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처인성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고도일
그림/삽화
고도일
작품등록일 :
2024.08.01 10:38
최근연재일 :
2024.08.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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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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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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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1)

DUMMY

세계 최장거리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중국에서는 선양을 거쳐 창춘, 하얼빈으로 가는 징하~징강마카오 통로 노선의 고속철을 이용하면 하얼빈까지 이동은 간단했지만


첫째, 중국 철도 시설은 공항 이상의 2중 보안을 자랑했고,

둘째, 기차를 이용하다 작전이 틀어졌을 경우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고로 류지원과 장재상은 유사시 대응이 어려운 기차로의 이동은 포기하고, 결국 우리는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중고차부터 구매해야 했다. 대사관이나 요원 차량을 이용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장재상은 여전히 중국 국적을 유지 중이었기에 이틀 만에 7인승 차량을 구매할 수 있었다.


베이징의 6환 순환도로를 벗어날때까지 여러 차례의 검문 검색이 있었지만 현지인과 다름 없는 복장과 장재상이 언변이 더해져 베이징을 벗어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류지원은 일본이 주 활동지역인 터에 중국에서 작전을 수행한 적은 몇 차례에 불과했지만 엘리트 블랙요원인만큼 영어와 일어는 물론 중국어와 러시아어, 북한 사투리에 능통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너무 오랜만이기도 했고, 국정원을 그만둔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중국의 풍경들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고향이 창춘이라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몇살까지 살았는데?”


“열다섯에 한국으로 넘어왔습니다. 아버지는 그 전부터 사업차 한국에 자주 오가셨고요.”


“독립유공자 집안이라며?”


“아직이요.”


“아직?”


“사실 아버지는 오래전부터 한국에 귀화하고 싶어하셨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가족 모두가 한국을 동경했었습니다. 저희의 뿌리였으니까요.”


“음...그런데 귀화를 안 받아줬어?”


“그러다 아버지께서 독립유공자를 대상으로 국적회복 절차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귀화보다 국적 회복이 맞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귀화는 나라를 바꾼다는 느낌이지만 국적회복은 원래부터 한국 사람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라시며 국적회복을 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하셨습니다.”


“음...그런데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인정받지 못하셨구나?”


“네. 증조부모에 대한 기록도 부족했고 함께 독립운동했던 분들도 다 돌아가신 상태였습니다. 아버지는 처음에는 허탈해 하셨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셨죠.”


“그러다 국정원이 먼저 너한테 접근했을 테고?”


“그렇습니다.”


“입사하고 3년 동안 문제가 없으면 증조부모님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해주고, 부모님 국적도 회복시켜준다고 했겠지?”


“네. 원래는 입사후 3년이었는데 이번 작전에 성공하면 바로 진행해준다고 이과장님이 약속하셨습니다.”


“음...잘 됐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너무 조바심 내지마. 괜히 무리했다가는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으니까.”


“네. 이과장님께서도 팀장님 말씀만 따르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3일 동안 진저우, 선양을 거쳐 창춘에 도착하였다. 창춘에서 하얼빈까지는 3시간 남짓의 거리었기에 작전이 그야말로 코앞에 다가온 셈이었다.


북한과 접경지인 단둥을 제외하면 선양과 창춘은 북한과 가까운 대도시들이었고, 특히 창춘은 만주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중국의 대표적인 공업지역으로 북한출신 노동자는 물론 보위부원들이 많아 극도로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굳이 창춘을 방문한 이유는 장재상의 고향이라 북한 관련 정보를 얻기 쉬웠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현지인력을 구하기에 용이했기 때문이다.


“창춘은 얼마만이지?”


“얼마 안 됐습니다. 올 초 실무 훈련때 창춘으로 파견됐었습니다.”


“친척이나 친구들도 있겠네.”


“친척들은 많지도 않고 왕래도 별로 없지만 친구들은 꽤 있죠.”


“네 사정 알고 있는 사람은 없지?”


“네. 저희 부모님도 여전히 제가 정비소에서 일하는 줄 아시니까요.”


장재상은 한국에 있는 부모에게 정비소 사장님의 지인이 러시아쪽에 중고차를 수출하는데 한국에 물량이 부족해 중국 쪽에서 러시아로 바로 수출하는 루트를 알아보고 있다며 중국에 다녀오겠다고 일러둔 상황이었다.


창춘에서 중고차 판매를 하는 장재성의 고향 선배, 이길춘과의 저녁 식사 자리가 있었고 류지원은 자신을 중고차 수출업자인 박동혁으로 소개했다. 인사를 나누자 이길춘이 류지원을 보며 말했다.


