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꾸눈 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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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곤
작품등록일 :
2024.08.05 18:19
최근연재일 :
2024.08.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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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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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명예로운 기사의 일격.

DUMMY

옆에 있던 토비가 내 손을 잡았다.


“조장~ 잠깐!”

“어?”


기사의 도발이 먹혔는지 대여섯 명의 용병들이 무더기로 뛰쳐나왔다.


기사 알프레드가 호탕하게 웃었다.


“으~하하하! 경비병!”


경비병 하나가 나무로 만든 장창을 가져오자 기사 알프레드는 자신의 철창을 넘겨줬다.


“자~ 먼저 나온 놈부터 무기를 골라라.”


용병들은 튀어나온 순서대로 수련용 무기를 들었다. 어떤 자는 목검을 어떤 자는 목창을 들었다.


순서가 정해지자 구경하던 용병들은 조금 더 뒤로 움직이며 공간을 넓혀줬다.


지켜보던 면접관이 알프레드를 거들었다.


“일대일 결투다! 한 사람씩 도전하도록!”


기사 알프레드가 한 손으로 목창을 들고 정면으로 겨누다 다른 한 손을 까닥거렸다.


“와라!”


가장 먼저 튀어나온 용병이 우렁찬 고함과 함께 알프레드에게 돌진했다.


기사 알프레드의 오른쪽 다리가 앞으로 뻗어 나오며 그의 목창이 보조를 맞췄다.


나는 집중해서 기사 알프레드를 살폈다.


다리가 나감과 동시에 허리가 회전하며 팔이 뻗어진다. 군더더기 없는 찌르기였다. 짧은 목검을 들고 덤비던 용병에게는 긴 창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는 공격이었다.


한 번의 찌르기로 승패가 갈렸다.


“헉!”


짧은 신음과 함께 첫 번째 용병이 무너졌다.


기사 알프레드의 오만함이 짙어졌다.


“다음 계집!”


다음 용병은 기사 알프레드와 같은 목창을 들고 돌진했다.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지자마자 알프레드의 찌르기가 용병을 쓰러트렸다. 단순한 찌르기 공격에 용병들은 대처하지 못했다.


‘너무 어이없이 지는데?’


분명히 두 사람은 똑같이 찌르기를 시도했다. 그런데 먼저 쓰러진 건 용병이었다.


‘왜지?’


나는 두 사람의 팔 길이나 보폭의 차이 등을 유심히 따져봤다.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런······.’


창의 길이가 미묘하게 달랐다. 알프레드의 창이 용병들의 것보다 길어 보였다. 명예로운 기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무기였다. 애초에 용병들은 불리한 상태에서 싸운 것이다.


알프레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다음! 계집!!”

“다음!”

“다음!”


연속해서 용병들이 쓰러졌다. 경비병들의 환호성이 커지자, 용병들의 사기가 순식간에 떨어졌다.


알프레드의 찌르기가 좋은 건 인정해야 했다. 불필요한 동작이 없었고 완력이 받쳐줬으며 호흡도 짧게 짧게 치는 것이 경험도 많아 보였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 치졸한 거 아냐?’


나는 토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대가 치졸하게 나온다면 나 역시 병기의 이점을 살려 상대의 이점을 깨주면 그만이었다.


“갔다 오마.”


토비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너무 집중하면 안 돼? 알지?”

“어.”

“대충, 대충 하라고.”

“알겠다니까.”


그래도 미덥지 않았는지 토비가 말을 보탰다.


“귀족들은 명예를 중요시한다고. 알프레드가 다쳐서는 안 돼. 어차피 합격만 하면 되잖아.”

“넌 나를 걱정해야지. 누굴 걱정하냐?”

“조장을 왜 걱정해! 기사를 걱정해야지.”


나는 토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용병 생활만 10년이다. 나도 눈치는 있어. 적당히 할 터이니 걱정하지 마.”


나는 내가 쓰던 강철 도끼는 내려놓고 결투 공간으로 나왔다.


