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처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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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
그림/삽화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4.08.0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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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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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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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3)

DUMMY

이채성이 알려준 작전 자체는 간단했다. 입국 경로는 몽골까지 비행기로 이동, 울란바토르에 도착하면 하얼빈에 기차로 이동해 거기에서 은신처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난 뒤, 두 딸을 한명씩 울란바토르로 데리고 온 뒤 대한민국 경제사절단이 몽골에 방문하면 사절단과 함께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작전 자체는 간단하지만 문제는 국가보위청과 호위사령부를 비롯한 북한의 추격을 물론이고 공안을 동원한 중국의 감시를 뚫고 그들을 무사히 울란바토르까지 데려올 수 있느냐는 것.


“노출된 요원들은 모두 복귀했나요?”


“전부 복귀명령을 내렸지만 아마 명단이 중국쪽에도 넘어간 모양이야. 대부분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대기 중이지.”


“그럼 북측 일행은요?”


“그쪽 요원들도 노출됐을 가능성 때문에 하얼빈 인근에 머물고는 있지만 따로 접촉하진 않고 있어. 자네가 도착하면 복귀시켜야지.”


“다른 팀원들은요? 바로 파견될 만한 요원들이 있습니까?”


“다 아는 얼굴 들일 거야.”


이채성이 어딘가로 전화하자 회의실 문이 열리고 이채성이 말한 팀원들이 들어왔다.


해국(海菊) 작전 다시 무라타의 대행을 맡았고, 이후 류지원과 마찬가지로 은퇴를 택했던 블랙요원J 조준영, 나고야 영사관에 무관으로 있었던 최민호 총경, 그리고 특수분장사 김형원, 그리고 아직 블랙요원 훈련을 얼마 전에 끝마친 해외공작부 소속 7급 팀원 장재상이었다.


류지원은 이미 조준영과 복귀에 대한 연락을 나눈 상태였기에 그가 함께 할 팀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최민호 총경이 팀에 합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놀란 표정이었다.


최민호 총경과 반갑게 포옹을 나눈 뒤 류지원이 말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그러자 옆에 있던 이채성이 대신 답했다.


“국정원과 정보사 모든 해외 요원들이 활동 중단된 상태라 국정원 작전에 직접 참여한 적 있는 타기관 분들을 추렸지. 마가렛 작전을 훌륭하게 수행한 최민호 총경님이 적임자라는 판단이 들었고.”


“나도 처음에 상황을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반갑기도 했고요. 어쨌든 비상상황이니만큼 협조를 거절할 수 없었죠.”


“괜찮으시겠습니까?”


“저야 한국대사관 경찰영사로 파견되는거라 직접 작전에는 참여하지 않을 테니까요.”


류지원은 김형원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해국 작전 막바지에 잠깐 본 사이였고 이후로 다시 만나지 못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 동경심을 갖고 있었다.


해국 작전에 참여했던 김형원은 첩보작전의 일원이 된 것에 대해 엄청난 흥분을 느꼈고, 때마침 국정원 쪽에서 영입 제안이 오자 고민하지도 않고 제안을 수락해 국정원 별정직으로 근무 중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류지원의 말에 김형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잘 지내셨죠? 결혼하셨다는 얘긴 들었어요. 다시 뵙게 되니 반갑네요.”


“그러게요. 국정원 직원으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채성이 거들었다.


“우리 회사 직원 중에 최고연봉자라네. 원장님보다 훨씬 많이 받지.”


“그 정도 대우는 당연히 해드려야죠.”


마지막으로 장재상은 올해 국정원에 입사한 직원으로 증조부모 모두 독립운동에 투신했고, 부친이 중국 창춘시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중국어에 능통했고, 블랙요원 훈련 역시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재원이었다.


“선배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응, 반가워. 이번 기수 에이스라며? 잘 부탁해.”


“많이 가르쳐주십시오!”


그렇게 팀원 소개를 마치고 구체적인 역할 분담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우선 내일인 9월 8일 최민호 총경은 경찰영사 자격으로 몽골로 출국하여 사전에 차량수배 등을 비롯해 필요한 현지 인력, 장비 등을 조달하고, 조준영과 김형원도 대사관 직원으로 함께 출국하여 최민호를 돕는 것이 이 작전의 첫 단계였다.


특히 조준영은 블랙요원의 경험을 살려 몽골-중국 국경지대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유사시 류지원을 대신해 작전을 진행하는 역할을 부여 받았다.


다음날, 류지원과 장재상은 중국 여권을 가지고 중국 북경으로 입국해 창춘을 거쳐 하얼빈으로 이동, 현지 상황을 파악하며 일행들을 기다리는 한편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탈출로 확인, 은신처 확보 등이 주요 임무였다.


북측과의 접촉은 중국의 중추절이자 한국의 추석 당일인 9월 15일로 정해져 있었다. 명절이다보니 고향을 찾아 이동하는 인구가 많을 것이고 인파에 섞여 작전을 펼치기가 용이했기 때문이다.


