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꾸눈 용병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루이곤
작품등록일 :
2024.08.05 18:19
최근연재일 :
2024.08.21 11:1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585
추천수 :
8
글자수 :
92,464

작성
24.08.14 18:25
조회
27
추천
0
글자
13쪽

10화. 발바닥 족장의 선물.

DUMMY


나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누렁니에게 물어봤다.


“족장이 말하는 독수리가 뭐야?”

“여기가 원래는 독수리 부족 땅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우리가 싸워서 여길 먹었다! 그때 그놈들이 술이며 고기며 다 놓고 도망갔다.”

“그래? 그럼, 지금 두 부족이 전쟁 중인 거야?”

“전쟁이라고 할 것도 없다! 지금까지 우리가 열 번을 싸워서 열 번 다 이겼다! 하하하!”


같이 술을 먹던 전사들도 흥분하며 말했다.


“그 새끼들은 우리 상대가 안 돼!”

“우리만 보면 무서워서 꽁무니를 빼거든!”


나는 산딸기 술을 마시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디서부터 틀어진 건지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되고 있었다.


원래 계획은 독수리 부족을 만나 목걸이를 보여주고 지원병을 얻는 거였다. 그런데 지금 누렁니가 이야기하는 걸 보니 독수리 부족이야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태였다.


지금쯤 돌격조는 우리가 남긴 표식이 있는 곳까지 왔을 터였다.


‘아! 맞다.’


나는 내 옆에 있는 토비에게 조용히 물었다.


“뭔가 남기긴 했지?”

“응?”

“아까 여기 사람들 만났던 곳 말이야.”

“아~”


토비는 자기 머리를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토비의 초록색 모자가 없었다.

나는 다시 조용히 말했다.


“잘했다.”

“눈치채지 않겠어?”

“그럴 거야.”


우리는 출발 전에 단장과 함께 계획을 짰었다.


첫 번째 표식을 남긴 곳에서부터 정북 방향으로 두 번째, 세 번째 표식을 남겨가며 이동하기로, 한데 첫 번째 표식이 있는 곳에 토비의 모자가 떨어져 있다면, 신중한 성격의 단장은 뭔가 일이 생겼다는 것을 눈치챘을 거다.


그렇다면 단장은 단원들을 이끌고 뒤로 물러나 우리의 신호를 기다릴 것이다.


내가 말해놨던 시간은 일주일이었다. 그 안에 신호가 없으면 단장은 독단적으로 움직일 거였다.


시간이 없었다. 나는 일주일 안에 이 상황을 벗어나 독수리 부족과 만나야만 했다.


나는 독수리 부족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누렁니를 쳐다봤다.


“그래서 전쟁은 언제 끝나?”

“거의 끝났다. 저 앞에 보이는 산만 넘으면 녀석들 본거지가 나오니까. 이제 곧 있으면 우리 부족이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이 될 거다.”


난 애써 담담한척하며 누렁니의 술잔에 술을 따라줬다.


“승리를 위해서 한잔하자고.”

“좋지! 친구! 마시자!”


전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싸움은 거의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뱀 부족은 독수리 부족을 만나기만 하면 연전연승했는데 사기가 매우 높아 보였고 머지않아 이 산맥의 모든 것이 자신들의 것이 될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발바닥 족장 역시 승리를 확신하며 연거푸 술을 마셨다. 술이 떨어지면 옆에서 대기하던 족장의 여자들이 술을 채우기에 바빴다.


족장은 다섯 명의 여자로부터 시중을 받았다. 그들은 인간인지 고릴라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특히나 콧구멍의 크기가 대단했는데 은화를 넣어도 들어갈 정도로 넓고 거대했다.


나는 개구리를 뜯으며 물어봤다.


“족장은 여자들이 많네?”


누렁니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


“족장은 자식들을 매우 사랑하거든.”

“그래?”

“족장 아들이 열두 명이다.”

“많이도 낳았구먼.”


내가 다시 한번 여자들을 살펴보니 확실히 그들은 다산의 상징 같은 느낌을 주긴 했다.


술자리는 밤늦게까지 계속되었다.


