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판타지의 산군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아오자
작품등록일 :
2024.08.03 23:22
최근연재일 :
2024.08.17 13:0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156
추천수 :
2
글자수 :
29,451

작성
24.08.04 13:00
조회
56
추천
1
글자
14쪽

호랑이는 최강이다

DUMMY

과거 한반도에 호랑이가 살았었다.

엄청나게 많이 살았었다.


그 덕분에 전래동화나 과거의 소설에는 호랑이가 많이 등장한다.

악당으로 등장해서 허무하게 죽기도 했지만 보통의 호랑이는 대적할 수 없는 강대한 존재로 등장한다.


산군이라고도 불리며 산의 왕 노릇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상대하기 어려운 강대한 동물이었다.


-어흥!


분명 어흥은 호랑이의 울음소리를 표현하는 단어가 맞다.

하지만 이런 짧은 단어로는 호랑이 울음소리의 웅장함을 표현할 수 없다.


-어흥!


직접 귀로 들어보면 과거 사람들이 왜 호랑이에게 벌벌 떨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어흥! 어흥!

'뭔데? 도대체 뭔데?'


그런데 나는 사람이다.

나는 분명 혀와 성대를 가지고 '가나다라마바사'를 발음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물원에서 호랑이를 보며 '과거 사람들은 호랑이를 얼마나 무서워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물원 유리창에 수상한 버튼이 하나 있었다.

기억을 되살려보면 '호랑이의 위엄을 되살려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져 있었다.


왜 이런 버튼이 달려있는지 의문이 들긴 했다.

위엄을 되살리는 방법이 무엇이 있지? 설마 이 유리창이 깨지고 호랑이가 튀어나와 사람들을 죽이나?


하지만 그때 동물원 안에 있는 호랑이는 배가 불렀는지 누워서 그냥 가끔 어흥하고 자신의 건재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유리창이 깨지더라도 곧바로 튀어나올 것 같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이 버튼은 크고 붉은 버튼이었다.

남자라면 이런 버튼은 주저 없이 눌러줘야 했다.


'그런데 호랑이를 풀어주는 버튼이면 어떻게 할 거냐고? 생각과 다르게 호랑이가 튀어나오면 어떻게 대처할 거냐고?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남자 답게 버튼을 눌렀고 호랑이가 되어있었다.

그것도 그냥 호랑이가 아니었다.


-어흥!


내 외침 한 번에 산이 요동쳤다.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무서워서 사람들의 마음을 떨리게 했다는 뜻이 아니다.

진짜로 산이 요동치며 마치 산 전체가 공포에 떠는 것처럼 나무도 땅도 돌도 모두 떨었다.


-콰앙!


나는 날뛰다가 나무에 몸이 부딪혔다.

그런데 부러진 건 나무였다.


아무리 강대한 호랑이라고 해도 생명체에 불과하다.

단단한 조직으로 이루어진 나무와 돌에 부딪히면 호랑이가 아프다.

물론 호랑이의 단단한 근육과 뼈가 보호해주기에 호랑이가 크게 다치진 않겠지만 나무도 부러지지 않는다.

그런데 얇은 나무도 아니고 시베리아에서 볼 법한 두꺼운 나무였는데도 부러졌다.


-어흥!


나는 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 분풀이를 하려고 계속 소리쳤다.

하지만 내가 느낄 수 있는 건 메아리치는 호랑이의 울음소리와 요동치는 산의 떨림이었다.


-우르릉

'뭐지?'


그런데 마침내 내 외침에 하늘이 결정을 내렸는지 갑자기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바람으로 날아온 구름도 아니라서 검은 구름이 갑자기 하늘에 가득 차는 건 전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이제 비가 내리고 천둥도 치고 있었다.


동굴을 찾아서 비를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나는 저 구름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엄청나게 거대한 기운이 구름 속에서 느껴졌고 나는 거기에 주의가 끌려갔다.


[누가 감히 내 영지를 침범하였는가!]