“박사장 생긴 것이 우리와 아이 다른데 말버릇(말투)은 은근 다르오.”


그러자 장채상이 웃으며 대신 답했다.


“재일이라 아이 그렇소?”


“아! 재일입네까? 내래 재일 동무들 여럿 있소!”


한참을 이길춘이 혼자 떠드는 것을 듣다가 장채상이 은근슬쩍 북한쪽 동태를 묻자 이길춘이 인상을 찌뿌리더니 말했다.


“창춘의 북조선 식당들이 죄 문을 닫고 보위부원들이 지네집 안방인냥 활개치고 다니지 뭐이가?”


“무신 일로 말입까?”


“남쪽 아들(남한 애들)이랑 붙어먹은 놈들 잡는다며 여럿 잡아가 난리법석도 아니었다야~ 북조선 아들이 그러고 다니니까네 중국 공안들이 가만 있간? 창춘마이 아이라 만주 온동네 공안들이 모조리 난리라.”


예상은 했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장재상이 다시 물었다.


“할삔은 일 없슴까(괜찮습니까)?”


“선양, 할삔 다 창춘이랑 아이 다르다. 할삔은 더 호되다 안 하나?”


“로씨아(서이사) 아들이랑 거래할라며는 박사장님 모시로 내개 할삔을 가야 하는데 마이 위험함까?”


“건숭맞게(괜히) 할삔 근처도 가지 말라. 박사장도 조심하오.“


예상은 했지만 이미 만주쪽 대부분의 도시에 북한 요원들은 물론 중국 공안들까지 대거 늘어난 모양이지만 정작 국정원을 비롯해 한국의 정보기관들은 손발이 꽁꽁 묶인 상태였다.


하지만 접선지가 하얼빈이고 날짜가 당장 모레로 다가왔는데 이제와 접선지를 바꿀 수도 없었고 작전을 물릴 수도 없었다.


게다가 이미 이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류지원 뿐만 아니라 장재상도 받아들인 상태였다. 작전은 속행되어야 했다.


작전 수행을 위해 일부러 중추절로 날짜를 잡은 만큼 다음날 창춘에서 하얼빈으로 가는 길은 춘철만큼은 아니지만 양쪽으로 엄청나게 막혔다.


게다가 중국 공안들이 오고가는 차량들을 모조리 검문검색하니 도로가 뚫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창춘에서 하얼빈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가 넘어서였다.


한국인들에게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처단했던 하얼빈역 정도가 알려졌지만 하얼빈은 서울 면적의 약 90배, 인구 천만을 자랑하는 대도시이자 헤이룽장성의 성도였다.


이춘길의 말대로 하얼빈은 도시 곳곳에 선양이나 창춘보다 훨씬 받은 숫자에 공안들이 보였다. 아마 북한과 중국쪽에도 처인성 일행이 이곳으로 향했다는 정보가 전해졌거나 경로가 분석된 듯 보였다.


두 사람은 쑹화강이 내려다 보이는 스탈린 공원 앞에 호텔을 잡고 짐을 풀었다.


류지원 역시 접선까지 하루 밖에 남지 않았지만 일단 첫 번째 접선의 목적은 구출 대상의 안전 확보 및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전부였으므로 마음을 편히 먹기로 한다.


공안의 차량 검색은 주로 운전자를 집중적으로 하는 경향이 강했고, 3일 동안 거의 내내 운전을 도맡았던 장재상은 내일 작전이고 뭐고 당장 쓰러져 눕고 싶었다.


원래는 2인 1실이 원칙이지만 그런 장재상을 배려해 류지원은 장재상을 위해 방을 하나 더 얻었고, 각자 방에서 쉬었다가 저녁 7시에 호텔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다.


두 사람은 7시에 만나 술과 음식을 주문하더니 개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작전은 내팽개친 듯 두시간 넘게 술과 음식을 먹던 두 사람은 여행의 피로까지 더 해져 금세 술이 올라왔고, 결국 두 사람 모두 만취한 채 호텔 종업원의 도움을 받아 각자의 객실로 옮겨졌다.


그렇게 두 사람이 옷을 입은 채로 잠이 든 지 얼마쯤 지나 류지원이 묵고 있는 객실의 정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이어서 손전등을 여기저기 비치더니 여전히 취해있는 류지원의 상태를 확인하고 류지원의 신분증을 비롯해 소지품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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