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가 여황제의 국서가 되는법[슬레이브 엠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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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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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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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평

DUMMY

현이 몸을 회복하고 제일 먼저 찾아간곳은 국경 지대였다. 비록 현이 많은 죄를 저지르고 황제의 신임을 잃었지만, 무장들과 모든 군사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다.


''전하..어찌 이곳까지 행차하였나이까..''

''저번에 군사들이 생활하는 막사를 개편했는데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서 왔소.''

''망극하옵니다..어서 들어오시지요..''


군사들은 자신들이 지내는 막사를 전보다 훨씬 좋게 개편해준 국서에게 매우 고마워했다.


''전하..이곳까지 직접 발걸음 해주시다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아닐세. 이 나라를 위해 가장 힘써주는 자네들 아닌가? 이건 당연한걸세.''

''모두가 전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래, 오늘은 내 고생한 자네들을 위해 어식을 하사하겠네. 그리고 오늘 하루는 편히 쉬게나.''

''전하..!!''

''자 어서 이리오게! 모두들 배불리 먹고 힘내게.''


현은 생각했다. 날 응원하는 이들이 이리도 많은데, 어찌 벌써부터 좌절하겠는가?


하지만 그런 긍정적인 생각은 황궁에 돌아오자마자 순식간에 바뀌었다. 황제가 하늘이와 웃으며 산책하는 모습을 본 현은 그만 이성을 잃었다. 국서인 자신은 긴 시간동안 고생하며 석고대죄를 겨우 마쳤는데, 고작 노비가 황제의 옆을 차지하고 있는게 너무나도 거슬렸다.


''폐하..''

''아. 오랜만입니다.''

''예..저 폐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미안하지만, 지금 중서주서와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해서... 나중에 오시죠.''

''..예? 중서주서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국서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말하는 황제의 냉정한 태도는 현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무참하게 짓밟아버렸다.


해리는 순식간에 굳어버리는 현의 표정을 보고는 황제에게 서둘러 국서 먼저 챙기라고 말했다.


''폐하..그래도 전하의 체면이 있는데..''

''됐다. 네가 신경쓸게 아니다.''


황제는 일과가 다 끝난 저녁에도 하늘이를 불러서 이야기를 나눴다. 현은 더이상 못참겠는지, 밤중에 활을 쏘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팔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현은 그저 오랜 시간 고생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이때는 몰랐다. 자신의 몸이 서서히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음날, 석고대죄가 끝나고 자신의 권위를 되찾기 위해 편전 회의에 참여한 현은 아무렇지 않게 예전처럼 회의를 진행해 나갔다.


그런데, 하필 그날의 회의 주제가 민감한 주제였으니..


바로 죄를 짓고 쫓겨난 관리들의 복직에 대한 내용이었다.


''저..폐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아무래도 전하께서 참여하실 만한 회의가 아닌것 같습니다..''

''그럼 이번 안건은 국서께서 입을 닫고 있으면 되겠군요. 아무리 그가 큰 죄를 지었어도 이 나라의 국서인데 어찌 편전에서 쫓아내겠습니까?''

''그건 그렇지요..신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시옵소서 전하.''


황제는 겉으로 현을 생각하는 척 말했지만, 실은 현이 큰 죄를 지었다고 다시 한번 신하들에게 각인시켜 주는 꼴이었다.


현은 슬쩍 상장군을 쳐다봤지만, 상장군은 자신의 아들이 모욕을 당하거나 말거나, 관심도 없었다.


''폐하..''


회의가 끝나고 황제의 집무실로 찾아간 현은 자신이 잘못했다며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그만하세요. 무릎 닳겠습니다. 체통을 좀 지키세요.''

''..폐하 앞에서 체통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왜 하필 집무실로 온겁니까.''

''그..그건..저는 옥새에 아무런 관심 없습니다..그저...그저..''

''곧 중서문하성 대신들이 이리로 올테니 어서 일어나세요..''

