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로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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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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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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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DUMMY

“아, 맞아요. 지금 오시면 돼요.”

천수는 황망한 심정으로 캡슐을 받았다.

캡슐을 놓으니 작은 방이 꽉 찼다.

“아는 형이 보내셨다고요? 이 모델 정말 비싼데 좋은 형 두셨네요. 부럽습니다.”

“어, 얼만데요?”

“2,600만 원요. 최고급품이에요. 옵션도 없는 거 빼고 다 넣었어요. 이것보다 더 좋은 건 없어요.”

“······.”

천수는 캡슐을 붙잡고 무너졌다.

그렇게 눈물이 나왔다.

한참 만에야 진정하고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게임에 접속했다.

“형, 내 소원 안 들어주고 가셨네요. 모아놓은 아이템도 못 드렸는데.”

천수의 음성에는 한이 맺혀있었다.

그렇게 로그인을 하고 게임 속으로 들어갔다.

우편이 왔다는 알림 창이 바로 나타난다.

“형······.”

탱커가 배워야 할 패시브 전설 스크롤 북 9개.

보낸 이는 ‘로건레스터’ 바로 영민이었다.

천수는 그만 숨이 막혔다가 펑 터졌다.

“으허엉!”

놀란 아내가 뛰어 들어왔지만, 천수의 몸부림은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분하고, 원통하고.

영민이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천수는 아내의 품에서 미친 듯이 발버둥을 치다가 간신히 진정했다.

“이제 괜찮아요?”

“으응. 건너가 있어.”

“네.”

천수의 아내는 이해심이 깊었다.

남편과 영민은 친형제나 마찬가지. 시간이 필요하리라.

아내는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천수는 우편함을 열고 하나씩 아이템을 담았다.

“형, 내가 모은 거야. 하늘에서도 게임 할 수 있으면 이거 써. 힘들게 모았거든······. 아무도 주지 마.”

천수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떨어졌다.


* * *


야영지.

갈라실 영지로 가는 어느 길목이다.

전날 밤 상인 일행과 합류하게 된 로건.

그는 천막 속에서 잠을 자고 이른 아침을 맞이했다.

잠은 금방 들었었다.

긴장과 경계심이 안 풀렸지만, 그보다 피로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벽 추위에 몇 시간 자지 못했다.

앉아서 기지개를 켜니 뼈마디에서 우드득 소리가 났다.

‘아, 피곤해. 그런데 모포에서 냄새가 안 나네? 냄새에 코가 절어버린 거야.’

로건은 결벽증은 아니지만 어지간한 사람보다는 깔끔한 성격이다.

이세계로 넘어온 지 3일째 아침.

벌써 몸이 근질근질해서 샤워가 하고 싶었다.

손도 꼬질꼬질한 것 같고 얼굴도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기분 탓만은 아니야. 로건은 쫓기면서 거의 열흘은 못 씻었잖아.’

로건은 밖으로 나왔다.

벌써 다른 천막은 다 걷혔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여어! 잘 잤어요?”

어제 처음으로 대화했던 용병, 요리를 담당했던 용병.

바로 베스였다.

“네. 제가 좀 늦었네요.”

“저희 보호받으신다고요? 아침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로건은 사양하지 않았다.

식사하면서 상인의 하인 제미니에게 마차를 얻어탈 수 있는지 물었다.

체력을 아끼고 싶었고.

생각할 것도 많았다.

제미니는 쪼르르 마차 안으로 들어가더니 금방 나왔다.

“바인님께서 두 번째 마차를 타시랍니다.”

“얼마죠?”

“그냥 타시랍니다. 대신 짐마차라서 안에는 못 들어가세요. 마부석 옆에 앉으시면 돼요.”

“그래요.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제미니는 불편한 표정으로 말을 놓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로건은 말을 놓지 않았다. 아직 그 정도로 적응하지는 못했다.

“차차 놓을게요.”

“네. 그럼 맛있게 식사하십시오.”

로건은 곰곰이 생각하면서 수프를 마시다가 옆에서 들리는 헛기침에 고개를 돌렸다.

군터였다.

“생각이 많아 보이네요. 혹시 잃어버린 짐 때문입니까?”

“아뇨. 어차피 잃어버린 짐, 생각해봐야 속만 쓰리죠.”

“그러게요. 그럼 무슨 일로?”

“바인씨가 마차에 그냥 타라고 해서요. 돈을 안 받겠답니다. 페니 부부는 걷잖아요. 왜 특별 대우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로건은 페니를 가리켰다.

페니 부부는 봇짐을 어깨에 사선으로 동여매고 서서 한창 다리를 두드리며 근육을 풀고 있었다.