토비는 반쯤 눈이 풀려서 식탁에 엎드려 있었고 클레어는 양 볼이 빨개져서 헛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제는 슬슬 잠을 자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여자들과 어울려 노는 족장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족장님 이렇게 환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하하. 케인. 그대가 있으니 좋구려. 내 술 한잔 받으시오.”


족장이 내 술잔을 가득 채우자 나는 한입에 털어 넣고 부탁했다.


“족장님. 제 여자와 부하가 많이 취한 듯한데 잠을 좀···.”


족장은 토비와 클레어를 보더니 흔쾌히 수락했다.


“암···. 피곤하겠지. 어서 가서 주무시오. 누렁니!”


누렁니가 일어서서 다가왔다.


“친구에게 잠자리를 마련해주게.”

“알겠습니다. 족장님.”


누렁니는 나를 향해 손짓했다.


“따라와. 친구.”


나는 토비를 부축해 일으키고 헛소리를 지껄이는 클레어와 함께 누렁니를 따라갔다.


누렁니는 산 비탈길과 맞닿아 있는 외진 막사로 우릴 안내했다.


“친구. 너는 여기서 네 여자랑 자면 될 것 같다.”


클레어는 배시시 웃으며 나한테 헛소리를 퍼부었다.


“야! 내가 니 여자냐?”


누렁니가 의아한 듯 바라보자 나는 최대한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마누라가 좀 취해서 말이야. 하하하.”


클레어가 건들거리면서 내 양 볼살을 잡아당겼다.


“야! 케인! 너 좀 귀엽다. 어?”

“클레어 말조심해.”

“너나 조심해! 야이···.”


나는 클레어의 입을 틀어막고 누렁니에게 말했다.


“안내해 줘서 고마워.”


누렁니가 날 잡더니 내 손바닥에 빨간 열매 2개를 쥐여준다.


“이건 뭐야?”

“하나는 네가 먹고 다른 하나는 네 여자 줘라. 술기운이 금방 사라질 거다.”

“아니 뭐 이런 거까지.”

“친구니까.”

누렁니는 의외로 세심한 면이 있는 친구였다.


“하하하. 고맙다. 친구.”

“고맙긴.”


나는 부축하던 토비를 누렁니에게 넘겼다.


“토비가 잘 곳은 있을까?”

“부하는 옆의 막사에 재우겠다.”

“고마워. 누렁니.”


누렁니는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우리는 케인이 좋다.”

“다행이네. 나도 뱀 부족 사람들이 좋아.”

“족장이 너한테 선물을 보낼 거다.”

“선물?”

“그렇다. 선물, 족장의 마음을 받아주길 바란다.”

“아니, 선물까지는 안 주셔도 되는데···.”


누렁니가 토비의 팔을 어깨에 걸며 웃었다.


“내일 보자. 친구.”


나는 내 친구 누렁니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 그래. 족장한테는 내가 고마워한다고 좀 전해줘.”


나는 막사에 들어서자마자 클레어를 한쪽 구석에 눕히고는 누렁니가 준 열매를 먹였다.


“작작 좀 마셔라.”

“아! 이거 뭐야! 조장도 마셨? 내가 니. 마누, 히히.”


‘하···. 이게 완전히 맛이 갔네.’


나는 동물의 털가죽으로 만든 이불이 보이길래 클레어를 대충 덮어주고 그 옆에 벌러덩 누웠다.


‘피곤하다. 피곤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차라리 오늘밤 이곳을 도망칠까, 생각도 해봤다.


앞에 보이는 산만 넘으면 독수리 부족의 근거지가 있다고 했으니 빨리 그곳으로 넘어가야 할지 고민이었다.


문제는 또 그다음이었다.


어찌어찌해서 그들을 찾아간다, 하더라도 지금의 독수리 부족이 전사를 빌려줄지 의문이었다.


자신들을 지키기에도 버거운 상황에 원군까지 보내줄 리 만무했다.


또 설사 전사들을 빌려줘도 그 전사들이 잘 싸울 수 있을지 의심이 갔다.


누렁니의 말만 들어보면 독수리 부족의 전사들은 겁이 많고 칼을 잘 다루지 못한다고 했다.