''중서문하성 대신들이요..?''


하필 이때 그들이 온다니..


중서문하성 대신들은 현과 딱히 좋은 사이가 아니었다. 하필 참지정사와 하늘이가 중서문하성 소속이니까..


''폐하...모든 신하들이 절 안좋게 생각하는거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제발...저와 잘 지내는 모습을 신하들 앞에서 보여주십시오..''

''내가 왜 그래야 합니까?''

''...예?''

''내가 굳이 왜 그래야 하냐고요.''

''..곧 태어날 저희 아기를 위해서라도 그래야 하는거 아닙니까?''

''아..아기 그러네요. 내 생각이 짧았습니다. 앞으로는 사이좋은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줍시다. 이제 됐죠?''

''...''


이게 뭔가. 엎드려 절받기 아닌가? 현은 슬슬 화가나기 시작했다.


''아버지..이제 저는 벌을 다 받았습니다!! 그러니 이제 제게 힘을 실어주십시오..''

''국경 지대에 가셨다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거기서 전하 편을 스스로 만드십시오. 저희한테 따지지 마시고.''

''..아버지...곧 태어날 아기는요?? 국서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면 아기 또한 찬밥신세로 자랄겁니다!''

''그 아기를..전하의 아이라 단정짓지 마십시오.''

''그게...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번부터 폐하께서 중서주서와 가깝게 지내고 계십니다.''

''..예?''

''아시지 않습니까? 왜 놀란척을 하십니까...''

''이..이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아버지!!''

''이곳이 싫으시다면 전하께서 원하는 곳으로 가십시오. 그곳으로 가셔서 전하의 뜻을 마음껏 펼치십시오. 아시겠습니까?''

''어떻게 아버지께서 이러실 수 있습니까? 저는 계속 이 나라를 위해 일했습니다. 고작 이런 사소한 잘못으로 제 모든걸 잃어야 하는겁니까?''

''사소..사소하다라...그럼 앞으로 누가 전하의 인장에 손을 대도 아량을 베풀어 용서해 주십시오.''

''..아버지..그건..!''

''이제 나가보시죠. 일하는데 들어와서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현은 결심했다. 그래...내 아기가 아닐 수도 있는데 쓸데없는 희망은 품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그 아기가 정말 중서주서의 아이라면...그 아이가 장성해 황제가 되면.. 내 국서 자리가 위태로운거 아닌가..?


이내 현은 자신의 아둔함을 탓하기 시작했다. 그때 호수에서 하늘이에게 택주를 죽였다고 자백하지 말걸..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바로 박내관이었다. 박내관은 국서의 모든것을 알고 있는데..그가 황제에게 택주를 죽인걸 자백하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폐위가 아니라 구족이 멸할 수도 있다.


''안전한곳..나의 세력을 모아야 한다..국경으로 가서 내 세력을 구축해야해..''


당연히 황제는 현의 국경지대 총괄을 허락하지 않았다. 국서가 자리를 비우고 국경지대로 간다고? 게다가 이미 황제를 능멸했는데, 먼 국경으로 가서 무슨 수작을 부릴줄 알고?


''이것도 안돼..저것도 안돼!! 이게 대체 뭐야..?!''

''오라버니 진정해...하여튼 황제는 은혜도 모른다니까?''

''그래..모르지...그러니까 날 이딴식으로 취급하는거잖아!!''

''진짜..이게 뭐야...''


현은 설희를 불러 울분을 토했다. 설희는 목숨걸고 이 나라의 명예를 위해 싸운 자신의 오라비를 이렇게 취급하는 황제가 너무나도 미웠고, 당장이라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싶었다.


''국서를 욕하고 미워하는건 황궁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고, 백성들은 오라버니 좋아할거야. 오라버니가 백성들이랑 군사들을 위해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래, 그렇겠지..''

''그러니까 시간이 해결해 줄거야..걱정말고 일에 전념해.''

''고맙다.. 그리 말해줘서.''


