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판타지의 산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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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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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3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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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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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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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산맥의 드워프

DUMMY

푸른 산에 있는 드워프들의 도시는 푸른 산맥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 말대로 산맥에 이어진 드워프들의 도시가 존재했다.

드래곤의 폭정으로 인해 다른 도시들이 모두 사라지고 가장 거대했던 수도 도시만 남았지만 말이다.


그 도시는 어수선했다.

얼마 전에 나갔던 드워프들이 드래곤에게 제물을 바치러 나갔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또 드래곤에게 굽신거려야 하는 거냐?"

"아니면 어떻게 하려고! 저번에 더 잘 대접했다면 내 아들이 죽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드래곤에게 대적할 방법을 생각했어야지. 기회를 노린다면 언젠가 벗어날 수 있을 것인데!"

"그건 우리 할아버지 대부터 해오던 말이다! 그런 말을 하던 놈들은 모두 죽었지!"

"뭐라고?! 이 자식이 죽고 싶은 거냐?!"

"너야 말로 죽고 싶은 거겠지! 따라 나와라! 본때를 보여주지!"


드워프들은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것처럼 목소리가 컸다.

그래서 옆 건물의 다툼이 그대로 들렸고 옆집에 있던 사람들도 같이 싸우기 시작했다.


드워프란 종족은 금속과 같다.

금속에 열이 붙으면 빠르게 번지는 것처럼 열정과 분노도 빠르게 번진다.

또 무쇠 가마솥처럼 열기가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는다. 아주 오랫동안 그 원한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시는 달아오르더니 엄청나게 뜨겁게 불타올랐다.

모처럼 드래곤이 힘을 쓸 정도의 전투를 벌인 것 같으니 기회를 노리자는 편과 여태까지 드래곤을 이기지 못했으니 숨을 죽이고 있자는 편으로 나뉘어서 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그 소란의 중심에 있던 푸른 산맥의 로드, 모그림 킹스톤은 침묵했다.

소란을 일으킨 원인인 모그림이 침묵하자 회의실에 모인 각 길드의 길드장들과 장로들은 서로 눈치를 보았다.

그들 중에 처음으로 입을 연 자는 도시의 치안과 무력을 담당하는 전사 길드의 길드장, 그린든 아이언해머였다.


"로드시여."

"왜 그러지?"

"전사들의 무기를 준비 시키면 되겠습니까?"


그린든의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가축을 먼저 제시함으로 드래곤을 처치할 수 있는 빈틈을 노린 것이라면 전사들을 준비해야 한다.

아니라면 도시 시민들의 폭주를 제지하기 위해서 전사들을 준비해야 한다.

안 그래도 지금 치안 병력이 부족해서 골치가 아프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었다.


"준비할 필요는 없지."

"어째서입니까?"

"드래곤의 끝은 도시 안에서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예?!"


갑작스러운 폭탄 선언에 모두가 놀랐다.

대부분은 도시에서 일어나는 비밀스러운 계획을 몰랐기에 놀랐다.

그리고 계획을 알고 있던 몇몇은 갑작스레 비밀을 밝힌 것에 놀랐다가 이래도 되는지 의문을 가지며 서로 눈치를 보았다.


"자네들도 짐작은 하고 있지 않았는가? 혹여나 내가 원한을 잊고 지낸다고 하는 드워프는 없겠지?"

"크흠."

"으음..."


모그림은 푸른 산맥에서 가장 차가운 드워프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만년설의 기운이 그의 탄생에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모그림은 푸른 산맥의 로드, 킹스톤 가문이 드래곤에게 일족 대대로 수치를 당했음에도 드래곤 앞에서 의연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원한을 잊지 못하는 드워프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고 어쩌면 모그림이 평범한 드워프와 다른 감성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데 모그림은 그저 모든 이들의 시선에서 자신을 숨길 정도로 심계가 뛰어났던 것이었다.

그 가슴 속에는 여전히 드워프 족속의 뜨거운 복수의 힘이 담겨있었다.


"계획이 얼마 남지 않은 이때에 드래곤의 심기를 거스르는 건 멍청한 짓이다. 그러니 맥주를 풀어서 시민들이 스스로 풀어져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게나. 각 부족의 장로들과 길드의 길드장들도 협력할 것으로 믿겠네."

"예, 예!"


로드가 생각하기에 이번 소란이 마지막이었다.

이제 한 분기만 더 드래곤의 기분을 풀어주면 대계를 완성할 수 있다.

그래서 드래곤이 혹여나 도시에 찾아오기 전에 도시를 빠르게 진정 시킬 필요가 있었다.

여기 있는 모두의 힘을 빌린다면 빠르게 도시가 안정될 것이다.


