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판타지의 산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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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자
작품등록일 :
2024.08.03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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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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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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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드워프

DUMMY

드워프란 존재는 어떤 존재일까?

인간이 손재주가 좋다고 하지만 드워프를 따라올 수는 없다.

키가 작고 수염이 많은 드워프는 손도 크고 두꺼운 편인데 특이하게도 손재주가 좋은 편이다.

특히 금속을 다루는 재능이 뛰어나며 동시에 금속에 대해 많은 욕망을 지니고 있다.

황금을 최고로 여기고 단단하고 탄력성이 넘치는 강철을 아름답다고 표현하며 그것으로 만들어진 무구를 예술품처럼 여기는 것이다.


'이게 판타지에서 나오는 드워프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설정일 것인데. 지금은 짐승들만 끌고 와서 금속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난지 알 수가 없네. 정말로 내가 알던 드워프와 같은 족속들인지 알 수가 없는데 키도 작고 수염도 많은 걸 보면 대충 맞겠지?'


인간 부분을 담당하는 나와 호랑이를 담당하는 호랑이는 하나가 되었다.

완전히 융합된 건 아니고 양말을 보관하는 서랍에 여름 양말이 먼저 쌓여 있는 상태에서 겨울 양말을 위에 넣은 것처럼 아직은 분리되어 있다.

양말을 쓰다 보면 두 개가 섞여서 찾기 귀찮아지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다 보면 나와 호랑이도 하나가 될 것이다.


일단은 이성을 내가 맡고 호랑이가 본성을 맡았다.

내가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동안 호랑이는 돼지의 맛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제지하지 않으면 계속 먹을 것 같았기에 내가 드워프에게 할 말이 있으니 호랑이에게 진정하라고 했다.


'하아, 이제 분리도 불가능하네. 그냥 이대로 살지 뭐. 일단 드워프가 이 세상의 토착 종족인 것 같은데 일단 좀 친하게 지낼 수 있는지 볼까.'

[작은 존재야, 이 드래곤과 어떤 원한이 있었느냐?]

'말투를 경건하게 하는 게 귀찮은데 그래도 대단한 사람들은 다들 이런 말투를 쓰는 게 좋겠지. 경박한 말투를 쓰면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으니까.'


원래 산 가운데 나타나는 산신령이나 호랑이나 진중한 말투를 사용하는 법이다.

그래야 이야기가 더 멋드러지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만약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1000년 살아서 완숙한 산신령이랑 이제 갓 산신령이 되어서 어버버 거리는 산신령이랑 누가 더 낫겠는가? 당연히 1000년 묵은 산신령이 더 믿음직하다.

내 몸에는 현직 호랑이가 있어서 낮은 목소리를 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호랑이는 몇 년이나 살았냐?'

'어흥.'

'300년? 너무 오래 산 거 아니야?'

"그것과 저희들은 주인과 노예 관계였습니다. 저희들이 만든 것들 중에 마음이 드는 것은 가져가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수고 핍박했지요."

[그렇군]


나는 딱히 그들을 위로해주거나 안쓰러운 말투로 드래곤을 비판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 짐승이고 어쩌면 드래곤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인간이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면 드워프 도시에 침투해서 인간으로서 잘 살아갔을 것이다.

내 능력으로 돈을 벌고 인간들이 사는 곳으로 옮겨간 후 평범하게 살다가 죽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호랑이다.

호랑이는 맹수이고 주변에 다니는 짐승들을 잡아먹고 산다.

먹을 수 있는 대상은 인간은 물론이고 드워프도 예외는 아니다.

내가 잡아먹는다는 뜻이 아니라 인간이든 드워프든 호랑이를 '자신을 잡아먹는 맹수'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만약 내게 은혜를 느끼는 이 드워프가 아니라 다른 드워프가 나와 마주 보면 어떨까? 곧바로 석궁이나 총을 쏠 것이다.

이 단단한 육체에 석궁이나 총이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진 않겠지만 어쨌든 공격을 당한다는 건 호랑이가 가지고 있는 영역 본능을 건드린다.

그것에 분노하여 본능에 몸을 맡긴 채 자신을 공격한 대상에게 반격할 것이 분명하다.


그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다.

호랑이와 하나가 된 덕분인지 대화가 가능하긴 하지만 나와 호랑이의 대화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 주인과 애완동물 사이의 대화처럼 느껴졌다.

호랑이와 나는 이미 한 몸이기에 지적으로 서로 공유하고 인연을 느끼는 것이 불가능하다.