류지원의 합류만 기다렸다는 듯 여권과 신분증을 비롯해 필요한 모든 것들 역시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작전을 하나하나 머릿 속에 되새기던 류지원은 한숨을 쉬며 소파에 걸터앉아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았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커피를 내리고 설희와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김정은의 딸들을 구하러 중국에 가야하다니 꿈처럼 느껴졌다.


어찌보면 그 나라의 모든 첩보, 경찰 인력이 자신과 무라타만을 쫓았던 4년 전에 비해 임무 자체를 더 쉬워보이기도 했다. 섬나라인 일본에 비해 중국과 국경을 접한 몽골까지 넘어간다면 복귀 역시 더욱 간단할 터였다.


하지만 이미 일본에 있을 당시부터 북한 보위부 요원들을 상대했던 류지원은 걱정이 앞섰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모든 보위부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김주애 일행을 찾고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도 일행을 쫓고 있었고, 혹여 중국이 북한과 합의해 합동 작전을 펼치기로 한다면 작전의 난이도는 급격히 올라갈 터였다.


이런 모든 것을 떠나 무엇보다 무라타에 비해 김정은의 어린 두 딸이 갖는 상징성은 차원이 달랐다. 혹여 그들을 구출하다 불상사라도 발생하다면 북한이나 중국이 그 책임을 모두 한국에 떠넘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답답해진 류지원은 심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나야.”


“저녁은요?”


“먹었지.”


“별 일 없는거죠?”


“응. 보니까 단순훈련이랑 대사관 지원 업무더라고.”


“그런데 당신을 복귀시킨 거에요?”


“응. 현지 요원들과 대사관 명단이 전부 유출돼서 새로운 인원이 충원될때까지만 대체하는 거래. 요원들이 급히 귀국하고 있어서 일종의 뗌빵으로 가는거지.”


“다행이네요.”


“컨디션 어때?”


“저도 저녁 먹고 쉬고 있었어요.”


“혼자 있으면 힘들텐데 무리하지 말고 잠깐 문 닫고 쉬는 건 어때?”


“오히려 그러면 더 기운 없더라고요. 꽃보고 당신 돌아오길 기다릴게요.”


“미안해. 고맙고.”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다음날 최민호 총경을 포함해 세 사람이 먼저 출국하고, 류지원과 장재상은 내곡동 본사건물에서 이채성과 함께 다시 작전을 숙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류지원이 이채성에게 물었다.


“그런데 작전명은 왜 처인성입니까?”


“북쪽 경호원 이름이 김윤후거든. 접선자이기도 하고.”


“아...”


고려시대 무관이자 승려였더 김윤후(金允侯)가 몽골을 상대로 승리로 이끌었던 전투가 바로 처인성 전투(1232년)와 충주성 전투(1253년)였고 작전명은 여기에서 따온 것이었다.


머릿 속으로 작전에 대해서 충분히 숙지했지만 막상 현장에 투입되면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계획대로만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류지원은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미 해국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 소규모 작전에 투입된 적 밖에 없고 블랙요원 훈련을 마친 지 한달여밖에 되지 않은 장재상은 점점 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우호국이나 중립국에서 3년여의 적응기간을 가졌을 테지만 지금은 이런 풋내기 요원을 투입해야 할 정도로 인원이 부족했고, 사태는 심각했다. 특히 중국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할 수 있는 요원은 당장 장재상 뿐이기도 했다.


류지원은 하루 종일 긴장해 있는 장재상에게 편한 목소리로 말했다.


“머리 속으로 아무리 달달 외워도 막상 가보면 눈 앞이 깜깜해 지지.”


“선배님도 그러셨습니까?”


“나도 신참일 때는 똑같았지. 과장님께 얼마나 혼났다고.”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입니다.”


“그냥 두가지만 기억해. 첫 번째, 무조건 현장에서는 내 말만 듣고 내 말대로 움직일 것. 알았지?”


“명심하겠습니다.”


“두번째는 혹시 내게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것을 중단하고 지체없이 본사에 연락하고 후속조치를 기다릴 것. 이해됐어?”


“네. 알겠습니다.”


“그래. 일단 좀 쉬자.”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마침내 두 사람은 북경으로 향했다.


선양이나 창춘, 또는 하얼빈으로 가는 직항이 있었고 시기도 촉박했지만 두 사람이 굳이 북경을 통해서 이동하는 건 이미 북한이나 중국이 냄새를 맡고 창춘이나 하얼빈 공항에 깔려있을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북경은 워낙 많은 나라의 많은 이들이 오가는 만큼 몸을 숨기기 쉬었고, 주요도시로 가는 교통편도 다양했다.


신분 노출의 문제로 평소때처럼 대사관 직원들이나 현장 요원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온전히 두 사람의 힘으로 하얼빈까지 도착해야만 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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