현은 정말 설희의 말대로 자신의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해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니, 국서를 경멸하던 이들도 어느정도 예를 갖추며 현을

공경해주었고, 황제도 딱히 현을 미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눈엣가시같던 하늘이를 만나도 현은 그저 여유로운 모습으로 하늘이를 대했다. 하지만 하늘이는 현의 약점을 알기에 현을 자극해 자신이 국서보다 위에 있다는 것을 각인시키고 싶었다.


''중서주서...너는 헛된 정의감에 차서 복수만을 향해 달리는걸 내 느꼈다. 하지만 그건 백성을 위하는게 아니야. 너는 말로만 그들을 위하는거지, 실상은 내게 복수하기 위해 일을 열심히 하는거 아닌가? 그래야 황제폐하의 인정을 받고, 나와 대적할 권리가 생기니까. 아니그런가?''

''좋게 포장해도 전하께서 황족을 살해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을겁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밝혀지겠죠.''

''..포장?''

''폐하의 동생을 죽여놓고..백성을 위해 일한다고 하는 당신이야 말로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이냐. 억지부리지 말거라.''

''전하께서도 황족을 죽인걸

합리화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거 아닙니까?''

''뭐?''

''나는 백성을 위하는 국서니까 내 권력을 흔드는 황족을 죽인건 잘한 일이야!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백성들을 위하는 국서가 안정적이게 이 나라를 이끌기 위해서는 국서를 방해하는 택주를 죽여도 된다고..그리 합리화 하셨겠죠.''

''그게 무슨..!!''

''아님 말고요.''

''(...똑똑한 녀석..정말 한마디를 안지는구나.)''

''전하, 제게 고마워 하십시오. 지금 전하의 목숨줄은 제가 쥐고 있습니다.''

''네이놈!!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아, 너무 주제넘었군요. 국서의 자리에 계시는 동안은 예를 갖추겠습니다.''

''나는 영원히 이 자리에 있을것이다.''

''그렇다면,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계속해서 하늘이의 앞날은 꽃길만 펼쳐질 것 같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높이 올라갈수록 주목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었다. 특히 해리는 순식간에 종7품으로 올라간 하늘이가 마음에 안들었다.


''진짜 걔 뭐야?! 나는 황궁에서 9년간 일했어. 그런데 아직도 정6품이라고!! 내가 폐하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데..?''

''진정해..걔가 아무리 그래도 해리 너보다 높아지겠어?''

''내가 노비를 상전으로 모셔야 된다고..? 너무 싫어! 귀족 자존심이 있지..''

''너 아는 신하들 많잖아? 한번 그분들한테 여쭤봐. 중서주서의 빠른 출세가 불합리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지.''


다른 신하들도 하늘이가 주장하는 정책과 그의 노력은 인정했지만, 너무 빠른 출세가 못마땅하다고 느꼈는지, 황제에게 상소를 올리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승승장구할 것 같던 하늘이는 너무나도 빠른 승진으로 인해 오히려 신하들의 표적이 되었다. 하늘이의 권력 중심축이 아무리 가장 높은 중서문하성이라도 끊임없는 불만 상소에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폐하..저는 괜찮습니다.''

''네가 괜찮으면 됐다.''

''...지금 상소를 올린 관리들 중에서도 조용히 자신의 위치에서 수많은 실적을 낸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 그렇겠지..''


하늘이는 자신도 자신의 빠른 출세를 부당하게 생각한다고 황제에게 거짓말을 했다.


사실 하늘이는 여기서 더 올라가고 싶었지만, 이번만큼은 자중하고 한 발 물러나기로 했다. 앞으로 언제든 자신의 능력을 펼칠 기회는 많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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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 n1690
    작성일
    24.09.17 22:36
    No. 1

    모르는 생소한 단어들이 많이 나오니 작가님의 역사지식이 상당하신것 같아요. 이번화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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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출세 24.09.10 3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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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기회 24.08.27 2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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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합리화 24.08.23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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