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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AK
그림/삽화
NOVAK
작품등록일 :
2024.08.05 19:36
최근연재일 :
2024.09.15 14:48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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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글자수 :
10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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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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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전야제 #2

DUMMY

마성준.

그는 그때와 변함없이 사람 좋은 얼굴로 계약서를 내밀고 있었다.


건물과 방벽 사이에 야외 테이블.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상냥하게 웃는 그의 얼굴을 보며 홀린 듯 고개만 끄덕인다.

그러더니 영혼 없이 펜을 들어 계약서에 사인한다.


**


우주민등록증(임시)


이름: 마성준

칭호: 사악한 사기꾼

기본기: 건강한 신체(LV2), 사기꾼의 본능(LV2)

파생기: 대사기(LV1), 계약(LV3), 감언이설(LV2), 달변(LV2), 외치기(LV1)

특수기: -

퀀텀스피릿: 사악한 천사의 계약

퀀텀파츠: 사악한 천사의 계약서(일반)

은하력: 75


퀀텀스톤: 2,522S


**


마성준.


관련 피해자는 누나가 계약한 빌라의 10명을 포함, 드러난 것만 50여 명.

의심스러운 깡통 전세 계약에는 여지없이 이 사람이 붙어있었다.


하지만 법망을 미꾸라지처럼 피했다.


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나 물증이 없었다.

아니, 물증이 없다고 경찰이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쇠고랑을 찼음에도 마성준, 그리고 저 건물주 지경탁만은 살아남았다. 마치 범죄의 성역이라 이곳만은 누군가 ‘보호’해 주는 것처럼.


“아저씨.”


꾹. 민서가 고사리손으로 내 팔목을 쥐었다. 석상처럼 우두커니 서서 몸을 떨던 나는 그때야 정신이 들었다.


“민서야.”

“아저씨, 무서워요.”

“미안해. 이제 괜찮아졌어.”

“우리 저기 가려고 온 거에요?”


민서가 방벽을 가리킨다.


방벽 안쪽, 구청 건물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의 얼굴엔 살았다는 안도의 표정도 있지만 큰 짐을 안은 듯 무거운 낯빛도 보였다.


“그럴까 와봤는데 생각 좀 해 봐야겠네.”


이번에는 희주가 말한다.


“정열 씨, 저 사람들 뭐예요? 소름이다, 정말. 입장권 스톤 받고 파는 거죠, 지금?”

“그런 것 같네요. 경매 붙여서.”

“왠지 무서워. 그런데 저기 세워진 저 벽 안전한 건 맞아요?”

“안 그래도 지금 시험해 보려고요.”


나는 인파가 몰린 입구를 벗어나 측면으로 이동했다. 그리곤 민국의 심장을 꿰뚫었던 골프공을 꺼냈다.


“어디.......”


나는 오른손에 골프공을 쥐곤 그대로 방벽에 날렸다.


슈-웅! 퍽!


총알처럼 쏘아진 공이 방벽에 부딪히곤 바닥에 떨어진다.


상당하다. 방벽의 강도는 꽤 진짜다.


“정열 씨, 왜 남의 집 담벼락에다 그래요.”

“시험 좀 해 봤어요. 진짜네요.”

“저희는 이제 어쩌죠?”

“그 전에 잠깐 확인 할 것이 있어요.”


나는 다시 정문 쪽으로 돌아가 마성준과 지경탁을 해킹할 수 있는 간격으로 진입했다.


나는 그들이 여기까지 오게 된 배경이 궁금해졌다.

새로운 기능도 시험해 볼 겸, 나는 해킹으로 그들의 ‘로그기록’을 추적했다.



그렇게 한 2, 3분 빠르게 로그기록을 훑었다.


“......그런 거였군.”

나는 그들의 기록을 훑으며 사태의 전말을 파악했다.



그래, 세상을 살다 보면 ‘발 빠른 사람들’을 보기 마련이다.


이 둘은 그런 의미에서 이 세계에 아주 빠르게 대처했다.

아주 사악한 방식으로 말이다.


로그기록으로 본 그들의 행태는 이 절망적 세계에 완벽히 적응한 ‘발 빠른 악마’ 같았다.


시작은 지경탁이었다.

먼저 그는 빌라왕 기술을 이용해 방벽을 만들었다.


빌라왕(LV1)

- 자기 소유의 건물에 물리 방어막을 만들 수 있다.


LV1이었을 때 그 크기는 작았다.

고작 해봐야 30평대 단독주택 1채에 보호막을 치는 정도였던 것 같다.

방어벽의 기능도 높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런 ‘작은’ 자원으로 수입의 물꼬를 튼 것이 마성준.


채널 ‘세이프 하우스 입주자를 모집합니다.’를 만들어 사람들을 모았다.


