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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AK
그림/삽화
NOVAK
작품등록일 :
2024.08.05 19:36
최근연재일 :
2024.09.1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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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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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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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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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전야제 #4

DUMMY

[입주 계약서]


1. ‘계약을 맺은 자’(이하 ‘세입자’)는 건물주와 중개사 지경탁, 마성준 두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다.

2. 세입자가 위 두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시 계약 ‘담보물’이 파괴된다.

3. 여기의 담보물이란 계약자 본인, 계약자의 가족, 혹은 ‘그에 준하는 무언가’가 해당한다.

4. 세입자는 220스톤을 지경탁, 마성준에게 5:5로 지불하고 방벽에 들어온다.

5. 방벽 안의 세입자끼리 담합 하여 내분을 일으키면 담보물은 파괴된다.

6. 방벽이 해제되어도 위의 1, 2, 3항의 효력은 1년간 유지된다.

7. 방벽이 해제되어도 스톤은 환불되지 않는다.


계약서가 이전보다 업그레이드됐다.

이건 뭐 새우잡이 배에 끌려가는 노예만도 못한 불공정 계약이다.


“이거.......”


나는 ‘담보물이 파괴된다.’라는 문구에 손가락을 짚었다.


“네?”

“이거 정말입니까?”

“뭐 말씀이실까요?”

“여기 이 문구. 정말인가 하고요.”

“아이, 참, 뭐 이런 걸 또. 죄송하게스리.”


마성준은 말하기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죄송하게스리?

올해 연기대상은 네가 다 해 먹어라.


그를 익히 아는 나로서는 그의 언행이 한 마디로 꼴값이다.


그리고 역시나 그는 부드러움 속에 칼이 깃든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한번 본 적은 있어요.”

“뭘 말이죠?”

“‘파괴’되는 거. 파-앙!”


그는 입을 뻐끔거리며 초승달 같은 눈웃음을 짓는다.



쾅! 쾅! 꾸웨엑!


동시에 방벽에서 들리는 충돌음.

평온한 안과는 반대로 바깥은 이미 아사리판이다.


쿵! 방벽에 달려들어 몸통 박치기하는 기갑병(機甲兵).

쿵! 뒤따라온 놈이 먼저 부딪힌 놈을 짜부 시키며 연이어 벽을 들이받는다.


형태는 170cm 전후의 푸르게 발광하는 금속 괴인.

등이 굽어 꼽추 느낌의 몸통과 길쭉한 코가 특징적이다.

2족 보행하며 양손으로 창을 들었다.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

평범한 인간이 감당하긴 어렵다.


그들은 구청뿐 아니라 사방을 들쑤시며 창질 할 곳을 찾아 헤맨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정열 씨. 여기 돈값 합니다.”

“여봐, 청년. 괜찮아. 괜찮아. 여기 안전해. 어이, 마 사장! 계약 아직 안 끝났어? 언능 끝내고 양주 한 병 까게.”


지경탁이 다가왔다.


“아, 마지막 입주자분이 궁금한 게 좀 많으시네요. 또 최선을 다해 답해드리는 게 중개인의 역할이니까요.”

“그래? 그럼 뭐. 비싼 값에 들어온 손님인데 잘 해드려. 220이라잖아. 한 명이. 대단해, 총각? 그거 어떻게 모은 거야? 이거, 이거?”


지경탁이 장난스레 허공에다 칼로 쑤시는 제스처를 했다.


천박하다.

‘아’다르고 ‘어’다른 게 한국말인데 참 이놈은 하는 말부터 행동 하나하나 주먹을 부른다.


구청을 점거하고 서민들 피를 쫙쫙 빨아먹으면서도 거리낄 게 없으니 안하무인으로 날뛴다.

그들은 이 왕국의 지배자다.


인간의 밑바닥과 본성의 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

그것이 이 세계다.


그런데.......


계속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이놈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왜 이리도 ‘확신’하는 거지?


지경탁도 그렇고 마성준도 그렇고 방벽 밖의 저 살벌한 기갑군단을 보면서도 양주나 까자는 실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수족관의 상어를 보는 듯 말이다.


가능성은 두 개다.

하나, 이 방벽이 정말로 ‘완전무결’한 보호막이다.

둘, 정보를 ‘사전에 얻어서’ 이 상황에 대한 계산이 끝났거나.


우선 1번일 확률은 낮다. 현저히.


빌라왕(LV3)이 상당히 강한 방어벽을 친다는 것은 인정한다.

이미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


하지만 절대 방어막이라고?

전혀. 넌센스다.


저 둘은 상당히 치밀한 놈들이다. 생존을 위한 상황인식은 누구보다 빠르다. 저렇게 앞뒤 안 재고 시시덕거릴 놈들이 아니다.


“......확신합니까?”

“뭐?”

“무섭지 않나요? 저것들이 벽을 깨고 들어오면 다 죽는데.”

“하-, 이 친구. 안 죽는다니까? 우리도 다 이, 듣는 게.......”


“사장님.”


마성준이 지경호의 말을 자른다. 입조심 하라는 듯 고개를 살짝 흔든다.