“하하, 로건씨는 거지가 아니니까요. 입은 것만 봐도 알죠. 그러면 여행 중에 혹시 필요한 물건을 살 수도 있겠죠?”

“아.”

“또 바인씨는 갈라실에 잡화 상점을 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자신의 상점에 오라는 뜻이에요.”

그렇게 식사를 마칠 즈음 베스가 다가왔다.

“곧 출발합니다. 마차에 타세요.”

“감사합니다.”

로건은 짐마차에 탔다.

마부는 2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용병.

로건과 비슷한 연배임에도 무척 과묵했다.

“하나 물어봐도 돼요?”

“네.”

“용병한 지 얼마나 되었어요? 경력이 궁금하네요.”

그러자 의외로 친절한 답변이 날아왔다.

“6년째에요. D급 용병입니다. 오크 한 마리는 혼자 상대할 수 있어요.”

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한 정보만 쏙쏙 말한다. 이미 철은 다 들었다.

‘한참 성숙하네. 여기 성인 나이가 낮을 거야.’

6년의 경험.

베테랑이다.

D급? 높은 등급은 아니겠지.

오크 한 마리의 전투력도 모르겠다.

그러나 말하는 태도를 보면 하찮은 실력은 아닐 것 같았다.

로건은 젊은 용병이 찬 검을 보며 말했다.

“이름이 어떻게 돼요?”

“핸서입니다. 로건씨, 저도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말씀하세요.”

“혹시 용병 필요한 일 있으면 저희로 부탁드립니다.”

“네.”

로건은 짧게 대답하고 앞을 보았다.

핸서는 로건의 음성이 부드럽고 긍정적인 걸 느끼고 조금 더 말했다.

“겨울이라서 일거리가 없어요. 일거리가 부족한 만큼 가격도 싸거든요. 웬만한 일은 다 할 수 있습니다.”

“용병은 겨울에 일감이 부족하죠?”

“그렇죠. 가을에 몬스터 토벌을 한 영지는 특히요. 봄이나 되어야 일감이 나옵니다. 이동도 많고 몬스터도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시작하니까요.”

“이곳은 몬스터 토벌을 해놨으니까 다른 지역에서 일감을 찾는 건 어때요?”

“저희도 그러고 싶은데 베스 형이 다쳐서요.”

“베스씨요? 잘 모르겠던데요?”

“겉보기만 그래요. 갈비뼈에 금이 갔고 몸도 좀 다쳤거든요. 그래서 올겨울은 갈라실에서 보내야 할 것 같아요.”

“그렇구나. 혹시 겨울을 날 돈이 부족한 거예요?”

핸서는 작게 말했다.

“못 지낼 정도는 아니에요. 다만 이번에 장비를 전체적으로 교체해서 아껴야 해요.”

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하면 말씀드릴게요.”

“용병 길드에서 군터 형이나 저를 찾으면 돼요. 저와 베스 형은 D급이고요. 군터 형은 C급으로 마나를 다루지 못하지만, C급 중에서는 최고 실력이에요.”

그 순간 로건은 B급이 마나를 다룰 수 있음을 알아챘다.

“나머지 용병분들은요?”

“다른 용병은 저희 소속 아니에요. 이번 의뢰를 같이할 뿐이죠.”

“그렇군요.”

로건은 일단 대화를 끊었다.

그는 마차의 흔들림을 못 느낄 만큼 생각에 잠겼다.

‘용병이 필요한 일이 있을까?’

자신은 갈라실에서 겨울을 나야 한다.

이 추운 날씨에 다른 곳으로 또 이동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필요할지도? 없는 것보단 당연히 낫지. 나는 1년 동안 더욱 안전해야 해.’

일단 핸서는 합격.

베스가 상처를 입었다지만 움직이는 것은 괜찮아 보인다.

그렇다면 비용을 깎거나, 베스를 고용하지 않아도 되고.

군터는 실력이 탐났다.

로건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차 앞뒤로 좀 떨어져 걸어서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쉴라씨 말인데요.”

“네.”

“어제 용병과 동침하던데 혹시······.”

핸서는 고개를 저었다.

“군터 형과 저희는 아닙니다.”

‘합격!’

그게 찜찜했다.

자신들 딴에는 공평하게 주고받는다지만 정말 못 볼 꼴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고 해도, 자신만의 기준도 필요한 법이었다.

“용병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아.”

“아직 결정한 건 아니고요.”

“예.”

그래도 핸서의 표정은 밝았다.

마차는 느리지만 부지런히 달렸고 해는 머리 꼭대기에 떴다.

정오가 되었다.

‘점심도 먹는군? 얼마 안 남았다고 그런 건가?’