수련용 무기들이 놓여있는 곳에서 목창을 집어 들었다.


알프레드는 자신의 목창을 빙빙 돌리다 찌르기 자세를 잡았다.


전투에서 병장기의 길이나 생김새는 매우 중요하다. 아주 사소한 차이가 승패를 가르는 게 실전이었다.


나는 알프레드의 긴 창에 맞서려고 일부러 목창을 부러뜨렸다.


탁!


목창은 두 개로 나누어졌다.

부러진 목창을 도끼라고 생각했다.


양손에 있는 도끼를 아니, 이제는 몽둥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들었다 놨다 무게를 재보았다.


‘무게는 충분하고.’


투척용 무기로 써도 손색이 없었다.


상대가 긴 창으로 찔러오면 나는 그 창이 닿기 전에 왼손의 몽둥이를 던진다. 그럼, 상대의 찌르기가 주는 위력이 많이 반감될 것이다.


위력이 떨어진 목창은 어차피 실제 창이 아니었다. 그저 나무로 만들어진 막대기일 뿐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나는 몽둥이를 던지고 남은 내 왼손으로 알프레드의 막대기를 잡아채고 오른손에 있는 몽둥이로 공격하면 쉽게 승기를 가져올 수 있게 된다.


알프레드가 긴 길이의 창으로 우위를 점했다면 나는 그보다 더 멀리서 공격하면 그만이었다.


이것이 내가 세운 병기의 이점을 살린 공격이었다.


문제는 알프레드의 명예다. 어떤 식으로든 내가 이기는 그림보다는 호각이거나 좀 못한 그림으로 끝내줘야만 뒤탈이 없었다.


실력은 보이면서도 귀족의 마음에는 들어야 했다. 어차피 나한테 명예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작센 남작의 용병이 돼서 돈만 벌면 그만이다. 그래야만 수도원에 갇혀있는 딸아이를 완전히 되찾을 수 있었다.


나는 매끄러운 표면의 몽둥이를 고쳐 잡으며 알프레드의 눈을 바라봤다.


‘언제 갈까?’


알프레드의 호흡에 내 호흡을 맞추며 숨을 골랐다.


‘가볼까?’


내 발이 떨어지려는 찰나였다.


“잠깐!!!”


알프레드가 경비를 쳐다보며 외쳤다.


“방패를 가져오도록!”


가장 가까이 있던 경비가 나무로 만든 원형 방패를 알프레드에게 전달했다.


알프레드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용병들은 들어라! 창술의 기본을 보여줬으니, 방패는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도록 하겠다.”


알프레드는 왼손에 방패를 들고 오른손에는 창을 들었다. 기마 자세로 발을 바꾸니 자연스러운 베기 자세가 되었다.


방패가 있는 상대라면 말이 달라진다. 투척용 몽둥이는 제힘을 발휘하기에 어려웠다.


내가 가진 병기의 이점이 순식간에 넘어갔다.


‘하······. 이거 재밌어지는데?’


날아오는 몽둥이를 방패로 막고 비어 있는 내 무릎을 베어오는 알프레드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알프레드가 호탕하게 물어왔다.


“자네는 느낌이 좀 다른데? 이름이 뭐냐?”

“케인입니다.”


내가 이름을 밝히자 대기 하던 용병들이 웅성거렸다.


“케인?”

“진짜 그 케인이야?”

“눈을 봐! 애꾸잖아. 애꾸면 틀림없어!”


분위기를 읽은 알프레드가 궁금해했다.


“제법 유명한가 보지?”

“하찮은 이름입니다.”

“으하하! 좋아! 덤벼봐라!”


이렇게 된 이상 별수 없었다. 정공법으로 가는 수밖에.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힌 후 양팔을 펼쳤다. 몽둥이를 쥔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거리를 주면 힘들어진다.

붙어야만 이길 수 있었다.


타앗!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가자, 알프레드의 창이 바람을 갈랐다.


솨아악!


역시나 무릎.

내 예상이 맞았다.

