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판타지의 산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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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자
작품등록일 :
2024.08.03 23:22
최근연재일 :
2024.08.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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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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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

DUMMY

호랑이의 몸으로 사는 건 생각보다 불편했다.


-샤샤삭

"크릉!"

'야, 야!'


저 멀리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면 내 귀는 그 소리를 확인했고 곧바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도착해서 볼 수 있던 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멧돼지나 늑대, 곰 정도였다.


-촤아악!

"뀌익?!"


그 중에서 멧돼지가 가장 많았다.

다들 잘 먹고 잘 자랐는지 몸집이 커다래서 배 채우기에 나쁘지 않았다.


"크흥!"

'얘도 딱딱한 게 안에 있네.'


살을 열심히 파먹다보면 배속에 딱딱한 게 들어있다.

여전히 맛이 없었지만 여러 번 먹으니 한약 먹듯이 적응이 되어버렸다.

감기약보다 심한 쓴맛에다가 역겹기는 하지만 이걸 먹지 않으면 배가 부르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다.


'드워프들은 언제쯤 찾아오려나.'


드워프들이 돌아간 지 1일 째가 되었다.

아직 그들이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기다리는 중이다.


드워프들의 다리가 짧은 걸 생각해보면 그들의 이동 속도는 느릴 것이다.

이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도시를 보지 못한 걸 보면 드워프들이 자기 도시로 돌아갔다가 회의를 하고 돌아오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1. 기다린다.

2. 드워프들을 찾아간다.

3. 주변을 둘러본다.


1번은 드워프들이 언제 찾아올 지 모르니 내 정신은 물론이고 호랑이의 본성이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고양이가 엄청나게 많은 생물을 죽이는 걸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고양이과 동물은 심심해서 다른 생물을 쳐서 죽인다.


호랑이가 본성에 따라 움직이며 나무를 주먹으로 때려 부수는 것만 보더라도 지금 호랑이는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

그 지루함의 강도가 낮아서 나무를 타고 오르거나 역동적인 동작으로 입체 기동을 하면 해소되지만 무언가 격렬한 것을 하고 싶다는 욕망은 차오르고 있다.


드워프들과 이전에 만났던 자리에서 기다리는 건 그 욕망이 차오르는 속도를 빠르게 만든다.

항상 같은 곳에 있으면 신기한 것이 없고 그만큼 해소되는 욕망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2번은 서로 엇갈릴 염려가 있긴 한데.

스트레스가 차올라서 드워프들을 다시 만나자마자 욕망을 참지 못하고 풀어놓게 된다면 대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3번은 그냥 드워프들과 만날 확률이 크게 내려간다.

차라리 드워프들이 돌아간 방향으로 따라가서 그들이 뭘 하나 관찰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드워프들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 이동했다.

발자국을 지우려고 한 노력이 있었지만 짐승의 본능은 그것보다 우월했다.

아니, 영물에 가까운 동물이라 감지하는 걸 수도 있다.

드워프라고 하더라도 온갖 생물이 사는 숲을 통과하는데 사용한 처치가 허접할 리가 없으니 말이다.


'오오...성채다. 문명의 흔적이다!'


그렇게 내가 발견한 건 거대한 성벽이었다.

산성이라고 해야 할까. 산을 등지고 성벽이 둥글게 서서 하나의 거대한 요새를 이루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성벽 위에서 석궁과 화승총을 들고 경계를 서는 드워프들이 있었고 거대한 성문에는 중갑옷과 도끼, 방패를 든 드워프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바깥으로 나다니는 드워프들의 숫자는 많지 않았는데 그들은 경비병들과 다르게 가죽 옷을 입고 있었다.

확실히 갑옷을 가볍게 입으니 발걸음도 가벼워서 발소리를 비교해보면 많은 차이가 났다.


'진짜 내가 호랑이랑 일체화 되었나 보네. 냄새도 분간할 줄 알고 희미한 발소리도 캐치하고. 본성에 이성이 잡아먹히지만 않았으면 좋겠네.'


특이한 점이라고 해야 할까 드워프들의 몸에서는 강렬한 맥주 냄새가 났다.

드워프를 잡아먹으면 맥주를 사은품으로 증정해주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강렬한 냄새였다.

호랑이여서 맥주 냄새를 잘 맡게 된 것 같긴 한데 경비병도 맥주잔을 들고 마시고 있는 걸 보면 그냥 질릴 정도로 마셔서 그렇게 된 모양이다.

