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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AK
그림/삽화
NOVAK
작품등록일 :
2024.08.05 19:36
최근연재일 :
2024.09.15 14:48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566
추천수 :
44
글자수 :
104,043

작성
24.08.1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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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야제 #7

DUMMY

유명한 대전 액션 게임 영상에서 딱 맞는 이미지를 본 적이 있다.


푸르게 발광하는 검은 금속의 표범.

신장은 2m 남짓에 금속 근육으로 꽉 채워진 우람한 덩치.

검투사를 연상하게 하는 은색의 금속 스커트.


그르르르.......


인수(人獸)형의 금속 전사는 흉포한 숨을 쉬며 방벽에 강권을 날린다.

콰-앙! 퍼석!


부서진다.

공고했던 구청의 방벽이 바위 맞은 자동차 앞 유리처럼 깨져 나갔다. 그것은 방벽을 비스킷처럼 부수며 진입한다.


사실 해킹으로 살펴보지 않아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봐온 유닛 중 의심의 여지 없는 최강, 틀림없는 이 구역의 ‘또 다른 일인자’다.


**


이름: 메탈 레오파드(정예)

종별: 금속계, 기갑전사(機甲戰士)

특성: 기갑체(LV3), 기갑권(LV3), 지휘관(LV2)

스킬: 전사의 일격(LV3), 투창(LV3), 그래플링(LV3), 포효(LV2)

개요: 중급지능을 가진 D급 금속 생명체로 높은 내구도와 물리력을 가짐. 기갑사단의 정예병으로 하위 유닛의 지배가 가능합니다.


※연계기 ‘융합’ 시도가 가능합니다.


**


저것의 은하력을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드러난 수치만으로도 나를 압도한다.


“커어......! 어어.......”

“지경탁!”

“사, 살려.......”


벽에 매달린 그는 피 묻은 손으로 나를 잡으며 애처로운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아이템으로 손 쓰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의 숨은 깔딱고개를 넘어 이제 몇 초 남지 않았다.


“어억....... 쿨럭!”

“어이, 지경탁! 어이!”

“어....... 꺽! 컥! 어.......”


창에 꿰어진 그는 심장과 입에서 피를 꿀렁거리며 2, 3초간 잔 경련을 일으켰다. 그리고 눈을 뜬 채로 숨을 다했다.


누나에게 때려죽일 몹쓸 짓을 한 악덕 사기꾼이지만 이런 최후를 보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무수한 피해자들에게 속죄 없이 이 지옥에서 너무 쉽게 탈출한 것일지도.


죽어서는 나쁜 짓 말고 좋은 데 가서 착한 일 하고 살아라.


나는 그의 팔뚝 중간에 채워진 퀀텀파츠 ‘메가 증폭기’를 뺐다. 그것은 스포츠용 아대 같은 형태인데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열세인 내가 저 녀석을 상대하려면 꼭 있어야 하는 아이템이다.


“주, 죽었어.......”

지경탁이 죽자 구청 입주민들의 탄식이 쏟아진다. 연민은 아닐 것이다. 그 탄식은 절망에 가까웠다. 스톤 영끌해서 천신만고 끝에 들어온 방벽이건만, 지금은 오히려 상어 아가리에 머리를 물린 꼴이 됐다.


상상하기 싫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의 숨이 끊어지는 순간, ‘빌라왕’ 기술이 힘을 다했다.


“아아.......”

“바, 방벽이.......”

“사라진다.......”


그 눈빛은 눈앞에서 핵폭탄의 투하를 마주하는 인간의 그것을 보는 것 같았다.


퍼-억!


“으억!”

앞단에 있던 사람 중 하나가 그루터기의 가지 후리기를 맞고 몸이 기형적으로 꺾여 날아갔다.


키에-엑!

퍼걱!


“크악!”

또 다른 사람은 고블린의 창에 눈이 꿰뚫렸다. 진정한 살육의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모두 뒤편으로 도망가-앗!!”


젠장! 나는 확성기 볼륨을 최대로 올리고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그리곤 시민들의 반대 방향으로 내달렸다.


기본적으로 적은 ‘일인자’인 나를 조준하고 움직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양몰이’를 한다. 최대한 시민과 마주치지 않는 곳으로 적을 몰아 이동한다. 이렇게 넓은 개활지에선 도저히 상대할 수 없다.


혼비백산 도망치는 군중.

쏟아져 들어오는 기갑부대.

그리고 피아 구분 없이 거슬리는 모두를 박살 내며 나에게 접근하는 적의 일인자.


집중한다. 잡탕 부대찌개 같은 혼돈 속에서 희미한 승리의 끈을 어떻게든 잡는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하나 더 해야 할 일.


“넌 좀 같이 가야겠다.”