마치 섬에 갇힌 사람이 공에다가 이름을 붙여주고 계속 대화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나는 다른 지성체와의 대화를 갈구했다.

그러니 나는 이 드워프와 계속 인연을 나눌 방법을 고심했다.


[드래곤을 죽인 것은 영역 다툼 때문이다.]

"영역 다툼이라면 이제 이곳까지 다스리실 예정이십니까?"

[그래.]


드워프는 최대한 숨겼다고 생각했지만 이 세상에 야생의 감보다 날카로운 건 없다.

야생의 감은 지진이 나기 전에 낌새를 눈치채고 피할 정도로 뛰어났고 드워프가 나를 경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마 내가 드래곤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드래곤에게 전혀 저항하지 못하고 있던 드워프들이 나를 어떻게 치워버릴 수 있다는 상상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면 힘의 차이도 있고, 사람과 대화하는 걸 원하니 드워프들의 영지를 차지하는 것이 맞을까?

그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건 지적 교류지 남들을 다스리고 재물을 쌓는 게 아니다.


[양과 돼지를 바친다면 너희들의 땅은 남겨두도록 하지. 산과 금속의 권리를 원하고 있겠지?]

"....맞습니다."


물론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좋지 않다.

강한 힘을 가진 존재가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건 당연하다.

드래곤도 마음대로 드워프를 착취했는데 호랑이가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면 더 큰 것을 원하고 있다고 의심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의심과 오해는 점점 더 커져서 서로의 거리가 벌려지게 만드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그걸 차단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장단에 맞춰줄 필요가 있다.

드래곤만큼 잔혹하게 굴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권리와 보상을 요구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좋다.

그러면 지금 이곳에 있지 않은 드워프들도 상식적으로 이해해 줄 것이다.


[하지만 너희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양과 돼지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군. 나중에 때가 되면 너희 도시로 찾아가 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언제 쯤 찾아오실 예정이십니까?"

[그건 너희가 정해야 하지 않겠나? 준비가 되지 않은 때에 내가 찾아가면 나를 대접할 것이 부족하겠지. 준비가 끝나면 나중에 너희가 와서 내게 알려주도록.]

"예, 그러면 다음에 제가 찾아와서 소식을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이 말을 끝으로 나는 헤어졌다.

알아서 하라고 시간을 주었으니 드워프들이 나에 대해 알고 또 공격하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적당히 교류가 있는 선에서 끝났으면 좋겠군. 아예 도시에 머물면서 문명의 산물을 맛볼 수 있는 건 불가능할 것 같고. 어차피 호랑이의 몸이니까 도시보다 바깥이 더 편하려나?'


나는 기절해 있는 양과 돼지들을 먹어보았다. 무척 맛있었다.

아껴 먹고 싶긴 한데 오랫동안 붙잡아 둔 본성이 폭주하느라 호랑이는 고기를 물 마시듯 삼켜버렸다.

드워프들이 모두 사라진 후 마찬가지로 양과 돼지들도 사라져버려서 아쉬웠다.


'이상하게도 배가 고프네. 드래곤을 먹었을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아주 먹보구만.'

'크르릉'


나는 호랑이의 투정을 받아주기로 했다.

호랑이가 저 멀리서 느껴지는 맛있어 보이는 냄새에 이끌려 달려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

그렇게 사냥한 고기를 먹어보았는데.


'으악! 몸에 좋은 건 입에도 쓰다곤 하지만 너무 심하잖아?!'

'크흥!'


이상하게 맛대가리가 없고 맛은 비리고 씁쓸했다.

드래곤처럼 뱃속에 딱딱한 무언가를 삼킨 이후에 배고픔은 사라졌지만 입안에 남은 씁쓸함은 어쩔 수 없었다.


***


"헉....!"

"일어났느냐."


드워프들은 키가 작아서 무게 중심이 낮았기에 많은 무게를 질 수 있다.

그래서 드워프들 중에서 강한 힘을 지닌 조셉은 쓰러진 드워프들을 들고 호랑이를 만난 곳과 상당히 먼 곳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힘이 빠질 때까지 이동한 후 숨을 고르고 있자 드워프들이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방금 일어난 드워프들은 부끄러움과 어색함으로 얼굴을 붉혔다.

조셉에게 반항하려고 했는데 숲의 괴수를 만나고 나서 곧바로 기절해버리고 조셉에게 구출을 당했으니 자존심이 상하고 부끄럽고 어색한 것이 당연했다.