로건은 점심도 얻어먹었다.

불은 피우지 않고 빵만 나왔다.

그러나 아침보다 양을 더 많이 준다.

핸서가 군터에게 자신과 나눈 대화를 얘기해서 그렇겠지.

용병 고용 어쩌고저쩌고.

마차 옆에서 걸으며 같이 들었던 쉴라가 자신들도 할 일이 없겠냐고 물었지만 모른 척했다.

점심은 간단하게 먹고 바로 출발.

아무 일도 없고 갈라실 영지는 점점 가까워진다. 위험해질 확률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로건은 해가 질쯤 되자 어느 정도 마음을 놓았다.

이제 영지까지 하루거리.

사람들과도 낯이 다 익었다.

상인 바인에게 단검 한 자루, 옆으로 메는 즉 어깨에 끈을 걸칠 수 있는 작은 배낭 하나를 샀다.

질은 보통이었고 가격은 합쳐서 3골드이다.

용병 핸서와 베스가 흥정을 도와줘서 속지는 않은 것 같다.


저녁이 되어 야영을 준비했다.

상인 바인은 로건에게 차를 한 잔 주었다. 무표정한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져 있었다.

‘군터씨에게 또 밥 얻어먹긴 그렇지?’

로건은 남은 육포를 모두 핸서에게 주었다.

저녁 식사에 보태라고.

그리고 오늘 천막 대여비 3실버에 17실버를 보태어 20실버를 주었다.

영지까지 식사비라며 넘긴 것이다.

군터, 베스, 핸서가 갈라실에서 겨울을 나니까 이렇게 소소하게라도 친밀감을 쌓아 놓는 게 좋을 것 같다.

고용하지 않더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지 모르니.

푼돈이지만 엄연한 뇌물.

효과는 있을 것이다.

베스가 휘파람을 불었다.

“와. 주신 육포 정말 맛있네요.”

“그래요?”

“네. 진짜 고급품이에요. 수프에 넣으니까 너무 맛있어요.”

“다행이네요.”

“잘 먹겠습니다.”

핸서가 인사하고 군터도 살짝 고개를 숙였다.

다른 용병들도 인사했지만 로건에게는 엑스트라.

그들은 쉴라와 잤기에 말도 섞기 싫었다.

페니와 쉴라는 수프 냄비를 보며 침을 삼켰다.

좀 주고 싶었지만 내가 주라 마라 할 수도 없는 일.

모른 척했다.

‘오지랖? 안 되지. 에반님 돈 아니었으면 나도 쫄쫄 굶었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해.’

로건은 감사할 따름이다.

로건 레스터의 인장 반지를 뱅가드 상단에 보여주면 1만 골드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인장 반지를 파는 게 아니라, 그것이 신분증이기 때문.

이를테면 은행 카드 역할이다.

에반은 그 상단에 로건 레스터의 이름으로 1만 골드를 맡겨 놓았다.

‘적어도 2, 3년은 엎드려 있어야지. 그래야 놈들의 주의가 흐트러질 거 아니야. 돈을 벌어야 해. 정 안 되면 찾겠지만 일단은······.’

돈은 쓰기 나름.

정말 아껴 쓰면 몇 년 정도는 돈을 벌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이놈의 식욕이 문제다.

오랫동안 음식을 절제하다가 그 제한이 없어지자 입이 터져 버렸다.

야영지에서 먹는 음식의 질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도 뭐든지 맛있었다.

영지에 가면 훨씬 더 맛있는 음식이 많겠지.

돈을 아끼겠다고 식욕을 참을 수 있을까?

‘못 참지. 아니, 안 참아.’

로건은 빵으로 수프를 싹싹 긁어먹고 천막으로 쏙 들어갔다.

침을 줄줄 흘리는 페니 부부를 보는 게 고역이었다.

‘결국 상인에게 단검과 가방을 샀네. 눈치가 보여서 안 살 수가 있어야지. 필요하긴 하다만, 쩝.’

천막 속에 앉아서 구매한 단검을 빼 보았다.

철에 불순물이 들어갔지만, 오크의 공격을 잠시 막을 정도는 된단다.

물론 험하게 쓰면 바로 부러지고, 손질도 자주 해야 한다.

가격도 싸고, 잠시 쓰기에는 적당했다.

“단검은 허리에 차고 다니고······.”

가방은 바깥에서 보이도록 걸고 다닌다.

마법 주머니를 매번 노출할 수 없었다.

돈 몇 푼과 잡품 적당량을 가방에 담았다.

비스킷도 조금 옮기고.

즉 날치기를 당해도 타격이 없을 정도로만 담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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