-콰과광!


천지를 흔드는 거대한 외침이 들려왔고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져 땅을 내리 찍었다.

번개 중 몇 개가 내 몸에 떨어졌고 나는 화들짝 놀랐지만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마치 가죽과 털이 방호벽이 된 것처럼 번개를 흘려버렸기 때문이다.


그 이상한 현상에 몰두할 틈도 없이 구름을 가르고 거대한 형상이 나타났다.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는 말을 아는가?

뛰어난 실력을 지닌 두 존재가 서로 대립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사자성어다.

그 사자성어에 용과 호랑이가 등장하는 이유는 과거에 두 존재만큼 떠올리기 쉬운 강력한 존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 그 사자성어가 완성되었다.

청록색 빛 비늘을 가진 거대한 드래곤이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다.

하늘의 기상을 다스리고 날아다니는 것이 동양의 용과 같았지만 몸의 형태는 몸이 크고 다리가 두꺼운 서양 용의 형태였다.


-어흥!

-크롸라라!


그리고 나는 분노했다.

나의 이성이 판단해서 나온 분노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호랑이의 야성에서 튀어나온 분노였다.

호랑이는 강자에 속하는 육식동물로 아주 넓은 영역을 자신의 땅으로 삼아 다스리고 지킨다.

이런 습성은 왕과 같았기에 과거에 산군이라고 불렸고 그 지역을 넘나드는 사람은 호랑이를 죽이지 않는 이상 살아남지 못했다.


그게 사람이 아니라 용이든 드래곤이든 상관하지 않았다.

호랑이는 자신의 영역을 침노한 적에게 분노했고 그대로 뛰어올랐다.


-크아아!!!


마치 날개라도 달린 듯 뛰어올랐고 나무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대신 드래곤의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호랑이의 발이 휘둘러지자 드래곤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반응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호랑이의 발을 내리찍어서 목표물인 드래곤의 머리를 두들길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콰앙!

-크헝?!


드래곤의 머리에 투명한 무언가가 막아 섰고 그 반발력으로 힘이 크게 줄어들었다.


-크아악?!


하지만 공격은 제대로 적중했고 드래곤의 눈을 찢어버리고 머리를 크게 흔들어버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 공격이 제대로 적중했다면 드래곤의 머리를 터트릴 수 있으리라 여겼다.


내 몸인 호랑이는 드래곤을 평범한 생명체로 여기고 공격했다.

분명 곰이나 늑대였다면 방금 공격으로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이성에 담긴 드래곤은 달랐다.

방금 방어막을 본 직후 나는 저 드래곤을 평범한 용이 아니라 판타지 세계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드래곤으로 인지했다.

판타지 세상의 용들은 마법의 시초로서 강력한 육체와 함께 압도적인 마력량으로 다양한 마법을 구사하며 싸울 수 있다.

그러니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더 세차게 공격해야 한다.

나의 판단을 수락했는지 호랑이는 더 크게 소리치며 강하고 빠르게 뛰어올랐다.


***


[크아아! <가속> 두 번이나 당할 성 싶으냐?!]


마법을 사용한다는 건 지능이 높다는 뜻이다.

드래곤은 호랑이가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자신의 날개를 피는 동시에 마법을 전개하여 속력을 올렸다.

마법진을 그리지도 않고 단순히 의지가 담긴 '용언'을 내뱉는 것만으로도 마법이 가동되는 것을 보면 드래곤이 얼마나 숙련된 마도사인지 알 수 있다.

만약 이대로 시간을 두고 드래곤에게 시간을 주었다면 드래곤의 마법이 이 산 전체를 덮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드래곤은 선제 공격을 당한 상태였고 아주 중요하고 연약한 기관인 눈을 다쳐버렸다.