허리를 공격하다 창이 잡힐 것을 염려한 신중한 공격이었다.


나는 힘껏 날아오르며 창을 피하고 오른쪽 몽둥이로 대머리를 노렸다.


알프레드의 나무 방패가 나의 몽둥이를 막았다.


딱!


이어지는 내 왼쪽 몽둥이가 시간차를 두고 알프레드의 어깨를 내리쳤다.


알프레드의 나무 방패가 급하게 막아선다.


딱!


나는 여전히 공중에 떠 있는 상태. 재빠르게 두 발을 모아 알프레드의 방패를 찼다.


알프레드는 중심을 잃으며 무너지면서도 창을 휘둘러왔다. 충분한 힘이 실리지 않은 창은 느려지기 마련.


착지한 나는 자세를 낮추고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알프레드의 창이 내 머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역시.’


힘이 많이 들어간 공격은 빈틈도 커진다. 알프레드의 가슴이 시원하게 열렸다.


‘이겼다.’


몽둥이를 쥔 왼쪽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려는 찰나, 토비의 목소리가 정신을 깨웠다.


“조장!!!”


‘아! 너무 집중했나?’


갈비뼈를 향하던 몽둥이의 궤도를 바꿔 알프레드의 발등을 노렸다.


팍!


꽤 아팠을 거다.

그런데 참아낸다.


“이놈!!”


나는 알프레드의 호통 소리와 함께 내 정수리가 쪼개지는 느낌을 받았다.


‘엇?‘


창에 맞은 건가?

창을 벌써 회수했다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앞에 보이는 알프레드가 2명이 되더니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알프레드는 어느샌가 먼지처럼 작아졌다. 그리고 그 먼지 들이 모여 새로운 사람이 만들어졌다.


여자아이였다.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가?

내 딸 레아가 날 보며 웃고 있었다.


-레아야!

-아빠! 아빠. 또 언제 와?

-응~ 금방 갈 거야!

-아빠! 내 생일에 올 거지?


나는 차마 못 간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럼~ 가야지!

-꼭 올 거지?

-약속할게~ 아빠가 드래곤을 타고 갈 수도 있어~

-에이~ 거짓말~

-하하하.


“으하하하하!”


나 말고도 웃는 사람이 또 있는 것 같았다.


알프레드의 웃음소리 같긴 했는데 그가 보이진 않았다.


“케인 네놈은 합격이다!”


나는 누워있는 건가?

서늘한 기운이 등을 타고 올라왔다.

밤하늘이 보이더니 순식간에 사라진다.

시커먼 암흑 속에 갇혀버렸다.

레아를 봐야 하는데···.


’레아가 어디 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레아야! 레아야 어딨어?“


나는 보이지 않는 벽을 더듬어서 레아를 불러봤다.


레아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한참이나 어둠을 헤매며 레아를 찾아 이름을 불렀다.


어둠 속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조장! 조장!”


‘토비?’


“계속 잘 거야? 그만 일어나!”


뺨이 따끔거린다.

누군가 내 뺨을 때리는 것 같았다.


“조장! 이제 일어나!”


토비의 얼굴이 보였다.


“조장! 안 들려? 조장!”

“다 들려. 토비.”

“정신이 들어?”


토비의 손바닥이 다시 한번 내 뺨을 때렸다.


“그만해. 이 새끼야.”

“오~ 정신이 들었나 보네.”


토비가 나를 부축하며 일으켰다.


“머리가 왜 이리 아프냐?”

“제대로 맞던데? 소리가 엄~청, 크게 났어! 딱!!”

“뭐에 맞은 거냐?”

“뭐긴 뭐야 창에 맞았지.”


‘그 짧은 순간에 내 머리통을 갈겼다고?’

‘제법이네···.’


나는 고개를 돌려보며 목을 풀었다.


“나는 그럼 떨어진 거냐?”

“아니, 조장은 합격이야.”

“그래?”

“최상의 결과지 뭐. 기사의 명예도 살려주고 시험에도 통과했으니.”