"저희가 봤던 그것은 무엇입니까?"


그들 중 한 명이 겨우 입을 열었다.

확실히 그들이 본 건 드래곤이 아니었다.

드래곤도 심장을 강하게 쥘 정도로 패기를 뿜어냈지만 숲의 괴수는 아예 정신을 무너뜨릴 정도로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군."


사냥꾼으로 오래 활동한 조셉이지만 호랑이를 본 적은 없었다.

유럽 배경인 서양 판타지 세상이라 사자나 사자의 아종인 만티코어 같은 생물들은 있지만 호랑이는 없기 때문이다.


"양과 염소가 모두 없어졌군요...."


드워프들 중 한 명은 시끄럽게 하던 양과 염소가 없어진 것을 보고 당황했다.

분명 드래곤에게 바치려고 온 것인데 지금 상황을 보면 드래곤이 아니라 그 괴수에게 바친 것이 분명했다.


드워프 청년들은 자신들의 가축을 드래곤에게 바치는 걸 싫어했지만 한 번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린 뒤 이성이 돌아오고 생각해보니 이는 큰 실수가 분명했다.

재물을 다른 괴물에게 바쳐 분노한 드래곤이 도시를 습격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드워프들은 불안에 빠졌다.


"대장, 어떻게 합니까?"

"도망친 양이나 영소라고 모아오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다시 도시에 갔다 오는 게...."


드워프들이 여러가지 방안을 던졌지만 조셉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조셉의 머릿속은 숲에서 만났던 그 존재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들어오는 소리는 그의 상념을 방해했고 조셉은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를 탁 쳐서 주의를 집중 시켰다.


"이걸 봐라."

"예?"

"헉....! 그, 그건!"

"설마, 마칼루의 것입니까?!"

"으허억?!"


드워프들은 그 머리를 보고 나서 3초 간은 현실 인식을 하지 못했다.

드래곤의 죽음은 그들의 상상 속에서 일어난 일이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머리가 드래곤의 두개골인 것을 깨닫자 곧바로 놀라 자빠졌다.

마치 전날 멀쩡했던 집이 출근했다 돌아오니 순살 아파트라 무너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 그 존재가 드래곤을 죽였다고 나에게 주더군. 우리는 이 두개골을 가지고 돌아가 도시에 기쁜 소식을 알릴 생각이다."

"....."


드워프들 사이에 침묵이 일어났다.

분명 드래곤이 죽은 건 좋은 일이다.

조상 때부터 자신들을 핍박해 온 적의 죽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래곤보다 더 강한 존재가 나타났다면 그건 기뻐해야 할 일인지 슬퍼해야 할 일인지 헷갈렸다.


"하하, 일단은 괜찮으니 몸을 추스려라. 곧 움직일 테니."

"예, 예..."

"알겠습니다."


드워프 종족은 자존심을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드워프 남자들은 표정을 무너뜨리거나 물러서는 걸 치욕이라고 생각한다.

무섭다고 물러서면 쫄보라고 놀림을 당하고 두려운 일에 맞서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니 수염을 깎으라는 모욕을 당한다.


그런데 지금 드워프 청년들은 한창 피가 끓는 나이 때임에도 안색이 새파랗다.

심한 공포를 느끼는지 몇몇은 다리를 떨기도 했다.


'확실히, 나도 잘 모르겠군. 이게 비극이 될 지 아니면 그저 좋은 결말로 끝날지 말이야.'


조셉도 호랑이의 앞에서 정신을 붙잡기 위해 몇 번이나 입안을 씹으면서 고통으로 정신줄을 붙잡았다.

그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가 자신들이 사는 곳 옆 마을에 나타났다는 건 여러모로 고민이 많아지는 상황이다.


'산과 금속의 권리는 주는 대신 양과 염소를 가져가겠다. 그리고 추후 찾아갈 일정도 우리의 손에 맞기겠다라...드래곤보다는 낫군.'


하지만 조셉은 희망을 조금 더 많이 보기로 했다.

그만큼 오랫동안 절망을 느꼈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호랑이와 드워프라는 문장은 잘 사용되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어색하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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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찰 24.08.17 14 0 12쪽
4 푸른 산맥의 드워프 24.08.12 17 0 13쪽
» 호랑이와 드워프 24.08.08 29 1 12쪽
2 작은 존재들아 24.08.06 42 0 14쪽
1 호랑이는 최강이다 24.08.04 5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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