상처에서 느껴지는 고통과 눈을 잃음으로서 나타난 부자연스러움, 피가 끓어오르는 전투 상황이라는 조건은 드래곤이 더 어려운 마법을 사용하거나 마법을 연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드래곤은 호랑이가 자신의 눈앞까지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지만 안심했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기에 그대로 직선으로 날아오르면 드래곤의 비행 궤도와 많이 벗어나게 되어 드래곤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날 수 있는 존재와 날 수 없는 존재의 영역은 크게 차이 난다.

인간만 하더라도 땅에 기어 다니는 개미를 하찮게 여기지 않는가?

용에게 있어서 인간은 개미처럼 땅을 기어다니는 족속이다.

겨우 자신의 발끝만 건드릴 수 있고 자신이 날아오르면 아무것도 못하는 하찮은 종족이었다.


그리고 다른 종족도 드래곤이 생각하기에 많이 비천한 종족들이었다.

지능이 뛰어나지도 않고, 날아다니지도 못하는 종족들은 더 넓은 영역을 다스릴 수 있고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드래곤들에게 지배 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푸른 산의 군주 <마칼루>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종족인 '호랑이'도 비슷하다고 여겼다.


아무리 빠르고 잠시나마 공중을 부양할 수 있다고 해도 모든 영역을 갈 순 없다.

그 부족함이 호랑이가 아닌 드래곤이 이 하늘과 땅을 지배할 천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리 강대한 적도 확실하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복잡하고 어려운 마법진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는데.


-크릉

[뭣?!]


호랑이는 씨익 웃으면서 몸이 틀어졌다.

공중에서 2단 뛰기를 한 것이었다!


마칼루는 땅에서 기어 다니던 족속이 비행 마법을 사용해서 날아다니는 건 알고 있었다.

그들은 원래 날아다니는 종족이 아니었기에 부자연스럽게 날았고 거의 일직선으로 이동했다.

그래서 호랑이가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고 당연히 직선으로 날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첫 공격에도 궤도는 직선이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호랑이는 궤도를 급커브를 꺾어 변경했고 마칼루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마칼루는 그것을 피해야만 했다.

방금 당한 일격은 평소에 몇 겹이나 두르고 다녔던 방어막이 보호해줬던 것이고 그 방어벽을 준비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호랑이가 날아오는 속도를 보면 약간의 시간도 없었기에 피하는 것 외에 피해를 줄일 방법이 없었다.


[큭...!]


거기에다가 준비하고 있던 대마법이 문제였다.

미천한 족속들에게는 대마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거대하고 강력한 마법이었다.

물론 드래곤은 얼마 안 되는 시간에 준비할 수 있는 작은 마법이었지만 그 마법에 몰린 마력의 양은 거대했다.

준비하던 마법을 풀어내려면 시간을 사용하거나 마력 회로가 고장 나는 걸 감수해야 한다.


당연히 목숨이 걸린 일이니 마칼루의 선택은 마력 회로가 고장 나는 걸 감수하는 것이었다.

마칼루는 차선으로 마력 회로가 회복될 때까지 호랑이의 발을 묶어둘 마법을 전개하려고 했는데.


-어흥!!!

[커헉!]


호랑이는 한 번 더 방향을 꺾어 마칼루의 몸을 후려쳤다.

드래곤은 강대한 마력을 믿고 신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드래곤은 태생부터 강인한 신체를 타고난데다가 마력을 사용하는 실력도 뛰어나니 신체를 사용할 일이 없고 자연스레 신체 능력을 발휘할 일이 없어진다.


하지만 그 선택은 약점을 만들어냈다.

마력을 뚫어내고 신체 부위를 가격한다면 죽일 수 있다는 약점을 말이다.

물론 이 약점을 공격하려면 마법의 시초라는 드래곤의 마법을 제압할 방법은 물론이고 단단한 비늘과 질긴 근육을 뚫어버릴 수 있는 공격력이 필요하다.


[내가, 내가 죽는다고?! 그럴 리....컥!]

-크헝!


