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판타지의 산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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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자
작품등록일 :
2024.08.03 23:22
최근연재일 :
2024.08.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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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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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존재들아

DUMMY

푸른 산이라는 이름은 거대한 마력의 흐름이 머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보통 높은 산들은 흰색 만년설로 덮여있는데 푸른 산은 마력의 폭풍이 내려오는 지역이라 눈이 푸르게 변한다.

물론 야생의 마력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라 푸른 눈은 드래곤도 먹으면 소화가 안 돼 배탈이 난다.


"후우..."

"오늘 할당량은 채웠나?"

"그래, 간신히 채웠네. 눈꽃망울들도 이렇게 끈질기게 피어오르는데 우리가 뒤쳐져선 안 되겠지."


작은 존재들이 꾸물거리며 그 푸른 눈 사이를 이동했다.

두터운 가죽 옷을 입고 눈 신발을 신은 채 조심스레 걷는 그들은 마칼루가 '하찮은 존재들'이라고 부르며 다스리는 존재들이었다.


팔다리를 가지고 이런 척박한 땅에서도 어찌어찌 살아가던 이 종족은 운이 안 좋게도 마칼루에 눈에 띄어 착취 당해 왔다.

통치에 대한 지식이나 적어도 가축을 기르는 방식을 알지 못하는 마칼루의 통치는 잔혹했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오늘날에 마칼루는 자신을 위한 거대한 동상을 짓기를 원했고 그 동상의 색을 내기 위하여 눈꽃망울들이 필요했다.

푸르게 물들은 눈꽃망울들은 마력이 담겨있어 마치 페인트처럼 쉽게 지워지지 않는 염료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겨우 색칠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산을 오가는 건 아니다.

숲 속에서 성 안의 인간들에게 필요할만한 물건들을 찾기도 한다.

주로 버섯이나 수상한 열매 같이 용을 죽일 만한 것들을 말이다.


-콰르릉!!!!

"으악?!"

"뭐, 뭐지?"


그런데 분명 구름 하나 없던 푸른 하늘에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구름들이 한 곳에 모이는 걸 보면 전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었다.


"서, 설마? 우리를 봤나?"

"빨리! 몸을 숨겨!"

"눈밭에서 숨길만한 곳이....!"

"저기, 저기 바위 뒤편으로! 빨리!"


그들은 작은 몸을 가지고 있었기에 돌덩이 뒤편에 자신들의 몸을 숨길 수 있었다.

그렇게 빠르게 피한 그들은 돌 뒤편에서 몸을 덜덜 떨다가 천둥이 멀리서 주기적으로 치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렸다.


"뭐하는 거야?! 빨리 숨어!"

"아, 아니. 우리들을 보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뭐라고?"


그들에게 주의를 주던 대장이 부하들의 말을 듣고 자신도 고개를 들어 조심스레 돌 건너편을 보았다.

그러자 어둡고 짙은 숲 건너편에 구름이 모여 천둥이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건, 분명...."

"아, 마칼루가 분노한 게 확실한 것 같군."


마칼루는 기상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났다.

한때 천둥이 쳐서 숲에 불이 났을 때 구름을 모으고 비를 내리는 것을 본 존재들도 있었다.


하지만 마칼루가 가뭄이 들었을 때 비를 내려줬다는 기록은 한 번도 없었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고 자신이 다스리는 종족의 건의를 들어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랫동안 살아온 마칼루에게 쌓아온 원한은 많았고 그 원한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기록물이 남아있다.


"저렇게 번개를 내리치는 걸 보면 무언가에 분노한 것 같은데."


비가 내리지 않고 번개만 내리치는 건 분노했을 때마다 내리던 벌이었다.

번개가 내리치고 집에 불이 나고 그렇게 멸망해버린 도시도 있었다.


"저런 숲에 분노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

"영물이 나타난 건가."


드래곤은 강력한 생물이 맞다.

하지만 이 세상에 드래곤이 제일 강한 생물이라면 이 세상은 드래곤이 지배했을 것이다.

더 강한 생물도 얼마든지 있었다.

드래곤처럼 교활하고 마법을 쓰는 일은 하지 못해도 거대한 몸, 단단한 피부를 가진 생물은 온 세계 곳곳에 퍼져 있었다.


그런 생물 중 하나가 이곳에 나타난 것이 분명했다.


"제길, 내일 저 천둥이 도시에 떨어지진 않겠지."

".....일단 도시에 빨리 돌아가 알리도록 하지요."

"하아, 로드께서는 아셔야겠지."


하지만 그들은 영물이 드래곤을 물리쳐 줄 것이라 믿지 않았다.

핍박받던 자들도 온갖 방법을 사용했고 이 세상의 자연재해가 수없이 몰아쳤음에도 드래곤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드래곤은 그런 재해들을 모두 이겨낸 것이다.


물론 재해를 감당한 용의 몸은 만신창이가 된다.

그리고 용은 자신이 당한 고통을 풀어내기 위해 자신의 땅에 있는 것들에게 화풀이를 한다.

