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꾸눈 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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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곤
작품등록일 :
2024.08.0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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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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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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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독수리부족.

DUMMY


‘몇 명이지?’


처음엔 한 10명 정도로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20명, 아니 30명,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나는 급하게 주위를 둘러보고 숨을 만한 곳을 찾았다.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움푹 들어간 썩은 나무의 밑동이 보였다. 그것은 꼭 늑대들의 굴처럼 보였다.


나는 눈을 크게 뜨면서 토비와 클레어에게 그쪽으로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처음엔 클레어가 기어서 들어가 자리를 잡고 다음엔 토비가 엎드려서 들어갔다.

클레어의 몸이 토비에 의해서 가려졌다.

이젠 내가 들어가서 토비를 가려야 했다.


그런데 공간이 부족했다.


나무 밑의 구멍은 생각보다 깊지 않았다.


나는 할 수 없이 토비의 몸을 발로 밀어 넣었다.

클레어와 토비가 동시에 앓는 소리를 냈다.

나무뿌리에 달려있던 흙들이 우수수 떨어지며 토비의 다리로 쏟아졌다.


살짝 고개를 들고 살펴보니 녀석들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흐른다.

나는 있는 힘껏 토비의 몸을 구겨 넣고 억지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마치 고대 전설 속에 등장하는 난쟁이처럼 몸이 작아졌다.


나는 최대한 머리를 굴리면서 고민했다.


‘불안한데···.’


다행히 내 앞에는 나뭇잎과 가지들이 많이 있었다. 나는 두 손을 뻗어 미친 듯이 긁어모았다.

손톱에 흙이 박히는 것도 무시했다. 닥치는 대로 긁어모아 내 몸 앞에 쌓았다.


완벽하진 않지만, 나뭇잎과 가지들이 모여 내 몸을 가려줬다. 지금은 밤이었고 이 정도면 들키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는 최대한 숨을 죽이고 조용히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인기척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바짝 긴장하면서 최대한 몸을 둥글게 말았다.


거칠면서도 낮은 음성들이 들려왔다.


“어때?”

“딱 좋아.”

“놈들이 방심할 거라 그러더니 진짜 하늘발톱 말이 맞았군.”

“신호를 보내자.”


대화를 들어보니 안 좋은 예감이 든다.


놈들이 방심할 거라 했다.

저들이 말하는 놈들이 누굴까?

그건 아마도 막사에서 자는 뱀 부족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그럼, 하늘발톱은 누구며 신호는 도대체 무슨 신호를 보낸다는 걸까?

나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무슨 말인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주변에 들리는 소리로 봐서는 우리 주위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일단 저들이 물러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휘.


이번엔 아주 멀리서 두 번의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휘.

휘.


‘휘파람이 신호인가?’


나는 마른침을 한 번 삼키고는 신호의 의미를 고민 해봤다.


신호는 누가 누구에게 보내는 거지?


‘보통은 정찰조가 본대에 보···.’

‘정찰조다! 정찰조가 지금 본대에 신호를 보내는 거다!’


저들은 지금 뱀 부족 막사를 몰래 정찰했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독수리 부족의 정찰조가 틀림없었다.


그럼.

설마.


‘기습이다!’

‘독수리 부족의 전사들이 기습 해온다!’


빨리 뛰쳐나가 발바닥 족장과 누렁니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잠깐!’

‘나는 독수리 부족의 도움을 받아야 하잖아.’


그럼 내 친구 누렁니는 어떡하지?

침을 바른 내 형제들은!


‘미치겠다! 어떻게 해야 하지!’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빨리 뛰기 시작했다. 겨우 하루를 같이 보낸 사이인데 벌써 정이 들었다.


큰일이다.


뱀 부족은 지금 술에 취해서 다들 뻗어있었다. 이대로 공격을 당한다면 전멸할 수도 있었다.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싸움을 막아야 한다.’

‘케인!! 머리를 굴려라! 케인!!’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헉! 땅이. 땅이 흔들린다!’


엄청난 숫자의 전사들이 땅을 밟고, 아니 뛰어오고 있었다.


‘몇 명이나 공격해 오는 거지?’


이 정도로 땅이 울리는 걸 보면 못해도 사, 오백은 넘는 엄청난 숫자의 전사들이 돌격해 오는 게 틀림없었다.


무섭도록 거대한 전사들의 파도가 산을 쓸어오며 내가 숨어 있는 곳을 지나갔다.


수백 명의 전사들이 뿜어내는 숨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끝났다.’

‘뱀 부족은 전멸이다.’


전사들의 파도는 끝없이 이어졌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분명히 누렁니는 말했다. 독수리 부족의 전사들은 겁이 많아서 만나기만 하면 도망가기에 바빴다고.


‘이 정도의 숫자를 가진 독수리 부족이 도망을 갔다고?’

‘왜 싸우지 않고 도망을 간 거지?’