이래저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차라리 뱀 부족의 전사들을 규합해 도버성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여기에 있는 전사들만 해도 그 수가 200이 넘었으니 충분히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족장과의 관계도 좋았고 나한테는 이미 침을 바른 형제가 30명에, 누렁니라는 친구까지 있었다.


차라리 나까지 힘을 보태 독수리 부족을 전멸시키고 이들과 힘을 합치는 건 어떨까?


그런데 정말 그게 맞을까?


아니면 독수리 부족과의 전쟁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원군을 요청 해볼까? 어차피 전쟁이 오래갈 것 같은 기분은 안 들었다.


여러모로 꼬여버린 상황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는데 클레어는 자꾸 나를 불렀다.


“조장! 뭐하냐?”

“나. 생각해.”

“생각? 내 생각을 하냐?”

“적당히 해라.”

“적당히 해라.”

“따라 하지 마라.”

“따라 하지 마라.”


나는 내 머리를 쥐어뜯었다.


안 그래도 계속 얼굴에서 침 냄새가 올라왔는데 클레어까지 날 못살게 구니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았다.


‘하···.’


나는 깊은 한숨을 뱉고는 잠을 청하려 했다. 그런데 누가 막사 문을 젖히고 들어왔다.


“엇?”

“족장이 보내서 왔다.”


나는 갑자기 머리털이 곤두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족장의 여자가 여길 왜 왔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족장이 당신을 왜···.”


고릴라이자 다산의 상징이 포효하듯 입을 열었다.


“족장이 당신을 즐겁게 해주라고 했다!”

“뭐!!”


고릴라가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아니야! 오지 마! 나 필요 없어!”


고릴라는 내 옆에 있는 클레어를 보더니 피식거렸다.


“두 명이면 더 좋은 거 아닌가?”

“아냐! 아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가! 저리가!”

“케인. 당신이 누렁니와 싸우는 걸 봤다.”

“그···. 근데???”

“난 강한 남자가 좋다.”

“그렇다면 잘못 찾아온 거야! 진짜 강한 남자는 옆 막사에 있어. 거기 가면 토비가 있으니 그리로 가라!”

“토비한테는 다른 여자가 갔다.”

“뭐 어어?”


나는 서서히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고릴라가 자기 옷을 벗으려 했다.


“어 어어!! 그러지 마! 하지 말라니까!”


나는 순간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눈을 감았는데 클레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꺼져! 이 남자는 못 건드린다!”


‘이건 또 뭐야!’


내가 남은 한쪽 눈을 살포시 떠보니 클레어가 내 앞을 가로막고는 고릴라를 밀어내고 있었다.


“나는 족장이 보내서 왔다!!”

“꺼져! 안된다고!”


어···.

이게 또 뭔 지랄이지···.


급기야 두 사람이 서로의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기며 몸싸움까지 한다.


나는 속으로 클레어를 응원하면서 막사 입구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두 사람의 육탄전이 치열했다.


서로 밀고 당기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개싸움도 이런 개싸움이 없었다.


상황은 클레어한테 불리하게 돌아갔다. 고릴라가 육중한 몸으로 찍어 누르며 클레어의 두 손목을 낚아채고 있었다.


나는 몰래 고릴라의 등으로 다가가 뒤통수를 후려쳤다.


퍽!


소리와 함께 고릴라가 기절했다.


나는 고릴라한테 깔려있던 클레어를 빼내서 말했다.


“야. 안 되겠다 일단 나가자.”


클레어는 고릴라와 싸우면서 지쳤는지 내 말에 순순히 따랐다.


나와 클레어는 막사를 나와 어디로 갈지 고민했다. 그때 토비의 막사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으아 아아!!!”


나는 급히 토비의 막사로 가 문을 열어젖혔다.


“으아아아! 조장! 나 좀 살려줘!”


또 다른 고릴라가 토비를 덮치고 있었다.


나는 전광석화 같은 몸놀림으로 고릴라의 뒤통수를 주먹으로 갈겼다.


고릴라의 몸이 경직되더니 서서히 무너졌다.