그때를 노려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괜한 수고였다.

빠르게 제압 당한 뒤 더 가혹한 처벌을 당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들은 빠르게 도시로 돌아가 이 도시를 다스리는 '로드'를 만났다.


"로드시여."

"그래..."


로드, 이 도시를 다스리는 자.

하지만 온전한 권리는 없다. 도시의 권리 절반 이상을 용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로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용이 일으키는 천둥은 격렬했다.

그리고 기록된 역사에 따라 저 천둥이 자신들을 덮칠 것을 예상했다.

이는 구름이 모이먼 비가 내리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다.

그 분노에 따라 어쩌면 로드가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드래곤에게 하찮은 자들의 목숨은 깃털보다 가볍기 때문이다.


그 상황을 모두 이해한 로드의 표정은 진중했고 막 돌아온 원정대의 대장은 자신이 한 일은 아니지만 안 좋은 소식을 알리게 되어 안색이 나빠졌다.


"차라리 먼저 가는 게 낫겠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승리를 축하하겠다고 하며 가축과 금은보화를 보내는 것이다. 아예 기분이 풀리지는 않겠지만 화풀이를 우리 도시에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

"그건....!"


로드도 드래곤에게 핍박 받아온 자의 후손이다.

드래곤에게 빌붙어 권세를 누리려고 한 자들? 그들은 모두 죽었다. 그것도 드래곤에게 말이다.

하찮은 자들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걸 보고 분노했기 때문이다.


이 도시에는 드래곤에게 조금이라도 이득이 가는 일을 원하는 자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드래곤이 명령하는 건 들어주었지만 그 이외에 자신들이 먼저 제시한 적은 없었다.


"그랬다가는 사람들이 분노할 것입니다!"

"분노, 분노라. 그것도 괜찮겠지. 우리들이 그만큼 약하다는 걸 다시 상기했으면 뜨겁게 움직이지 않겠나?"


원정대 대장은 처음에 여전히 진중한 표정의 로드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가 보좌를 잡고 있는 손을 보고는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그 손은 마치 분노를 쏟아내는 것처럼 핏줄이 터질 듯 울긋불긋 솟아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을 하는 로드도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면 그런 방법을 선택해야만 했다.


"멍청한 드래곤도 배가 부르면 움직이지 않는다. 금은보화보다 가축을 더 많이 데리고 가도록."

"예, 알겠습니다."


원정대 대장은 내일 아침 이 행진이 어디로 가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소문이 났을 때를 예상했다.

어쩌면 로드가 암살당하고 다른 자가 로드로 세워질 지도 모른다.


"로드시여, 저희의 대계가 이제 곧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자리를 지켜주십시오."

"....그런가."

"갑옷을 항상 입고 계셔주시길 간청합니다."

"알겠다."


로드는 오랫동안 함께해 온 원정대 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은 자신이 돌아오기 전까지 로드가 살아있기를 바랬다.

드래곤의 눈을 피해 긴밀하게 계획을 준비한 건 모두 로드의 덕분이었다.

드래곤에게 독립한 후 이곳을 다스리는 것도 로드가 되길 바랬다.

이런 현명한 자가 다스려 준다면 족쇄를 벗어던지고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


다음날 아침, 원정대 대장인 조셉 비어러는 다른 원정대 대원들과 함께 털을 민 양떼와 돼지 무리를 이끌고 성문을 나섰다.

양치기가 아닌 진중한 갑옷을 입은 조셉이 나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다들 무슨 일인지 떠들기 시작했다.


자신이 다시 돌아왔을 때 그 소리가 비난이 아닌 위로가 되길 조셉은 빌었다.

물론 자신의 행위는 일탈을 넘어선 배신으로 여겨질 것이고 오랫동안 도시에 기여한 자신의 공도 모두 잊혀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일부라도 자신의 공을 알아주길 바랬다.

적어도 드래곤이 사라진 후 자신을 배신자가 아닌 그저 성급한 사람으로 기억해주길 바라며 천둥이 치던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하늘은 푸르렀고 아무런 근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장..."

"왜 그러지?"

"양떼들이 많이 불안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 용에게 가는 것이니 어쩔 수 없겠지."

"대장? 설마?"


조셉은 도시에서 가장 숙련된 사냥꾼이자 전사였다.

그의 화살은 아무리 눈치가 빠른 숫사슴이라도 머리가 관통될 때까지 화살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노련했다.

거기에 가끔 열리는 술집 씨름 대회에서도 항상 승리했다. 쓰러진 자들의 술들을 모두 약탈해 마셔 놓고 다음 날 아침 멀쩡히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 진짜 전사라고 칭송 받을만 했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지금까지 용에게 쌓인 원한이 얼마인데 용에게 가축들을 바치겠다니.


"후우....로드께서 허락하신 일이다."

"....."

"빨리 가도록 하지. 일이 끝난 후에 설명해주겠다."


지도부가 계획하고 있는 대계는 알고 있는 사람이 적다.

적어도 드래곤 앞에서 진중한 표정을 유지할 정도의 신중한 사람들이 아니면 알릴 수 없다.