그는 5스톤이라는, 상당히 높은 채널의 ‘입장 수입’과 방벽에 들어온 사람들의 ‘보호비’ 명목으로 스톤을 갈취했다.


이것이 1단계다.

이들은 이 방법으로 10일에 걸쳐 일정한 부를 쌓았다.


그렇게 쌓은 스톤은 어림잡아 2,000S.

이 2,000스톤을 모은 시점부터 이들의 행각은 변곡점을 맞는다.


마성준은 이를 이용해 ‘퀀텀파츠’를 구매했다.

그것이 상태 창에 나와 있는 ‘사악한 천사의 계약서’다.


지경탁 또한 퀀텀파츠 ‘메가 증폭기’를 구입한다.


그것의 구매 후, 지경탁은 거처를 더 큰 곳으로 옮긴다.


이쯤에 이르러 그의 능력은 빌라왕(LV3)이 된다.

빌라왕(LV3)은 ‘주인이 존재하지 않는 건물’에 방벽을 칠 수 있었다.

또한 퀀텀파츠의 효과 ‘증폭’으로 방벽의 크기가 기존 대비 몇 배는 넓어지고 방어력도 강해졌다.


동시에 이 둘은 거처를 옮기면서 기존에 방벽 안에 있던 ‘세입자’들을 버렸다.

이른바 먹튀 행각을 벌인 것이다.


이들은 왜 기존 세입자를 버렸을까?

내 짐작에 이들은 세입자의 ‘반란’ 내지는 ‘저항’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시점까지는 단순히 ‘돈을 받고’ 사람들을 보호해 줬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을 제약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파츠를 얻은 마성준은 새로운 세입자들과 ‘새로운 계약’을 한다.

‘사악한 천사의 계약서’로 말이다.

그것으로 둘은 세입자의 저항으로부터 자신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었다.


계약의 골자는 이렇다.


[사악한 천사의 계약]


1. ‘계약을 맺은 자’(이하 ‘세입자’)는 건물주와 중개사 지경탁, 마성준 두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다.

2. 세입자가 위 두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시 계약 ‘담보물’이 파괴된다.

3. 여기의 담보물이란 계약자 본인, 계약자의 가족, 혹은 ‘그에 준하는 무언가’가 해당한다.

4. 세입자는 현시점 보유 스톤 전부를 지경탁, 마성준에게 5:5로 지불하고 방벽에 들어온다.

5. 방벽 안의 세입자끼리 담합 하여 내분을 일으키면 담보물은 파괴된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어불성설인 극도의 불합리 계약이 버젓이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세입자는 안전을 대가로 이 둘의 사설 부대가 된 셈이다.


그리고 이때부터 이들의 세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되었다.

하루하루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적들에 대한 두려움이 가중되는 나날.


그 두려움에 지배당한 시민들이 ‘방벽’이라는 미끼에 낚여 그 둘에 발밑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이벤트가 벌어지기 1시간 전, 둘은 스톤을 골수까지 빨아먹을 작정으로 외치기를 이용해 시민들을 모은 것이다.


정말 대담하고, 이기적이며, 사악하다.


나는 로그기록을 끄며 생각에 잠겼다.


전반적인 히스토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떻게’에 대한 몇 가지 의문은 남는다.

그리고 ‘이제부터 어떻게’에 대한 고민도 함께 들었다.


남은 시간은 이제 10분.

정말로 누나를 잃었던 그 ‘지옥의 밤’이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정열 씨.......”


희주가 내 팔을 흔들었다. 그녀는 내가 서 있는 송장처럼 멍때리는 모습에 불안함을 느낀 것 같았다. 아마 옥탑에 있을 때부터 그랬을 것이다. 답답함에 한숨만 쉬는 모습에 적잖이 부담이 있었으리라.


“아, 잠깐 생각 중이었어요.”

“미안해요.”


‘미안하다.’라. 여러 뉘앙스가 포함된 말이다.


‘당신에게 폐를 끼쳐 미안하다.’와 ‘그래도 우리를 버리지 말아달라.’는 복합적 의미.

나도 안다. 살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약자의 고뇌.

실낱같은 ‘나’라는 희망을 놓고 싶지 않겠지.


하지만 희주는 바로 다음 순간 뜻밖의 말을 한다.


“우리 여기서 헤어져요.”

“네? 희주 씨. 왜 그래요, 갑자기?”

“정열 씨는 정열 씨의 삶이 있어요. 우리를 위해 희생하지 않아도 돼요. 이미 한 번 구해 줬잖아요.”

“희주 씨.......”


뜻밖이다. 생존에 안달복달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독립투사와 같은 강인한 의지가 내비친다.

그녀는 생각보다 복합적인 내면을 지닌 여자 같았다.