뱀 부족 전사들의 숫자보다 2배는 많은 독수리 부족이 왜, 도대체 왜 도망을 가고 패하기만 했던 거지?


나는 문득 족장이 술을 따라주며 한 말이 기억났다.


족장이 말하길 독수리 부족이 도망가며 술과 고기를 모두 버리고 갔다고 했다.


‘헉! 버리고 도망간 게 아니다!’

‘이···. 일부러 놓고 간 거다.’


오늘을 위해서!


오늘 하루의 승리를 위해서 지금까지 계속 져주었던 거다.


그런데 그거만으로는 부족했나 보다. 마지막에는 술까지 줘가면서 방심하게 만든 게 틀림없었다.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누가 과연 이런 덫을 놓을 수 있단 말인가. 아까 들은 말로는 하늘발톱이 방심할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하늘발톱 그자가 이 모든 걸 계획한 건가?’


무서운 자다.

정말이지 하늘발톱 그자는 치가 떨리도록 무서운 전략가임이 틀림없었다.


전사들의 파도가 서서히 끝나갔다.


나는 귀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뱀 부족 사람들의 처절한 비명이 산을 타고 올라와 내 몸을 잡아당겼다.


나는 앞에 있던 나뭇가지 등을 치우고 굴에서 뛰쳐나왔다.


토비와 클레어 역시 따라 나왔다.


한동안 몸을 웅크리고 있어서인지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나는 산비탈 아래 뱀 부족의 막사를 바라봤다.


그곳은 지옥이었다.

시뻘건 지옥의 화마가 모든 걸 집어삼키고 있었다.


나는 지옥으로 걸어 내려갔다.

토비가 나를 잡았다.


“조장! 지금 가면 안 될 것 같아.”


클레어 역시 내 앞을 가로막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들은 지금 살육에 눈이 멀어있어요. 자칫 잘못하면 조장도 죽을 수 있어요.”


나는 내 목걸이를 들어 올렸다.


“이걸 믿어봐야지. 뱀 부족 사람들을 저대로 죽게 놔둘 수는 없잖아.”

“조장. 그래도 지금은 아니에요.”

“그래. 날이라도 밝으면 내려가자. 지금은 너무 위험해.”


나는 크게 심호흡하고 말했다.


“아니, 지금 가야 해.”


나는 비탈길을 뛰어 내려갔다.

등 뒤에서 조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케인!!”

“조장! 같이 가요!”


나는 정신없이 뛰었다.

이미 내가 머물렀던 막사는 불에 타서 재로 변해 있었다.


저 멀리 족장의 막사가 있는 곳에서 큰 함성이 들렸다.


나는 조원들과 함께 그곳으로 뛰었다.


땅바닥엔 뱀 부족 전사들의 시신들이 널려있었다.


오늘 저녁까지만 하더라도 나와 눈을 마주치고 술잔을 기울이던 전사들이었다.


‘더는 안 된다! 더 이상 이들을 죽게 해서는 안 된다!’


허겁지겁 뛰어가는데 이미 죽은 시체에 창을 찌르며 확인 사살을 하는 독수리 부족의 전사를 봤다.


나는 그 전사에게 달려들었다.

뒤에서 팔을 감아 목을 조르며 내 쪽으로 강하게 잡아끌었다.


독수리 부족의 전사가 괴로워하며 소리를 질렀다.


“케헥.”


나는 강하게 목을 죄며 토비를 불렀다.


“토비!”


토비가 재빠르게 그 전사의 창을, 클레어는 전사가 들고 있던 방패를 낚아챘다.


나는 독수리 부족의 전사에게 급히 물었다.


“너희들 족장 어딨어!”


독수리 부족의 전사가 목을 죄고 있는 내 팔을 뜯어내려 안간힘을 썼다.


토비가 들고 있던 창을 그 전사의 배에 갖다 댔다.


“가만히 있어! 움직이면 찌르겠다!”


나는 다시 한번 황급히 물었다.


“족장 어디 있냐고!”


독수리 부족의 전사가 힘겹게 대답했다.


“조, 족장은 여기 없다!”

“뭐라고?”


‘족장이 없다니!’


그럼, 대체 누가 이들을 이끈단 말인가!


“조장!!!”


클레어가 들고 있던 방패로 내 몸을 급히 막았다.


쉭.


소리와 함께 화살 한 대가 날아와 방패에 꽂혔다.


나는 일단 급한 대로 내가 사로잡은 전사의 허리에서 단도를 뽑아, 목에다 겨누며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전사를 돌렸다.


“쏘지 마라! 화살을 쏘면 이자를 죽이겠다!”


클레어가 방패로 내 뒤를 막고 토비가 창을 들고 내 옆을 지켰다.


난 전사의 목을 찌를 것처럼 위협하며 말했다.


“쏘지 말라고 해라! 어서!”


독수리 부족의 전사가 크게 외쳤다.