"로드시여, 이번에 공출 될 맥주는 얼마나 풀면 되겠습니까?"

"흠..."


그 다음으로 입을 연 드워프는 양조장이 길드의 길드장, 이세프 그레이비어드였다.

그의 질문에 로드는 꽤 긴 시간 고민에 들어갔다.


방금 오고 간 대화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뜨겁게 달아오른 드워프들의 분노는 맥주로 끌 수 있다.

그만큼 드워프들에게 맥주는 소중한 음료이기 때문이다.

취하기 위해 먹는 술이 아니라 물처럼 매일 섭취해야 하는 필수 영양소이며 사치재이며 유희 물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맥주를 관리하는 양조장이 길드는 직접적인 무력을 지닌 전사 길드 다음으로 위세가 강력하다.

전사 길드도 장비를 제작해주는 길드들의 협력과 간섭을 받아 위세가 강력한 것을 감안하면 양조장이 길드는 로드 다음으로 강한 권력을 가진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차가운 심장을 지닌 모그림이라고 하더라도 양조장이 길드가 특별히 바치는 맥주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조금 더 신중해졌다.

너무 많은 맥주를 풀어 벌인다면 양조장이 길드가 곤란해질 것이고 매일 아침 올라오던 '특제 맥주'의 양이 세 잔에서 두 잔으로 줄어들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모두에게 4잔의 맥주를 주도록. 그 정도는 있겠지?"

"예, 로드시여."

-콰앙?!

"이게 무슨 소란이지?"


그렇게 아주 중요한 맥주 문제를 해결한 로드가 다음 문제로 넘어가려고 할 때 갑작스레 문이 열리며 푸른 빛으로 빛나는 룬 갑옷을 입은 종사가 뛰어 들어왔다.

종사는 로드의 시종이며 친위대를 이끄는 자였지만 회의에 참여하고 발언할 수 있는 권리는 없었다.


"로드시여, 잠깐만..."

"......음, 알겠다. 이만 회의를 파하도록 하지."

"무슨 일이 벌어졌습니까?"

"그건 다음 회의 때 알려주도록 하지. 아직 정해진 게 없어서 말이네. 그리고 맥주를 받아서 나눠주는 것도 협력해주길 바라지. 자네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양조장이 길드가 파괴될 지도 모르니."


하지만 종사가 로드의 귓가에 속삭인 소리를 듣자마자 로드는 회의를 끝내버렸다.

길드장과 장로들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공짜 맥주가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순순히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로드의 말대로 지금 불타오르는 드워프들에게 공짜 맥주를 나눠준다는 소식이 들리면 대포알처럼 달려올 것이 분명했다.

아직 수염이 짧은 어린 드워프들은 격하게 불타오르고 있을 테니 그런 드워프들이 쳐들어오면 양조장이 길드가 만신창이가 될 지도 모른다.

드워프들에게 생명수와 같은 맥주를 지키는데 일단은 모두가 협력하기로 했다.


***


모그림은 공짜 맥주로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사이 몰래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성벽과 구별하기 어려운 두터운 돌 벽을 시종이 밀어주고 그 틈으로 모그림이 빠져나왔다.


"오랜만에 이용하는 거라 그런지 벽이 뻑뻑하군. 아니면 내가 더 커진 건가?"

"로드시여."

"조셉, 생각보다 일찍. 그리고 멀쩡히 돌아왔군. 환영하네. 그래서 무슨 일이지?"


모그림은 조셉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 비밀문은 자신이 왕자였던 시절에 조셉과 함께 바깥에 빠져나올 때 썼던 문이기도 했다.

과거에는 이 문을 지나올 때 그저 즐거운 일만 가득했건만 로드가 된 후에는 전혀 즐겁지 않은 일들을 위해 이 문을 이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 조셉이 멀쩡하게 돌아온 걸 보면 조금이나마 즐거운 소식이 아닐까 기대하게 되었다.


"로, 로드십니까?!"

"헉...!"

"편하게 있거라. 너희들의 노고를 모르진 않으니. 그나저나 조셉이 젊은이들의 체력을 조절하지 않고 이렇게 급하게 오다니. 허허, 드래곤이 죽은 소식이라도 가지고 왔나 보오?"


그 뒤에 있던 청년들은 다들 최대한 자신의 행색을 점검했지만 더러운 모습을 완전히 감출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소식을 전해야 한다며 조셉이 그들을 채찍질하며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젊은 드워프 원정대원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로드가 보기에 그 청년들의 모습은 무례하다기보다 기특할 뿐이었다.

그들에게 편하게 있으라고 말한 후 고개를 돌려 조셉을 바라보며 농담을 날렸다.