“그래도 나랑 민서는 13일간 버텼어요. 어떻게든 될 거예요. 그리고 정열 씨 혼자라면 어떻게든 될 거예요. 강하잖아요. 남은 시간이 없으니 우리 갈게요.”

“어, 어디 가게요!”

“숨어 봐야죠. 저 사람들 하는 걸 보니 구청은 아닌 것 같고. 돈도 없고.......”

“희주 씨.”


그녀는 진심 같았다. 정확한 의도는 모르지만, 이 개 같은 세상에서조차 ‘나에게 추한 꼴 보이고 싶지 않다.’라는 건 분명해 보였다.


“민서야, 가자. 시간 없어.”

“엄마.......”


나는 다짜고짜 떠나려는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잠깐만요.”


떠나려는 그녀의 몸을 휙, 잡아 돌렸다.


“희주......씨.......”


그녀는 울고 있었다.

나는 희주와 민서의 팔을 잡아당겼다.


“아직 빌린 10스톤 안 갚았어요. 갚을 때까지는 붙어 있.......”


그때였다.


삑삑-

삑삑-


예의 그것이다.

프로그램의 붉은 불이 들어오며 경고음을 알린다.


[공지]

[재개까지 남은 시간 10분입니다. ‘이벤트 존’이 형성됐습니다.]

[생존자들은 이벤트 종료 시까지 구역의 경계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본격적인 시작인가.

계속해서 메시지가 뜬다.


[축하드립니다! 현재 해당 구역은 ‘베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벤트 종료 시까지 ‘주요 관리 대상’에 포함됩니다.]


상공에 인공위성 같은 물체가 등장한 것은 그 직후이다.

그것은 가로 3, 4m 크기의 불타는 거대한 눈알 같았다.

그리고 눈알 주위로 막이 펼쳐지며 구역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공지]

[베팅구역은 전투 외에 ‘승리 조건’이 추가됩니다. 조건 달성 시 이벤트는 종료됩니다. 조건을 달성한 진영은 해당 구역을 ‘본무대’ 전까지 ‘안전지대’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조건을 달성한 진영은 기여도에 따라 추가 보상이 이루어집니다.]


베팅.

설명서에 나와 있던 그것인가?

누군가가 이 전쟁을 두고 도박판을 벌인다는 그것 말이다.


나는 모녀의 손을 잡고 장막이 쳐지는 하늘을 불길하게 바라보았다.

상공의 불타는 눈알은 부르르 떨리는 것이 레이저를 쏴댈 것 같았다.


[승리 조건을 발표합니다.]

[승리 조건]

- 제한 시간 안에 상대의 ‘일인자’를 죽인다.


가끔 너무 쉬운 말은 오히려 이해가 어렵다.

처음 승리 조건이 등장했을 때, 나는 굉장히 쉬운 문장임에도 한참을 해석해야 했다.


“설마.......”

하지만 얼마지 않아 깨달았다.

약간의 개그 멘트같은 ‘일인자’라는, 아주 익숙한 문구.


그것은 칭호를 말함인가?

그런 짐작을 확신이라도 시켜주는 듯, 나의 프로그램 창에 멘트가 떠올랐다.


[축하드립니다! ‘일인자’로 선정되셨습니다.]


“뭐......?”


프로그램 창에 메시지가 떠오르더니 오른쪽 위에 나비 모양의 표식이 등장했다.

표식 옆에 ‘일인자’라는 문구가 새겨진다.


아, 진짜였다.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다.


쉽게 말해,

내가 죽으면 이 이벤트는 패배한다.

이 구역의 엑스맨이 된 셈이다.


이것은 저주일까, 축복일까.

희주나 민서가 이 메시지를 보고 아직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면 나의 존재가 아군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아군에게 알려지지 않는 정보가 적군에게 알려질 확률은 높지 않다.


즉, 이 승리 조건의 대상자가 나라는 사실은 이 구역에서 오직 나만이 알고 있다는 뜻.


그때였다.

여러 가지 가정과 정보가 조합되어 한 가지 사문(死門) 같은 생문(生門)의 길이 보인 것은.


“그렇다면.......”


결정을 내렸다.

나는 느닷없이 날아든 메시지에 당황하는 희주의 어깨를 잡았다.


“희주 씨.”

“네? 네. 정열 씨.......”

“희주 씨 말이 맞아요.”

“네? 그게 무슨.......”


덜덜. 표정으로 티는 내지 않았으나 그녀는 떨고 있었다.


“우리 헤어져요.”

“네? 헤, 헤어지자고.......”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 본인이 먼저 꺼낸 말이긴 하지만 그녀는 내 단호한 태도에 어찌 반응할 줄을 몰랐다.

나는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는 저 방벽으로 들어갈 거예요.”


작가의말

어떤 것이라도 의견 주시면 소중히 반영하고 발전해 나가겠습니다. AI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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