그러자 지경호가 한 발 빼며 고개를 끄덕인다.


“우, 우리가 뭐 어련히 하겠나, 이 친구야! 전 재산 220스톤이나 받았는데. 사업하는 사람들은 다 뭐, 그런 감이 있어. 흠흠! 아무튼 사인 끝났으면 올라가서 쉬라고. 한숨 푹 자면 상황 끝날 거야.”


확실하다.

분명히 ‘무언가’ 있다.

그리고 저 말은 나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준다.


그래, 네놈들이 아무 보험도 없이 이럴 치들이 아니지.

하지만 지금은 그냥 넘어가 주지.


나는 고개만 살짝 까딱한 뒤 계약서에 사인했다.


“질문이 하나 있는데.......”


나는 말꼬리를 흐리며 자리에 일어섰다. 방벽 밖, 몸이 뭉개질 정도로 벽을 들이받는 적들을 응시했다.


“아하, 또 있으신가요? 네. 말씀하세요. 뭐가 궁금하시죠?”

“방벽 밖을 나가면 어떻게 됩니까?”

“네-에?”

“계약서에 그런 조항이 없어서요. 만약에 세입자가 방벽을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는’ 건가요?”


물론 마성준도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밖에 적들이 판을 치는 마당에 이 질문을 받을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을 거다. 완전 허를 찔린 표정이다.


“아, 물론 그런 조항은 없습니다. 여긴 감옥이 아니니까요. 출입은 자유입니다. 저 앞에 반투명한 문 보이시죠? 들어오셨던 데. 저기가 ‘마스터 도어’입니다. 저리로 왔다 갔다 하는 겁니다.”

“그렇군요.”


듣고 싶던 대답.

이로써 퍼즐은 다 맞춰졌다.


남은 건 실행.

나는 배낭에서 숄더백을 꺼내 벽으로 걸어갔다.


“어, 어이! 건물은 여기야. 뭐 하는 거야, 지금?”


지경탁은 이 바보가 뭔 짓거리 하냐는 얼굴이다.


“저, 세, 세입자님? 지금 어디 가시는 거죠?”


마성준도 급 당황하며 따라온다.

그는 혹시나 이 미친놈이 문을 따고 기갑병을 데리고 들어오는 거 아닌가 하는 상상을 했던 거 같다.


아니. 틀렸다. ‘지금’은 아니야.


“야, 야! 컥! 켁! 어디가! 설마 진짜로 나가려는 거야?”


내가 멈추지 않자 놀란 지경호가 삑사리까지 내며 소리친다.

당연하겠지. 220스톤이나 주고 입주권을 샀는데 계약서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튀어 나가니 말이다.


나는 입구에서 뒤돌며 태연히 말했다.

“설마, 진짜로, 밖에.”


나는 마스터 도어를 열고 방벽을 나갔다.




“캬-악!”


반응은 폭발적이다. 문을 닫자마자 창을 든 기갑병 하나가 돌진했다.


우두둑!


나는 슬쩍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한 뒤 오른 주먹에 힘을 모아 적의 복부를 강타했다.


쾅! 꾸에엑!


오랜만에 듣는다. 이 기계음이 섞인 비명. 적은 복부가 바스락거리며 금속이 뭉개졌다.


[5스톤을 획득하였습니다.]


얻는 건 생각보다 적다. 이건 마이너스 요소다.


**


이름: 메탈릭 고블린

종별: 금속계, 기갑병(機甲兵)

특성: 기갑체(LV1)

스킬: 돌격(LV1), 창격(LV1),

개요: 최하급 지능을 지닌 F급 금속 생명체로 전투력은 낮으나 무차별 돌격하는 사나운 기질은 위협적.


※연계기 ‘융합’ 시도가 가능합니다.


**


나는 방벽 안에서 적의 돌격을 바라보며 해킹을 걸었었다.

그리고 적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첫 타를 날리며 든 생각.

역시 저들의 여유는 근거가 있었다. 이놈들로는 이 방벽을 절대 뚫을 수 없다.


할만하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토대로 판단하자면 이 기갑병의 추정 전투력 내지 은하력은 30 초반 수준.

물론 평범한 인간에 비해선 속도나 내구도, 파괴력이 높긴 하다.

일반인 범주에선 이들을 상대할 수 없다.


하지만 나에겐 아니다.

보름 전 나를 죽음 직전까지 몰았던 기갑병은 이 녀석들에 비해 매우 강한 개체였다.


그것의 촉수와 집게는 이들의 허접한 창질과 어설픈 돌격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렇다.

이 아사리판은 ‘수련장’이다.

지금 나에게 은하력 30 남짓의 잡몹은 어지간하면 한방 컷이다.


나는 지금의 펀치, 킥, 탄환이 적에게 얼마나 통하는지 시험했다. 다가올 ‘진짜 전투’를 위한 감각 익히기로 말이다.


투쾅!

키에-엑!


나는 정면에 있던 고블린의 턱을 어퍼컷으로 으스러뜨렸다.

