층 식당으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3일이 지나서 군터와 용병 계약을 해야 했다.

‘게임을 종료해도 나중에 서버 하나 정도는 서비스 차원으로 열어준다고 했지?’

회사에서 직접 나온 얘기는 아니지만 그런 소문이 많이 나돈다고.

‘서버가 다시 열리면 시스템 창도 다시 될지 모르지. 잊어버리고 살면서 주기적으로 확인하면 되는 거야.’

현실은 이곳보다 3배는 시간이 빠르다.

이곳에서 넉넉잡아 3년 정도 기다려보면, 현실에서는 9년의 세월.

그 정도면 서버가 다시 열릴지 말지 결판이 나겠지.

‘후······ 이것만 해도 정말 어디야. 감사한 줄 알아야지.’

로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핸서는 로건이 2층에서 내려오자 일어나서 인사했다.

“오셨어요.”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아니에요.”

로건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군터씨는?”

“용병 길드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고용 내용도 의논하지 않고 거기서 기다린다고?”

“그렇네요? 하하.”

로건도 웃었다.

“뭐, 어차피 경호하는 일이니까. 가자.”

핸서는 로건을 용병 길드로 안내했다.

영주 성은 상당히 넓다.

번화가도 여러 군데 있고.

“상점마다 사람이 미어터지네? 무슨 일이야?”

“어제 중부에서 물건이 많이 왔어요. 한 달에 1번은 이렇게 붐벼요.”

“아하.”

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길드에 도착했다.

도착한 용병 길드.

길드 사무실에서 바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로건은 계획하는 습관, 메모하는 습관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미 다 생각해둔 것이다.

그래서 길드에 온 지 10분도 안 되어 계약을 마쳤다.


계약 기간은 90일.

군터와 핸서를 호위로 고용했다.

1일 1교대.

즉 군터와 핸서가 하루씩 로건의 곁을 지키는 것이다.

함께 있는 동안 식사는 로건이 제공한다.

계약금은 10골드.

10일마다 20골드를 줘야 한다.

그러면 90일에 계약금까지 합쳐서 총 190골드.

제법 비쌌는데 군터가 C급 용병이고, 또 로건에게 검술을 가르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계약한 첫날은 핸서가 경호하기로 했다.

로건은 군터를 보내며 쓴웃음을 지었다.

‘밥은 먹이고 일을 시켜야지. 용병들이라 엄청나게 먹잖아. 빨리 돈부터 마련해야겠네.’

남은 돈은 70골드 남짓이었다.

핸서는 로건의 옆에 착 붙어서 걸었다.

역시 용병계의 베테랑.

돈은 그냥 받지 않는다는 태도를 팍팍 보여준다.

“여관에 안 계시고 집을 구한다고요?”

“어, 계속 있으니까 답답해서. 집은 작아도 돼. 좋은 곳도 필요 없어. 안전하고 조용하면 최고야.”

핸서는 어떤 집이 좋을까 생각하며 말했다.

“군터 형에게 검술 배운댔잖아요. 마당도 있어야겠네요?”

“당연하지. 한 봄까지? 넉넉잡아 4달 정도 있을 집이 필요해. 구할 수 있겠어?”

“외성 안에 귀족들 별장 몇 개 비었을 거예요. 겨울나려고 남부에 가 있는 귀족들이 있거든요. 귀족 별장은 수련장도 있으니까 딱 좋죠. 별장 알아볼까요?”

‘얼레? 얘가 누굴 거덜 내려고?’

로건은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별장? 그것보다는 성 바깥은 어때? 위험하지 않을까?”

“별로요. 몬스터 토벌했으니까요. 그리고 갈라실은 대 영지라서 기사, 병사도 많아요. 순찰도 자주 하고요.”

“그럼 외성 근처에 있는 마을 중에서 하나 고르면 되겠다. 성 바깥에 마을 하나 정해서 조용한 집 찾으면 돼. 허름해도 상관없어.”

핸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금방이죠.”

“그래? 그럼 바로 알아보자.”

“그럴까요?”

“가자고.”

마음 같아서야 성안에 있고 싶다.

그런데 검술을 배우면 시끄러울 수 있다.

이목을 끄는 건 안전에 방해가 되니까.

몬스터 토벌을 했어도 위험이 전혀 없는 건 아니겠지.

그러나 경호도 받는데 조금의 위험이야.

여차하면 마법을 사용해도 된다.

여관 뒤뜰에서 모든 마법을 몰래 사용해 봤고 훌륭하게 성공시켰다.