이후에 무거운 소식을 전하더라도 마음이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분위기를 먼저 풀어두기 위함이었다.


"드래곤이 죽었습니다."

"음....."


그리고 방금 한 농담이 현실이 되었다.

모그림은 말을 잊어버리고 입을 다물었다.

그가 살아온 시간 동안 드래곤은 많은 재난을 만났고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었지만 결국 살아남았다.

잘못된 판단으로 벌인 반란 때문에 도시 하나가 사라질 때도 있었고 유일하게 남은 곳이 바로 푸른 산맥이었다.

그래서 조셉에게 확실한 증거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증거를 가져왔나?"

"여기 있습니다."


조셉이 모그림에게 보여준 건 거대한 드래곤의 두개골이었다.

드래곤도 영역 본능이 있기에 자신의 영역에 다른 드래곤이 들어오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탐욕스러운 마칼렉이라는 드래곤이 사는 이 근처에 다른 드래곤이 더 있을 리가 없었으니 당연히 이 두개골은 마칼렉의 것이어야 했다.

아니면 어제 일어났던 소란이 마칼렉과 영역에 침입해 온 드래곤 사이의 결투였고 침입해 온 드래곤이 죽어 두개골만 남겼다는 가능성도 있다.


"어제 천둥이 두 드래곤의 사투였을 거라는 증거는 없나?"

"그랬다면 드래곤의 두개골이 남아있지 않았을 겁니다. 드래곤들은 드래곤의 뼈로 용아병을 만들 수 있으니 가져가서 자신의 병력으로 삼았겠지요."


드래곤의 둥지에는 수많은 용아병들이 산다.

용아병이란 드래곤의 뼈로 만든 것이고 보통은 드래곤이 자신의 이빨을 뽑아 만든다.

이빨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용아병들은 엄청나게 강한 건 아니지만 튼튼하고 끈질겨서 침입자의 출현을 알리는 역할은 제대로 한다.


이빨로 만든 것만 하더라도 적당한 수준의 병력이 되는데 드래곤의 다른 부분의 뼈로 만들어진 용아병들은 얼마나 강하겠는가?

마칼렉의 탐욕을 생각해보면 두개골 하나도 놓치지 않고 가져가서 용아병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두개골이 남아있었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다.


모그림은 로드로서 자신의 마음에 새어 나오는 조급함을 짓누르고 한숨으로 내뱉었다.

드래곤의 죽음은 그의 마음을 저절로 들뜨게 하였지만 조셉이 여전히 침착한 것을 볼 때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겨우 심호흡으로 가슴을 진정 시킨 후 침착하게 대답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죽었는가..."

"예, 그렇습니다."

"누가 죽였지?"

"그 존재의 이름은 알지 못하나 드래곤보다 거대한 존재였습니다."


모그림의 가슴 속에는 슬픔과 분노가 어우러진 칙칙한 감정이 무겁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언젠가 자신의 손으로 드래곤을 죽여 원한을 갚아주려고 했는데 먼저 죽여버리니 허탈한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원수를 갚아준 존재에게 또다시 창을 휘두를 필요는 없다.

그것도 드래곤보다 강력한 적에게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공격을 해야 하는가?


"자네가 걱정하는 건 알고 있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물론 그 영물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겠는가?


"드래곤은 세상에서 가장 탐욕스러운 종족이라고 하지. 다른 영물들에 대해서는 알아본 적이 없으나 우리가 그 존재를 드래곤을 맞이할 때처럼 우대한다면 어떤가?"

"그래도 되겠습니까?"


이미 드래곤에 대한 대접으로 드워프들은 빈곤한 삶을 살았다.

금속의 힘을 받은 드워프이기에 돌빵도 먹고 석회맥주도 먹으며 버틸 수 있었지만 드래곤에게 해방된 후에 다시 한 번 영물의 지배를 알린다면 진짜 폭동이 일어나 도시가 붕괴할 것이다.

참지 못한 드워프들이 도망쳐서 다른 드워프 도시로 이동할 지도 모른다.


"그래, 우리를 지배하던 압제자에게 바치는 건 굴욕적일 지 모르지. 그러나 우리를 구한 영웅을 대접한다면 어찌 드워프들이 거절하겠는가?"


드워프들은 원한을 갚기 위해 평생을 바치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로 은혜를 잊지 않고 평생을 기억하는 종족이기도 하다.

돌 비석에 새겨진 글은 천 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법이다.


작가의말

발상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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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산맥의 드워프 24.08.12 17 0 13쪽
3 호랑이와 드워프 24.08.08 28 1 12쪽
2 작은 존재들아 24.08.06 41 0 14쪽
1 호랑이는 최강이다 24.08.04 55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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