“으악! 뭐, 뭐 하는 겁니까!”


마성준. 그 역시 시민들 틈바구니에 끼여 도망치려는 중이었다. 나는 그의 뒤로 접근해 어깨에 멨다. 같이 손잡고 가자고 하면 가지도 않을 거고, 또 들고 도망치는 게 훨 빠르다. ‘지금의 나’라면 말이다. 퀀텀파츠도, 스톤도, 동업자도 없어진 그는 주둥이만 남은 공인중개사일 뿐이다.


“왜, 왜 이러시는 겁니까!? 사인 다 끝났잖아요! 스톤도 아이템도 다 드렸다고요, 저, 저 좀 놔 주세요, 악!”


마성준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악을 쓴다. 그도 당연히 알고 있다. 이 판국에 나와 같이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말이다. 얼굴이 흙빛이 된 그가 버둥거렸다.


“넌 임마 나랑 이야기 좀 해.”


그에게는 얻어내야 할 정보가 있다. 지경탁까지 죽어버린 마당에 다 듣기 전까지는 데리고 있어야 했다.


키-잉.


[강력한 공격이 감지됩니다.]


큭!


푸-슝!


레오파드의 창이 날아온다. 고블린이 날리는 것과 차원이 다른 강력함. 방벽까지 뚫어버리는 파워다. 직격으로 맞으면 죽는다.


나는 가까스로 몸을 틀어 그것을 피했다. 창은 내 볼을 지나쳐 앞에 있는 식당 건물을 뚫고 들어갔다. 닿지도 않았는데 피가 난다.


큭! 나는 달리는 와중에 ‘메가 증폭기’를 팔목에 찼다.


[메가 증폭기가 활성화됩니다.]

[‘증폭’ 가능 기술은 ‘방화벽’ 1종. 선택옵션 없이 적용합니다.]


효과를 확인할 틈도 없다. 꼴사납지만 일단 도망치며 사태 수습이 먼저다.


나는 외치기를 통해 메시지를 날렸다.


[박정열 님이 외칩니다.]


[저는 이 구역의 일인자 박정열입니다!]

[생존자들은 지금 바로 구청 뒤편의 오희주 씨가 설치한 ‘간이 방어벽’ 안으로 들어가세요!]

[생존자 중 은하력 40 이상은 시민들을 지켜주세요!]


지금 내 속도로는 마성준을 메고도 고블린과 그루터기 정도는 충분히 뿌리칠 수 있다. 하지만 갑자기 사라지면 저놈들이 다시 시민들을 공격할지 모른다. 게다가 그루터기의 공격은 LV2 방어벽에 데미지를 줘서 위험하다. 도망은 치되 살살 몰아간다.


크르렁!


레오파드가 쩌렁거리는 포효를 하며 달려들었다.


대단한 각력. 대략 20m 거리를 한 번의 도약으로 순식간에 달라붙는다.


하지만 나를 향해 돌진하던 고블린이 본의 아니게 놈의 앞을 가로막는다. 모든 표적이 나에게 집중돼 있다 보니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크엉!


성이 제대로 났다. 놈은 이를 드러낸 맹수의 얼굴로 주먹을 휘둘렀다. 퍼석! 고블린의 몸뚱이가 동강 져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틈을 놓치지 않고 지그재그로 뛰며 놈의 사거리에서 벗어났다.


천만다행으로, 운집한 적이 오히려 레오파드를 막는 바리케이트가 되고 있었다. 내가 양몰이로 적 떼를 조종하자 따라오던 놈의 움직임을 멈칫거리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것으로 한 가지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놈의 지휘 능력이 생각보다 정교하진 않다.


[희주 씨! 지금 방어벽 ‘선물하기’ 할 거예요! 시민들에게 나눠주세요!]

[알겠어요, 정열 씨!]


지금 나의 스톤은 6,000 남짓. 절반인 3,000 정도면 간이 방어벽(LV2) 6개를 살 수 있다. 각 방어벽 한 세트에 4개들이니까 총 24개. 이 정도면 시민들을 보호하기 충분하다.

이제 남은 건 은하력이 40 이상의 시민들이 ‘얼마나’ 등장해서 ‘어떻게’ 서포트 할 수 있느냐지만 그건 현재로선 나의 영역이 아니다.


나는 외치기로 습득한 적의 정보와 은하력 등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긴급상황에 외치기가 이렇게 유용하게 이용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대규모 전투에는 의사소통이 이렇게나 중요하군.


모든 조치 후 내 손에 들린 건 3,000스톤과 파츠. 이 자원과 나의 능력으로 저놈을 상대해야 한다.


그런데...... 이놈 참 시끄럽네.