한국인도 마늘만 왕창 먹어서 마늘 냄새가 나는 걸 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호랑이는 마늘 왕창 먹어서 사람이 됐다던데. 한국인의 영혼인 내가 있는 호랑이라면 마늘을 왕창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성벽 주변을 둘러봤으면 이제 도시 안쪽도 구경하고 싶다.

물론 내가 직접 도시에 들어가려는 건 아니다.

그랬다가는 맹수가 나타났다는 소란과 함께 도시가 난장판이 될 것이다.


나에게 은혜를 느끼고 있는 드워프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소수다.

은혜를 느낀 드워프들이 돌아간 지 며칠 지나지 않았으니 소식이 퍼지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아마 다수는 아직 나에 대해서 잘 모를 것이고 그저 맹수로만 볼 것이 분명하다.

저기 성벽 위에 있는 석궁이랑 소총이랑 발리스타 같은 것도 있는데 그것들이 모두 내 몸을 향해 발사될 것이다.


'대포도 있네? 중세 시대에 있는 게 맞나? 르네상스에 들어서 생긴 게 아니었나? 소드마스터가 존재할 것 같은 세상에 화약 무기라고 하니 어색하네.'


여러 위협적인 무기가 있었고 나는 아픈 걸 싫어하기에 괜히 모습을 드러내 과녁판이 될 생각이 없다.

그래서 산 높이 올라가 보았다.

그러자 산 안쪽의 오밀조밀한 드워프들의 도시가 보였다.


단단한 암석벽을 파고들어서 지은 집들이 눈에 띄었다.

다른 집들도 나무보다는 대부분 석재로 지었는지 갈색보다 회색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유일하게 목재로 지은 건 거대한 오크통 모양의 집이었다.

그 옆에는 나무로 된 맥주잔 모양의 집이 붙어있어서 드워프 도시의 랜드마크처럼 군림하고 있었다.

회색 가운데 유일한 갈색이며 어떤 사물을 확대한 장식물이라 그런지 엄청 눈에 잘 띄었다.


'오크통 모양의 집은 양조장이들이 술을 만드는 곳이겠고. 맥주잔 모양의 집은 술을 마시는 술집이겠네. 그런데 왜 저렇게 사람들이 와글와글 모여있지? 소란도 일어나는 것 같고.'


거기에다가 맥주잔 모양의 술집 앞에는 드워프들이 군중을 이루어 모여있었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기분 좋은 드워프가 있는가 하면 오래 기다린 것인지 표정에 불편이 가득한 드워프도 있었다.


가끔 군중이 헤쳐질 때가 있었는데 긴 수염을 가진 드워프가 나타나면 프리패스로 줄을 뚫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의 다리에 닿을 정도로 긴 수염을 가진 드워프는 느긋한 동작으로 당연하다는 듯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거품으로 입을 적신 채 바깥으로 나왔다.


'맥주 맛이 좋나 보네. 저렇게 인기가 많고 말이야. 호랑이 몸이 되어서 술은 못 마실 것 같았는데 나중에 한 잔 달라고 할까. 그런데 호랑이 몸으로 술 마셔도 되나? 몇 백 년 산 영물이니까 상관 없겠지?'


나는 산을 더 올라갔다.

드워프들이 살고 있는 산은 절벽이 직각에 가까울 정도로 가팔랐고 평범한 생물이라면 여기에 발을 디딜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올라 타라면 가능하긴 하지만 드워프들의 도시에 들어가려는 게 목적이 아니기에 그럴 필요가 없고 또 돌의 회색 가운데 호랑이의 주황색이 있으면 눈에 띌 것이니 나무들이 있는 경사로를 통해 올라갔다.


그렇게 쭉쪽 올라가서 마침내 정상에 도달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드워프들의 도시는 마치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당신은 저 아이들을 지배할 생각입니까?]


그런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신기하게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목소리가 들렸다.

갑자게 들린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호랑이의 날렵한 공중 제비로 뒤를 바라보니 반쯤 투명한 드워프가 눈에 들어왔다.

수염이 아예 없었는데 체형을 보니 여성 드워프인 것 같았다.

반쯤 투명하니 영혼인 것일까?


[너는 누구지?]

[자기소개를 하자면 드워프들의 가정신이라고 하면 될까요. 아이들의 맥주, 모닥불, 치즈 모두 제가 시작한 거랍니다.]


강대한 힘보다는 웅장함이 느껴졌다.

호수 같다고 해야 할까. 넓고 잔잔한 느낌의 맥주와 같았다.


[당신은 평범한 존재가 아니군요. 어쩌면 호랑이가 아닌 우리와 더 가까운 존재인 것 같아요.]