금속 핏줄이 이두박근까지 올라온 주먹이 고블린의 목과 몸을 분리한다.


[5스톤을 획득하셨습니다.]


팍! 쓰러지는 몸통을 밟고 그대로 다음 녀석에게 돌진했다.


“사, 살려주세요!”

“으악!”


그때 구청 옆 3층 건물 옥상에서 비명이 들렸다.


옥상에는 아까 입주권을 사지 못한 6인의 가족이 고블린 수 마리에게 공격당하고 있었다.

한 녀석의 창이 가장의 머리를 위협하고 있었다.


나는 숄더백에 손을 넣어 골프공 ‘탄환’을 꺼냈다.


“흐읍!”


푸슈-웅! 퍼석!

푸슈-웅! 퍼석!


가족을 위협하는 최전방 고블린 두 마리의 머리를 아작 낸 후 옥상까지 최단 거리로 질주했다.


“괜찮아요!?”


다리를 달달 떨며 적과 대치하던 중년 남성의 몸을 부축했다.


“당신.......”

안타깝게도 그는 복부에 관통상을 입어 출혈이 상당했다. 내 얼굴을 알아본 그는 피 묻은 손으로 내 어깨를 잡는다. 이대로 두면 죽는다.


“가족들을.......”


“으흑....... 아빠, 죽으면 안 돼요.......”

“지, 진환 애비야!”

남은 가족들이 그의 곁에 붙어 꺼이꺼이 울었다.


키에엑!


기갑병 한 마리가 등에 창을 쑤셨다.


콰악!


창을 잡은 나는 적을 그대로 끌어당기며 전력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콰직! 쿵!


고블린의 머리에 핸드볼 공만 한 바람구멍이 생기더니 뒤로 자빠진다.


상태가 심각하다.

피를 뿜는 남자의 상처를 살피며 말했다.


“197?”

“......네?”

“아까 197스톤 있다고 하셨죠?”

“아, 네, 네에.......”

“103스톤 보냈어요.”

“네? 그게 무슨.......”

“빨리 선물하기 들어가서 ‘만능 빨간약’을 사요. 300스톤이에요. 선물하기 알죠?”

“네, 네에.......”


**


만능 빨간약(小, 비금속계)

- 물리 공격으로 입은 피해를 복구해줍니다.

- 비금속계 유닛에게 효과가 있습니다.

- 가격: 300S


※주의: 신체 절단 및 피해 부위가 클 경우엔 효과 없음.


**


크으. 방어벽 아이템 보면서 봐 뒀던 것인데 다시 봐도 가성비가 최악이다.


103스톤이라니 출혈이 크다.


하지만 급해서 어쩔 수 없다. 붕대 가지러 약국에 쩔뚝거리며 가다가는 고블린의 창을 맞고 몸에 바람구멍이 수백 개는 날 것이다.


남자는 호주머니에 103스톤이라는 큰돈이 들어오자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린다. 중년의 눈물은 남사스럽다.


“빚, 갚았어요.”

“가, 감사.......”


“얘들아.”

나는 그 인사를 듣기 전에 두 자녀의 어깨를 잡고 무릎을 꿇었다.


“울지 마라!”

호통 비슷한 외침에 아이들이 놀라서 딸꾹질한다.

이 지옥에서 질질 짜는 건 사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살아라. 너희들의 아빠를 지켜. 그리고 모두 이리로 오세요.”


나는 아이들과 남은 가족을 모았다.


예상대로라면.......

그래, 저곳이다.


“내가 길을 트면 저기로 갈 거예요. 모두 아셨죠?”


“고맙습니다. 저, 정말 고맙습니다!”


나는 프로그램에 있는 ‘메시지 보내기’를 열었다. ‘친구등록’을 한 사람에 한 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가격은...... 빌어먹을 2스톤이다. 완전히 미친 물가네, 진짜.


하지만 목마른 놈이 우물 푼다고 어쩔 수 없다.

나는 이 시점 나의 ‘유일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희주 씨! 방어벽 잘 들어요?]


[정열씨!]

[정열씨!]

[정! 열! 씨! 꺄-! 이거 완전 짱이예요! 괴물들이 막 쑤시는 데 손톱자국 하나 안 나요!]

[정열씨?]


[아, 보고 있어요! 스톤 나가니까 쓸데없는 거 그만 날려요!]


[아, 미안해요, 정열 씨. 연락받으니까 좋아서.......]

[고만 보내라고!]


이 푼수 댁 같으니라고. 몇 스톤을 날린 거야, 도대체? 하여간 진짜 경제 관념 꽝이다.


어쨌든 예상대로 500스톤짜리 기한제 요새는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구청 건물 바로 뒤에 있는 반투명의 방어벽이 녹색 빛을 은은히 뿜으며 고블린의 공격을 막고 있다.


이제 시나리오의 두 번째 스텝을 밟을 시간이다.


기다려라, 잡놈들아.

너희들이 잘못들인 미친 세입자가 무슨 깽판을 놓는지 보여주마.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어떤 것이라도 의견 주시면 소중히 반영하고 발전해 나가겠습니다. AI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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