보통 게임을 보면 적의 보스가 죽기 직전 발악을 하면서 2페이즈에 들어가는 기믹이 자주 등장한다.

어쩔 때는 제대로 죽이지 못해 부활해서 돌아오기도 하면서 끈질긴 인연을 이어나간다.

대사도 들어주고 적의 사연까지 이해해줘야 게임 속 악당이 인상 깊게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상은 현실이고 호랑이에게 세상은 약육강식의 법칙을 따른다.

그래서 호랑이는 목을 물어뜯어서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적을 확실하게 죽였고 이제 그 적으로 배를 채우려고 했다.

이제 뱃속으로 들어간 드래곤이 살아 돌아와 다시 출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일대를 다스리던 거대한 존재, 푸른 산의 군주 마칼루는 호랑이의 일용할 양식이 되어주었다.

호랑이는 '드래곤은 이런 맛이구나'라는 대사를 치고 싶었지만 그것보다 먼저 생각난 건 아주 끔찍하게 맛대가리가 없는 고기의 맛이었다.

아무리 후추도 없고 조리도 안 되어 있지만 이런 맛은 좀 많이 심각했다.


'뭔 맛이 이래?'


참고로 육식 동물들의 고기는 웬만하면 맛이 없다.

보통 엄청 질긴대다가 누린내도 심하다.

현대 인간들이 먹는 고기는 오랜 시간을 들여 개량한 것이라 질김과 누린내가 없어진 것이고 야생 동물은 모두 남아있다.

그래서 야생동물(?)인 드래곤도 고기가 맛이 없는 게 당연하다.

물론 호랑이는 그런 맛없는 고기를 먹는 야생동물(?)이었기 때문에 이런 고기도 맛있게 잘 먹었다.


-크릉!

'돌덩이인가?'

-크르릉!

'그걸 왜 먹어?!'


사냥하느라 본성이 살아난 호랑이는 배가 부를 때까지 드래곤을 먹었다.

질긴 심장부터 딱딱한 무언가까지 다 삼켜버렸고 비늘까지 다 뜯어먹은 후 남은 건 드래곤의 두개골 뿐이었다.

눈알부터 뇌까지 싹싹 빼 먹는 것이 술 먹고 해장하느라 해장국을 통째로 남김없이 들이마시는 직장인과 같았다.

게걸스러운 식사가 끝났으니 이제 잘 시간이다.


-하아암....

'하암, 나도 졸리네...'


그렇게 호랑이는 격렬한 운동과 게걸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잠에 빠졌다.


-우둑, 우두둑

뼈와 근육이 뒤틀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호랑이는 고통에 몸부림치거나 깨지도 않고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꿈속에서 호랑이와 인간은 들판에서 뛰어다니며 하나가 되었다.


호랑이는 드래곤과 다르게 인간 친화적인 동물이다.

여러 전래동화만 보더라도 호랑이를 아우로 여겨 먹을 걸 주거나 목에 가시를 빼주면 은혜를 갚기도 했다.


물론 배고픈 호랑이는 인간을 잡아먹을 수 있지만 배가 불러서 현자 타임이 온 호랑이는 인간을 잡아먹지 않는다.

드래곤을 이기는데 도움을 준 인간을 높게 평가한 호랑이는 인간과 함께 살기로 했다.


'반인반수는 퍼리잖아!? 호랑이 인간은 싫어....!!!'

-크릉!!!


물론 호랑이는 짐승이라 인간의 동의는 필요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다음날 아침 누워있던 건 네 발로 걸어 다니는 한 마리의 호랑이였다.

경사로세, 경사로세.


작가의말

문피아의 독자들은 퍼리를 좋아하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서양 판타지의 산군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 정찰 24.08.17 14 0 12쪽
4 푸른 산맥의 드워프 24.08.12 17 0 13쪽
3 호랑이와 드워프 24.08.08 28 1 12쪽
2 작은 존재들아 24.08.06 41 0 14쪽
» 호랑이는 최강이다 24.08.04 57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