“쏘지 마!! 쏘지 마라!”


전사가 큰 소리로 외치자, 그 소리를 들은 독수리 부족 전사 여러 명이 삽시간에 우리를 포위했다.


나는 한 팔로는 단단히 목을 감고 또 들고 있던 단도로는 독수리 부족의 전사를 위협하며 재차 물었다.


“정말 족장이 여기 없냐!”

“족장은 없다!”


‘족장이 없다니! 그럼, 누구한테 말해야 하지!!’

‘맞다!’


나는 그자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럼! 하늘발톱은 어딨느냐!”


내가 붙잡고 있던 전사가 눈을 위로 치켜뜨며 반문했다.


“하, 하늘발톱은 어떻게 알지? 넌 누구냐!”

“묻는 말에만 대답해! 하늘발톱은 어딨지?”


대화가 길어지는 동안 독수리 부족 전사들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이제는 거의 20여 명이 넘는 전사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런데 전사들의 모습이 내 예상과는 달랐다.


나이 어린 전사와 여자들이 많이 보였다.


나는 우리를 옥죄어 오는 전사들을 보며 서서히 뒷걸음질 쳤다.


토비와 클레어가 바싹 붙어서 나를 호위했다.


‘이렇게는 아무것도 안 된다! 어떡하지!’

‘그래! 왜 그걸 잊고 있었지?’


나는 큰 소리로 독수리 부족의 전사들 향해 외쳤다.


“나는 알프레드의 친구다!”


역시나 알프레드 이름을 외치니 독수리 부족의 전사들이 멈칫하는 게 보였다.


“내가 이자를 풀어주겠다! 우릴 쏘지 마라! 우리는 알프레드가 보내서 온 거다!”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한 명의 전사가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 전사는 가슴에 독수리 문신을 하고 있었는데 온몸이 근육 덩어리로 매우 용맹해 보였다.


“알프레드의 친구면 우리한테도 친구다! 일단은 그 녀석부터 풀어줘라!”

“우리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용맹한 전사가 다른 전사들에게 손짓하고는 나한테 다시 말했다.


“약속하겠다! 이제 풀어줘라.”


나는 잡고 있던 전사의 목에서 칼을 빼고 목을 놔줬다.


전사는 급하게 떨어지며 우리에게서 달아나 용맹한 전사가 있는 곳으로 갔다.


나는 들고 있던 칼을 조용히 땅바닥에 내리며 토비와 클레어에게 명령했다.


“무기를 내려.”


토비와 클레어까지 들고 있던 무기를 내려놓자 용맹한 전사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내 목에 걸린 목걸이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나는 알프레드가 보내서 왔다. 나는 지금 당장 하늘발톱을 만나고 싶다!”


용맹한 전사는 내가 한 목걸이를 보더니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그건 족장의 목걸이다! 어디서 났냐?”

“말했다시피 알프레드가 나에게 준 것이다.”


용맹한 전사는 이제 의심을 버렸는지 내 코앞까지 다가와 목걸이를 들어보며 자세히 살펴봤다.


“틀림없군. 족장의 목걸이가 맞다.”


용맹한 전사가 독수리 부족의 전사들에게 외쳤다.


“족장의 목걸이가 맞다! 무기를 거둬라!”


그제야 우리를 포위하고 있던 전사들이 자신들의 무기를 내리며 나에게 다가와 족장의 목걸이를 구경했다.


나는 조급한 마음에 용맹한 전사에게 부탁했다.


“지금 빨리 하늘발톱을 만나야 한다. 어서!”


전사는 나와 토비, 클레어를 각각 살피더니 물었다.


“하늘발톱은 왜 찾지?”

“그자가 이곳을 지휘할 테니까!”

“하늘발톱이 누군지는 아나?”

“잘 모른다.”

“하하하. 이 친구, 하늘발톱이 족장의 아들인 것도 모르나 보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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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알프레드의 변신. 24.08.19 17 0 13쪽
13 13화. 속전속결. 24.08.17 22 0 11쪽
12 12화. 하늘발톱. 24.08.16 23 0 15쪽
» 11화. 독수리부족. 24.08.15 27 0 12쪽
10 10화. 발바닥 족장의 선물. 24.08.14 27 0 13쪽
9 9화. 누렁니와의 결투. 24.08.13 33 0 12쪽
8 8화. 누비족의 전사들. 24.08.12 35 0 12쪽
7 7화. 행군. 24.08.10 40 0 13쪽
6 6화. 단장과의 면담. 24.08.09 39 0 13쪽
5 5화. 원정 준비물. 24.08.08 41 0 12쪽
4 4화. 정찰조 조장. 24.08.07 43 1 14쪽
3 3화. 강철의 망치 흑기사. 24.08.06 59 2 15쪽
2 2화. 명예로운 기사의 일격. 24.08.06 63 3 12쪽
1 1화. 용병 지원. 24.08.06 7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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