결투가 벌어졌던 공간에는 알프레드가 없었다.


“기사는?”

“갔어~”

“갔어?”

“끝났어~ 보병들은 시험 다 끝났어.”

“뭐! 벌써?”

“한참 자길래 죽은 건가 해서 깨워봤지!”

“아···. 몇 명이나 합격했는데?”

“26명.”


‘내가 얼마나 누워있었지?’


나는 토비를 쳐다봤다.


“쓸만한 애들은 추려놨냐?”

“에이~ 그럼! 다 봐 놨지. 걱정하지 마. 저기 보이는 저 여자 용병 있지?”


토비가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봤다. 짧은 금발 머리의 여자 용병이 보였다. 여자 용병은 별다른 방어구도 없이 낡은 철검 한 자루를 허리에 차고 있었다.


“저 여자?”

“응. 일단 저 사람은 우리 조로 꼭 데려와야 해. 무조건! 무조건!”

“그래?”

“응. 이제 나 나간다~”

“어딜 나가?”

“이제 내 차례야.”


면접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궁수로 지원한 사람은 나오도록.”


10여 명쯤 되는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토비는 나를 보며 귀엽게 웃었다.


“다녀올게.”

“제대로 해.”

“네엡!”


면접관은 궁수로 지원한 사람들을 보고 말했다.


“기회는 두 번씩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적당한 거리만큼 떨어지며 시험을 구경했다.


과녁의 가장 가운데는 5점이었다.

다음이 4점, 3점, 2점, 1점 순이다.


처음이 제일 어렵다고 했던가? 가장 먼저 쏜 용병의 화살이 1점에 박혔다.


우~우~~


구경하던 용병들의 입에서 야유가 나왔다.


얼굴이 빨개진 용병이 다시 한번 활을 쐈다.


“어?”

“어어!!”


화살은 나갔는데 과녁을 벗어났다.


“푸하하!!”

“뭐야 저게!!”

“하하하하!”


0점.


그 용병은 합계 점수 1점으로 시험이 끝났다.


다른 용병들이 계속해서 활을 쐈다. 그나마 잘 쐈다는 궁수의 점수가 7점 정도랄까?


토비의 차례가 금방 돌아왔다.


나는 허리를 곧게 세워 토비를 지켜봤다. 체구가 작은 토비는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녀석이 활을 들고 있을 때는 아무도 못 건드렸다.


‘실력을 보여.’


지금까지 나온 최고 성적은 7점.

만점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토비가 눈을 감는 게 보였다. 녀석은 바람을 느끼다가 눈을 떴다. 수련용으로 받은 활의 시위를 공중으로 당겨본다. 경쾌한 소리가 났다.


토비는 경비병이 건네주는 화살을 받아 화살촉이나 깃을 만져봤다.


꼼꼼하게 이것저것을 살피더니 토비가 활을 들었다.


“자~ 갑니다.”

토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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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운명의 장난. 24.08.20 15 0 13쪽
14 14화. 알프레드의 변신. 24.08.19 18 0 13쪽
13 13화. 속전속결. 24.08.17 22 0 11쪽
12 12화. 하늘발톱. 24.08.16 24 0 15쪽
11 11화. 독수리부족. 24.08.15 27 0 12쪽
10 10화. 발바닥 족장의 선물. 24.08.14 28 0 13쪽
9 9화. 누렁니와의 결투. 24.08.13 34 0 12쪽
8 8화. 누비족의 전사들. 24.08.12 35 0 12쪽
7 7화. 행군. 24.08.10 41 0 13쪽
6 6화. 단장과의 면담. 24.08.09 40 0 13쪽
5 5화. 원정 준비물. 24.08.08 41 0 12쪽
4 4화. 정찰조 조장. 24.08.07 44 1 14쪽
3 3화. 강철의 망치 흑기사. 24.08.06 60 2 15쪽
» 2화. 명예로운 기사의 일격. 24.08.06 64 3 12쪽
1 1화. 용병 지원. 24.08.06 7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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