이 정도면 성과 가까운 마을은 괜찮다고 보았다.

‘그래도 잊지 말자. 1년은 안전 제일이야.’

로건은 핸서와 함께 부지런히 알아보러 다녔다.

한시바삐 집을 구해야 한다.

하루 3골드.

숙박비는 스트레스다.


핸서는 각 마을의 촌장을 찾아가 빈집을 문의했다.

다행히 마을마다 빈집이 제법 있었다.

로건은 3번 만에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찾았다.

갈라실 성 동쪽 마을.

이 마을은 오른편에 산이 하나 붙어 있다.

여차하면 산으로 가서 마법으로 동물이라도 잡아 볼 생각이다.

드물게는 소형 몬스터도 나타난다니 잡아 보고 싶었다.

로건이 빌린 집은 목책을 둘러싼 마을 안에 있다.

작으나마 잡화 상점과 대장간도 있고.

자경대가 목책 주위를 순찰하며 마을을 지켰다.

집은 120일을 빌렸다.

계약금은 없고 30일마다 5골드 선지급이었다.

“저기······ 정말 이 집으로 괜찮으세요?”

로건은 기분 좋게 말했다.

“그럼, 마음에 들어.”

넓은 방 1개, 작은 방 1개.

방마다 낡은 침대가 하나씩.

화덕이 있는 코딱지만 한 부엌 1개.

이게 전부.

다른 건 아무것도 없다. 녹슨 포크 하나도.

핸서는 걱정이었다.

‘여기서 못 사실 건데? 저렇게 잘 생겨서는······ 저기요, 귀족 나리. 아무도 안 속거든요. 우리와 색깔부터 완전히 다르거든요.’

야영지에서 어두운 밤에 처음 봤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바로 알았다.

요리보고 저리 봐도 귀족 맞는데 계속 평민 놀이를 한다.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기에 신분을 감추고 지내는 걸까?

훤칠한 키.

짙은 금발에 푸른 눈동자.

황금 눈썹.

얼굴이며 피부며.

온몸이 백설이 내린 것처럼 희고 깨끗하다.

무엇보다도 은근하게 흐르는 기품과 지적인 분위기 때문에 절대 평민 같지 않았다.

저 사람이 평민이라고?

그러면 나는 왕족이다.

“로건님, 이 집이 마음에 든다고요?”

“로건님이 뭐냐? 형이라고 불러.”

“아무튼요. 진짜 마음에 드세요?”

“그럼!”

핸서는 의문이었다.

정말 이 황량한 집을 견딜 수 있을까?

마당이 넓어서 수련하기는 좋지만 과연?

‘며칠만 지나면 별장 구해달라고 할 텐데. ······할 수 없잖아. 그냥 속아줄 수밖에.’

핸서가 방문을 열었다 닫으며 말했다.

“바람 많이 새네요.”

“그러네? 문틈이 이상하게 벌어졌다. 난 못 고치겠는데?”

핸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러시겠죠.’

“너는 고칠 수 있어? 못 고치면 대장간에 부탁하고.”

“이 정도는 쉬워요.”

“오, 그럼 네가 고쳐. 그리고 마을의 잡화 상점에서 먹을 것 좀 사 올래? 냄비와 접시 같은 식기도 사고. 좋은 거 아니어도 돼.”

“거친 음식일 텐데 드실 수 있어요? 여관에서 먹던 거 생각하면 안 돼요.”

“나 입맛 까다롭지 않아. 야영지에서 잘 먹는 거 못 봤어?”

핸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 그렇네요?”

“그렇다니까. 일단 먹을 거 3일 치만 사와. 사 오면 돈 줄게.”

로건은 핸서를 보내고 자신이 쓸 방에 들어갔다.

“이만하면 대궐이다. 서울에 올라와서 단칸방 생활을 몇 년이나 했는데.”

꽤 컸다.

적당한 아파트의 큰방 크기랄까.

침대만 있어서 더 크게 느껴졌다.

“탁자와 의자도 필요해. 마법을 공부해야 하니까. 난방은 저쪽 벽난로에 불을 피우면 되고.”

로건은 펜과 종이를 꺼내어 필요한 것을 적다가 웃었다.

“이것저것 필요한 게 많아.”

그래, 이런 게 사람 사는 거다.

즐거웠다.

그는 ‘클린’이라고 말했다.

클린.

천수가 우편으로 보내준 마법서.

말이 마법서이지, 게임에서는 빗자루를 들고 캐릭터의 주변 바닥을 쓰는 우스꽝스러운 액션에 불과했다.