“사, 살려주세요! 정열 씨, 저 좀 내려 주세요!”


나약한 인간으로 회귀한 마성준이 죽어라 소리치는 통에 귀가 먹을 것 같다.


“살고 싶으면 묻는 말에 대답해. 퀀텀파츠는 어떻게 얻은 거지?”

“존! 존! 퀀텀 존! 으악!”


**


퀀텀 존(Quantum Zone).


- 이벤트 구역마다 랜덤하게 생성되는 비밀 공간.

- ‘존’은 타 공간과 구별이 되지 않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찾을 수 없다.

- 다만 해당 ‘존’에 있을 때 ‘빅 아이 프로그램’을 검색하면 ‘퀀텀 존’ 메뉴를 찾을 수 있다.

- 사용자는 이 메뉴를 통해 ‘퀀텀파츠’ 구매와 관련하여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


마성준은 로데오 하듯 덜컹거리며 내게 ‘퀀텀 존’에 대해 설명했다. 멀미가 심한지 꺽꺽거리며 헛구역질했다. 좀 불쌍하긴 하지만 잠시라도 멈추면 따라잡혀서 어쩔 수 없었다.


그나저나 그런 곳이 존재했다니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거기가 어디야?”

“부, 북악 스카이웨이 팔각정! 으악! 창!”


슉! 슉!


그때, 고블린 한 무더기가 동시에 창을 날렸다. 늦게 알아차린 나머지 회피가 어려운 형세다.


“큭!”


고블린의 창은 나에게 위협적이진 않지만 마성준에게는 치명적이다. 창이 사납게 날아왔다.


[증강된 방화벽이 발동합니다.]


카-앙!


십 년 감수한 상황이다. 방화벽이 주위에 아크릴판 같은 방패 수 개를 만들어 창의 공격을 막았다. 이전과 다른 방식의 방어 기능. 아마도 증폭의 효과로 보였다.


“괜찮아?”

“네, 네. 안 다쳤습니다. 그나저나 다 말했잖아요! 부탁인데 제발 저를 좀 놔주세요!”

“아니, 이야기 안 끝났어.”


내가 마성준 이놈이 안 다친 걸 보며 안도하다니 세상 참 아이러니하다.


나는 바로 방향을 틀어 팔각정이 있는 북한산으로 향했다. 성북동과 평창동 사이에 있는 드라이브 코스다. 거리로는 꽤 멀다.


하지만 마침 잘 됐다. 도심의 개방된 공간보다 산악 지형이라면 적을 상대하기 수월해진다. 레오파드의 추격을 따돌린다면 잠시 생각할 시간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혼자서는 역부족이다. 조력자가 필요하다.


나는 프로그램을 다시 열었다. 커서가 깜빡거린다.


내 생각에 나는 ‘아싸(아웃사이더)’다. 살아오길 그렇게 살아왔다. 사람들과 활발하게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는다. 혼자 사는 인생,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거라는 생각으로 지금껏 살았다.


그런 내가 지금은 수백인지 수천인지 모를 사람들에게 전체 메시지 보내면서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 지시하고, 지도하고.......


참 적응이 안 된다. 어쩌면 그건 이 세계보다도 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살기 위해서 말이다.


[이 구역의 일인자 박정열 님이 외칩니다.]


[적의 일인자 토벌을 위한 파티원 모집.]

[은하력 50 이상 지원자 급구. 생존은 장담할 수 없음. 토벌 시 획득 스톤 등 균등 배분. 10초 뒤 채널 팔 예정.]


좀 전에 외치기로 일인자임을 밝혔더니 채팅창에도 ‘일인자’라는 문구가 덤으로 붙었다. 낯부끄럽긴 한데 그것이 인원을 모으는 데는 효과적일 것이다. 강한 우두머리에게 모여드는 것은 생물의 본능이니까.


은하력 50이 결코 만만한 수치는 아니다. 적어도 단신으로 그루터기를 상대할 정도의 전투 레벨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지금으로서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 정도가 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지금으로선 숨겨진 ‘쓸만한 인물’들이 모이길 바라는 밖에.


후우, 좋아. 한 판 붙어보자고, 레오파드.

그 사납고 오만한 상판에 나의 이 금속 주먹을 날려주마.


문득 중딩 시절 피시방에서 친구들과 밤새 사냥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죽냐 사냐가 걸렸는데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공포에 찌그러질 바에는 게임처럼 여기는 게 낫다.


나는 프로그램의 ‘생성’ 메뉴로 들어가 생존자 채널을 만들었다. 이 바닥에서 처음 만드는 나의 채널.


채널명.......


[일인자의 보스몹 레이드!]



작가의말

어떤 의견이든 주시면 겸허히 수용하고 발전해 나가겠습니다. AI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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