토비는 헐레벌떡 일어나 나한테 안겨 왔다.


“조장!! 나 무서워.”

“괜찮아. 이제. 걱정하지 마.”


나는 토비, 클레어와 함께 산으로 올라갔다.


고릴라가 너무 무서웠다.

콧구멍이 자꾸만 생각났다.

지금은 그냥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있고 싶었다.


우리는 뱀 부족의 막사가 내려다보이는 산비탈에서 나무에 기댄 채 서로를 위로했다.


밤이 깊어 갈수록 뱀 부족 막사의 횃불들이 하나, 둘 꺼져갔다.


토비가 울먹이며 말을 걸었다.


“조장. 고마워.”

“너 우냐?”

“아니···.”

“사내놈이 뭐 그런 걸로 울고 그래.”

“아까 나 진짜 무서웠거든.”


클레어가 고개를 양 무릎 사이에 파묻으며 조용히 말했다.


“조장, 제가 아까는 좀 취했던 거 같아서요···. 혹시 제가 실수를?”

“응. 했어.”

“아···.”

“괜찮아. 그래도 네가 날 구해줬잖아.”

“네···.”

“정신은 좀 드냐?”

“네···.”


우리 셋은 뱀 부족의 막사를 내려다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일들이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


나는 앉은 채로 나무에 기대며 말했다.


“일단 눈 좀 붙이자. 너무 피곤하다. 나머지는 내일 정신이 더 멀쩡해지면 그때 다시 이야기 하는 거로.”

“네, 조장.”

“알겠어.”


우리는 셋 다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고릴라가 버티고 있는 막사로는 내려가기 싫었다.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끔 들리는 부엉이 소리도 자장가처럼 들렸다.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잠에서 깼다.


‘뭐지?’


최대한 집중에서 소리가 난 곳을 바라봤다.


내가 들었던 소리는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 같기도 했고 야생동물의 발소리 같기도 했다.


나는 더욱더 집중해서 그곳을 바라봤다.


까마득한 어둠 사이로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움직이는 거 같았다.


혹시나 산짐승을 만나면 다칠 수도 있었다.


나는 토비와 클레어를 조심스레 깨우며 입에다가 손가락을 올려 조용히 하라고 했다.


우리 셋은 가만히 그것을 살폈다.


그것은 아주 신중히 이쪽으로 다가왔다. 아직 우리가 있는 것을 눈치채지는 못한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이 뭔지 알아내고 싶어졌다.


내가 몸을 살짝 일으키자, 토비가 내 몸을 붙들며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토비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거기서도 무언가 움직였다.


그런데 움직이는 물체가 하나가 아니었다. 십여 개가 동시에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오고 있었다.


‘동물인가?’


동물이라면 야간에 눈이 붉게 빛나거나 푸르스름하게 보이기 마련인데 그런 것도 없었다.


‘사람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애꾸눈 용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에 관한 공지를 남겨봅니다. 24.08.21 27 0 -
16 16화. 기름 거미. 24.08.21 12 0 11쪽
15 15화. 운명의 장난. 24.08.20 15 0 13쪽
14 14화. 알프레드의 변신. 24.08.19 18 0 13쪽
13 13화. 속전속결. 24.08.17 22 0 11쪽
12 12화. 하늘발톱. 24.08.16 24 0 15쪽
11 11화. 독수리부족. 24.08.15 27 0 12쪽
» 10화. 발바닥 족장의 선물. 24.08.14 28 0 13쪽
9 9화. 누렁니와의 결투. 24.08.13 33 0 12쪽
8 8화. 누비족의 전사들. 24.08.12 35 0 12쪽
7 7화. 행군. 24.08.10 41 0 13쪽
6 6화. 단장과의 면담. 24.08.09 40 0 13쪽
5 5화. 원정 준비물. 24.08.08 41 0 12쪽
4 4화. 정찰조 조장. 24.08.07 44 1 14쪽
3 3화. 강철의 망치 흑기사. 24.08.06 60 2 15쪽
2 2화. 명예로운 기사의 일격. 24.08.06 63 3 12쪽
1 1화. 용병 지원. 24.08.06 77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