그리고 원정대는 피가 끓는 젊은이들이 드래곤을 벗어나 도시 바깥에서 무언가라도 하기 위해 모인 집단이다.

이런 젊은이들이 계획을 알았다가는 드래곤 앞에서 다 털어놓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 조셉은 이들에게 어떻게 간략하고 납득이 갈 만하게 설명할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걷는 동안 분위기는 점점 더 무거워지기만 했다.

조셉은 말을 잘 고르기 위해 고민하느라 입을 다물었고 분위기를 조율해야 할 대장이 입을 다무니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았다.

젊은이들은 어른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불만을 품었고 자기들끼리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용이 사는 곳 근처에 도착하자 천둥이 내리쳐 부서진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고 분위기가 변했다.

드래곤에 대한 공포가 떠오르며 다들 얼어붙은 것이다.


-꿀꺽


누가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고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메에에에!

-꽤액! 꽥!

"이, 이놈들이?!"

"어서 잡아!"


거기에 무언가를 느꼈는지 양과 돼지들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데려온 짐승들의 목을 줄로 묶어 놓았기 때문에 어찌어찌 줄을 걸어놓자 짐승들이 탈주하는 건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짐승들이 괴성을 지르며 시장 바닥처럼 시끄러워졌다.


"어, 어떻게 하지요?"

"대장? 짐승들이 진정을 안 합니다!"

"....곧 오겠군."


조셉은 한숨을 쉬었다.

청년들에게 할 말을 고민하느라 용 앞에 갔을 때 짐승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떠올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시끄러운 판이라면 용은 그다지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짐승들이 이렇게 발광하는 건 분명 포식자가 이 근처에 있다는 뜻이다.

용이 나타나기 전에 이 짐승들을 조용히 시키려면 짐승들의 목을 다 치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용은 짐승을 산 채로 먹길 좋아하니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 지 헷갈렸다.


-쿠웅!

"헉?!"

"....!"


그리고 심장을 휘감을 정도로 강력한 중압감이 느껴졌다.

마치 한 밤 중 짐승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고개를 돌렸을 때 어두운 풀숲 속에 두 개의 눈동자가 빛나는 것을 발견한다면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조셉과 원정대원들은 그런 느낌을 받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크르릉


동굴 속에서 무거운 울음소리가 들렸고 두 개의 금빛 눈동자가 보였다.


천천히 걸어나오는 건 용이 아니었다.

용은 푸른 빛의 아름다운 비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영물은 검고, 희고, 또 황금과 같이 빛났다.


용은 거대한 몸집을 부풀리며 자신의 오만함과 건재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짐승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크기를 부풀리지 않아도 그 강력함은 노련한 전사부터 애송이 청년들까지 모두가 알 수 있었다.


드래곤의 앞에서는 억지로 고개를 숙였으나 이 영물 앞에서는 몸이 움츠러들고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어흥!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한 번 퍼져나가자 젊은이들과 짐승들은 모두 쓰러졌고 조셉만이 겨우 자세를 잡고 절을 올렸다.


[작은 존재야, 너는 누구냐?]

"저, 저, 저는 조셉 비어러, 푸른 산의 원정대장입니다. 위대하신 분께...."


조셉은 노련한 전사였고 입에서 말이 나오기 전 빠르게 머리가 돌아갔다.

용의 분노라고 짐작되던 번개가 치는 이곳에 와보니 멀쩡해 보이는 영물 하나만 남아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영광스런 전투를 이기신 것을 축하 드리며 저희들을 괴롭게 하던 악랄한 적을 죽여주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예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꼭 받아주시길 원합니다."

[그것이 너희들의 원수인가?]


호랑이는 그 말을 듣고 동굴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콰앙!

[가져가도록.]

".....!"


조셉은 자신의 눈앞에 떨어진 것을 보고 믿을 수 없었다.

몇 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도시 중앙에 누워 가증스럽게 웃던 드래곤의 머리, 이제는 두개골만 남은 그것이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조셉은 말을 잊어버릴 정도로 놀란 채 그대로 무릎을 꿇었고 다시 한 번 진심을 다해 절을 올렸다.

원한을 깊게 기억하는 만큼 은혜도 잊지 않는 진심을 담은 절이었다.


'진짜로 작네.'


호랑이에게 절을 한 조셉과 원정대는 그들 종족에서 평범한 크기였다.

그러나 그들은 드워프였기에 많이 작았다.

그래도 그들이 데려온 양과 돼지의 크기는 컸기에 호랑이는 드래곤 고기의 맛을 잊어버리고 돼지와 양의 고기로 혀를 씻을 수 있었다.


작가의말

진짜로 작은 존재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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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찰 24.08.17 14 0 12쪽
4 푸른 산맥의 드워프 24.08.12 17 0 13쪽
3 호랑이와 드워프 24.08.08 28 1 12쪽
» 작은 존재들아 24.08.06 42 0 14쪽
1 호랑이는 최강이다 24.08.04 5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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