신이라면 통찰력도 생기는 것일까.

내 본질이 호랑이가 아니라 지성체임을 알아챈 것 같았다.


[어떤 점을 보면 내가 짐승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지?]

[맥주를 보고 입맛을 다시더군요. 인간이 아니더라도 술은 즐길 수 있지만 만약 당신이 맥주를 즐기는 강력한 존재였다면 제가 이미 눈치 챘겠지요.]


참으로 신기한 권능이었다.

자신이 처음으로 창조한 맥주에 관련한 권능이라니.

그러면 이 세상에 맥주를 마신 모든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아 물론 다른 신들이 가호하는 존재는 알지 못합니다. 당신은 신에 가까운 존재이기고 눈앞에 있기에 쉽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이지요.]

[다른 신들도 너의 권능을 들으면 비슷하게 묻는 모양인가 보군.]


아무래도 내 질문은 단골 질문인 것 같았다.

내 대답을 듣지 않고 곧바로 대답을 내놓는 걸 보니 말이다.


[그래서 내게 찾아온 건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지?]

[혼돈의 자식들이 찾아온 지 수천 년이 지났습니다.]

[혼돈의 자식이라.]


중세 판타지는 강대한 적이 있다.

반지의 0왕에서는 사0론이 있었고 해리 0터에는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존재가 있다.

이 세상에는 용이 강력한 존재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태초에 우리 자식들은 약했고 이 땅에 있던 신들은 혼돈의 자식들을 막느라 힘을 다 써버렸지요. 그래서 이 땅에 남은 신들은 얼마 없습니다.]

[이제 곧 그 존재들이 찾아온다는 건가?]

[예, 거기에 이 세상에 혼돈의 자식들이 남기고 간 잔재들 때문에 이미 세상은 약화되고 있습니다. 무력은 강화되었을지언정 정신은 약해졌지요.]


세상에서 쫓아 냈는데도 저주를 남길 정도라면 엄청나게 강력한 존재들일 것이 분명했다.


[이미 보셨을 겁니다. 타락한 드래곤을 말이지요.]

'드래곤이 원래 탐욕스러웠던 게 아니었나?'

[저는 드래곤에 붙잡힌 자식들을 구하기 위해 한 원정대장에게 모닥불로 길을 인도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수고는 다른 방향으로 사용되겠군요.]

[용을 물리칠 정도로 강한 자를 불렀다면 이제 나를 상대하라고 할 생각인가?]


드워프의 가정신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나를 적대할 의사가 없다는 표현이었다.


[드워프들은 완고하고 고지식합니다. 성벽을 쌓고 경계를 나누어 자신만의 땅에서 살길 좋아하지요. 그런 성격은 상대방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자신의 영역을 침입하지 않는 한 공격하지 않습니다.]

[이미 나는 너희들의 도시에 침입한 것 같은데.]

[성 안쪽으로 들어가셨다면 드워프들의 진노를 맛보았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지요.]


그 말 이후 가정신은 밧줄에 묶인 돌을 가지고 왔다.

돌에는 어떤 언어가 새겨져 있었다.


[저는 룬을 잘 새기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몇 가지 다룰 줄 아는 룬들이 있습니다. 가정과 평화, 이 뜻을 담은 룬입니다. 받아주시겠습니까?]

[감사의 표현이라면 받아들이지.]

[이제 그 룬을 가지고 도시에 찾아간다면 드워프들이 공격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 물론 그들의 영역에 들어가기 전에 허락을 맡아야 하겠지만 말이죠.]


중세 판타지의 시작은 첫 보스를 물리치고 희귀 아이템을 얻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여러 보스를 물리치면 세트 장비까지 얻을 수 있다.


[다른 드워프 신들도 나중에 보상을 줄 건가?]

[다른 신들의 힘은 여전히 회복 중이나 이 세상에 혼돈의 자식들의 힘이 약해질 수록 우리들은 더 빨리 찾아올 것입니다. 드워프들은 은혜를 잊지 않으니 그 때마다 룬을 하나씩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좋군.]


뭔가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같으니 조급함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중세 판타지에 떨어져 신들을 만나고 퀘스트를 받는다. 아주 정석적인 판타지 진행이 아닌가?


'소설을 잘 읽는 한국 남성에게 매우 익숙한 일이지.'


단지 용사로 소환된 게 아니라 호랑이로 소환된 게 다른 점이었다.

솔직히 대부분 인간의 몸으로 시작하지 호랑이의 몸으로 시작하는 소설이 있나?

적어도 내가 읽어본 소설 중에는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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