로건이 게임할 때 자주 썼던 클린.

함께 받은 레비테이션 액션도 애용하는 액션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달랐다.

정말 청소가 되는 것이다.

먼지와 묵은 때가 싹 사라져 버린다.

옷이라곤 입고 있는 게 전부인 로건.

그런데도 늘 옷이 깨끗한 이유가 바로 클린 마법 때문이다.

에반의 기초 마법서를 보면 이런 희한한 마법은 존재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게임의 마법이랄 밖에.

로건은 미소 지었다.

“이 얼마나 멋진 마법이야? 청소, 빨래 안녕이잖아?”

레비테이션도 좋다.

게임에서는 허공에 떠서 캐릭터의 주위를 뱅뱅 도는 액션.

그런데 여기서는 허공에 떠서 움직일 수 있었다.

전력 질주하는 말보다 더 빠른 것 같고, 속도도 조절할 수 있었다.

단점은 땅에서 50㎝까지만 뜰 수 있다.

더 높이 못 뜨면 어때?

허공에 떴다는 자체가 새로운 세계였다.


“자. 이것도 사와. 없는 게 너무 많아.”

잡화 상점에서 식량을 사 온 핸서.

그는 물건을 내려놓고 새로운 품목들을 적은 종이를 받았다.

어이없는 표정이다.

“왜 그래? 적어 준 물건들 별로 안 무거운데?”

“저 글 못 읽잖아요.”

“아.”

용병 길드에서 군터와 핸서는 계약서를 읽어달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야 계약서에 지장을 찍었었지.

하도 눈치 있게 움직여서 깜빡했다.

“내가 다녀올게. 그리고 내 방에 탁자와 의자가 필요하거든. 그건 어디서 구해?”

“대장간에 부탁하면 만들어 줄 거예요. 아니면 재료 사서 만들어도 되고요. 제가 만들까요?”

로건은 감탄했다.

“넌 못하는 게 없구나. 아니야, 그냥 사자. 네 방에는 탁자 필요 없어?”

“침대만 있으면 돼요. 그것보다는 식탁하고 식탁 의자가 필요해요. 음식을 땅에 놓고 먹기는 그렇잖아요.”

“그렇네. 그럼 내 방에 탁자와 의자. 바깥에 놓을 식탁. 식탁 의자는 4개. 집 앞에 기둥 세우고, 그 위에 천막까지 치면 멋지겠지?”

“좋죠.”

“그럼 네가 대장간에 가서 주문해. 나는 잡화 상점 갈 테니까. 땔감은 잡화 상점?”

“잡화 상점, 대장간 다 팔아요. 아니면 마을 사람에게 부탁해도 해주고요.”

“그러면 사람 시켜서 배달시켜. 한 5일 치만.”

“네.”

워낙에 뭐가 없어서 이것저것 다 채워야 한다.

핸서가 아니었으면 하염없이 시간을 버렸을 것 같았다.

그는 알아서 척척 정리했다.

집 한쪽 벽에 땔감을 쌓고 천을 덮었다.

방문도 꼼꼼하게 수리하고.

부엌 앞에 식탁을 놓고, 사방에 기둥을 세우고 넓은 천을 연결해서 지붕을 만들었다.

평생 컴퓨터만 끼고 산 현대인이 뭘 얼마나 할 줄 알겠나.

펄펄 날아다니는 핸서를 방해하지 않는 게 도와주는 거다.

로건은 멀뚱멀뚱 구경만 하다가 한마디 했다.

“수고 많다. 배는 안 고파?”

“고파요.”

로건은 잡화 상점에서 사 온 육포와 비스킷, 우유를 식탁에 내놓았다.

요리는 할 줄 알지만, 화덕 하나로 뭘 할 정도의 솜씨는 아니었다.

‘잘 먹네.’

핸서는 정말 맛있게 먹고 많이 먹는다.

물론 자신도 만만치 않으니까 요리할 사람이 필요했다.

요리?

경제적인 여유가 없으면 몰라도, 지금은 그런 거 할 시간이 어디 있나.

로건의 정신은 온통 수련에 꽂혀 있다.

주변 환경을 만들어 놓은 후 마법과 검술에 풍덩 빠질 생각이었다.

“요리할 사람이 급해.”

핸서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다.

“요리는 서로 하려고 할걸요. 마을에 말하면 금방 구해요.”

“사람을 못 구해서 그러나? 맛있게 만드는 게 중요해.”

핸서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베스 형은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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